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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대뢰옥의 입구 부근에는 따로 선별된 듯한 정예 고수들이 약 10여명 정도 경계를 서고 있었다. 이 곳은 황량한 험지인데도 이렇게 많은 인원이 대기하고 있는 걸 보면 대뢰옥이 있는 게 확실해 보였다. 그들은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일부러 흑의를 입고 있었지만 아마도 금의위일 듯 했다. 대뢰옥같은 중요장소를 지킬만한 정예는 딱히 생각이 안 나는 것이다.
제일 먼저 나선 것은 이광과 진소청이었다. 그들은 은밀하게 다가갈 수 있는 각을 잡은 후 거의 동시에 벼락처럼 습격했다.
촤좍!
인질을 잡을 생각도 없는 듯 그들은 거침없이 6개의 목을 공중으로 날렸다. 이광과 진소청이 움직이자마자 나와 극호도 함께 움직였다. 이윽고 나머지 인원도 피바다를 만들어내며 정리되었고, 개 중 가장 실력이 나아보이는 절정고수가 비틀거리며 자신의 검을 치켜들고 있었다.
"크윽..."
그가 최후의 경비였다. 이광에게 한차례 뇌신권을 얻어맞아서인지 입가에서 각혈을 흘리고 있었다. 이광이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허튼짓 하지 마라. 네 실력이 아까워서 일단 살려 두었으니."
이광은 이미 그의 모든 움직임을 자신의 사정거리 안에 두고 있었다. 그가 아무리 잽싸게 움직여도 이광 몰래 위급을 알리는 전령을 터뜨리는 건 불가능했다. 이광의 말에 그 절정고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크큭. 고문해서 정보를 털어놓게 하려고 그런 거겠지."
"그럴수도 있지만 오늘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이광이 창을 한차례 붕 휘두르더니 말을 이었다.
"아마도 천호(千戶)겠지. 네 실력은."
"......"
"네 실력으로 무림에 나간다면 소문파의 종주 혹은 대문파의 빈객으로 대우받을 것이다. 그런데 너같은 실력자가 어찌 이런 곳에서 이름없이 무의미하게 목숨을 날리게 되느냐?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날리게 되느냐? 너는 이 상황을 이상하게 생각한 적이 없느냐?"
이광답지 않았다. 그의 한탄성에는 절절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이광의 성격상 그저 닥치고 죽이거나 고문하는게 보통이라는 걸 생각하면 희한한 일이었다.
아마도 절정고수인 천호의 실력이 일개 문지기라기엔 예상을 웃도는 수준이라서 문득 안타까운 심정이 생겨난 것이리라. 그건 무인(武人)들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었다. 금의위 천호도 그런 걸 감지했는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이광 선배. 그걸 정말 몰라서 물으시오? 우리는 금의위, 황제의 종견이오. 우리의 인생은 충성(忠誠)을 다하는 것밖에 없으며 황실의 안녕과 국가의 성세만이 우리의 의무요. 먼저 수십 년 동안 우리의 선배로 활동하지 않으셨소?"
"알고 있다. 그러나 길은 꼭 그것만이 있는 게 아니다."
"설득력이 없소. 이광 선배."
그 천호는 허탈하게 웃더니 자신의 검을 심장 앞에 가져가서 겨누었다. 그리고는 슬픈 눈으로 말했다.
"적으로 만났으나 우리 금의위 중에는 이광 선배를 존경하는 자가 많소. 이광 선배를 존경하여 금의위가 된 자도 꽤 있소. 나도 그 중 하나이니, 과연 청룡의 신위에 감탄했소."
"......"
"황제폐하 만세."
푸욱
천호는 자신의 심장에 검을 꽂고 자결했다. 사실상 이광이 그가 자결하도록 내버려 둔 것이다. 고문해서 죽이지 않고 명예를 지켜서 죽을 수 있게끔 한 이광은 잠시 천호의 시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이광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어서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쿠구구궁...
