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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59화 (59/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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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伏魔殿)

저벅 저벅

진소청이 앞장섰고 내가 뒤따라서 종남파의 건물을 올랐다. 사형은 미친듯이 백의검객을 패는 와중에도 대련당이 어딘지 대충 감을 잡은 건지 망설임이 없는 기색이었다.

"이야아압! 끄윽."

곳곳에서 종남파 제자들이 튀어나와서 우리에게 칼을 날렸으나, 사형은 크게 움직이지 않고 말 그대로 무영권(無影拳)처럼 그들을 일 격에 기절시켰다. 손만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건 분명히 지금의 나로써는 흉내낼 수 없는 고명한 권술(拳術)이었다.

' 뇌운강권, 뇌운유권. 뇌신류에서 가르치는 2개의 권법 중 어느 쪽이지?'

나는 그런 사형의 신위(神威)를 하나라도 더 눈에 담아두려고 관찰했지만 잘 알 수가 없었다. 뇌신류에서 가르치는 권법은 크게 강권과 유권으로 분류되는데 사형의 움직임은 그 틀에 속박되지 않았다. 물론 어느 쪽을 배우더라도 뇌운장(雷雲掌)은 필수적으로 배우게 되지만 적어도 사형의 권법에서는 일대종사(一代宗師)의 자유로움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이 꼬맹이가!!"

가끔씩 한두 놈이 나를 노리고 검을 휘둘러 왔다. 나는 놈들을 힐끔 쳐다보다가 비슷한 짓을 해보려고 했다.

' 그러니까 이렇게 발권(拔拳)을...'

권에 살짝 기를 넣은 채로 빠르게 뿌리는 것을 따라하려고 시도해 보았다.

꽈과광

"꺄아아아아악!"

"어머니이이이 - !!"

갑자기 천둥 터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직전에서 주먹을 멈췄지만 내 주먹에 실린 권압(拳壓)때문에 종남파 제자 3명이 하늘을 훨훨 날아갔다. 나는 만일에 주먹을 멈추지 않았으면 내 내공때문에 저 자들이 잘 다져진 고기조각이 되었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으익..."

나는 약간 당황했다. 언제 내 권에 이런 위력이 붙었단 말인가?

앞에서 가던 사형이 말했다. 저렇게 화딱지가 나서 죄다 깨부수는 중에도 냉정한 면이 있는 듯 했다.

"사제는 아직 뇌신권(雷神拳)의 단계에 이르지 못했으니 자중하게. 지금 사제의 절세무비한 내공을 함부로 사용했다가는 반드시 사망자가 나올 걸세."

"뇌신권요?"

"그렇네. 사제는 아직 듣지 못한 모양이지만, 뇌운강권과 뇌운유권을 모두 일정수준 이상으로 익히게 되면 뇌신권에 입문하게 되지. 그때는 자신의 내공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게 되어서 보다 섬세한 전투가 가능해진다네."

뇌신권!

새로운 권법!

"이 개자식들! 감히 본산을 침범해서 잡담이나 하고 있다고?!"

쐐액

내가 그 설명을 흥미롭게 듣고 있을 때, 건물 앞에서 휘리릭 하고 한 명의 신형이 날아들었다. 그는 종남파의 일대제자급으로 보이는지 상당한 실력자 같았다. 기도로 따지면 일류고수에서도 상위급, 절정 초입에 들어가는 자일 듯 했다. 그가 전력을 기울여서 천하삼십육검(天河三十六劍)의 검로를 떨쳐내는 모습은 가히 살인적인 검기의 빗방울 같았다.

촤아앗

하지만 진소청은 그 짧은 순간에 다시 한 번 뇌영보의 비기, 천주살을 펼쳤다. 고작해야 일곱 걸음의 변화였지만 그는 아슬아슬한 간격을 타고 그 모든 검기(劍氣)를 가볍게 피한 것이다. 그리고는 그 종남파 일대제자의 팔을 꺾고 바닥에 꿇려앉혔다.

쿠웅

"크아아악..."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자의 실력은 세간 무림에서 보았을 때 당당히 일류로 행세해도 될 정도인데 저렇게 쉽게 제압해 버리다니? 나도 저 자를 이길 수는 있겠지만 저렇게 쉽고 깔끔하게 제압할 순 없을 것이다.

