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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황연 대장군? 그건 또 누구냐?"
눈 앞의 장경익 장군이 내가 이광의 사문제자뻘이란 걸 알게 되었고, 그 사실을 신경쓰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래서 청룡무관에 편지를 보내게 하는 것까지는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광으로 하여금 황연 대장군이라는 사람을 구출하게 하려는 의뢰라니?
장경익 장군이 텅 빈 눈으로 말했다.
"현 군부(軍部)에서 가장 존경받으시는 대숙(大叔)이자 대명(大明) 최고의 명장... 초원과 서역의 재침공을 막아내신 성웅(聖雄)이시다..."
"......!!"
그 정도 인물이 있었단 말인가?
나는 어이가 없어서 다시 물었다.
"그렇게 대단한 인물인데 나는 왜 못 들어봤지? 내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황연의 소문은 낙양에서 딱히 주워듣지를 못했다."
"그 분은 반세기 전의 명장이시며... 현재는 은거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부의 많은 장군들은 아직도... 그 분과 황씨 가문을 존경하며 따른다..."
그렇군.
반세기 전의 인물이기에 딱히 세간에서 회자될만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다시 물었다.
"좋아. 그럼 황연 대장군을 누가 왜 감금했다는 것이냐?"
"현재... 황씨가문 혈육의 비리 의혹 때문에... 황씨 가문의 모든 인물들은 본거지에서 이백 장 이상 나올 수 없는 연금신세이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 금의위와 동창에서 그 분을 납치 감금한 게 확실하다..."
"......!!"
금의위와 동창!
나는 여기서 그 이름이 나올줄은 몰랐기에 흠칫했다. 금의위와 동창은 내 숙적인 복마전의 주구였기에 더 이상 발을 뺄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도리어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들어도 모자랄 것이다.
나는 진지하게 물었다.
"금의위와 동창이 황연을 감금할 이유가 따로 있는가?"
"그것은 모르겠다... 그러나 나 또한 우연히 황씨 일족에게서 구조요청을 받게 되어...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 황궁 사대고수였던 청룡위 이광에게 구출을 의뢰하려 했던 거군."
"그렇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감을 잡을 수가 있었다. 낙양의 명숙이자 전대의 명장인 황연 대장군과 그 일가가 금의위에 의해 감금상태가 되었고, 구출요청을 받은 장경익은 이 일을 해결해 줄 해결사로 청룡위 이광을 선정한 것이다. 그리고 나를 그 전령으로 쓰려고 했으리라.
"이광이 아무 댓가없이 이 부탁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나는 그의 제자를 즉시 내 직속무관으로 추천하겠다고 편지에 썼다... 몇 년 내에 소장(小將)의 직위에 오를 수 있는 특별 추천권을 주는 것이었으며... 또한 이광은 반드시 이 부탁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지?"
이어진 대답은 천금같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다.
"이광은... 황연 대장군과 절친한 사이였다... 그의 스승이 황연 대장군과 원래 막역한 친우였으며... 이광이 군인의 길을 선택한 것도... 황연과의 인연이 큰 작용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
그런 인연이 있었다니!
그렇다면 장경익이 굳이 추천권 운운하지 않아도 이광은 구출의뢰를 긍정적으로 들을 게 분명했다. 아마 추천권을 별첨해 놓은 것은 장경익 개인의 욕심일 것이다. 이광의 제자씩이나 되는 절정고수를 자신의 휘하에 넣을 겸 해서 본인의 이득도 챙기려 했던 걸로 보였다.
' 이 정보는 요긴할 것 같다.'
미호의 말마따나 그냥 편지심부름이나 했다면 이 사실을 알아내는데도 한세월이 걸렸을 게 분명했다. 미호의 매혹술 덕에 적어도 몇 년치의 모험을 단축시킨 것이다. 나는 속으로 미호에게 고마움을 생각하며 계속 질문했다.
"황연 대장군이 감금되어 있는 곳은 어디지? 구체적인 장소를 말해라."
"이 지도에 적혀 있다..."
그렇게 말한 장경익이 품 속에서 편지를 주섬주섬 꺼내서 내게 주었다. 아마도 편지와 함께 근처의 지리가 그려져있는 지도를 같이 넣어둔 듯 했다. 나는 이제 중요한 건 거의 다 물었다고 생각하고는 내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너와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는 중요인사들의 정보를 말해라. 덤으로 현재 정계의 정세와 흐름도 상세히 말해라."
