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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伏魔殿)
나는 황산에서 사는 동안, 이 지역에 세 종류의 독사(毒蛇)가 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실제로는 좀 더 많겠지만 내가 확실히 서식지를 알고 특징을 기억하는 건 세 종류였다. 5번째 전생에서 망량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그는 말했다.
[ 그건 흑두사(黑頭蛇), 청사(靑蛇), 둔비사(遁肥蛇)로군. 그렇다면 그 중에서 흑두사를 많이 잡으시오.]
[ 이유가 뭐지?]
[ 청사는 독이 거의 없는 물뱀이고, 둔비사는 강한 독을 지닌 뱀이지만 독성이 제한적이라서 수용성(水鎔性)으로 만들 수가 없소.]
나와 망량은 그 때 신경독(神經毒)을 만드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광신도가 끓어넘치는 마을을 제압하기 위해서 우물에 독을 푸는 작전을 구상했고, 나는 그걸 위해서 망량에게 신경독 제조법을 배웠던 것이다.
그리고 망량은 덤으로 이야기했었다.
[ 흑두사의 독은 적당한 맹독이자 신경독이고, 그걸 폐쇄적인 장소에서 발생하는 염독(焰毒)과 혼합하면 더없이 강렬한 신경독이 완성되오. 그걸 하루밤낮에 걸쳐서 물에 녹일 수 있다면 수용성 신경독이 발생하는 것이지.]
[ 염독? 그건 뭐요?]
[ 독에는 단순히 신경독만 있는게 아니라 여러가지 종류가 있소.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한 균(菌)이라는 게 존재하는데, 그 중에서도 세균(細菌)이라는 건 동물의 독과 이질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소.
세균 중에서는 우리가 호흡하는 대기(大氣)를 아주 싫어하는 놈이 있는데 바로 부패독(腐敗毒)이란 것이오. 이것은 아주 강력한 독성을 지니고 있어서 왠만한 동물독을 가볍게 능가하오.]
[ 시독(屍毒)이란 걸 말하는 건가?]
[ 크게 다르지 않소. 단 시체에서 발생하는것과 달리 인위적으로 채취하는것도 가능하오. 바로 썩은 음식물이나 동물의 변에서 말이오. 이것들은 통칭해서 학자들이 염독(焰毒)이라고 부르오. 시독이라고 부르는 건 무림인들이나 하는 말이지.]
거기까지 설명한 망량이 말을 이었다.
[ 흑두사 10여 마리의 독이라면 아마 200명 단위를 마비시킬 정도는 될 것이오. 만일에 신경독을 더 강화하고 싶다면 그걸 모아서 내게 갖고 오시오. 내 공방에서 부패독과 혼합시켜서 빠른 시일내에 강화된 수용성 신경독물을 만들 수 있소.]
[ 완성된 독은 얼마나 강력하오?]
[ 굉장히 강할 것이오. 신경 그 자체를 기절시킬 수 있어서 이따금 도사들의 청화(靑化)의식에 사용될 정도요. 잘 쓰면 피부의 노화를 늦출 정도이니, 얼마나 강력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소.]
망량이 훗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 굳이 염독이라고 이름지은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소? 인간의 영혼을 태울 정도로 강한 독성이라고 해서 그렇게 붙인 거요.]
나는 반드시 흑두사 10마리 이상을 잡아서 뱀피를 호리병에 짜넣어야만 했다. 왜냐하면 지금은 인신공양을 막아내기로 마음을 굳혔기 때문이다. 게다가 망량에게도 반드시 찾아가야만 하는데, 나 혼자서도 신경독을 만들 정도의 지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망량의 공방이 필요했다.
혐기성(嫌氣性)의 세균을 생존시키기 위해서는 자연계의 일반적인 보존법으로는 힘들었다. 망량은 평소부터 독술에 관심이 많은지 오두막 뒤쪽에 특수한 공방을 마련해두었고, 거기에 각종 독을 만들어놓고 있었다. 그 시설을 빌리면 아마 손쉽게 혼합형 신경독을 완성시킬 수가 있으리라.
쉬쉬쉬쉭!
나는 기를 끌어올리면서 빠르게 황산의 봉우리 주위를 훑었다. 내가 알고 있는 흑두사의 서식지에 찾아가서 바위 밑, 계곡 근처를 천천히 뒤졌다. 때로는 풀숲에 숨어있기도 하기에 꼼꼼하게 찾아보았다.