"물론 보다시피 뇌영보의 비기까지도 익혀야 뇌신권에 입문할 수 있지. 손과 발은 항상 따라다니는 것이니."

과연 그런 거군. 나는 진소청의 친절한 설명에서 앞으로 내가 익혀야 할 것의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었다. 이광은 그냥 지금 눈앞에 보이는 과정을 하라고만 하고 설명을 안 해주기에, 지금의 조언은 금과옥조처럼 느껴졌다.

"이... 이 놈들... 장로분들께서 반드시 복수해줄 것이다."

그러자 진소청은 씨익하고 웃었다. 그 호쾌한 웃음에서 겁대가리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가?"

진소청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진소청의 시선에서 뭘 할건지 깨달은 종남파 제자가 비명을 질렀다.

"으, 으아아, 그만둬!"

그러더니 그 자의 꺾은 팔을 강제로 들어서는 대련당이라고 짐작되는 건물에 던져 버렸다. 어찌나 세게 던졌는지 바람소리가 부숴질 정도였다.

콰과광!

그의 몸뚱이가 인간포탄처럼 되어서 문을 깨부숴 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건물 안쪽까지 쳐박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화끈하게 다 저질러버리는 진소청의 모습을 보자 황당해서 할 말이 없었다. 구파일방에서 '한바탕' 하겠다는 건 거짓말도 허세도 아니었던 것이다.

저벅...

우리는 넓은 대련당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인간포탄이 되어서 날아와 대련당 한가운데 기절해 있는 종남파 제자의 모습이 보였고, 정좌하고 앉아있는 10여 명의 고수(高手)들이 보였다. 그들은 바깥의 소란에도 불구하고 묵묵하게 앉아서 침입자인 우리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안광(眼光)을 마주치는 순간 섬뜩한 살기를 감지했다. 동시에 말이 아니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 진짜 절정고수들! 강하다!'

바깥에서 덤벼들던 놈들은 아무리 강해봤자 일류에서 절정으로 넘어가는 턱걸이 수준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앉아있는 중늙은이들은 하나같이 철혈문의 장로를 떠올리게 하는 강대한 기세를 흘리고 있었다. 이들 하나하나가 강호무림에서는 진정한 절정고수로 대접받을 만한 진정한 달인(達人)들 이리라.

진소청도 그런 사실을 느꼈는지 잠시 멈춰서서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가장 가운데에 앉아있던 초로(初老)의 노인이 우묵한 눈을 들어서 진소청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기력은 굉장히 출중한 것이라서, 바깥에 있던 어중이떠중이와는 차원이 다른 무서운 실력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청룡무관의 이름은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무서움도 익히 알고 있다. 허나 아랫놈들이 공연히 혈기가 앞서서 그대들에게 실수를 저지른 모양이군. 정중히 모셔오라 했거늘..."

진소청 사형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렇게 면피할 생각이든 아니든, 나는 오늘 종남파의 현판을 떼 가려고 왔소."

"후후후... 청룡(靑龍)의 제자라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지. 허나 우리는 목숨을 걸고 싸우기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어."

그렇게 말한 그 초로의 절정검객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자리에 있는 종남파 십대장로(十大長老)가 덤비면 자네의 목숨을 빼앗는 건 가능하겠지만 청룡의 원한을 지게 되겠지. 화산파와 황산파의 일이 정리되지 않았는데 그건 너무 위험한 일."

종남파 십대장로!

그들이야말로 종남파가 천하무림에 자랑하는 10인의 절정고수였다. 또한 이런 고수를 10여명이나 보유하고 있기에 종남파가 구파일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나는 등허리에 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설마 십대장로와 정면으로 대치해서 기를 겨루는 상황이 될 거라고는, 이 산을 오를 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 자가 자신의 검(劍)을 뽑아서 진소청에게 겨누며 말했다.

"이렇게 하지. 진소청 자네의 처음 요구대로 비무(比武)를 하고, 그 결과에 현판을 걸도록 하겠네. 대신 그대들이 비무에서 지게 되면 우리의 요구를 들어줘야겠어."

"......!!"