"알았다..."
"덤으로 네가 알고 있는 돈될만한 정보같은 것도."
"알았다."
산동성주와 맞먹는 권력을 가진 숙장이 지니고 있는 정보는 대단했다. 나는 고작해야 반 시진동안 장경익이 이야기한 내용에서, 현재 낙양 정계와 명나라 군부의 정치흐름과 중요인사를 속속들이 알 수가 있었다. 이것은 쉽게 알아낼 수 없는 정보였기에 앞으로의 전생에서도 요긴하게 쓰일 것 같았다.
더 이상 캐낼 게 없다고 생각될 때쯤 나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해적포로들을 인계해 왔는데 그들을 최선을 다해 돌봐 줘라."
"알았다... 최선을 다 하겠다..."
"그리고 너는 내게 편지 심부름을 시킨 것이다. 아, 내 금괴도 돌려줘."
"알았다..."
나는 장경익에게서 금괴 2개를 돌려받고는 말했다.
"미호. 이걸로 끝이야."
내가 미호를 돌아보며 말하자 미호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가락을 튀겼다. 그러자 장경익 장군은 의자에 앉은 채 한결 더 멍청한 표정을 지었으며, 미호는 내 손을 잡아끌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술(術)이 반 식경 후에 풀릴 것이다. 그 때는 조작된 기억이 발현되겠지."
"다행이네."
나는 장군부를 나온 후 미호에게 말했다.
"미호. 저렇게 세뇌해도 부작용같은 건 없는 거냐?"
"딱히...? 네가 자멸명령을 내리거나 저 자에게 큰 거부감을 주는 명령을 시행하지 않았다면 정신에 타격같은 건 오지 않는다. 저 인간은 그저 안개 낀 기억속을 헤매다가 세뇌명령대로 행동하게 되겠지."
"그렇군."
"백웅. 그러면 편지심부름을 하러 청룡무관에 갈 생각이냐?"
"안 갈 수가 없겠군. 이 일로 뭔가를 얻어낼 수 있을 것 같아."
미호가 못마땅한 듯 말했다.
"본녀는 이 일에서 구리구리한 냄새가 많이 나서 끼어들고싶지 않은데 말이다."
"구리구리한 냄새?"
"장경익 저 놈도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대한 음모의 발단이라는 기분이야. 나 또한 귀계(鬼計)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번 일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구나."
"......"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황마저 홀린 전설의 대요괴 구미호가 경고하는 말이었다. 나는 찝찝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나는 고민하다가 말했다.
"좋아. 그러면 우선 무영문에 사람들을 데려다 준 다음에 생각을 하자고."
"흐흥, 그게 낫겠구나."
당장 서두르는 것보다는 조금 시간을 두고 진행하고 싶었다. 내가 청룡무관에 그리 가고싶지 않다는 기분도 한몫 했다.
"아 맞다 미호."
"왜?"
"서문혜한테 함부로 매혹술을 쓰지 마."
"... 알았다."
미호는 뭔가 불만인 기색이었다.
나는 해적포로들을 모아놓은 곳으로 와서 이야기를 했다.
"이제 당신들의 거취 문제가 해결되었소. 장군부의 대합실에 가서 대기하고 있으면 장경익 장군께서 당신들을 돌봐준다고 하셨소. 고향에 돌아갈 자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오."
"오오...!!"
"백웅 소협 만세!! 감사합니다...!!"
해적포로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동했다. 그들은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했을 텐데 누군가가 자신들을 위해서 일해줬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것이다. 내가 그들과 한 명 한 명 등을 토닥거리며 보내줄 때였다.
"은인이시여... 저는 너무 큰 은혜를 입었기에 보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 목숨을 걸고... 비장의 의뢰권을 드리고자 합니다..."
왠 다 늙은 애꾸눈 사내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하는 말이었다. 나는 웃으며 괜찮다고 했으나 그가 별안간 내게 왠 시꺼먼 나무패를 주더니 말했다.
"누구든... 단 한 명... 죽이고픈 자가 있다면... 태산(泰山)의 칠살(七殺) 마을에 이 나무패를 갖고 와 주십시오..."
