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67화 (67/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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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伏魔殿)

천우진이 사는 낙양 인근의 마을로 오는데는 약 하루나절밖에 걸리지 않았다. 본래 말로 오면 사흘 정도가 걸리는 거리지만, 내가 망량을 붙잡고 산을 가로질러 넘었기 때문에 거리를 크게 단축시킬 수 있었다.

망량은 뒤에 누워서 헐떡거리며 쉬고 있었다. 너무 빠르게 왔기 때문이다.

"헉.. 허억... 이게 뭔 일이래..."

"미안하오. 그러나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껴야 되서."

"아... 좀 진정됐소. 그나저나 당신은 대체 뭐하는 자요? 내 사제의 일을 알고 있다니."

"잠시 기다리시오."

나는 설명하는 대신 근처의 소나무숲에 가서 천암비서를 묻고 왔다. 어차피 이번에는 금의위같은 추격자도 없을 뿐더러 비교적 빠르게 나갈 게 뻔하기 때문에, 천우진과 쓸데없는 충돌을 없애려는 것이다. 그리고 되돌아와서는 망량에게 말했다.

"너무 일이 급작스럽게 진행되서 당신에게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소. 다만 막야의 천재(天災)를 막고 나면 반드시 설명해 주겠소."

"하아 그럽시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설명해 주지도 않을 것 같군."

투덜거리는 망량을 데리고 천우진이 거처하는 마을로 들어갔다.

그러자 망량에 예전에 들렀던 사당이 등장했고, 나는 거기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보패 오화칠금선을 봉납했던 사당이었다.

사당 앞에는 천우진이 서 있었다. 그는 농사꾼차림을 한 채 의혹어린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심상치 않은 기보(奇寶)를 지니고 있군."

"나는 백웅이오. 당신 사형에게서 이 일을 해결할만한 자가 여기 있다고 해서 찾아왔소."

나는 담담하게 말한 후 허리춤에서 수요검 막야를 빼어들었다.

"이것은 칠요(七曜)의 비보(秘寶)인 막야(莫耶). 내가 이걸 봉인지에서 빼오는데 성공했으나 그 탓에 천하에 거대한 수재(水災)가 몰아칠 것으로 알고 있소. 그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막야의 제단을 마련해서 하늘을 다스리는 의식을 해야한다고 들었기에 천우진 당신을 찾아온 것이오."

"......"

천우진은 힐끔 내 옆에 있던 망량을 쳐다보았다. 망량은 왠지 찔끔하는 기색으로 눈을 돌렸다. 아마도 사제에게 쓸데없는 일거리를 가져온 게 미안해서일 것이다. 곧이어 천우진이 말했다.

"그 검이 내 환술(幻術)을 중화시키고 있군. 현세의 보패라고 할 만한 물건이니 그 물건이 칠요의 비보 막야라는 사실은 믿겠소. 허나 내가 그걸 꼭 도와줘야 할 이유가 뭐지?"

"막야에 응축된 수기는 수천년이나 되기에 곧 천하에 재난이 일어나기 때문이오."

"그런걸 말하는게 아니오. 난데없이 쳐들어와서는 남이 싸지른 똥을 나보고 치워달라는 무례한 놈을 도와줘야 할 이유부터 말해 보시오."

천우진의 말에는 차가운 독설이 스며있었다. 전에도 봤었지만 천우진은 망량과는 아주 다른 성격이었다. 의협이라고 할수도 없고 그저 자기 일과 관계없는 일에는 절대로 끼어들지 않고, 자신이 속해있는 환경을 지키는데만 신경을 쓰는 자였다. 게다가 성격이 아주 냉엄하고 독한 것이다.

' 하긴 저게 정상적인 천재의 모습이겠지...'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허면 당신은 천하 사람들이 수해로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싶은 것이오? 지금 일은 벌어졌고,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소이다."

"말은 맞으나, 애초에 당신이 어째서 칠요의 비보를 봉인지에서 가지고 나왔는지부터 이야기하시오. 그건 당신 개인의 순수한 탐욕(貪慾)이 아닌가? 재앙의 근원이라 한다면 바로 당신의 욕심이 아니오?"

"그 사실은 부정하지 않겠소. 그러나 나는 이 막야가 천하의 평안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될거라고 믿었기에 목숨을 걸고 가지고 나왔소. 내가 정녕 무책임했다면 뒷처리를 하고자 여기까지 찾아오지도 않았을 거요."