' 있군!'
나는 흑두사가 시꺼먼 대가리를 쳐들고 나를 경계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땅에 있던 조그마한 자갈을 차올려서 놈을 기절시켰다.
파악
그리고는 기절한 흑두사를 익숙하게 자루에 집어넣었다. 사실 황산에서 혼자 살던 시절에 뱀사냥꾼에게 이런저런 요령을 배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전문 뱀사냥꾼 정도는 아니지만 한 사람 몫을 할 정도는 된다.
나는 그 날 하루종일 황산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흑두사를 사냥했다. 그러자 총 6마리가 잡혔고, 나는 잡힌 뱀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면서 놈들의 독주머니를 살폈다. 독주머니가 보이자 거기를 째서 독을 짜내었다. 흑두사는 독주머니가 생존기관과 직결된 뱀이 아니라서인지 독주머니를 잘라도 살아있을 수 있는 듯 했다. 독을 다 짜낸 후에는 흑두사들을 방생해 주었다.
쉬리릭 하고 꽁지빠져라 도망치는 흑두사들을 보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원래는 뱀고기가 맛있어서 이따금 구워먹었는데, 망량의 말대로라면 뱀은 기생충덩어리라서 함부로 먹을 동물이 못된다는 것이다. 다행히 내 심후한 내공으로 기생충을 태워버렸지만 어쨌든 먹으려면 멧돼지 쪽이 훨씬 낫다.
흑두사의 독을 짜내는 작업은 다음날 오후가 되어야 끝났다. 나는 어제까지 포함해서 총 15마리의 흑두사에게서 호리병에 독을 짜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독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아서 호리병의 절반도 차지 않았지만, 이 정도 양이 있으면 충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망량에게 가기 위해서 황산을 나서서 아랫마을로 가려고 할 때였다.
쉬쉬쉭!
"기다리시오!"
"......"
나는 산봉우리에서 내려와 아랫마을로 가는 길목에 황색 옷을 입은 무인들이 잔뜩 몰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검을 패용한 채로 나를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선두에는 출중한 무공을 지닌 자들이 4명이나 서 있었다.
나는 그 4명 중에서 냉천검 공재의 얼굴이 섞여있자 대번에 상황을 알아챌 수 있었다.
' 이런... 황산파 고수들이구나.'
그것도 황산파 장로 4명에 문내제자가 총출동했다! 숫자로 보아서 이 자리에 모여있는 게 황산파 전력의 7할 이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리라.
놈들은 나를 찾기 위해서 황산 72봉을 모두 뒤지느니, 사람들이 거주하는 아랫마을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기로 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들이 기다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무방비로 걸려든 셈이었다. 나는 짐짓 선두에 서 있던 자에게 전음을 날렸다.
[ 무슨 일인가? 나는 황산파 유람을 끝내고 가려고 하는데.]
"백련교의 호교사자는 총 3명이 존재한다 들었소. 실례지만 귀하의 별호성명을 알고 싶소이다."
[ ......]
나는 일이 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백련교 호법사자라고 뻥을 친 걸 알아냈을 리는 만무하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정체를 캐어묻는다는 건 좋지 않다. 왜냐하면 저 놈들은 내가 백련교 호법사자라고 생각하는데도 불구하고 한판 떠볼려고 찾아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백련교 호법사자의 별호같은거 내가 알 게 뭔가? 나는 불쾌한 척 크게 전음을 날렸다.
[ 어이가 없군! 너희는 강호유람객을 이리도 겁박하려 드는가?]
쿠르르릉
전음은 나지막한 음성을 기로 전환해서 원하는 상대에게 들리게 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 기를 더더욱 증폭시켜서 장내의 모두에게 들리게끔 했다. 굉장한 내공이 소모되는 기술이었지만, 그 덕분에 이 근처에 한줄기 광풍(狂風)이 휩쓸고 지나가며 황산파 제자들을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우우욱!"
"괴, 굉장한 내공..."
황산파 제자들은 비틀거리면서 나를 두려워하는 기색이었다. 그런 제자들을 곱지못한 눈으로 바라보던 황산파의 장로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와서 포권을 했다.
