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18화 (118/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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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다음 날 이광은 청류계의 수장이라는 등곽(鄧郭)을 만나러 갔다. 그는 이광의 의형제로써 이번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듯 했다. 나도 이광을 따라가고 싶었으나, 이광이 말하기를 청류계는 유학(儒學)으로 무장한 청렴한 관리들의 계열으로써 함부로 타인을 만나주지 않는다고 했다. 낯선 소년인 내가 따라갈 경우 이야기가 꼬일 수 있다는 게 이광의 이야기였다.

실제로도 그는 애제자인 진소청도 데려가지 않았다. 오직 혼자서만 등곽을 만나러 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본의아니게 대기하게 되었고, 그 틈을 타서 망량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망량이 말했다.

"그동안 피차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구려."

"헤어진지 얼마 안된 거 같은데 벌써 반천맹을 이렇게 키워놨다는 말이오?"

"이번같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소. 하루빨리 힘을 만들어놓는게 낫지."

그렇게 말한 망량이 씩 웃었다.

"그나저나 능력도 좋구려. 검마와 인연을 맺고 그 딸인 서문혜 소저와 혼인을 맺을 뻔 하다니..."

나는 장난끼 넘치는 망량의 시선을 회피했다.

"일단 거절했소. 내게는 버거운 일 같아서."

"후후... 당신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오."

"그보다 이 물건을 좀 봐 주시오."

나는 망량에게 황금 비등을 건넸다. 망량이 신기한 듯 황금 비등을 바라보았다.

"이게 그렇게 대단한 보물이라니..."

"나도 믿기지 않지만, 아마 [옛 지배자]와 관련된 물건인 듯 하오."

"그렇겠지. 선계의 보패 중에는 비슷한 것조차 없으니."

그렇게 중얼거리던 망량이 살짝 비등의 옆구리를 문질렀다.

쏴아아아아 - !!

갑자기 망량의 전신이 보랏빛 광채에 뒤덮인 듯 했다. 약 반 각 정도 이어지던 그 광채는 잠시 후 씻은 듯이 사라졌다. 망량 또한 내가 겪었던 걸 그대로 겪은 듯,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나고 있었다.

그러더니 기침을 했다.

"쿨럭! 쿨럭! 허억... 허억..."

풀썩

망량이 갑자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명백히 체력과 기력을 모두 소모한 모습이었다. 내가 깜짝 놀라서 망량을 부축했다.

"괜찮소?!"

"괘... 괜찮소. 잠깐 무서워서 주저앉았을 뿐이오."

"......"

망량은 나를 괴물보듯 바라보았다.

"당신은 이걸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았단 말이오? 흉신(凶神)이 지키는 고대의 도시를 본 데다, 암천향(暗天鄕)까지 둘러보았는데..."

"암천향?"

"마지막에 나온 그 괴이한 대륙은 선계에서 암천향이라고 부르는 이계(異界)요."

망량이 정신력을 다듬으려는 듯 보패 오화칠금선으로 자신의 머리를 톡톡 쳤다. 저게 정신을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는 듯 했다. 잠시 뜸을 들인 망량이 말을 이었다.

"옛 지배자들이 현세(現世)에서 대거 추방된 후, 그들이 머무는 본거지라고 할 수 있지. 신선이라고 해도 저 장소에는 두려워서 갈 엄두도 내지 못하오."

"왜 그렇소?"

"암천향에는 옛 지배자는 물론 진정한 마신(魔神)급 존재도 머물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니까! 인간이 갔다가 살아돌아올 확률은 거의 없소."

"......!!"

무서운 말이었다. 해신이나 흉신같은 존재가 떼거지로 그 암천향에 몰려서 살고 있다는 소리 아닌가? 내가 할 말을 잃자 망량이 내게 다시 황금 비등을 건네주며 말했다.

"그건 굉장한 기보(奇寶)지만, 인간의 정신력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게 보통이오. 이족(異族)의 주술사나 사용할 물건이고, 당신이 좀 특이한 거지. 보통 사람이라면 방금 영상을 본 것만으로도 정신이 오염되어서 미쳐버릴 거요."

"으음..."

"아마 금의위는 해신족과 손을 잡고, 해신족을 통해서 비등을 넘겨받은 듯 하오. 그리고 이계에서 칠요를 입수한 모양이군."

나는 망량의 추리를 듣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반문했다.

"설마 칠요가 암천향에 있다는 말이오?"