나는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천우진과 망량의 눈에 동시에 놀란 기색이 떠올랐다. 나는 간절하게 말했다.

"이렇게 간곡하게 부탁하겠소. 이번 한 번만 도와주시오."

"으음..."

천우진은 인상을 찌푸리는 기색이었다. 그러더니 옆에 있던 망량을 곱지 못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사형께서는 늘 귀찮은 일을 갖고 오시는군요."

망량이 겸연쩍게 웃었다.

"아하하... 미안하군, 사제. 하지만 나도 이 백웅이란 자의 의견에 동감일세. 이 일을 사제가 아닌 천하의 그 누가 처리하겠는가? 금오도(金烏島)도 곤륜산(坤崙山)도 세속의 일에 끼어들지 않으려 하는데."

"그 말은 맞습니다만."

고민하던 천우진이 말했다.

"당신들은 한 시진만 기다리시오. 이 일을 스승께 전하고..."

말을 하던 중 천우진이 갑작스럽게 멈칫했다. 그는 멈춘 채로 뭔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러더니 꺼지듯 한숨을 쉬었다.

"... 아니오, 그냥 내가 하겠소. 사형께서는 기문둔갑의 술수로 제단을 준비하는 일을 도와주시오."

"알겠네."

"제단은 북방(北方)으로 설치하고 태허천존(太虛天尊)의 힘을 빌리겠소."

그리고 망량과 천우진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당 여기저기에 진(陣)을 설치하고 깃발과 기구를 꺼내서 박아넣었다. 아마 이 사당 자체를 제단으로 삼으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멀뚱히 서서 뭘 할지 몰랐는데 천우진이 말했다.

"좀 나가 있으시오. 진의 이해가 없는 사람은 방해가 될 뿐이오."

"언제쯤 완성되겠소?"

"한 시진 있다 오시오."

나는 그 말대로 한 시진동안 이 시골마을을 대충대충 둘러보았다. 마침 할 일도 없었기에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마을은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하는데 그래서인지 농사꾼들은 자기 먹을 논밭만 경작하고 따로 지주같은 게 존재하지 않았다. 원래 이렇게 하면 풍족하지 못해서 배를 곯기 마련인데, 천우진이 살고있기 때문인지 농사물이 늘 풍족하게 수확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객잔에서 간단하게 요리를 시켜먹은 후 되돌아왔다. 과연 한 시진이 지나니 망량과 천우진이 막야의 제단을 모두 설치해놓은 후였다. 내가 막야를 제단 위에 올리자, 어느 새 농사꾼복장에서 도복(道服)으로 갈아입은 천우진이 무섭게 외치기 시작했다.

"무릇 사람이 오행(五行)의 순(順)함을 만나지 못하거나 구요(九曜)가 법도(法度)를 잃거나 또한 형(刑)의 충(衝)함을 만나거나 모든 신살(神殺)을 만나거나 움직임과 상용함이다. 행하고 감출 때 모두 화(和)함을 따르지 못하면 크게는 하늘이 성을 내고 땅이 꾸짖으며 몸을 상(喪)하거나 목숨이 위태롭나니. 모두가 삼관(三官),오제(五帝),사성(四聖),이두(二斗)의 주재(主宰)로 말미암아 명(命)을 돌리게 되나니. 사람의 오행(五行)의 이(利)스럽지 못함과 구요(九曜)가 어지러움을 지음은 모든 많은 신살(神殺)때문이니라.

육신(六神)에게 맡은 일을 명령하여 천관(天官)은 천액(天厄)을 풀게 하고 지관(地官)은 지액(地厄)을 풀게하며 수관(水官)은 수액(水厄)을 풀게 하고 오제(五帝)는 오방(五方)의 액(厄)을 풀게 하며 사성(四星)은 사시(四時)의 액(厄)을 풀게하고 남진(南辰)은 본명(本命)의 액(厄)을 풀게 하고 북두(北斗)는 일체(一切)의 액(厄)을 풀게 하라. 대개 이 삼관(三官),오제(五帝),사성(四星),남두북진(南斗北辰)은 또한 천존께서 부림(可)이 있음이니라.

그러므로 상청(上淸)이라함은 사람으로 하여금 천존의 부림의 펴심이 넓음을 알리고자 함이라. 천지(天地)의 그물(網羅)은 가히 도망할 수 없나니 흉성(凶星)이 다다르면 아울러 소멸시켜야 되나니라. 정성스런 마음으로 천존(天尊)의 명호(名號)를 불러라.

