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55화 (55/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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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伏魔殿)

나는 삼절 이광에게 내가 지금까지 뇌신류의 다른 제자였으며, 아주 어린 나이일 때부터 뇌신류를 수행해 왔다고 밝혔다. 보통이라면 몇 년 되지 않는 사이에 이정도 경지를 쌓아올렸다는 사실을 의심할수도 있겠지만 그는 내가 반로환동급 고수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내공이라는 부분은 천년설삼을 먹었다는 사실을 솔직히 말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삼절 이광이 내 맥을 짚었다.

그리고는 침음성을 흘렸다.

"천년설삼은 정말 엄청난 영약이군. 전신의 세맥이 거의 뚫려 있고 천령단(天靈丹) 직전이라니."

천령단?

나는 처음 듣는 단어에 고개를 갸웃했으나 그는 그 이상은 설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말했다.

"너와 나는 동문(同門)이다. 네가 나를 다시 스승으로 섬길 마음이 있다면, 이 자리에서 내게 구배지례(九拜之禮)를 행해라."

"네."

나는 망설이지 않고 구배지례를 했다. 그의 밑에서 모든 것을 습득하기 위해서 수십 년의 각오를 하고 이 자리에 왔기 때문이었다. 아홉 번의 절이 끝나자 이광이 말했다.

"일어나거라. 이제부터 나는 너의 스승이며, 뇌신류를 마저 전승해 주겠다."

"네."

"백웅. 이미 네 스승에게 들었을 테지만 뇌신류는 다인전승(多人傳承)이자 경천(驚天)의 무문(武門)이다. 너는 앞으로 가능성이 높으니 성실하게 수련하여 뇌신류의 극(極)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해라."

"알겠습니다."

나는 이번에는 뇌신류의 역사를 따로 묻지 않았다. 삼절 이광에게 공연히 의욕만 앞서서 많은 질문을 하다가 위화감이 들키기라도 하면 골치아프기 때문이다. 대신에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 예전에는 이광이 나의 현천신공(玄天神功)의 힘에 대해서 묻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아무 언급도 하지 않은 것일까?'

설마 눈치채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일부러 말하지 않는 것일까?

나는 예전에 현천도인과의 인연으로 현천신공의 진기도인법을 배웠는데, 그게 내 몸에서 막대한 내공과 섞이면서 따로 신공의 힘을 거느리게 된 적이 있었다. 이후로도 영약을 먹고 지속적인 내공수련을 하면서 현천신공도 발달해 왔다. 그런데 이광은 현천신공의 연원을 따로 캐어묻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지레 겁먹어서 그걸 털어놓는 건 더 바보짓이었다. 삼절 이광의 의도가 어느 쪽이든간에 그가 나를 죽이고자 했다면 이렇게 귀찮은 짓을 할 이유가 없다. 나는 마음을 굳게 먹으며 말했다.

"저는 뇌신류의 무예를 배우려 찾아왔습니다. 각오하고 왔습니다."

"각오라, 좋은 말이군."

삼절 이광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부터 너는 나의 직전제자이며, 진소청을 직계사형으로 모셔라. 네 실력으로 보아 우선 사범(師範)의 직위를 줄 것이고, 당분간은 내게 일대일로 배우도록 해라."

"네."

그러더니 그는 깜박한 듯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 소청이가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했는데."

우연히도 나는 예전과 같은 날에 입관한 모양이다. 지금쯤이면 진소청 사형은 남궁환의 부탁을 받고 그와 약혼녀를 호위해주기 위해서 조가장으로 가있을 것이다. 아마 조금 있으면 조가장주의 도움을 받아서 비밀리에 탈출할 것이다. 물론 그 탈출은 십수 명의 일류고수들에게 따라잡히고, 함곡관을 앞둔 장소에서 피치못할 싸움을 하게 된다.

나는 말했다.

"제가 어찌하면 좋을까요?"

삼절 이광이 잠시 생각하다가 손을 저었다.

"아니... 되었다. 알아서 들어오겠지. 너는 오늘은 이만 쉬러 가거라."

"네."

예전의 나는 '사형을 직접 보고 싶다'라는 말로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었다. 그렇기에 삼절 이광은 내가 사형을 데리고 오는 임무를 맡긴 적이 있다. 그 때는 남궁환을 직접 볼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내가 주도적으로 나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번에는 나서지 않기로 했다. 이 시점에서 진소청의 실력은 이미 일류고수 떼거리에게 당할 수준이 아니다. 가만히 놔둬도 마치 양떼 사이를 누비는 늑대처럼 모조리 때려죽일 수 있으리라. 실제 역사가 그랬기 때문이다.