나는 일이 예상밖의 상황으로 흘러가는 걸 알 수 있었다. 방금 전 냉엄하게 축적되었던 살기를 보면, 이 자리의 종남파 십대장로는 틀림없이 진소청과 나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그래서 꼼짝없이 10명이나 되는 절정고수의 합공을 받아서 죽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야기하는 걸 보니 상당히 큰 양보를 해주고 있는 게 아닌가? 보통 문파에서는 이렇게 문하제자들이 개박살나고 건물까지 부숴진 상황이면 침입자와 사생결단을 내야 정상인데, 하물며 구파일방인 종남파가 일부러 양보를 하는 상황인 것이다.

' 뭔가 이상해. 종남파가 쫄고 있는 건가?'

진소청이 말했다.

"좋소. 당신들의 요구는 무엇이오?"

"자네들이 지면 우리 종남파의 제자가 되어줘야겠네. 그것도 평생."

"......"

"왜 그런가? 나쁠게 없을텐데?"

여유를 부리는 종남파 장로였지만, 진소청은 툭하고 내뱉듯이 대꾸했다.

"우리를 하급제자로 받아들여서 스승님의 명예에 모욕을 줄 생각이군."

그 장로는 노회한 너구리같은 인물인지 되려 껄껄 웃었다.

"으하하하... 놈과 정면으로 싸우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제자를 빼앗긴 치욕을 어찌할 수는 없을테지. 안 그런가?"

"그다지 좋은 제안이 아니구려. 나는 종남파 따위에게서 배울만한 게 없는데."

파지직

그 순간 장내의 공기가 한층 무거워졌다. 진소청의 말이 십대장로를 자극했는지 살기가 한층 강하게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류 이하라면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나가버릴지도 몰랐다. 그러나 진소청은 태연히 버텨내더니 말했다.

"... 하지만 받아들이겠소. 대결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생각이오?"

"간단하네. 삼판 이선승제. 세 판 중에서 먼저 두 판을 이긴 쪽이 승리하지. 자네의 꼬맹이 사제를 내보내도 무방하고, 자네가 연속으로 출전해도 상관없어."

"알겠소."

"휴식시간이 필요하니 반 시진 후에 시작하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게."

그리고는 십대장로가 바깥으로 나가 버렸다. 아마 엉망이 된 문하제자들을 추스리고 돌볼 시간이 필요한 것이리라. 나와 사형은 대련당에 덩그러니 앉아서 그들을 기다리는 상황이 되었고 종남파 제자 한 명이 우리에게 따뜻한 차를 가져 왔다. 하지만 나는 차를 보지도 않고 진소청 사형에게 말했다.

"사형 어쩔 생각입니까? 이건 미친 짓이라고요."

"뭐가 말인가?"

"종남파에서 현판을 걸고 내세우는 고수라니... 그런걸 어떻게."

나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철혈문에서 당주의 패배도 싫어서 장로를 내보내기까지 했을 정도로 무림인들의 명예에 대한 집착은 깊었다. 하물며 구파일방의 현판을 걸고 하는 비무라니! 거기에 임하는 대표자라면 틀림없이 종남파에서 세 손가락에 드는 고수인게 분명한 것이다.

사형은 씨익 웃더니 말했다.

"이기면 돼. 그게 바로 무림의 법칙이지."

"맞는 말씀입니다만 그게 참 어려워서 말이죠."

"그러는 사제야말로 그렇게 두렵진 않은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이라면 덜덜 떨고 있을텐데 아까부터 사제의 눈에는 두려움보다는 귀찮음이 더 강하게 감돌고 있어."

"......"

"그래야 내 사제지."

흐뭇해하는 진소청을 보면서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하긴 이렇게 말하는 나 자신도 별로 두렵거나 하진 않았다. 종남파 고수들이 아무리 덤벼들더라도 웅혼한 내공으로 다 떨쳐버리고 튈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이번 전생이 꼬여서 무술을 전수받기 힘들어질까봐 걱정될 뿐이었다.

"삼판이선승제이니, 사제가 먼저 나가는 게 좋겠네."

"네?!"

"아직도 모르겠는가."

진소청은 벽에 느긋하게 기대어앉으며 말을 이었다.

"이번 비무행은 처음부터 사제의 실전경험을 늘려주기 위해 계획된 것이야. 사제는 단순한 수련보다는 실전(實戰)에서 더 큰 향상을 얻는 경향이 있으니, 종남파의 고수들과 상대하며 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걸세."

