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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27화 (27/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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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위(錦衣衛)

나는 현천도인을 따라서 태정관(太正館)으로 향했다. 현천도인의 움직임은 사뿐사뿐 낭비가 없었는데, 저것이 무당파의 비전경공술인 제운종(濟雲從)의 효과인가 싶었다. 태정관에 도착하자 도관의 전경이 보였는데 대략 5~6명이 모여서 수련함직한 평범한 크기의 건물이었다.

내부제자들은 현재 보이지 않았다. 현천도인에게 물어보자 그는 말했다.

"그 아이들은 지금 상황설명을 위해 무당 본산으로 보냈네. 어제 보냈으나 아마 늦어도 아흐레 후에는 돌아올 수 있겠지."

"도인의 제자들도 무당파 진산무공을 익혔을 텐데 사교 토벌에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현천도인이 고개를 저었다.

"자네가 마물(魔物)을 보면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을 게야. 그건 어설픈 자들이 숫자로 감당할 수 있는 놈이 아닐세. 희생양이 늘어날 뿐이라고 보네."

"......?"

"내 제자들은 수양한지 오래되지 않아서 일류경지를 넘는 아이가 없네. 앞으로 무당파의 동량이 될 아이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순 없지."

달그락

현천도인은 방에 들어와서는 차를 내어왔다. 차 냄새가 아주 향긋한 것으로 보아서 고급 차인 것으로 보였다. 그는 앉아서 차를 가볍게 음미하며 말했다.

"결론적으로 마물과 광신도를 조종하는 그 피리의 괴인(怪人)만 토벌하면 될 일."

"흠... 그 자도 무공(武功)을 익혔습니까?"

현천도인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게 참 애매하다네."

"애매하다뇨?"

"나는 그 자들이 조종하는 마물과 광신도 때문에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네. 목숨을 걸면 접근할 수는 있었지만 너무 위험부담이 커서 그냥 물러나고 말았지. 그 자의 무공은 확인해보지 못했다네."

"......"

언뜻 우스워보이는 대답이었지만 나는 상황이 약간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광신도들이 광폭화되어서 전투력이 향상되었다고 하지만, 절정고수는 절정고수다. 현천도인이라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경공술로 파고들어서 적의 수괴에게 검기를 날리는 게 가능해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피리괴인에게 칼을 대어보지도 못했다는 것은, 광신도와 마물의 세력이 만만치 않다는 걸 의미했다.

' 음... 발을 잘못 담궜나...'

하지만 그 때는 그 때다. 이렇게 특이한 일은 자주 겪을 수 있는게 아닌데다가, 왠지 이번 일을 지나쳐버리면 큰 실수를 하는 거라는 직감이 든 것이다. 나는 곰곰히 생각한 후 이상한 점을 질문했다.

"그 괴인은 남자입니까 여자입니까? 그리고 목적이 뭐랍니까?"

"그 자는 피리만 불고 있었고 인간의 형체만 확인할 수 있었네. 말 따위는 한 마디도 하지 않더군."

"도인께서 그 마을에 잠입한지도 상당한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지금 마을은 어떻게 되어있을까요."

"... 상상하기도 싫네. 다만 내가 들어갔을 때는 이미 마을 전체가 광기에 빠져있었으니, 이제 와서 다를 건 없겠지."

"......"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을 필요성이 느껴졌다. 첫 잠입때 이미 피칠갑이 되어서 산 채로 심장을 끄집어내는 인신공양의 과정이었다면, 지금은 인간의 시체가 길거리에 널려있고 인육먹는 자들이 돌아다녀도 이상하지 않다. 나도 잔혹한 것에는 익숙하지만 갑작스레 그런 광경을 맞이하면 정신이 황폐화될지도 몰랐다.

' 아, 그러고보니.'

나는 뻔한 질문이 아니라 중요한 점을 알아챘다. 그리고 현천도인에게 의견을 말했다.

"사교라고 하는 건 일단 종교라서, 자신들을 숭배하는 자들을 늘려서 교세(敎勢)를 확장하려는 게 목적 아닙니까? 그런데 현천도인께 자신들의 정체가 들켰다는 걸 알게 되었을텐데도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는 걸까요?"

현천도인이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정말 중요한 걸 지적해 줬군. 나도 며칠간 그걸 신경써서 마을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그들을 감시했으나, 마을을 나오는 인간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네. 일부러 이 산의 정상에서 안력을 돋우며 출입자를 감시했으나 변화가 없었어."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피리의 괴인이 뭔가 꾸미고 있군요."