바위에 숨겨져 있던 장치를 조작하자 망량에게 들었던 대로 기관장치의 문이 열렸다. 시꺼먼 동굴의 입이 모습을 드러내었고, 사상최악의 감옥이라는 대뢰옥의 입구가 정면에 나타났다. 이광은 대뢰옥에 들어가기 전에 지시했다.
"생문(生門)과 사문(死門)의 위치는 반 각을 경계로 지속적으로 뒤바뀐다. 생문과 사문의 위치를 외워서 통과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샛길에 도달해야 한다."
샛길!
그것은 특별한 일이 있어서 죄수를 꺼내야 할 경우 이용가능한 길이었다. 망량의 말에 따르면 그 샛길을 탈 경우 대뢰옥의 기문진법을 무시하고 목표인 죄수옥에만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샛길로 가는 방법을 지도를 통해서 자세히 숙지한 상황이었다.
극호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만일 샛길에 도달하지 못하고 누군가가 진법에 빠진다면 어떻게 합니까?"
"그럴 경우 버린다. 대뢰옥의 진법은 역사상 누구도 통과하지 못했다."
이광이 단호하게 우리 셋을 둘러보며 말했다.
"명심해 둬라. 내가 되었든 소청이가 되었든, 낙오자를 위해서 되돌아가거나 신경을 쏟지 마라! 우리는 구출할 능력도 여유도 없다."
"네."
"가자."
우리가 대뢰옥 안에 진입하자 시꺼먼 동굴길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불빛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산 내부를 통째로 깎아서 만든 듯한 거대한 공동이 나타났고, 공동 여기저기에는 개미굴처럼 통로가 파여져 있었다. 통로를 향해 움직이는 다리나 판막이 존재했으므로 언뜻 보기에는 쉬워 보였다.
우우우...
그러나 망량이 말하기를 여기서부터 한 걸음 한 걸음이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이었다. 단 하나의 장치만 건드려도 전체의 구조가 바뀌어버리는 식이라서, 천하의 천재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생문과 사문의 호흡을 읽어내어서 활로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두가 단단히 긴장한 채 [단 하나의 샛길]로 향하는 길의 시작점을 눈에 불을 켜고 탐색했다.
잠시 후 진소청이 말했다.
"여기 같습니다."
진소청이 가리킨 것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던 일 장 아래의 조그마한 동굴이었다. 어둠 속에 바위 두 개로 가려져 있어서, 샛길이 있다는 걸 의식하지 않으면 결코 찾을 수 없는 위치였다. 망량의 지시와 정확하게 일치했기에 이광이 다시 한 번 경고했다.
"잘 들어라. 내 뒤를 떨어지지 말고 따라와라. 옆으로 조금만 잘못 새도 죽는다."
이광을 선두로 해서 구출대가 보법을 맞추어서 나아갔다. 앞사람의 호흡과 걸음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고 결코 서로의 거리를 팔 하나간격 이상 떨어뜨리지 않았다. 이광은 지도에 따라서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리고 확실히 샛길에 들어섰다고 생각되자 이광은 앞사람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약 한 식경 정도가 지났을까.
꽤 움직인 듯 했고 지하층으로 내려온 것 같았다. 그리고 어둠은 더더욱 깊어졌고 으슬으슬한 한기가 느껴졌다. 내 앞에서 걷고 있던 극호가 투덜거렸다.
"차라리 매음굴이 낫겠군. 무슨 음기(陰氣)가 이토록 지독한가."
"조용히 해라 극호. 정신을 집중해라."
"아, 네... 죄송합니다."
극호가 투덜거렸지만 사실 네 사람이 모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현재 샛길을 타서 들어왔기에 기문진법 내가 아니었고, 안전한 건 확실했다. 그러나 아래로 내려갈수록 무시무시한 음기와 사기(邪氣)가 뿜어져나왔기에 이상했다. 아무리 천하에서 가장 두려운 감옥이라지만 이런 기운이 흐를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저벅 저벅
곧이어 발 아래에 수기(水氣)가 느껴졌고 동굴벽 여기저기에 이끼가 끼여있는 게 보였다. 공기의 냄새부터가 달라졌다. 불빛이 갈수록 밝아졌고 잠시 후 횃불이 많이 걸려있는 공동이 눈에 확하고 들어왔다.
