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 ----------------------------------------------
천년설삼(千年雪蔘)
이번에는 천년설삼을 반드시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내 무공은 2번째 죽을 때보다 확실히 진일보해있는 상태이고, 표사로써 3년간 모아둔 돈도 있으며, 결정적으로 이번에는 별다른 은원(恩怨)관계 없이 황산에 왔다. 나를 딱히 방해할만한 존재같은 건 없었다.
게다가 사공표국에서 표사일을 하면서 황산의 지도(地圖)와 지리정보도 많이 입수해 둔 상태였다. 만일에 이번에 실패한다면 정신적 충격이 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지난 3년간 꼼꼼하게 준비해 온 것이다.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천년설삼을 먹으려고 하는 이유. 그 이유는 천년설삼을 한 번 내 것으로 만드는 순간 더 이상 일류 밑에서 맴도는 게 아니라 확실하게 절정고수를 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절정고수란 존재는 이 세상에 그리 흔한 게 아니었다. 그들은 인구가 수천만 명이나 된다는 드넓은 중원땅에 채 오백 명이 되지 않는다고 들었으며, 그들의 무력(武力)은 세상의 판도를 바꿀 정도이며, 부와 명예를 얻는 게 우스운 무림인들이었다. 이 세상 여기저기에서 절정고수를 보았다고 떠들어대지만 실제로는 일류급 무인들을 착각한 경우가 대다수로써 진정한 절정고수는 백년 묵은 산삼보다 보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었다.
힘이 생기는 순간 내 인생이 어떻게 변할까.
기다림 이상으로 즐거워지는 상상이었다.
나는 황산에서의 천년설삼 탐색을 위해 우선 등산(登山) 준비와 식료품 준비를 꼼꼼하게 했다. 그리고 입수했던 황산 내봉(內峰)의 지도를 이용해서 탐색할 방향을 확실하게 잡아두었다.
황산에는 총 칠십이봉(七十二峰)이 있으나, 내가 탐색할 것은 그 중에서 삼십봉(三十峰)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외곽에 있는 24개의 봉우리에는 천년설삼이 없는 게 확실한데다, 황산파(黃山派) 근처에 있는 12 개의 봉우리는 제외해야 한다. 또한 황산파에서 근거지로 삼는 곳이 6봉이었으므로 거기 또한 제외하고 나면 30개의 봉우리를 탐색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말이 30봉이지 하나하나가 높이만 오륙백 장이 넘는 험준한 산악이었다. 산 하나를 다 뒤지는데 최소한 한 달이 걸린다고 생각하면, 내 여정은 최소한 삼사 년을 잡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십 년이 지나도 안될지도 모른다.
' 흥. 십 년이 걸려도 좋아. 천년설삼을 얻는 대가라면 싼 거지.'
나는 마음을 독하게 먹기로 다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첫 봉우리 탐색을 시작한 것은 황산 밑에 도착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나는 근처의 객잔에 우선 봇짐을 맡겨놓고 황산에 등산장비를 가지고 오르기 시작했다. 산을 다 둘러보기 위해서 인도(人道)를 제외한 산속으로도 가봐야 했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의 손이 닿인 곳보다 안 닿인 곳이 훨씬 많았기에 첫 날부터 굉장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다.
첫 날의 수색이 끝나자 나는 꽤 지쳐서 객잔으로 되돌아 왔다. 객잔에서 한숨 푹 자려고 했지만 왠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하루종일 산을 뒤지고 다녔는데도 거의 소득이 없었기 때문이다.
' 효율이 안 좋군. 객잔을 근거지로 돌아다니면 동선이 짧아져서 안 돼.'
외곽을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내봉 쪽을 봐야 한다. 하루에 최소 30리를 걷는 셈인데 객잔을 왕복하게 되면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산 속에 움막이나 초가집을 지어놓고 생활하는 편이 낫다.