그제서야 나는 이 어처구니 없는 구파일방 정면도전 비무행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사실 귀찮은 것을 극도로 꺼리고 냉담한 구석이 있는 삼절 이광이, 둔해빠진 나를 가르치다가 신경질이 나서 속성수련을 시키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그는 내가 실전에 강하다는 걸 알아차리고 비기의 전수와 동시에 실전비무행을 겪게 하려는 듯 했다.

"그런거 치고는 현판떼기가 걸립니다만..."

"그건 떼 갈 거야. 종남파 놈들 건방지니까."

"......"

"아무튼 마음 편하게 먹게. 이 정도는 스승님 기준으로 별로 어려운 수행도 아닐세."

어려운 건 대체 어떤 걸까.

나는 궁금했으나 물어볼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당장 삼판이선승제에서 선발로 나간다고 치면 내 상대는 틀림없는 절정고수(絶頂高手)일게 뻔했다. 그것도 비무를 핑계로 팔다리 정도는 가볍게 회칠 마음가짐이 되어있는 살기어린 종남파의 절정고수다. 나는 머리를 휘휘 저었다.

"하아... 갈 길이 멀군요."

"걱정 말게. 사제는 할 수 있어."

"아뇨 별로 하고싶지는 않은데."

진소청이 싱긋 웃었다. 무언의 압박이 담겨 있다.

"그래도 해야지! 하하하."

"하하하하하..."

이렇게 된 이상 별 수 없다.

어차피 죽음을 각오하고 수련하기로 했으니, 이번 전생이 꼬이는 한이 있어도 최선을 다해서 실전경험을 얻어가는 게 나을 것이다. 나는 철혈문에서 목이 베였을 때의 기억 때문에 이런 비무행이 왠지 껄끄러웠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딱 반 시진이 지나서, 종남파 십대장로들이 우르르 몰려서 들어왔다. 그들은 이쪽을 향해 정식으로 비무의 예를 갖추듯 대검식(對劍式)을 취했다. 그리고 그들이 마치 한 목소리가 된 것처럼 말했다.

"종남의 명예를 걸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겠소."

진소청 또한 질 수 없는 듯 마주 일어서서 대례를 했다. 나도 엉겁결에 같이 대례를 취했다.

"청룡무관의 명예를 걸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겠소."

사아아 -

기세가 중간에 부딪혀서 중화되었다. 십대장로들은 기세를 내뿜어서 진소청을 누르려 한 듯 했으나, 내 기운이 도중에 끼어들자 의외라는 기색이었다. 외견상 십대 어린아이가 자신들과 맞설 정도의 힘을 내뿜는게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십대장로 중 한 명이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나왔다.

"나는 종남파 십대장로인 진수(晉洙)라 하오! 비무의 첫 시합에 임하도록 하겠소."

척 봐도 강해보였다. 청수한 외모에 전반적으로 잘 닦인 몸, 그리고 절정검객 특유의 검기(劍氣)가 느껴졌다. 모르긴 몰라도 철혈문의 제일장로인 귀영검객 진평에 비교해도 쳐지지 않는 고수일 것이다. 물론 철혈문주는 귀영검객의 실력이 종남파 장로보다는 한수 위라고 자평한 적이 있었지만 그게 어느정도 객관적일지는 모른다.

진수 장로는 무거운 눈빛으로 진소청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의 실력은 정말 나이에 걸맞지 않게 출중하구려. 허나 본인은 최선을 다 하겠소."

그러자 진소청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당신의 상대는 내가 아니오."

"뭐라고?"

"내 사제가 당신을 상대할 것이오."

저벅

나는 끌려나오듯 대련장 위로 걸어나갔다. 이 자리에는 종남파 십대장로 뿐만이 아니라 비교적 상세가 멀쩡한 종남파 제자들도 다수 관전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눈빛에는 하나같이 경악이 떠올라 있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 온다.

나는 그 눈빛이 신경질 나서 진수 장로와 일 장 거리에서 정면으로 포권했다.

"청룡무관의 사범, 백웅이오. 비무의 첫 시합에 임하도록 하겠소."

"......"

그러자 진수 장로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그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지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이 놈들이 장난하나!!! 어디 이런 핏덩어리를 내 상대로 내놓는다는 말인가?!"

진소청은 별다른 말도 하지 않고 내게 눈짓을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검(劍)을 뽑았다. 진수 장로는 내 투기(鬪氣)가 고조되는 것을 느끼자 빠르게 자세를 다잡았는데, 나는 그에게 나직이 말했다.