도착했다.
여기가 바로 죄인을 가둬두는 곳인 듯 했다. 양옆에 한철로 만들어진 감옥창살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안쪽의 죄수는 보이지 않았지만 이 곳이 죄수실의 통로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광이 나직이 말했다.
"좋아. 그러면 2인 1조로 흩어져서 황연 대장군을 찾는다."
"네."
우리 넷은 모두 황연 대장군의 초상을 그린 그림을 갖고 있었다. 감옥에 갇혀서 피폐해졌을 테지만 인간의 이목구비는 기본적으로 크게 변하지 않으므로 자세히 찾아보면 틀림없이 황연 대장군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죄수실을 돌아다니며 황연 대장군을 찾기 시작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 뭐지...?'
걸음을 옮길수록 음산한 기운이 강렬해졌고, 더러 감옥 구석에 처박혀서 몸을 웅크린 인간들도 보였다.
"구출하러 왔소! 이 쪽을 보시오."
"......"
"보라니까!"
나는 그들 하나하나를 불러서 확인하려 했지만 아무리 불러도 그 자들은 대답에 호응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나는 욕지기를 흘리며 검에 내공을 모았다. 그리고는 벼락처럼 검을 내리쳐서 한철로 만들어진 창살을 잘라내었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금의위 중 그 누구도 죄수실의 열쇠를 갖고있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죄수실의 열쇠는 대뢰옥에 이따금 출입하는 자만이 갖고다닐 수 있는 모양이었다.
창살을 잘라내고 안으로 들어가서 웅크린 죄수를 억지로 끌어내었을 때였다.
"......!!"
나는 물론 옆에 있던 극호까지 경악했다. 구석에 웅크려있던 죄수의 얼굴은 인간이 아닌 이형(異形)의 괴물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귀까지는 인간의 형태가 남아있으나 눈 코 입이 있던 부분에는 마치 팔초어같은 면상이 자리잡고 있었고 촉수가 두세 가닥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극호가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뭐, 뭐, 뭐, 뭐냐?!"
"... 이건..."
나는 이 자가 인간이었다가 강제로 이족(異族)이 되는 과정이라는 걸 확신했다. 이 모습이 갈수록 변해가면, 나중에는 내가 처음에 상대했던 참극의 주술사같은 용모가 될 것이다. 나는 과거 기억이 떠올라서 불쾌했지만 우선은 그를 끌어내어서 통로에 앉혀 놓았다.
죄수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지 이따금 쿠우 거리며 의미모를 기음(奇音)을 흘려내며 가만히 앉아있었다. 마치 이성적인 활동이 모두 사라진 식물같았다. 아마도 구석에 웅크려있는 자들은 모두 이런 상태일 게 분명했기에, 나는 극호에게 말했다.
"사형. 창살을 모두 잘라냅시다. 우선 다 꺼내놓고 생각하는 게 좋겠소."
"끄응... 나는 너같은 내공이 없다. 한철을 자르는게 그리 쉬운 일인 줄 아느냐?"
"할 수 있으면 그냥 하시오."
"쳇."
까강!
나는 극호와 함께 6개 실의 죄수를 모두 꺼내서 통로에 앉혀 두었다. 극호는 창으로 한철을 자르는 게 버거운지 서너 번을 쳐야 잘라낼 수 있었다. 하긴 한철처럼 단단하기 그지없는 쇳덩어리를 일격에 자르는 게 비상식적인 일이긴 했다.
식물처럼 조용히 앉아있는 6인의 죄수들은 하나같이 이족의 몰골을 하고 있었다. 다만 변이정도가 사람마다 달랐는데, 어떤 자는 면상의 위쪽만 변했고 어떤 자는 목 전체와 팔까지 이족처럼 변해 있었다.
극호가 당장이라도 구역질을 할 듯한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다가 말했다.
"이거 미치겠군. 차라리 시체나 해골더미가 낫겠어."
"안쪽에 죄수실이 좀 더 있소. 들어가 봅시다."