나는 다음 날부터 황산 내봉 초입에서 오두막을 짓기 시작했다. 이미 초가집을 한 번 지어본 적이 있으므로 손쉬운 일이었다. 우선 집의 기틀이 되는 나무기둥을 구한 다음, 그걸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밑에 깔아두면 된다. 그리고 비나 이슬을 피할 수 있는 성질을 가진 것들을 지붕에 얹으면 되는 식이다.
원래 혼자서 초가집이나 오두막을 짓는 건 터무니없이 힘든 일이었으나, 표사로 일하던 시절에 건물을 짓던 미장이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많이 배워둔 적이 있었다. 집이라고 해도 기초만 만족하는 수준이면 체력과 근력으로 어떻게든 지을 수가 있다.
내가 초가집을 완성한 것은 그로부터 약 나흘이 지나서였다. 하루종일 집짓기에만 매달린 것 같았다. 그렇다 해도 보기좋은 모양은 아니고, 단순히 비와 이슬을 피할 수 있다는 정도였다. 바닥에는 볏짚을 깔아둔 정도였고 난방같은 건 당연히 불가능했다. 심지어 부엌을 따로 짓지도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좋다. 살면서 고생은 많이 해 봤으니 여기를 거점으로 지내면서 천천히 개선해 나가면 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천년설삼을 찾는 것이므로 내 거처가 편한가 아닌가는 부차적인 문제인 것이다.
집이 마련되고 나자 본격적으로 탐색을 시작했다. 먹을 것이 필요하면 마을에서 식료품을 사 오거나, 돈을 내고 객잔에서 사 먹었다. 씻고 싶으면 근처의 개울물에서 씻었고 - 만일 돈 쓰기가 싫으면 근처에서 작은 야생동물을 잡아먹었다. 객잔주인은 처음에는 내가 미친놈인가 싶어서 관아에 신고하려 했지만, 이내 내가 그냥 어린나이부터 산에서 살려는 걸로 납득한 모양이었다.
탐색을 시작하고 약 2달이 지난 시점.
나는 황산의 30개 내봉 중에서 4개를 대충 둘러본 후였다. 산 4개를 꼼꼼히 뒤지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으나 나는 내공빨로 버티면서 해냈다. 신기하게도 내공수련할 시간이 하루에 한 시진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도, 매일같이 고생하며 산행(山行)을 하니 내공이 더욱 혈맥에 강하게 달라붙는 기분이 들었다.
그 때쯤 내가 3년동안 모아두었던 돈이 반쯤 사라져 있었다. 이대로라면 몇 달 내에 완전히 빈털터리가 되므로,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한참을 숙고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일을 하자."
완전히 세상과 인연을 끊고 살 수는 없다. 내가 타고난 사냥꾼도 아니고 야생에서 야생동물을 잡아먹고 사는 것도 한계가 있다. 무공의 고하와는 별개로 동물을 사냥하는 수렵생활은 굉장히 체력을 많이 소모하고 괴로운 과정인 것이다. 어떻게든 식료품을 살 돈을 벌어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다행히도 객잔 주인의 한 마디로 내가 해야할 일은 결정되었다.
"너는 산에 들어가서 살고 있잖아? 그럼 나무를 베어서 목재소(木材所)에 갖다 줘. 그 사람들이라면 나무를 사 줄 거야."
객잔 주인의 말대로였다. 황산의 나무는 질이 좋고 쓸모가 많았기 때문에 마을에 목재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목재소에서 사람들이 나무를 일차로 가공해서 필요한 곳에 공급을 하는 것이다. 나는 목재소 주인과 계약을 한 다음 철도끼를 받아서 다음 날부터 틈틈히 나무를 베기 시작했다.
물론 나무를 베는 것 자체는 쉬운 일이었지만 목재소까지 옮기는 게 또 일이었으므로 적당히 두세 그루를 베어서 옮기는 걸로 족했다. 목재소 주인은 아름드리 나무를 베어서 갖고오는 것만으로도 기겁을 할 정도로 놀랐다.