이에 나 천우진은 천존의 힘으로 천지의 재액을 멸(滅)할 것을 천지천상에 고하노니!!"

파아아앗

그 순간이었다. 제단 위에 놓여져 있던 막야에서 환한 황금빛이 흘러나왔다. 갑골문이 선명하게 떠올랐으며, 더불어 막야도 천공으로 솟아올랐다. 막야는 잠시 후 하늘 한가운데에 거대한 빛의 기둥을 만들어내며 꿰뚫었는데, 천우진은 바로 그 때 깃발을 정신없이 흔들며 보법(步法)을 밟는 상태였다.

그것은 망량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는 진법을 보조하는 역할인지 뒤에서 열심히 십이지신(十二支神)의 깃발을 휘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신통력이 역부족인지 도중에 헉헉대면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천우진은 그러거나 말거나 약 72의 보법을 모두 끝마쳤는데, 그 때가 되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쿠르르릉

쏴아아아아 - !!

먹구름이 끼고 꽤 많은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비를 맞고 있던 천우진이 중얼거렸다.

"성공이군."

"이제 된 거요?"

"그렇소. 막야의 수기를 태허천존께 공양하는 방식으로 재액을 떨쳐보냈소. 그 덕에 막야의 주인이 될 당신은 태허천존께 큰 선물을 하나 받게 될 것이외다."

뜻밖의 소리에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선물? 그게 뭐요?"

"그건 나도 모르오. 단지 태허천존은 운명(運命)에 간섭하는 신이기 때문에 거기에 관련되지 않을까 싶소."

그렇게 말하던 천우진이 훗하고 웃었다.

"뭐... 나나 망량 사형도 얻은 게 있지만."

역시 자기한테 뭔가 이득이 되기 때문에 막야의 의식을 진행한 모양이었다. 나는 제단에서 막야를 꺼내서 다시 허리춤에 찼다. 그리고 말했다.

"정말 고맙소. 이 빚은 다음에 언제고 갚겠소."

"그런건 됐고 사형을 데리고 얼른 이 마을을 나가 주시오. 내 스승께서 당신의 존재를 매우 껄끄러워 하시는구려."

"망량선사가?"

"당신이 다시 이 곳을 찾아올 경우 문을 닫아걸겠소. 그럼."

파아앗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나와 망량은 마을 밖으로 나와 있었다. 아마 천우진이 술법으로 우리를 쫓아보낸 모양이었다. 다행히도 마을 밖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으므로, 나는 지쳐있는 망량을 두고 다시 천암비서를 소나무숲에서 찾아왔다.

망량이 말했다.

"것 참 번갯불에 콩구워먹는 속도로군. 이제 당신이 뭐하는 사람이고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건지 설명해 줄 때가 되지 않았소?"

"물론이오."

나는 망량에게 굳이 뭘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전생자요..."

그 동안 전생을 통해서 망량의 의협심과 의리는 충분히 본 상태였다. 게다가 나는 망량이라면 배신당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기에, 이번 생을 버텨가는 동료로써 그와 비밀을 공유할 생각이었다.

이야기를 차분하게 듣던 망량은 꽤 놀라는 기색이었다. 그리고는 생각을 정리하듯 그 자리를 빙글빙글 돌다가, 반 식경이 지나서야 마음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잠깐... 이거 좀 민폐 아니오?! 그럼 당신은 10번째 전생에도 이번처럼 번갯불 콩구워먹듯 나를 다짜고짜 스승님이 있는 마을에 데려올거란 소리 아니오!"

"아... 그렇군."

"아 그렇군이 아니오, 허참 민폐 보게."

혀를 끌끌 차던 망량이 말했다.

"흠 아무튼 그래도 다음에도 나를 데려와 주시오. 보조할 사람은 필요하지."

"알겠소."

"천우진 사제는 오늘 스승님의 명령을 받아서 의식을 주관한 것이니, 다음번에도 해줄 게 분명하오."

"망량선사의 명령이었다고?"

"안 그렇다면 사제 성격에 남의 뒤처리를 해 주겠소? 스승님의 전음이 우리 머릿속에 울려퍼졌소이다. 막야의 재액을 막을 수 있다면 막으라고 하는 명령이었소."