"그렇지. 그 자가 내 신분을 짐작했다면 머지않아 토벌대가 꾸려질 거라는 사실을 짐작했을게야. 그런데도 세력을 일으키거나 창궐시키지 않는 거라면... 아마 마을 내부에서 더욱 흉악한 사술(邪術)을 준비하고 있을 게야. 더 사악한 술법으로 힘을 쌓던가, 그게 아니면 더욱 흉맹한 마물을 만들어내고 있겠지."

"시간을 끌수록 좋지 않군요."

"그렇네."

나는 아무리 급박하다지만 현천도인이 무당파 비전무공의 유출을 감수하면서 나를 끌어들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현천도인이 아무리 정파의 명숙이고 인맥이 좋아도 절정고수급 존재는 천하에서 그리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또한 그런 자들을 하루아침에 끌어들이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서, 현천도인으로써는 나에게 걸어볼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였다.

나는 차를 한 잔 마셨다. 따끈한 차가 목넘김이 좋아서 마음이 안정되었다.

"그런데 마물 마물 하시던데 그게 대체 뭡니까? 그건 도대체 어떻게 생긴 것이고 어떤 힘을 가지고 있죠?"

"그걸 참... 설명하기가 힘들군. 잠깐 생각 좀 정리하겠네."

현천도인은 골똘히 생각했다. 그러더니 근처의 탁자에서 지필묵을 꺼내왔고 천천히 붓을 들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는 망량에게 시서화(詩書畵)의 기초를 배운 적이 있기에 현천도인이 그림그리기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생긴 놈이었네."

한참동안 그림을 그리던 현천도인은 약 한 식경이 지나서 그림을 완성했다. 나는 완성된 그림을 보자 할 말을 잊고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도대체 이게 무엇인가? 이렇게 생긴 게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흐물거리는 고깃덩어리와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온몸이 부글부글 끓는 거품덩이로 이루어진 것 같아보이며 그 표면상에 무수히 많은 눈알이 떠올라 있었다. 또한 마치 수백개의 손처럼 생긴 촉수(觸手)가 할랑거리며 돋아나 있다. 현천도인이 내 표정을 보자 한숨을 쉬었다.

"실물은 더하다네. 또한 굉장히 커. 산해경(山海經)에서도 본 적이 없는 끔찍한 마물이네."

"이런 게 여러마리 있다고요?"

"총 세 마리였네. 그러나 움직임이 매우 빠르고 힘이 강력했으며 검격(劍擊)이 잘 통하지 않았어. 몸뚱이가 유동(流動)적인 액체같더군. 검기가 통하긴 했지만 죽을 힘을 다해야 놈들을 쓰러뜨릴 수 있을걸세."

세 마리의 마물때문에 현천도인같은 절정고수가 죽음을 각오하다니!

그러나 그림과 설명대로라면 그럴만한 마물이다. 나는 이런 놈을 준비없이 마주친다면 정신이 혼미해질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천도인의 정신수양이 깊기 때문에 침착하게 적의 특징과 공격수단을 관찰해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설픈 자가 마물앞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한 것도 이해가 갔다.

나는 현천도인을 바라보았다.

"설마 이런 걸 상대로 정면승부하자는 말씀이십니까?"

"그럴 리가. 이 마물들을 정규병으로 쓰러뜨리려면 최소한 일천의 군세가 필요할 걸세. 피리의 괴인만 쓰러뜨리면 된다네."

"뭔가 계획이 있으신지."

현천도인이 확신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피리의 괴인은 평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정오가 되면 마을 중앙에 나타나서 피리를 연주한다네. 그리고 이상한 제단(祭檀) 위에서 인신공양을 시행하지. 인신공양을 행할 때 그 자는 무방비 상태이니 습격해서 쓰러뜨리면 될 걸세."

"마물은요?"

"마물들은 인신공양이 끝난 후에 인간의 피와 살을 섭취하기 위해 나타난다네. 그 전에는 나타나지 않아."

"제가 해야 할 일은 뭡니까?"

현천도인은 어물쩡 대답을 망설이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괴인의 목을 벨 수 있게 길을 터 주게."

"......"

예상했던 대답에 나는 고민이 되었다.

즉, 현천도인의 계획은 마물이 출현하기 전에 재빨리 습격해서 괴인의 목만 베어버리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내가 해야할 일은 현천도인이 피리괴인 앞으로 갈 수 있도록 광신도들을 없애고 현천도인을 보호하는 일이다. 정말로 목숨을 거는 일이 되어버리니 겁이 더럭 나 버렸다.

' 이런 젠장. 지금이라도 그냥 몸을 빼 버려?'

나는 이런 곳에서 4번째 죽음을 맞이하는 게 껄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냥 곱게 죽어서 전생하면 다행이지만, 만일에 사교집단에게 붙잡혀서 산채로 배를 갈라지게 되거나 고문당하면 어쩌란 말인가? 그럴 경우 설혹 전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정신력이 톱밥처럼 갈려서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일단 튀어도 좋지 않을까.