돈이 필요하면 목재소에 나무를 베어주고, 나머지 시간은 간단하게 내공을 수련하거나 황산을 뒤지는 나날이 반복되었다. 나는 그렇게 산속 생활을 하는 도중에 점차 일상에 적응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났다.
나는 봉우리를 9개째 탐색하고 있었으며, 아직도 천년설삼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진척도로 보자면 이제 딱 3할정도 온 상태였다. 딱 예상했던 수준의 탐색속도인지라 나는 도리어 마음이 편해졌다.
객잔 주인은 나를 보자 말을 걸곤 했다.
"원래 무사(武士)였던 것 같은데 젊은이는 무슨 사정으로 황산에 들어가서 사는 건가?"
"그냥 사람이 싫군요."
"허허 참..."
객잔 주인은 혀를 끌끌 찼다. 나는 그냥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사람이 싫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천년설삼을 찾기 전까지 내가 널리 알려지거나 쓸데없이 주목받는 일은 피하고 싶다. 이렇게 조용히 살면서 언젠가 천년설삼을 찾는 날까지 노력하는 게 제일 좋다.
삼 개월이 지났다.
큰 비가 내려서 초가집이 부숴져 버렸다. 나는 초가집을 다시 지었는데 이번에는 저번보다 훨씬 크게 지었다. 장기전(長期戰)이 될 것을 예감한데다, 종종 비나 바람이 몰아치면 굉장히 추웠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특별히 담장까지 쌓아올려서 바람을 최대한 막아보는 수를 쓰기로 했다.
다시 삼 개월이 지났다.
마을에 냉해(冷害)가 몰아쳐서 한해 농사가 망해버렸다. 소작농들은 죽을상을 쓰고 있었으며 지주들도 당혹스러운지 마을 분위기가 흉흉했다. 사람들이 먹고살기가 힘들어지자 나는 목재소에 목재를 갖다주고 돈 벌 수가 없어졌다. 목재소의 경기도 농사와 관계가 있었기에, 나같은 반 외부인이 돈버는 게 눈치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달 동안은 야생동물 중에서 뱀이나 멧돼지, 사슴 따위를 사냥해서 먹고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에 나는 활을 만들어서 익숙하게 쓰기 시작했다. 무공을 익혔기에 칼이나 창으로 야생동물을 잡아도 되지만, 역시 활이 간편하다는 걸 체감했기 때문이다. 나무활에 돌촉을 매단 정도였으나 충분한 살상력이 있어서 즐겨쓰고 다녔다.
그리고 - 황산에 들어온지 딱 2년이 되었을 때.
나는 이제서야 16개의 봉우리를 탐색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약간 느린속도였으나 절반 이상을 찾아본 셈이다. 나는 간만에 마을에서 술을 사와서 초갓집 안에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크윽... 제기랄..."
나는 이번 생 처음으로 술을 마시는 것이었다. 하도 답답했기에 거나하게 취하고싶은 기분이 들었다. 아직까지 이성은 말짱한 상태로 푸념을 했다.
"[백색과 흑색의 연꽃이 함께 피는 곳?] 그런 데가 대체 어딨어!!"
나는 이 유일하다시피 한 단서를 아직까지 그 누구에게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괜히 누가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는 일을 피하기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저 한 문장만 갖고 찾기에는 정신적으로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었다.
이제 내 몸은 완전히 성인(成人)으로 자라있었고 수염이 꽤 자라 있었다. 앞으로 몇 년을 더 뒤져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서 인내심이 바닥나는 게 느껴졌다. 술에 취해서 주절거리다가 잠드는 기분은 참담하기까지 했다.
' 안 돼. 이젠 좀 물어가면서 찾아봐야 돼. 이대로가다가 30개의 봉우리를 다 뒤졌는데도 아무런 결과가 안 나오면... 정신력이 버티지를 못 해.'
미련퉁이 짓은 그만하자.