' 시간과 기력을 조금이라도 아끼고 싶다.'

어차피 앞으로는 죽기살기로 수련을 하게 될 것이다. 공연히 여기저기를 돌아다녀서 기력을 빼고싶지 않았다. 게다가 진소청의 실력이라면 질리도록 알고 있기에 굳이 신위를 재감상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방일. 백 사범을 숙소로 안내해라."

"네, 관주님."

나는 방일의 안내를 다시 받아서 사범에게 주어진 별실(別室)으로 향했다. 방일은 나를 안내하면서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불신의 기색으로 나를 힐끔거리는 기색이었다. 예전과는 달리 함부로 내게 멱살잡거나 으름장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방일정도 되는 수련생이라면 이광쯤 되는 절정의 무림인이 누군가를 사범으로 둘 때는 그에 상응하는 실력이 있다고 하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게 괜히 시비를 걸었다가는 본전을 못 찾을 거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사범님. 여기가 별실입니다. 편히 쉬십시오."

방일의 말투는 공손하게 변해 있었다. 첫 번째 입관에서 진소청 총사범의 제자이자 수련생이란 직위에서는 방일이 비벼볼만한 여지가 있었지만, 관주가 직접 임명한 직계사범에게는 당연히 존댓말을 쓰면서 상전으로 모셔야 했다. 근성있게 고수를 노리는 방일로써는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나는 별실의 편한 침상에 누워서 생각했다.

' 내숭같은 건 필요없어. 내일부터 바로 전력으로 간다.'

원래라면 내 경지가 아이라서 조금 딸리는 마냥 연기를 할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삼절 이광이나 진소청에게 지도받아서 느낀 게 있었지만, 그들에게 어설픈 기만은 통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이해하고 생각하는 경지를 솔직하게 부딪히면서 노력하는 쪽이 훨씬 나았다.

다음날 아침에 진소청이 돌아왔다. 그는 새로운 사범으로 왔다는 나를 대면하자 밝게 웃었다.

"내게 새로운 사제가 생겼군! 잘 부탁하네 백웅 사제."

"네, 사형."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몇 년이고 이 인간과 겨루고 배우다보니, 사실 삼절 이광보다 더 스승처럼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다만 그런 기색을 너무 드러내면 좋지 않으므로 나는 약간은 냉담하게 내 감정을 숨겼다.

그리고 수련이 시작되었다.

삼절 이광은 나를 일대일로 지도하는 첫 날부터 대련(對鍊)을 하기로 했다. 진소청과 했던 목창 대련은 아니었고 목검(木劍) 대련이었다. 이 장의 거리를 두고 마주선 상황에서 삼절 이광이 정반신을 가리는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들어와 보거라."

"하압!"

나는 힘을 아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삼절 이광이 세간에 알려진 평가보다 몇십 배는 강한 고수라는 걸 이미 알기 때문이었다.

파지직

순식간에 내가 익힌 뇌령(雷靈)의 경지가 폭출했고, 반사신경과 속도가 급증했다. 목검에는 시퍼런 뇌령지기가 감돌았는데 여기에 맞으면 일류고수급 금의위라도 상반신이 통째로 날아가버릴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내 몸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앞으로 쇄도해 나갔다.

쉬쉬쉬쉭

뇌영보(雷影步)를 연환해서 밟으며 마치 거울을 미끄러져가듯이 순식간에 삼연참(三連斬)을 행했다. 2번째 입관에서 수련할 때보다는 나아졌다고 자평하는 연환공격이었다. 내 신형이 뇌영보의 효과를 받아서 한층 가속했고, 그 속도 때문에 땅바닥에 잠시 불꽃이 꼬리처럼 흐를 정도였다.

화아악

"......!!"

하지만 나는 공격해 들어간 모든 공격이 종이 한장 차이로 흘려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또한 이광은 단순히 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느 새 검기점혈(劍氣點穴)로 나를 공격해버린 것이었다. 보이지도 않았는데 검기를 이용해 침투경을 걸 수 있다는 경지는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이게 뇌영검법인가?

나는 그가 이미 검법을 초월한 어떤 무초식의 경지에 발을 담궜다는 걸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풀썩

나는 그 동안의 전생에서 쌓았던 실전경험이 무색하게 고작 오 초만에 쓰러지고 말았다. 점혈을 해혈(解穴)하려고 노력하려는 내게 삼절 이광이 말했다.

"백웅아."

"넵."