"......?"
"단 한 명이라면... 그 누구라 할지라도..."
나는 일단 검은 나무패를 받아들긴 했지만 어리둥절해 했다. 저 늙은 애꾸사내는 딱히 무림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무림인이었다면 해적 따위에게 잡혀서 학대당하지 않았으리라. 그런데도 살인의뢰를 장담하는 흑패를 들고다니는다는 게 이상한 것이다.
' 뭐 일단 갖고 있자.'
왠지 이것도 나중에 인연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추 포로들의 처리가 끝나자 남은 것은 여인 10여명이었다. 그녀들은 무영문에 가서 제 2의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은 여인들이었다. 나는 서문혜에게 말했다.
"무영문은 어디에 있소?"
"하남(河南)에 있어요."
"하남에서는 소림사가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거기가 본거지라니..."
"본문은 구차한 청부의뢰 따위를 하지 않으니까요. 마도팔문으로 분류되지만 딱히 마도라고 규탄받을 짓을 한 적이 없습니다. 소림사와도 데면데면한 관계죠."
서문혜의 말에서는 상당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하긴 나도 무영문에 대해서 듣기로는 마도종주로서의 품위같은 걸 느낄 때가 있었다.
그들은 세를 쓸데없이 확장하기보다는 지닌 영토를 지키며 필요한 일만 하면서 사는 듯 했다. 실질적으로는 마도라기보다 정사중간(正邪中間)에 가까운 유파였지만 무영문의 지존인 검마 서문대룡이 다른 마도팔문과 연맹을 맺고있기 때문에 마도로 분류되는 경우였다.
' 대략 여기서 사백 리 길이겠군.'
나는 속으로 거리계산을 해 보았다. 그리고 임신한 여인들이 거기까지 따라가는 건 강행군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대룡상회주를 찾아갔다. 대룡상회주에게 금괴를 한 개 내어주고는 그에게 환전해 달라고 했다.
"마차를 대절할 돈이 필요하다는 거군."
"그렇소."
대룡상회주는 거대한 무역을 취급하는 상인답게 금괴 하나에 일희일비하지는 않는 기색이었다. 단지 묘한 눈으로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역시 소협은 기인이군. 타인을 위해서 돈을 쓸 수 있다니..."
"내가 금괴를 갖고있는 게 놀랍지는 않소?"
"딱히 그렇지는 않네. 자네가 정기태와 군부쪽에 금괴를 풀었던 건 이야기를 들었으니. 다만 임신한 여인들을 위해서 마차를 대절하려는 게 놀라울 뿐이지."
곧 그는 껄껄 웃더니 말했다.
"걱정 마시게. 상인의 양심을 걸고 정가를 쳐서 환전해 주지."
상인의 양심 이라는 말이 불안했으나, 대룡상회주는 기본적으로 내게 호의를 갖고 있는지 확실히 많은 돈을 환전해 주었다. 대룡상회주에게 환전한 것이라서 쓸데없는 후환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그 돈으로 마차 다섯 대와 호위무사 십여 명을 고용해서 하남으로 출발했다.
다그닥 다그닥
마차 안에서 서문혜와 미호가 나와 함께 타고 있었다. 서문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소협... 이 분은 누구신가요?"
미호는 예전에 봤던 절세미모의 미녀로 변해 있었다. 게다가 취향인지 거대한 가슴도 출렁이고 있었다. 외모로만 따지면 서문혜의 수준에 못지 않았기에 내 눈 앞에 꽃밭이 펼쳐져있는 기분이 들었다. 미호가 훗하고 웃으며 말했다.
"반가워요. 저는 백웅의 먼 친척인 미호라고 한답니다."
"친척이라구요?"
나는 급히 끼어들어서 말했다.
"맞소."
"그렇군요. 소협의 친척이라니... 실례했습니다."
"별 말씀을."
그리고 알 수 없는 침묵이 감돌았다. 정말로 불편한 침묵이었다.
' 서문혜는 그렇다치고 미호 저 녀석은 왜 저래?'
나는 왠지 그녀 둘이 살며시 웃는 얼굴로 서로를 노려보는 기분이 들었기에 답답해서 헛기침을 했다.
"험."
"어머 왜 그래?"