이 정도 탐색했으면, 설혹 누가 관심을 갖고 찾아보기 시작한다고 해도 내 탐색속도가 더 위에 있다. 약간 의심을 받는 한이 있어도 마을 사람들이나 주변마을에 물어보러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정 안되면 죽어버리자는 마음도 강했다.
제일 먼저 질문한 것은 객잔 주인이었다.
"엉? 흑색의 연꽃을 본 적이 있냐고?"
객잔 주인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알았다는 듯 말했다.
"그거 어떤 스님이 키운다고 들은 것 같아!"
"어떤 스님이오?"
"나도 잘 모르지. 그냥 얼핏 들은 거 같은데."
다음으로 질문한 것은 목재소 주인이었다. 사실상 객잔 주인과 함께 황산 밑 마을에서 나와 가장 친한 인물이었다.
"흑색의 연꽃이라... 스님이 키운다라... 그거 나도 들어본 거 같은데."
목재소 주인은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건 아마 백환사(白桓寺) 이야기일 걸세. 거기 주지가 키운다고 해서 잠깐 소문이 돈 적이 있었고, 사람들이 막 구경갔던 거 같아. 그런데 그 흑색 연꽃... 그냥 색깔만 검은 거 뿐이고 별거 없어서 사람들이 실망해서 내려왔었지."
"그렇군요."
"백환사는 백환봉에 있다네."
애초에 백환봉에 있기 때문에 절 이름이 백환사인 것 같았다.
나는 이렇게 쉽게 단서를 잡을 줄 알았으면 진작에 물어볼걸, 하는 생각이 들어서 허탈해졌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 황산에서 살기 시작한지 2년이나 지나서 지나가듯 물었기 때문에 아무 의심도 안받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들어온지 얼마 안되서 이런걸 묻고 다녔다면 대번에 내 행적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발생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객잔 주인이나 목재소 주인은 내 질문에 대답해주고도 신경도 안 쓰는 기색이었다. 하긴 의심할 건덕지가 없으리라.
나는 백환사의 위치를 알아낸 후 백환봉으로 향했다. 백환봉은 내가 아직 뒤지지 않은 14개의 봉우리 중 하나였다. 가는 거리만 해도 무려 40리가 넘었으나 나는 근성으로 걷고 또 걸으면서 백환봉 밑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백환봉을 탐색하면 된다.
' 그 전에 백환사의 주지를 한 번 만나 볼까?'
백환사의 주지가 키운다는 검은 연꽃도 한 번 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백환사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고 잠시 후 백환사 주지를 만날 수 있었다. 백환사 주지는 별달리 무공을 익힌 자가 아니었고 그저 평범한 노승(老僧)이었다.
백환사 주지는 당장 관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늙어있었다. 어깨와 손을 벌벌 떠는 걸 보면 노환이 닥쳐온 듯 했다. 조금만 더 늦게 찾아왔어도 아마 저세상으로 가 있었을 것 같았다.
"시... 시주... 검은 연꽃이... 보고 싶다고... 하셨소...?"
"네. 아주 특이한 꽃이라고 들어서..."
백환사 주지가 희미하게 웃었다.
"특이하긴... 특이하지... 그 꽃은 설원(雪園)에서... 가져왔으니..."
설원!!
' 설마?!'
"내가... 한 십년 전에... 길을 가다가... 왠 계곡에 발을 헛디뎠는데... 눈이 하도 깊어서... 떨어졌는데도 무사했었지... 그 설원에 연못이 있고... 연못 안에 연꽃이 피어 있는데 그게 새까맸던 게야... 흘흘..."
"그래서 가져오신 겁니까?"
백환사 주지는 말하면서 신이 난 듯 했다.
"연꽃씨를... 좀 가져왔지... 흘흘..."
"그 설원이 어디죠?"
"나도 잘... 모르오... 안개가 많이 끼여있어서..."
안개?
"시주. 이제 나와 주십시오. 주지스님은 몸이 편찮으셔서..."
"알겠소."