"너의 내공과 초식은 세간의 평범한 무림인들에게는 잘 통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뜻(意)이 담겨있지 않으니, 천하제일의 내공이 무색하게 고수를 제대로 맞추기가 힘들 것이다."

"......"

나는 이 소리를 처음 듣는 게 아니다. 삼절 이광이 내게서 가르침을 놓기 전까지 몇십 번이고 들었던 소리였다. 나는 수련을 시작한지 하루만에 그때와 같은 출발선상에 다시 도달한 것을 느꼈다. 즉 삼절 이광이 바로 이 순간 내 실력을 확실히 객관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 그래. 그리고 예전에는 도저히 저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결국 허송세월 했었다...'

나라고 할짓없이 놀았던 게 아니다. 저 말을 듣고 뜻(意)이란 무엇인가, 념(念)이란 무엇인가 머리가 부숴져라 생각했다. 그리고 계속 칼을 휘둘렀지만 도저히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남은 2년동안 진소청에게서 필사적으로 가르침을 구했으나 그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나는 그 상태로 금의위의 일에 휘말려서 낙양으로 보내졌던 것이다.

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뭐가 말이냐?"

"사실 스승님께 찾아오기 전에 어떤 대단한 고수와 겨룬 적이 있엇습니다. 저는 지금처럼 모든 내공을 발휘해서 순간적으로 속도와 힘을 끌어올렸는데, 그 때도 지금처럼 그 자에게 모든 공격이 읽히고 농락당했습니다. 제게는 아마 천하제일의 내공이 있을 텐데도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내가 말하는 것은 금의위 총령과의 사투(死鬪)였다. 아무리 그가 황궁제일의 고수이며 초절정고수라고 하지만 그 때 나는 너무 쉽게 농락당했었다. 심지어 그 자가 세 수를 접고 상대했는데도 칼날이 손가락에 부러지는 굴욕을 당했던 것이다.

"흐음..."

삼절 이광이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내 말에 진실성이 있다고 판단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는 대답해 주었다.

"네가 그런 자와 겨루고 살아남았다는 게 행운이구나. 잠시 그 자와의 대결을 반추해 보도록 하자."

"네."

"생각나는대로 그 때의 전투흐름을 내게 말해 보거라."

나는 총령과 싸웠을 때의 내 초식전개와, 총령이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빠르게 피했는지를 최대한 기억해 내었다. 그리고 약 한 식경에 걸쳐서 서툴게나마 더듬더듬 설명했다. 너무 조잡해서 내심 창피했지만 삼절 이광은 고수라서인지 다 알아들은 것 같았다. 생각을 정리하던 삼절 이광이 말했다.

"그 자는 대단한 고수임에 틀림없다. 그 자가 사용한 기술은 이형환위(移形換位)라는 무학의 초절정 수법이지."

"이형환위?"

"세상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수법이지만, 바로 이런 것이다."

쉬쉬쉭!

"......!!"

나는 눈을 부릅떴다.

놀랍게도 삼절 이광의 모습이 한 순간에 둘로 나눠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내 눈에는 똑똑히 2명의 이광이 보였으니 분신술(分身術)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삼절 이광은 그 상태로 내게 전음을 보냈다.

[ 어떠냐. 둘 중 어떤 게 진짜인지 판단할 수 있겠느냐?]

나는 눈에 기(氣)를 집중해서 살폈다. 하지만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

"... 모르겠습니다."

슈욱

삼절 이광의 신형은 다시 하나로 합쳐져 있었다. 그는 의자에 걸터앉아서 말을 이었다.

"이건 분신술같은 도술이 아니다. 기(氣)의 잔영(殘影)을 남겨서 상대방을 농락하는 기술인데, 단순히 몸뚱이의 빠르기에 의존하는 자들일수록 이형환위에 헛점을 노려지기 쉽다. 왜냐하면 이형환위의 밀도(密度)는 대개 거의 균등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시력으로는 진체(眞體)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지."

"저... 저도 이형환위를 쓸 수 있을까요?"

"물론 쓸 수 있다. 네 내공으로 펼칠 수 없는 무공수법이란 이 세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지."

"문제라고요?"

스스스스

그의 신형은 순식간에 4개, 8개, 16개로 늘어나며 연무장을 가득 채웠다. 놀랍게도 하나하나가 시간을 멈춘 것처럼 모두 다른 자세와 장소에 있었다. 나는 그 환영 속에서 진짜 이광이 어딨는지 알아내는 게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리고 갑자기 검지손가락이 예고없이 내 등을 꾹하고 누르는 게 느껴졌다.