"그렇군."

나는 그리고 또 궁금한 점을 물었다.

"아까 천우진이 이번 의식으로 당신 사제들이 얻은 게 있다고 하던데."

"태허천존은 자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자들에게 충분한 은혜를 베풀기로 유명한 신이오. 당연히 보물의 주인인 당신뿐만 아니라, 나와 사제도 기연을 얻었소. 사제는 아마 봉인(封印)되어서 익히지 못하고 있던 고대의 술수를 알게 되었을 것이고, 나는 술법의 재능이 한단계 해금된 느낌이 드는구려."

"......!!"

"으하하, 고맙단 말을 해 두겠소. 나도 이제 초중급의 술수에 입문할 수 있을테니."

망량은 싱글벙글한 웃음을 지었지만 나는 거기에 신경쓸 정신이 없었다.

' 신이 축복을 내린다고? 그게 정말로 있는 일이란 말인가?'

내게 있어서 좌도방문의 술수라는 건 그냥 좀 신기한 술법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인간을 초월한 신적인 존재가 진짜 존재하고, 그게 인간에게 신통력을 부여한다는 건 꽤 황당하기까지 했다.

"나는 술법을 익히지 않았는데 태허천존의 선물이라니..."

"음... 그건 나도 알 수가 없소. 하지만 나쁜 것은 아닐테니 그냥 평소처럼 살아가면 될 것이오. 당신이 험하고 궂은 모험을 한다면 굉장한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

그런가.

나는 이번 일을 일단 넘기기로 했다. 더 생각해봤자 답이 나오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상황이 일단 정리되자 망량에게 말했다.

"그럼 진랑곡으로 데려다주겠소. 갑자기 이렇게 데려와서 미안하오."

"아, 좋소. 가면서 할 얘기도 있고."

다그닥 다그닥

진랑곡으로 가는 길에는 크게 서두를 필요가 없었으므로 역참에서 말을 빌려타고 갔다. 말을 타고 가는 동안에 망량이 말했다.

"아까 당신이 했던 말 말인데, 내 생각에는 당신이 지금 당장 청룡무관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소."

"그게 무슨 말이오? 나는 아직 뇌신류를 다 익히지 못했는데."

망량이 고개를 저었다.

"힘을 쌓는 건 중요하지만 그게 어째서 쌓는건지 알아보는 것 또한 중요하지 않겠소? 어차피 당신의 스승이었던 이광이 흑야문이란 곳으로 무사수행을 보낸 것은 당신의 실전경험을 늘여주기 위해서였소. 당신은 뇌신류에서 이미 기초를 다 배웠으므로 이번 생에는 강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당신만의 수행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군."

"......"

"지금 상태가 어설프다고 했지 않소? 그러면 독자수행으로 그 어설픈 상태를 탈출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게 아니오."

"흐음."

"게다가 당신은 현재 금의위가 어디서 뭘하고 있으며 어떤 걸 노리고 있는지조차 모르지 않소? 그것부터 알아내지 않으면 힘을 쌓아봤자 시간낭비를 할 뿐이겠지."

망량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확실히 이대로 청룡무관에 죽음을 무릅쓰고 들어가봤자 몇 년동안 기초수행을 하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차라리 강호를 돌아다니면서 내가 익힌 비기를 더 숙련시키는 게 시간적으로는 더 단축될 가능성이 있다. 나중에 뇌신류의 전승자라고 찾아가더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이다. 되려 어린나이의 전승자가 과하게 비기를 터득한 상태보다 의심을 덜 사게 될 것이다.

게다가 금의위의 움직임을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는 망량의 말은 핵심을 꿰뚫고 있었다. 지금은 그저 심증으로 금의위가 인신공양을 포기하고 칠요를 찾고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무엇하나 확실한 게 없다. 적의 움직임을 알아보지 않으면 안 된다.

며칠 후 나와 망량은 진랑곡에 도착했다.

"으허허 집이다!"

간만에 집에 돌아와서 좋아하고 있는 망량에게 나는 말했다.

"여기 이번 일의 보수요."

그리고 나는 망량에게 흑백련 뿌리 하나씩과 금괴 2개, 그리고 막야를 내밀었다. 망량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반문했다.

"이건 뭐요?"