"장난으로 보이나? 그럼 그렇게 생각하던가."

"......"

쿠구구구궁

내가 검을 중단세로 든 채로 내공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자동으로 검에 천뢰인이 덧씌워지며 빛을 발했고, 동시에 대련장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 내공이 대기에 영향을 주면서 유형화된 내공이 마치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진수 장로는 급히 검기를 끌어올리며 대치했으나 이윽고 내 기세가 급격히 증대되자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이, 이, 이럴수가...?"

그는 제대로 자세를 잡고도 내공의 압박에 짓눌려서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무려 세 걸음이나 뒷걸음질을 하다가 안되겠다 싶었는지 정신을 집중했는데, 그의 표정에는 이미 당혹과 절망감이 감돌고 있었다. 불가해한 수준에 가까운 내 엄청난 내공을 느끼고 경악했기 때문이리라.

나는 그대로 검을 휘둘러서 천뢰인을 뻗었다.

콰과과과광!!

동시에 뇌영검법의 검로가 전광(電光)처럼 새겨지더니 그 자리에 있던 모든 것이 부숴져 나갔다. 진수 장로는 급히 종남파의 검법을 펼쳐서 막아내려 했으나, 그것은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화경으로 흘려내기에 내 검술은 충분히 헛점을 막아두었기에, 진수 장로처럼 어설픈 실력으로는 방어가 불가능한 것이다.

쿠웅

진수 장로의 전면에서 육중한 타격음이 나더니 그의 몸이 허공으로 둥실 떠올렀다. 무려 2장을 훨훨 날아가던 진수 장로에게 내가 재차 덤벼들며 뇌영검법을 펼치자, 그는 이를 악물고 절정의 검기를 뿌렸다.

콰칭! 콰칭!

"으오옷."

검염(劍炎)이 실린 검기의 소나기가 마치 쏟아지듯이 내게 덮쳐 왔다. 나는 핏대를 올리며 연속해서 뇌영검법으로 그 변화의 가지를 쳐내려 했지만, 역시 종남파의 장로라서인지 전부 쳐내는 건 한계가 있었다. 대신에 나는 힘으로 밀어붙이기로 마음먹고는 다시 삼연참(三蓮斬)을 가했다.

콰앙

장렬한 폭음이 울렸다. 반쯤 죽기살기로 동귀어진의 기세로 검을 내뻗자 진수 장로는 별 수 없이 방어를 해야 했는데 그것이 내 노림수였다. 그는 방어를 할 때마다 명백히 피폐해진 안색이었고 기력이 빠져나가는 듯 했다. 검광(劍光)이 대련장을 수놓으며 그 때마다 몇 장이나 되는 크기의 충격파가 터져나오자 주변에서 관전하던 종남파 제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아, 안돼. 도망쳐!"

일반 제자들은 건물이 무너질것 같자 당황해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한 내 천뢰인이 여기저기를 동강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뇌전의 칼날이 여기저기를 누비는 가운데 죽을 힘을 다해서 버텨내는 진수 장로의 모습만 남았다.

그렇게 순식간에 50초가 흘러갔다. 진수 장로가 간간히 역공을 가하며 검기의 신묘함으로 나를 농락하려 했지만, 이광과 대련할 때 보았던 현란함에 비교하면 우스울 지경이었다. 나는 허실을 간파하며, 충실하게 그가 방어를 할 수밖에 없는 구도로 몰아넣었다.

내공의 차이는 적어도 20여 배 이상. 한 점 한 점을 내려칠 때마다 진수 장로가 전력을 다해서 방어하지 않으면 그는 즉시 폭사(爆死)하리라.

그러던 중 나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고, 반바퀴 돌면서 크게 검을 내리쳤다.

콰광

"으아아악..."

진수 장로는 결국 내 마지막 공격을 피해내려다가 되려 허를 찔려서 멀리로 튕겨 날아갔다. 마지막에 아마 기공으로 보호를 했으니 큰 부상은 없겠지만 기절한 건 확실해 보였다. 나는 가까이에 가서 확인한 후, 검을 검집에 거두었다.

철컹

"일 승(一勝)."

이걸로 나는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절정고수를 상대로도 무난하다는 사실을.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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