"그래."
어두컴컴한 통로의 더욱 안 쪽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발걸음 소리를 확인한 인간들이 사삭거리며 통로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명백히 인간(人間)으로 보이는 죄수들이었다.
"으아아아!!"
"살려줘!!"
그 자들은 이상하게도 구해달라는 말 대신에 살려달라며 공포에 질린 기색이었다. 극호가 앞으로 나서서 외쳤다.
"진정하쇼!! 우리는 구하러 왔소."
"지... 진짜인가?"
"그렇소. 그러니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여기서 말하시오."
이 자리에 있는 인간 죄수는 총 3명이었다. 한 명은 여자였고 다른 두 명은 남자였다. 그들은 황급히 외쳤다.
"나는 상경어사 조충명이다!"
"나는 혈뢰검객(血雷劍客) 부종환이다."
조충명은 원래 상경어사로써 정 3품이나 되는 고위관리인 듯 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부종환이라는 놈은 아마 사파(邪派)의 고수인 모양이었다.
' 흠.'
나는 옆의 방으로 다가가서 여자의 상태를 보았다.
여자는 20대의 아름다운 미녀였다. 코가 오똑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그러나 그런 말이 무색하게, 그녀의 전신에서는 정액비린내가 나고 있었고 시꺼멓게 죽은 눈으로 주저앉아 있었다. 옷이 거의 찢겨지고 험한 일을 당한 흔적이 보였다. 심지어 비소(秘所)가 내게 노출되고 있는데도, 구출하러 왔다는데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 윤간(輪姦)당했군.'
내가 그녀를 쳐다보고 있자 혈뢰검객 부종환이 말했다.
"그녀는 아미파의 현화신녀(賢花神女)일세."
"무림의 여협이 왜 이런 꼴이 되어있소?"
"현화신녀는 우리 중 가장 최근에 들어왔다. 8일 전에 들어왔던가... 그녀는 들어왔을 때 며칠동안 금의위에게 당했다. 금의위 총령이라는 자가 다 즐기고 나서 금의위를 끌고 가 버렸다."
"......"
아마도 정신이 붕괴된 상태인 듯 했다. 극호는 현화신녀의 몰골을 확인하자 크게 분노한 기색이었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황제에 충성 좋아하네! 여인을 이렇게 다루는 게 사람이 할 짓이냐."
까앙!
극호는 곧장 현화신녀의 창살을 잘라서 그녀를 꺼내주었다. 현화신녀는 극호가 자신을 끌어안아서 옮기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완전히 자폐(自廢)한 듯 했다. 극호는 안쓰러운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말했다.
"어이. 현화신녀는 꼭 데려갈 거다."
"나한테 말하지 말고 사부께 말하시오."
"쩝."
극호가 입맛을 다시자 나는 상경어사 조충명과 혈뢰검객 부종환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여기 갇히게 된 것이오? 대뢰옥에 갇힐 정도라니..."
상경어사 조충명이 강하게 외쳤다.
"아니다!! 나는 대뢰옥에 온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뭐라고?"
"금의위가 갑자기 내 가택을 수색하고 내 일족을 연금했다. 그리고는 수상한 혐의가 있어서 나를 잠시 조사하겠다고 어딘가로 데려갔다. 그리고 눈을 떠 보니 여기에 와 있었던 것이다."
내가 혈뢰검객 부종환을 돌아보자 그가 필사적으로 말했다.
"나... 나는 아무런 죄도 없다. 나는 한 달 전에 낙양을 구경하러 갈 겸 걷고 있었는데 희한한 지형이 보여서 호기심에 이 근처에 왔다. 그런데 금의위가 갑자기 공격해서 바로 여기에 갇히게 된 거다."
"......"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당신들이 갇히게 된지는 얼마나 되었소?"
"잘 모르겠지만 열흘이 약간 넘는다."
"나도 저 자와 비슷하게 들어왔다."