하지만 무당파 비전무공이라는 유혹은 너무 아까웠다.

나는 한참 고민하다가 말했다.

"... 좋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도인께서는 제 무공을 좀 지도해주셔야겠습니다."

"무슨 말인가? 자네의 무공은 이미 절세지경(絶世之境)이 아닌가?"

"그것이..."

나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일단 보면 압니다."

나는 현천도인을 데리고 태정관의 수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근처에 널려있던 병장기를 잡고서, 공력을 실은 채 최선을 다해서 뇌령팔식, 뇌영검법, 뇌운장법, 뇌영보를 연결해서 시전했다. 품세(品勢)에 따라서 최대한 내 경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쏴아아아...

기운이 뒤늦게 몰아쳤다. 수련장에 뇌기(雷氣)가 은은히 맺혀서 뇌정(雷精)의 소나기가 금새라도 뚝뚝 떨어질 것 같았다. 내 뇌룡일기공이 극한에 이르러서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했다.

내 무공시연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던 현천도인이 잠시 후 크게 탄식했다.

"허허 이런...!! 자네의 내공은 나의 세 곱절이 넘거늘, 무공수준은 기껏해야 이류(二流)를 갓 넘어섰다니! 어찌 이런 부조화(不造化)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의 음성에는 기막힘과 경악이 스며들어 있었다. 역시 그 정도 되는 절정고수라면 내 실력을 정확하게 평가해줄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다소 민망한 표정으로 검을 거두면서 현천도인에게 말했다.

"이래서 제가 도인을 돕는 걸 망설이는 겁니다. 제 내공은 강하지만 무공의 이해도가 낮으니까요."

"으음... 자네는 기연(奇然)을 얻었나보군. 아마도 영약(靈藥)이겠지? 나는 자네가 정체를 숨긴 은둔고수가 환골탈태하여 반로환동(反老還童)한 줄 알았다네."

"반로환동은 무협소설에나 나오는 겁니다만..."

"허나 자네의 내공은 그렇게밖에 설명이 안 될 정도였네. 자네를 내공으로 상대할만한 존재는... 아마 현 무림에는 백련교주(白蓮敎主)밖에 없을 게야."

현천도인은 잠시 후 껄껄 웃었다.

"허허! 정말로 십대 아이였다니... 이런 일이 있구나, 원시천존."

도호를 나직이 외우는 현천도인이었으나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아보였다. 하긴 그의 입장에서는 어디서 굴러먹은지도 모르는 반로환동 늙은이에게 무공을 전수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그는 눈썰미가 좋은지 나머지 무공도 평가했다.

"창법(槍法)도 검법(劍法)도 뼈대있는 무가의 비전무공같군. 허나 성취도가 낮아서 지닌 내공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네. 원래 10할의 위력을 내지 못하고 진신내공의 3할을 겨우 내고 있는 느낌일세."

"3할이라고요?"

생각보다 너무 낮다. 그러자 현천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자네의 내공은 천하무적이지만 진기의 이동과 집중이 너무 서툴러. 솜씨있는 달인이라면 자네의 기의 흐름을 미리 읽고 차단해서 손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일세. 아무리 강한 힘이라고 해도 맞지 않고 흘려버리면 그만이니."

"역시 그렇군요."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현천도인이 지적한 것은 뼈저리게 느낀 바가 있었다. 아마 내 내공력의 절반에도 못 미칠 철혈문의 제일장로 귀영검객이, 검술로 나를 가볍게 갖고놀다가 목을 베어버린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현천도인과 지금의 내가 겨루더라도 크게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현천도인이 고민하다가 말했다.

"자네가 익힌 내공심법이 무엇인가?"

"뇌룡일기공이라고 합니다."

"다행이군. 내가 자네에게 전수해줄 심법은 현천신공(玄天神功)이라 하는데, 이는 자네도 부담없이 익힐 수 있을게야."

"왜입니까?"

그가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자네가 익힌 뇌룡일기공은 뇌기(雷氣)의 결정체인데, 번개란 오행(五行)에서 토(土)를 상징하네. 그리고 현천신공은 금(金)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오행상생(五行相生)의 토생금(土生金)이라는 거군요."

오행이란 상생(相生)과 상극(相克)이 있다. 그리고 금기와 토기는 서로를 돕는 조화가 있었기에 두 개의 내공을 함께 익혀도 무리가 없다는 뜻이다.

"오행의 이론을 잘 알고 있군. 그 말대로일세."

현천도인이 말했다.