"이 흑백련은 극양의 기운을 품고 있는 것으로써 달여먹으면 천년설삼에 못지 않은 내공의 증진을 볼 수 있소. 그리고 이건 금괴 2개이며, 막야를 갖고 수행하면 당신의 술법능력이 더욱 증진될 것이오."

"......!!"

그리고 덤으로 발해의 은빛 봉황조각을 넘겨주었다.

"덤으로 부탁이 있는데 여기에 숨겨져있는 비밀 좀 해석해 주시오. 막야는 쓸만큼 쓴 다음에 내게 돌려주시오. 그럼 나는 강호에서 무사수행을 하러 가겠소."

망량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나를 불러세웠다.

"잠깐, 잠깐, 잠깐!"

"왜 그러시오?"

"당신 나한테 이렇게 막대한 기연을 줘도 되는거요?! 뭐 아깝다던가 내가 뒤통수 칠거라던가 그런 생각은 안 하는 거요?!"

"그야 나한테는 지금 별 필요가 없는 것들이니까. 흑백련을 먹어도 이제 내 내공은 별로 진보가 없는데다 금괴는 아직도 많이 갖고있고, 지금은 막야로 술법수행을 하는 것보다는 내 무공을 진보시키고 싶소."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오. 나와 당신은 며칠 전에 처음 본 사이인데 이렇게 막 퍼줘도 되냐 이 말이오."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망량은 힘이 빠져라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하아... 물론 이 선물은 고맙소. 나는 사양하지 않고 잘 쓸 거요. 하지만 알아두시오."

"뭐를 말이오?"

망량이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당신에게 있어서 나는 몇 번이고 죽음의 위기를 함께 헤쳐온 동료겠지만, 나는 당신을 며칠 전에 처음 보았고, 그저 낮도깨비같은 기인(奇人)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소. 그런 나에게 당신의 동료로써 받아달라고 해도 내게는 너무 부담스러운 일이란 말이오."

"......"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망량의 말대로였다. 확실히 망량의 입장에서, 전생자라는 내 말을 사실로 믿는다고 하더라도 너무나 갑작스러울 것이다. 나는 망량에게 씻을 수 없는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그걸 기억하기는 커녕 '겪은 적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말했다.

"뭐라 할 말이 없군. 내 자기만족이라고 할 수밖에..."

"후우... 당신도 참 어렵게 사는 인간이군. 하긴 그러니까 아직 정신이 멀쩡한 건지도."

망량이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그럼 이러는 게 어떻겠소? 다음부터 나를 만날 때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해 두시오."

"미래를 위한 투자?"

"나는 이래봬도 꽤 계산이 철저한 속물인지라, 당신이 그렇게 한 마디 해 주면 받은 선물만큼의 일을 해주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할 것이오. 그리고 언젠가 당신이 거대한 적을 마주쳐서 조력자가 필요할 때 받은만큼 일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지."

망량이 빙긋 웃었다.

"그걸로 서로간에 쓸데없는 마음의 빚을 지지 않게 되는 것이오."

그렇군.

이것 또한 망량 나름의 배려구나.

동시에 나는 앞으로 내가 전생하면서 인간을 대해야 할 태도를 알 수가 있었다. 무작정 내 기억에 의존해서 친절을 베풀기 보다는, 거리를 조금 두고 거래관계로 대하는 편이 나았다. 몰인정해 보일 수는 있지만 그게 되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되는 것이다.

나는 망량에게 포권했다.

"좋소. 그럼 나는 몇 년 후가 되든, 당신에게 오늘의 보수만큼의 댓가를 받으러 오겠소. 당신은 그때 내 동료가 되어 주시오."

"알겠소."

나는 그렇게 진랑곡을 떠나오게 되었다.

내 마음속에는 정해진 하나의 목표가 정해져 있었기에 쉴 틈이 없는 것이다.

내 나름대로의 무사수행!

' 아직 뇌영보 천주살과 천뢰인은 완전한 게 아냐. 실전속에서 다듬으면서 좀 더 숙련시켜야 돼. 그리고 충분한 경지가 되었다고 여겨지면, 그 때 청룡무관을 찾아가자.'

그리고 동시에 이번에는 내 나름대로의 세력이나 정보망을 만들려는 시도를 해 보고 싶었다. 남은 흑백련 2뿌리와 금괴를 이용해서 세력을 만드는 '연습'을 해 보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굉장한 숙련도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나는 한시바삐 용인술과 조직운용을 배워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 작품 후기 ============================

약간 내용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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