"본인은 황산파의 장로인 소정검(蘇貞劍) 마뢰(摩磊)라고 하오. 실례지만 우리가 귀하의 정체를 물으려 하는 것은 저희 장문인께서 백련교 호법사자를 꼭 개인적으로 뵙고싶어 하시기 때문이오."
[ 개인적으로? 어처구니 없는 소리! 나는 황산파와 볼 일이 없다.]
"끄응..."
그 때였다. 소정검 마뢰라는 황산파 장로는 잠시 눈치를 살피더니 내게 몰래 전음(傳音)을 보내는 것이었다.
[ 풍신류(風神流)의 일을 말씀하고 싶다 하셨소. 꼭 부탁드리오.]
"......?!"
나는 깜짝 놀랐다. 난데없이 예상치도 못한 단어가 출현했기 때문이었다.
' 풍신류라고?'
풍신류!
그것은 뇌기(雷氣)를 기반으로 무기술을 발달시킨 뇌신류와는 달리 풍운(風雲)의 힘으로 발달한 무예를 말하는 것이었다. 백련교에 존재하던 각종 무파(武派)중에서 뇌신류와 당당히 경쟁하고 있었던 무예이니 틀림없는 절정무술이다.
하지만 그것은 뇌신류와는 달리 끝까지 교주편에 서서, 뇌신류를 숙청할 때도 한몫 했다고 들었었다. 그렇기에 삼절 이광은 풍신류의 인간을 보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는 편이었다.
난데없이 황산파의 장로가 풍신류를 언급하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다만 상황을 보니, 황산파의 장로는 백련교 호법사자라면 [당연히] 풍신류를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게다가 그 말을 꺼내면 당연히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것은 황산파와 백련교, 풍신류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확실히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내가 침묵하고 있자 소정검 마뢰는 마음이 달았는지 추가로 전음을 보내 왔다.
[ 호법사자 중에는 풍신류의 달인(達人)이 있으시다 들었습니다. 만일 그 분이시라면 교주께선 꼭 뵙고 싶다 하셨습니다. 깊은 인연이 있다 하지 않습니까?]
나는 뭔가 일이 재밌게 흘러가는 걸 깨달았다.
' 즉, 황산파 장문인은 풍신류를 익힌 백련교 호법사자와 밀접한 관계라는 뜻이군. 그것도 초청에 당연히 응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렇다면 이 대열도 나를 공격하기 위한 게 아니라 최대한 성의있게 데려오기 위한 것인가?'
나는 이대로 그들을 따라가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몸을 빼려면 언제든 뺄 수 있을 것 같았고 풍신류와 백련교, 황산파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억지로 자제심으로 억누르며 말했다.
[ 미안하지만 나는 볼 일이 있어서 한가하게 그를 만날 시간이 없다. 다만 내 일이 끝나고 나면 그와 만나볼 생각이니 기다려라.]
[ 언제쯤 오실 수 있겠습니까?]
나는 일부러 성질 내듯이 전음을 보냈다.
[ 내가 굳이 그걸 말해야 하나? 그냥 기다리라고 해!]
[ 아... 알겠습니다.]
소정검 마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납득하는 기색이었다. 그리고는 옆의 장로 세 명과 뭔가 속닥속닥 거리더니 제자들에게 외쳤다.
"돌아간다!"
황산파 문인들은 횃불을 일렁이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먼 발치에서 이 광경을 바라보던 마을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서 웅성거렸지만, 나 또한 여기에 오래 머물 생각이 없었기에 빠르게 신형을 띄웠다.
파앗
나는 활공하듯 어둠을 날면서 생각했다.
' 황산파와 풍신류가 관계가 있다고? 이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거지?'
갑작스러운 정보 때문에 머리가 혼란스럽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하나의 단서를 잡았으니, 이번 인신공양을 틀어막은 후에 천천히 접근해도 늦지 않다는 사실이다. 나는 나중에 몰래 황산파에 잠입해서 장문인만 보고 갈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 어쩌면 또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에이 몰라."
나는 고개를 흔들며 경공을 더욱 가속시켜서 산봉우리를 넘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시간을 아껴서 망량에게 가는 것이었다. 시간을 남기면 남길수록 내 계획이 성공할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당장 이 일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집중력을 분산시킬 수는 없었다. 황산파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잠을 아껴가면서 달린 결과, 나는 며칠 지나지 않아서 망량의 거처인 진랑곡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그 동안 잠을 꽤 설쳤기에 정신이 몽롱할 정도였고, 잠시 진랑곡이 객잔에 앉아서 체력과 정력을 회복했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머리가 깔끔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이다.