"자네가 현천신공을 익히게 되면 뇌룡일기공의 패도적인 공격력을 받쳐줄 강력한 생명력과 회복력을 지닐 수 있을걸세. 또한 서로가 상생할 수 있기에 주화입마도 걸리지 않겠지!"

"......!!"

"현천신공의 구결전수는 지금부터 한 시진이면 족할 걸세. 남는 시간에는 자네의 창법(槍法)과 검법(劍法)을 처음부터 짚어 주지."

나는 또 다른 기연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절정고수인 현천도인에게 현천신공을 비롯해서 절정무공의 가르침을 일대일로 지도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록 사교토벌을 해야되서 비전무공까지 전수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그에게 가르침을 받는것만으로도 나는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현천도인의 말대로 현천신공의 구결전수는 한 시진만에 끝났다. 정확히는 현천신공의 모든 것을 가르쳐 준 게 아니라 간단한 진기도인법(眞氣導引法)을 가르쳐줘서 현천신공에 필요한 세맥부터 뚫은 것이기 때문에 간단했다. 현천도인의 말로는 이번 토벌이 끝나고 나서 현천신공을 본격적으로 가르쳐준다고 했다.

또한 뇌영검법과 뇌령팔식을 지도받는 것은 정말로 신박한 경험이었다. 나는 내공을 거의 끌어올리지 않고 현천도인과 대련(對鍊)을 했는데, 마치 그와 목검을 마주칠 때마다 그가 내 생각을 읽는듯이 모든 공격이 끌려가는 기분이 든 것이다. 현천도인이 '모든 공격을 읽을 수 있다'라고 한 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타당!

"손목의 진기가 허술하다."

내 목검이 현천도인의 목검에 채여서 멀리 날아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전신에는 비오듯 땀이 흐르고 있었다. 내공을 거의 쓰지 않은 채로 대련을 했는데 현천도인과 겨루면서 내 헛점이 너무 많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너무 진기가 느려."

"......!!"

"자네처럼 내공이 너무 많으면, 거대한 물길의 방향을 정하는 것도 힘들지. 망설임을 버리기 위해서는 초식의 흐름속에서 진기가 흐르는 방법을 암기해야 한다."

현천도인이 말했다.

"자네는 방금 뭐가 부족한지 스스로 느꼈을 게야. 다만 나는 자네의 검법을 알지 못하니 섣불리 그 단점을 짚어주지 못하지. 어떤 초식이 부족한지, 왜 부족한지 스스로 생각하며 연마하게."

"고맙습니다."

현천도인의 말대로 나는 대련을 하는 것 자체가 공부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굳이 특별한 절학을 전수받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실력이 쑥쑥 늘어나는 듯 헀다.

철혈문의 장로와 싸울 때는 그가 전혀 봐주지도 않고 헛점을 헛점대로 다 찔러버렸기에 뭘 해야할지 모르고 허둥대기만 했다. 그러나 현천도인은 '지도'를 위한 대련을 하고 있는 중이기에 내게 깨달음을 어떻게 줄지 다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 후로 약 4일 동안 현천도인과 함께 먹고 자고 무공수련만 했다. 최대한 빠르게 사교토벌에 나서야 했기에 그 이상의 시간은 낼 수가 없었다. 종종 산 위에 올라서 교대로 사교의 동향을 감시하고, 그 외에는 내 무공을 증진시키는데 집중한 것이다.

그 결과 나는 내 초식의 헛점을 상당히 없애고 한단계 높은 검술경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적어도 뇌영검법에 있어서는 이전보다 확실히 강력한 위력을 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천도인은 내 성취를 흐뭇하게 보더니 말했다.

"그 정도면 아마 족할 걸세. 3할이 아니라 5할의 실력도 낼 수 있겠군."

현천도인은 4일 동안 틈틈히 뇌영검법의 헛점을 지도하면서 태청검법(太淸劍法)을 응용한 변초(變招)도 가르쳐 주었다. 아마 실전에서 매우 요긴하게 쓰일 것 같았다. 나는 현천도인의 행간에 섞인 뜻을 깨달았다.

"지금 토벌을 하러 가자는 겁니까?"

"그렇네. 더 이상 미루다가는 또 어떤 괴물이 튀어나올지 모르네."

"......"

나는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가 보죠."

내 머릿속에는 일단 되는대로 현천도인을 도와주다가, 상황이 안 좋으면 혼자 튀려는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무공을 지도받은 의리가 있으니 약간은 도와주지만 목숨까지 바칠 의리는 없었다.

덤으로 익혔던 무공으로 부담없이 광신도를 살육할 수 있으니 실전경험까지 쉽게 쌓인다. 이런 기회를 놓칠 필요는 없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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