즉, 들어온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다는 소리였다. 나는 아까 변이자들을 모아놓은 곳으로 가서 개 중 한 사람을 데려와서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들은 놀라기보다는 그저 인상을 찌푸릴 뿐이라서, 이미 이 변이자들을 알고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자들은 대체 어떻게 된 거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여기에 오래 있으면 어딘가로 끌려 나가는데, 거기에 갔다온 자들은 하루나절 동안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때때로 풀려나서 죄수실의 통로를 방황하는 걸 본 것 같다."
"음."
몸이 이족으로 변이한 자들은 오랫동안 갇혀있던 자들의 말로(末路)같았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극호에게 말했다.
"사형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스승을 찾아서 잠시 상황을 보고드리겠소."
"그래. 갔다 와라."
나는 바로 경공을 발휘해서 이광과 진소청을 찾으러 갔다. 통로가 그렇게 긴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머지않아 그들을 찾을 수 있었다. 이광과 진소청은 한 사람 앞에 꿇어앉아 있었는데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크흑..."
진소청은 전에 없이 서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이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왠 변이자 하나를 끌어안고는 말없이 어깨를 들썩이는 중이었다. 내가 멀뚱히 서서 그걸 지켜보자, 이광이 말했다.
"돌아간다. 임무는 실패다."
"네? 그게 무슨..."
"황연 대장군은 돌아가셨다..."
"......!!"
나는 이광이 일어서자 그 변이자를 살펴보았다. 그 변이자는 다른 변이자들과 다르게 몸뚱이만 이족으로 변해 있었다. 특이한 점은 지속적으로 꾸물거리면서도 얼굴이 멍하니 인간 노인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직감했다.
' 황연 대장군이구나.'
나는 일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변이기간'을 떠올리자, 한가지 결론을 낼 수 있었다.
' ... 너무 늦게 구출하러 온 거야.'
최소한 한 달 전에는 구하러 왔어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우선 이광에게 저쪽에서 알아낸 사실을 빠르게 보고했다. 이광은 말없이 듣고 있다가 대답했다.
"그럼 그 생존자만이라도 구출해서 돌아가자."
"알겠습니다. 변이자들은..."
"양 팔에 하나씩 들고 간다. 혹시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르니."
우리는 그렇게 황연 구출작전이 실패한 채 다시 대뢰옥의 샛길을 따라서 나오게 되었다. 밖으로 나오자 망량과 반천맹 일행이 금의위의 시체를 처리한 채 기다리고 있었으며 말을 준비해놓은 상태였다.
망량이 변이자들과 이광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말했다.
"실패군요."
"면목 없네."
"어찌 이광 님의 잘못이겠습니까. 때가 늦은 잘못이니..."
"이제 어떻게 해야하겠는가?"
이광이 타인에게 의견부터 물어볼 정도로, 황연 대장군의 이족 변이는 이광에게 큰 충격인 듯 했다.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정신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망량은 그 점을 감안한 듯 잠시 뜸을 들이다가 차분하게 말했다.
"우선 본거지로 돌아갑시다. 변이자들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면 수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
하지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 자리의 모두는 알고 있었다. 그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그 때 미호의 식신(式神)이 몰래 내게 말을 걸어 왔다.
[ 아까 그 장소 뭔가 수상했어. 무서운 마(魔)가 느껴졌다.]
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미호의 식신을 통신용으로 가지고 있었다. 미호는 이 식신을 통해서 원거리에서 내 상태를 알 수 있었고 의사를 교류할 수 있었다. 나는 미호의 식신에 의지를 보냈다.
[ 미호. 그럼 왜 아까 말을 안 한 거야?]
[ 너희는 천상 무림인으로만 이루어져서 주술에 내성이 없지 않느냐? 그 뇌옥의 심층에 존재하는 것은 상당히 강력한 마(魔)이므로 대비책이 없이 싸우면 아무리 강한 무인이라도 죽기 십상이니라. 강력한 주법(呪法)이란 건 굉장히 무서운 것이다.]
[ ......]
[ 여러모로 틀려먹은 작전이었다. 백웅 너는 언제든 도망칠 준비를 하거라.]
나는 미호의 말을 들으면서 직감했다.
이번 생은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
아니, 단추가 틀어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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