"그럴수도 있다는 거요. 어쩌면 해신(海神)이나 흉신(凶神)이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 허나 정황을 볼 때는 칠요 중 하나는 암천향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확률이 높소. 왜냐하면 이미 옛 지배자의 소유가 된 칠요라면 금의위 따위가 돌려받을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으음..."

나는 기가 막힘을 느꼈다.

신선조차도 두려워서 갈 수가 없는 이계, 암천향!

그 곳에 가서 칠요를 찾아봐야 한다는 말인가? 대체 거기에 가면 몇 번이나 죽게 될 것인가? 내가 침음성을 흘리고 있자 망량이 말했다.

"아무튼 암천향은 현세에 남아있는 이족들도 쉽사리 갈 수 없는 장소요. 그 황금비등은 굉장히 중요한 보물이니 반드시 지켜야만 할 것이오."

"알았소."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지. 당신은 천년설삼을 투자할 장소를 정했소?"

나는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대답했다.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소."

망량이 웃었다.

"내가 맞춰봐도 되오?"

"그러시오."

"이광 혹은 진소청에게 주는 거겠지."

"그렇소."

나는 싱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푸념하듯 말했다.

"나는 낙양에 들어와서 당신과 만난 후에야 그 방법을 생각해 냈소. 하지만 망량 당신은 처음부터 그걸 염두에 두고 있었던 거군."

"중요한 건 뇌신류가 금의위와 싸울만한 동기였소."

망량이 촤르륵 하고 보패 오화칠금선을 펼쳤다. 그리고 살랑살랑 부치며 말을 이었다.

"괜히 그 사실을 말해줬다가 당신이 괜히 티를 내면, 철혈한에 애국군인인 이광의 성격상 당신을 절대 곱게 보지 않겠지. 적어도 당신의 머리로 생각해서 신중하게 결정하기를 원했던 거요."

"그렇구만..."

"결과적으로는 잘 풀린 거요. 당신이 움직여 준 덕분에 이광은 황연의 구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 들었고, 금의위와의 충돌도 마다하지 않게 되었으니. 이 세상에서 당신 외의 그 누구도 뇌신류를 여기까지 움직이지는 못했을 거요."

나를 칭찬하는 망량이었다. 나는 왠지 쑥쓰러워졌고 약간은 부끄러웠다. 망량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여기까지의 미래를 한번에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의 머리를 발끝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망하구려."

"천년설삼을 누구에게 주어도 좋을 것이오. 단, 이광에게 정확히 경위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면 좋을 거요."

"새겨듣겠소."

망량이 말했다.

"그나저나 손님이 한분 더 계시는군. 마침 나도 그녀를 뵙고 싶었으니 들어오시라 하겠소."

딱!

망량이 손가락을 마주치자, 허공에서 공간이 열리더니 전이술(傳移術)로 미호가 나타났다. 미호는 예전처럼 풍만한 가슴을 지닌 절세미녀의 모습이었다. 미호는 결계 때문에 바깥에서 몰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결계가 열리자 들어온 것이다.

망량은 잠시 혹한 듯한 표정을 짓다가 미호에게 포권했다.

"인간 망량, 천호 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러자 미호가 싸늘하게 웃었다.

"흥... 망량이라? 스승의 이름을 빌려쓰는 거군. 한낱 인간이 망량선사의 이름을 쓰다니 두렵지도 않으냐?"

망량이 넉살좋게 웃었다.

"제 스승님이야 어디서든 두려움의 대상이니까요. 제자인 저까지 스승님을 두려워해서야 될 일이겠습니까."

"말은 잘 하는군, 흥."

미호는 내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걸 알자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걱정 말아라. 아무리 나라고 해도 망량선사의 제자를 건드리지는 않는다. 경계의 제망량과 원수를 지고 싶은 선도는 그 누구도 없을 것이다."

"고마워 미호."

미호는 내 대답에 대꾸하지 않았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자, 망량이 말했다.

"미호 님. 죄송합니다만 대뢰옥 구출작전에 협력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뭐?"

"이 일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황궁을 점거한 복마전의 이족 세력이 이 세상을 혼돈으로 뒤덮을 수도 있지요. 천호께서 도와주신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망량의 제안에 미호는 대놓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이족이 나오든말든 본녀와 무슨 상관이지? 내 일은 인간 백웅을 10년간 도우는 것이다. 그 외에는 내가 알 바 아냐."

"으음... 어쩔 수 없군요."

망량의 시선이 슬며시 내 쪽을 향했다. 나는 망량의 눈짓을 알아채고는 미호에게 말했다.

"미호, 도와줘."

미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정말로 불쾌한 듯한 표정이었다.

"으으으... 이럴 줄 알았다. 감히 여우 앞에서 꾀를 쓴다는 말이냐?"