갑자기 미호가 내게 풍만한 가슴을 기대며 팔짱을 꼈다. 팔에 따뜻하고 뭉클한 것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가슴골도 다 보이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서문혜가 순간 날카로운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친척치고는 너무 절친하시네요."
미호가 까르르 웃었다.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
"......"
미호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내가 서문혜에게 함부로 매혹술을 쓰지 말라고 경고하자, 이제는 이런 식으로 나를 골탕먹이고 있었다. 나는 미호에게 뭘 잘못한 걸까 생각해 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서문혜가 미호를 보는 시선이 날카로워질수록 괜히 내가 죄를 지은 기분이 들어서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마차가 무영문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5일 뒤였다. 돈을 많이 써서 온 덕분인지 도중에 산적 따위와 싸울 일은 없었다. 이 근처의 치안이 안정적인 것도 한몫 하는 듯 했다. 특히 무영문 근처에 가면 갈수록 무림인처럼 보이는 인간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서문혜가 무영문의 정문에 다가갔다. 그러자 문지기 무인들이 급히 부복했다.
"소문주!"
"돌아오셨습니까!"
서문혜가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그래. 아버님께선 어디 계시느냐?"
"수련을 하고 계십니다."
서문혜에게서는 자연스러운 하대와 함께 위엄이 느껴졌다. 역시 무림 사파종주의 영애인 것이다.
"언제쯤 끝날 것 같으냐?"
"한 시진 전에 들어가셨으니 아마 반 시진 내에 나오시지 않을지..."
"알았다. 저기 데려온 여인들은 내 귀빈이니 별실에서 잘 모시거라. 나는 응접실에서 아버님을 기다리고 있겠다."
"존명!"
그리고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흑의를 입은 무영문 무인들이 다섯 명이나 불쑥 나타났다. 그들은 여인들을 하나하나 별실 쪽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나는 힐끔 무영문 무인들의 무공을 재어봤는데, 놀랍게도 하나하나가 일개 소속무인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무공이 높았다. 모두가 일류 고수였다.
"히이익..."
호위무사들은 겁에 질려있는 기색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목적지가 무영문이라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파 최강문파인 무영문의 본거지에 찾아왔다는 것 자체로 두려워할 만한 일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별 일 없을거라 이야기하고 돌려보냈다.
나는 서문혜 미호와 함께 들어가서 응접실에서 대기하다가 무영문주를 만날 수 있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
굵직한 목소리와 함께 40대 후반의 장년인이 걸어들어왔다. 그의 첫 인상은 맹호(猛虎)라는 것으로, 단순히 사나워보이는 것 뿐만이 아니라 남성다운 굵은 선이 느껴졌다. 그리고 장대한 체구와 기골은 그 자체로 상대방을 압도할 만큼 거대했다. 저런 우락부락한 사내에게서 서문혜같은 딸이 나왔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마주 일어서서 포권했다.
"백웅이라 합니다."
"흐음."
무영문주 검마(劍魔) 서문대룡.
마도팔마의 일 인이자 사파 최강의 고수 중 하나로 꼽히는 그는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말했다.
"정말 대단한 자로군... 어찌 그 나이에 그런 내공을 쌓을 수 있는 것인가?"
나는 내심 놀랐다. 현재 나는 천인봉혈법을 시전해서 외부에 쓸데없는 기가 유출되지 않게끔 해 둔 상태였는데, 검마는 한 눈에 내 내공수위를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 그러고보니 서문혜도 천인봉혈법에도 불구하고 내 무공을 알아챘지.'
무영문의 무공 자체가 상대방의 무공을 감지하기 쉬운 비전(秘傳)을 포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무어라고 대답하려 할 때 옆에 있던 서문혜가 말했다.
"아버님. 이 분께서는 저를 구해주신 은공(恩公)이십니다."
"은공...? 흐음."
서문혜가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암경무투회에 출전한 일, 그리고 4회전에서 패배해서 대법에 금제당해서 해적섬에 보내진 일, 그리고 구출되어서 오다가 마물들과 싸웠던 일 모두였다.
반 시진 동안 묵묵히 앉아서 그 이야기를 듣던 검마 서문대룡이 말했다.
"그렇군..."
이어진 검마의 말에 나는 눈을 부릅떴다.
"그럼 결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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