"헉..."

나는 등골에서 벼락이 쏟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만일에 그의 손에 조그마한 단도라도 들려져 있었다면 나는 이 순간 꼼짝없이 죽었으리라.

"전혀 알 수가 없었지? 그건 네가 눈으로 기(氣)를 보려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의 숙련도가 어설퍼서는 평생 가도 이형환위를 습득하는 건 불가능해."

"눈으로 보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눈에 내공을 집중하면 상대방의 기가 보이는데."

"이형환위가 바로 그 헛점을 노리는데서 출발한 무학(武學)이란 소리다. 기라고 하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물체가 아니기 때문에, 달인(達人)이라면 뜻대로 움직여서 환영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 그리고 초절정급 이상의 전투에서는 그 허실(虛實)이 당연한 듯이 강제된다."

"......!!"

그 말대로라면, 나는 초절정고수와 상대하면 지금처럼 손도 발도 못쓰고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인가? 내가 놀라고 있자 삼절 이광이 연이어서 설명했다.

"내가 보기에 너는 뇌신류의 기초가 아주 잘 닦여 있다. 네 전 스승의 가르침이 훌륭했다는 뜻이겠지.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응용기와 상승단계의 전투법을 중심으로 가르쳐 주도록 하겠다."

"네!"

나는 꿈에도 그리던 것을 전수받는다 생각하자 감격스러워졌다. 예전에는 삼절 이광이 며칠정도 열정적으로 설명하다가 내가 못알아듣자 시들해져서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가 좀 더 직접적으로 내 경지를 파악한 것 같았고 조언도 자세하게 나올 것 같았다.

"우선... 첫 번째 수련이다."

이어진 말에 나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네 장기는 뇌영검법 같으니, 뇌영검법을 십만(十萬) 번 펼쳐라."

"십만 번이요?"

"그래. 그것도 내가 보는 앞에서."

상승단계의 전투법과 말도 안되는 초식의 반복시전은 무슨 관계가 있는가 - 나는 속에서 궁금함이 북받쳐 올랐지만 억지로 입이 열리려는 걸 참았다. 예전에 나는 궁금한 걸 더 생각해보지도 않고 바로바로 삼절 이광에게 물었는데, 그 때마다 그는 굉장히 싫은 표정을 지었었다. 그가 보기에는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무성의해 보인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즉 삼절 이광이 제대로 나를 가르치게 하기 위해서는, 일단 한계까지 내 머리로 생각하면서 토가 나오게 노력하려는 정신자세가 필요하다. 나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하겠습니다."

나는 그 날부터 뇌영검법을 죽어라 반복해서 펼치기 시작했다. 혼자 수련할 때도 뇌영검법의 초식을 펼치며 헛점을 되짚을 때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죽자사자 미친 반복수련을 한 적은 없었다. 삼절 이광이 팔짱을 끼고 나를 지켜보고 있다가, 도중에 초식이 틀리거나 하면 그 때마다 목도로 나를 때렸다.

빠악

"정신 차려라. 누가 대충 펼치라고 했느냐? 정석으로 배운 뇌영검법을 똑바로 펼치란 말이다."

빠악

"그렇다고 느적거리라고 한 것도 아니다. 온 정신력을 집중해서 빠릿빠릿하게, 최대한 빠르게 펼쳐라! 정확하고 빠르게!"

"으윽...!!"

나는 그 날 하루종일 약 사천 오백 번의 시연을 거듭했는데, 끝날 때쯤에는 전신이 피멍이 들 것 같았다. 무의식적으로 내공으로 방어하지 않았다면 아마 보통 사람이라면 수십 번 죽고도 남았을 것이다. 삼절 이광이 그것까지 감안해서 적절한 초죽음으로 만들었다는 게 찝찝했다.

그리고 그 날의 수련이 끝나고 방 안으로 들어갈 줄 알았으나 - 야밤중 자시(子時)가 되자 갑자기 삼절 이광이 다른 사람을 불러 왔다.

"진소청. 네가 감시해서 십만 번을 다 펼칠 때까지 쉬지 못하게 해라."

"알겠습니다, 사부."

"여섯 시진동안 지켜보다가 사범 두 명과 차례로 교대해라."

"네."

그렇게 말한 진소청은 대신 의자에 앉았고 삼절 이광은 잠을 자러 들어갔다.

' 쉬지 못한다고?'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

삼절 이광이 말했던 십만 번은 - 먹고자고 쉬면서 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한 순간도 쉬지 않은 채] 십만 번을 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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