백환사에서 수행하는 승려가 나를 끌어내었다. 그들에게도 검은 연꽃에 대해서 묻자, 그들은 나를 데리고 절 뒤편으로 갔다. 절 뒤편에는 과연 듣던 대로 검은 연꽃이 피어있었다. 나는 물끄러미 검은 연꽃을 감상하다가 말했다.
"여기는 검은 연꽃밖에 없군."
"보통 연꽃은 흰 색이지만 좀 이상하긴 하지요. 그래도 이 검은 연꽃의 뿌리나 잎이 몸에 좋아서, 우리는 이걸 자주 먹습니다."
"그렇군. 당신들은 주지스님이 말했던 그 계곡을 찾아보지 않았소?"
"찾아볼 이유가 없었지요. 신기한 지형이긴 하지만 황산은 매우 넓은 곳입니다. 그런 곳을 일일이 찾아볼 필요는 없지요."
스님들의 표정을 보니 그 말은 사실인 듯 했다. 이들은 그냥 산에 숨어서 하루하루 수련을 하는 승려에 불과한 것이다. 뭔가 무림인의 음모같은 게 개입되어 있을 것 같았기에 맥이 빠지는 전개이긴 했다. 하지만 귀찮은 일이 적을수록 좋기에, 나는 머리를 굴렸다.
' 백환봉을 근거로 뒤지다보면 그 설원이 반드시 나올 거야. 설원과 천년설삼, 반드시 연관이 있어!'
나의 탐색은 다시 시작되었다.
이번에야말로 일년 내에 반드시 천년설삼을 찾아내겠다는 강렬한 오기와 근성!
나는 그것 하나만으로 궂은 삶을 버티고 살아온 것이다. 더구나 요 몇 년간 산속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생각하면 이가 갈릴 정도였다.
찾는다.
찾는다.
반드시... 천년설삼... 먹는다!!
"으아... 아아아...!!"
나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오늘은 황산에 들어온 지 3년하고도 2개월이 지난 날. 백환봉을 근거로 뒤지기 시작한지 일년을 훌쩍 넘긴 시점이었다. 나는 백환봉에서 훨씬 떨어져 있는 장남봉(長南峰)의 중턱을 뒤지다가 기묘하게 뒤틀려 있는 절벽지형을 발견했고, 그 안의 덩굴과 나뭇가지를 잘라내며 전진했다.
그리고 현재.
내 눈 앞에는 새하얀 설원이 펼쳐져 있었다. 계곡 뒤편에 형성된 기묘한 지형은 음기(陰氣)가 일년내내 응축되어 있는 구 형태의 지형이었고, 그렇기에 상공의 공기가 급격히 차가워져서 내내 겨울날씨인 것이다. 쌓인 눈이 결코 녹지도 않는 곳이다.
주지가 말했던 연못도 보인다.
듣던 말과 똑같이, [백색과 흑색 연꽃이 함께 피어 있는 곳]이었다.
' 아... 아직 아냐. 조금만 더...!!'
나는 이를 악물고 설원의 추위를 참으며 눈을 헤치고 다녔다. 연못을 중심으로 눈밭을 퍽퍽 날려대었다. 그러던 중, 나는 이상하게 눈이 쌓이지 않은 동굴을 발견했다. 사람 두세 명이 들어갈 정도로 큰 동굴이었기에 나는 침착하게 걸어들어갔다.
동굴의 가장 안쪽에는 또다른 설원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햇빛이 마치 반사되듯 내려쬐는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무언가가 있었다.
사람의 팔뚝만큼 커다란 그 모양은 산삼(山蔘).
그것도 듣기만 하던 백류(白柳)같은 문양이 겉에 흐르고 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나는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그리고 꿇어앉아서 눈물을 흘렸다.
"심봤다아아아아아아!!!!"
3년 2개월.
정확히는 전생(傳生)하고 나서 무려 6년이 지나서야 -
목표로 하던 천년설삼을 찾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