"하지만 도와줄 거잖아?"

"흥! 누구 맘대로!"

"나를 도와서 10년간 일하는 거잖아? 그러면 내가 사지(死地)로 가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셈이야?"

그러자 미호의 표정이 한층 더 사나워졌다. 그러더니 예고 없이 손을 휘둘렀는데, 예전에 풍신대주를 격살시켰던 그 기괴한 소환술법이 나타났다. 그 투명한 손이 허공에서 휘둘러져서 망량을 노렸다.

콰앙!

나는 재빨리 달려들어서 미호의 술법을 막아내었다. 검염을 극대로 끌어내서 내공을 실어서 휘두르니 막을 만 했다. 아마 초절정에 진입한 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나는 미호에게 외쳤다.

"미호! 무슨 짓이냐."

화르륵

미호는 여우불꽃을 소환한 채 반인반요의 형태로 허공에 떠올라 있었다. 그 모습은 미호의 본질이 대요괴 구미호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미호의 눈동자는 사나운 삼백안이 되어 있었으며 미호의 입에서 싸늘한 말이 영언(靈言)으로 흘러나왔다.

[ 생각이 바뀌었다. 저 건방진 놈의 팔 하나를 뽑아버릴 테다.]

"아니 대체 왜 그러냐고!"

[ 인간의 세치 혀에 놀아나는 굴욕을 본녀가 참을 거라 생각했느냐? 망량선사와 대적하는 일이 있더라도 저 놈의 버릇을 고쳐주겠다!]

화악

어마어마한 미호의 살기가 뻗쳐 나왔다. 그 살기에 나도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 저번에 서경에서 마주쳤을 때는 정말로 장난치고 있었구나...!!'

대요괴 미호의 진짜 힘은 지금의 나라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뇌명을 쓴다고 하더라도 미호와 맞찔러죽는 게 가능할지도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이대로 미호가 망량을 해치게 놔둘 수도 없었으므로 내가 안절부절못할 때였다.

망량이 내 뒤에서 걸어나오더니 팔을 쓱하고 내밀었다.

"자, 가져가시오."

[ ......]

"왜 그러시오? 내가 잘라드리겠소."

슈욱

망량은 단도를 들어서 자신의 어깨죽지를 망설임없이 내려치려 했고, 망량의 내공이면 충분히 한번에 팔을 끊을 수 있을 것이었다. 바로 그 때 미호가 빠르게 이동해서 망량의 팔을 붙잡았다. 어느 새 다시 인간형으로 돌아온 미호가 매섭게 망량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팔 하나로 천호의 원(怨)을 가라앉힐 수 있다면 싼 편이지요."

"......"

망설이는 걸 보면, 미호도 실제로 망량을 해할 생각은 아닌 듯 했다. 그저 겁을 줘서 망량을 물러나게 하려는 목적이었던 듯 했다. 그런데 망량이 단호하게 팔을 내놓겠다고 하자 되려 당황한 것이다.

"천호시여. 지금은 그리 여유로운 상황이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 목숨이라도 언제든 드릴 수 있으니, 제발 저희를 도와 주십시오."

망량이 한줌의 동요도 없이 태연하게 말하자 미호는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더니 칫하고는 뒤로 물러섰다.

"네가 백웅에게 귀중한 동료라고 들었기에 한 번은 봐 주겠다. 하지만 또다시 잔꾀를 쓴다면 그때는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망량이 어떻게든 미호를 가라앉힌 것이다. 미호는 팔짱을 낀 채 표독스럽게 말했다.

"본녀는 이게 귀계(鬼計)의 입구라는 걸 알고 있다.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중첩되는 음모와 원한의 소용돌이가 계속될 것이다. 내가 지켜야 할 인간을 그런 구렁텅이로 내모는 짓은 절대로 가만 두고볼 수 없다."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계시는군요."

망량이 쓴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상황은 모험이지요. 하지만 언젠가는 꼭 한번 거쳐야 할 일입니다. 한 번의 시도로 상황을 크게 뒤집을 수 있다면 해볼 만 한 것입니다."

"그 황연이란 인간을 구출하는 게 그리도 중요한 일이냐?"

짜증을 내는 미호에게 망량이 대답했다.

"중요한 일입니다. 황연을 구출함으로써 이쪽은 [명분]을 얻게 되니까요."

"......"

"황연 대장군은 대명을 국가적 위기에서 구해낸 공신이자 명장으로, 군부에서는 신(神)이나 다름없는 영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의 한마디면 군부가 모두 한마음이 되어 움직일 수 있으며, 심지어 그는 조정의 대신들과도 사이가 좋습니다."