아침 일찍 망량의 거처로 올라가자 그는 이번에는 평상에 누워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저만치에 다 먹은 밥상이 있는 걸 보면 밥먹고 나서 느긋하게 쉬는 중인 듯 했다.
"야이~ 야이야~ 어떻게 할까요~"
"......"
"조용히~ 그건 모르게~ "
나는 인기척을 불쑥 드러냈다.
"망량."
"흐이이인뭐아자티기나므아느히?!"
망량은 그야말로 심장 떨어질 것처럼 놀라며 기괴한 소리를 냈다. 발작하듯이 당황하는 망량이 진정하는데는 약 반 각의 시간이 걸렸다. 망량은 시뻘개진 얼굴에 가슴을 탕탕 치며 콜록거렸다. 그는 겨우 안색을 정상으로 되돌리며 말했다.
[ 나는... 진무대제의 영통력을 받은... 망량선ㅅ....]
"아니 됐다니까. 그거 다 알고 있소."
"......"
뻘쭘하게 흑운술과 변성술을 거두는 망량이었다.
' 흠, 이제 어쩔까...'
나는 그에게 지금까지처럼 그대로 말해볼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서는 왠지 이야기가 진전되지 않을 것 같았기에, 이야기를 다르게 꺼내보기 시작했다.
"망량. 당신은 만일에 이런 일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소?"
"어떤 일 말이오?"
나는 마치 내 일이 아닌 척, 내가 겪었던 광신도와 마물의 일을 구구절절 이야기 했다. 한참을 듣던 망량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내가 당신이라면 우물에 독을 풀 것이오."
"나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소."
그리고는 흑두사의 독을 짜낸 호리병을 망량에게 건넸다.
"여기 15마리의 흑두사의 독이 들어 있소. 당신이라면 이걸 염독(焰毒)과 혼합해서 수용성 신경독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오."
"......!!"
망량은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 그는 호리병을 받아들고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당신은 대체 누구요? 독술(毒術)에 매우 정통한 거 같은데, 어떻게 나를 알고 찾아온 것이오?"
"중요한 건 그런게 아니오. 내가 말했던 참극(慘劇)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반드시 일어날 일이고, 나와 당신은 그걸 막을 수 있다는 것이지. 그 자들은 똑같은 짓을 또 하려고 하고 있소."
"으음."
"당신이 나를 도와줄 수 있다면 이걸 모두 주겠소."
쿵.
나는 동시에 촌장 집에서 가져온 은금고를 내려놓았다. 은괴 1개를 여비로 사용했지만 이 자체의 가치만으로도 왠만한 보물에 못지 않았다. 상자를 열어서 은괴를 확인해본 망량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얼떨떨한 목소리로 말했다.
"으음... 보수로는 충분하군."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소?"
"아마 하루... 넉넉잡아서 이틀정도 걸릴 것이오."
"알겠소. 나도 별채에서 기다리지. 숙박비는 따로 내겠소."
"......"
그 때였다. 망량은 갑자기 나를 불러세웠다.
"잠깐."
"왜 그러시오?"
"나도 그 마을까지 따라가겠소."
망량의 말에는 확실한 의지가 깃들어 있었기에, 나는 망량의 말에 깜짝 놀랐다.
"안되오. 거긴 굉장히 위험한데, 무공하나 익히지 않은 당신까지 돌봐 줄 여유가 없소."
망량이 고개를 저었다.
"흠... 아니오. 그 반대같소."
"반대같다니?"
잘 보니, 망량은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번 일에 명백히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왠지 당신의 말을 듣고 보니, 나라면 당신이 발견하지 못했던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소."
"그게 대체 뭐요?"
"그냥 직감일 뿐이오."
망량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나로써는 그냥 이 돈을 받고 안전하게 여기 있어도 무방하지. 선택은 당신 몫이오."
나는 고민했다.
과연 망량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그를 참극의 마을에 데려가도 될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좋아. 잘 부탁하오."
밑져야 본전이다.
그리고 망량이라면 뭔가 알아내 줄 것이라는 무형의 신뢰가 내 선택을 뒷받침한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