망량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황연 대장군이 황궁에 머물고 있는 어둠을 증언하고, 나아가서는 금의위와 동창의 횡포를 규탄하게 된다면, 정계에 엄청난 변동이 일어날 것입니다. 아무리 마(魔)의 세력인 복마전이라고 해도 그 흐름을 함부로 대할 수가 없겠죠. 저희 반천맹은 그 틈을 타서 복마전의 세력을 견제하고 몰아낼 겁니다."

미호가 잠시 생각하다가 망량의 말을 받았다.

"그 이광이라는 인간이 반역죄를 각오하고 움직인 것도 그것 때문이군."

"그렇습니다. 어차피 기호지세(騎虎之勢), 금의위에게 밉보인 이상 이광과 뇌신류 무인들은 언제가 되었든간에 반역죄를 뒤집어쓰게 될 것입니다. 이광은 우국충정의 마음이 강한 군인이기에 이 상황 자체에 의문을 품고, 황제의 안위를 직접 확인하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황제를?"

"네. 그는 다른 황제의 친위세력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그는 오로지 황제 한 명에게만 충성을 바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같은 약소세력과 손을 잡아서라도 목적을 달성하려 할 정도로 간절하게 매달리고 있죠."

"흐음..."

나는 망량과 미호의 문답을 들으며 소름이 돋았다.

' 망량, 거기까지 읽어냈단 말인가?'

망량이 이광과 만난 건 어제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광을 오랜 세월동안 옆에서 보아왔던 내가 암묵적으로 알 수 있었던 이광의 속내를 자세히 읽어낸 것이다. 망량의 말대로 이광은 개인적인 자리에서 황제를 걱정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고, 그걸 위해서라면 다른 간신배를 다 쳐죽이겠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망량은 말 그대로 천리 밖에서 사람의 마음을 알아낸 것이다.

미호가 말했다.

"대뢰옥에 나도 따라가겠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만일 백웅이 위험하게 된다면, 나는 백웅만을 지키겠다."

"그걸로 좋습니다."

미호와 망량의 이야기가 마무리된 듯 했다.

나는 망량에게 정말 궁금했던 걸 질문했다.

"그런데 망량, 대뢰옥이 대체 뭐요? 뭐길래 이광조차 긴장하는 건지..."

"대뢰옥은 명의 태조 홍무제가 만든 사상최악의 감옥이오."

"사상최악이라고 하는데 대체 어떤 면에서 그렇게 보안이 튼튼하다는 건지 모르겠소."

감옥이라고 해도 결국 건물이며 기물이었다. 이광이나 진소청같은 초절고수들에게 있어서 설령 한철로 만들어진 감옥이 있다고 하더라도 강기로 때려부술 수 있는 것에 불과했다. 망량이 신중한 눈빛으로 내 질문에 대답했다.

"대뢰옥은 황궁과 다름없는 기문진법으로 수호되는 살아있는 미로(迷路)요. 간수들이 따로 지키는 게 아니며 그저 입구만 틀어막을 뿐이지. 대뢰옥에서 탈출한 죄수는 역사상 한 명도 없소."

"하지만 이쪽에는 이광과 진소청이 있소."

"알고 있소. 하지만 그래도 마찬가지요. 역사상 대뢰옥에 투옥된 절세고수가 꽤 있었으나, 일단 대뢰옥에 갇힌 후에는 살아 나오지 못했소."

"......"

"이광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정면으로 대뢰옥에 도전하려는 게 아니오. 정해진 생문(生門)을 따라서 잠입한 후 최단시간 내에 구출해 내려는 것이지."

나는 기가 막혀서 말했다.

"잠깐, 그 말대로라면 황궁 자체에 깔려있는 기문진법도 대뢰옥과 동급이란 소리요?"

"그렇소. 그쪽은 더하지. 왜냐하면 황궁 최고의 술법사가 수호하고 있으니까..."

"......?"

"그 얘기는 나중에 합시다. 우선은 이광이 돌아오기 전에 작전부터 짜야 시간을 아낄 수 있소."

그리고 우리 셋은 망량의 주도 하에서 미리 작전을 머리에 새겼다. 미호는 망량의 작전을 따르는 게 마음에 안 드는 기색이었으나, 망량의 입안은 워낙 합리적이었기에 입을 다물고 조용히 듣는 듯 했다. 영리하기 짝이 없는 구미호가 조용히 따르는 걸 보면 망량의 계획은 빈틈없이 치밀한 게 확실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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