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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3화 (13/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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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설삼(千年雪蔘)

내가 사공표국의 표사가 되어서 처음 맡게 된 일은 다른마을까지 이삿짐을 운송하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왕하에 사는 어떤 부자가 다른 마을에 집을 하나 샀는데, 거기에 부자의 아들이 들어가서 살 모양인 듯 했다. 내가 해야할 일은 그 이삿짐을 운송하는 걸 호위하면서 쓸데없는 잡도적이 들러붙지 않게끔 하는 일이었다.

' 완전 쉬운 일이군.'

호위임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이 맡아 보았다. 그래서 나는 아무런 긴장도 하지 않고 편안하게 표물과 함께 출발할 수 있었다. 이번 일에 동원된 표사는 총 3명으로, 표위는 따로 동행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리 값어치있는 물건이 없는데다가 이 근처에는 산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출발하고 몇 시진 뒤 운송마차가 잠시 쉬었다. 말이 약간 지친 것 같았기에 그늘에서 쉬어주려는 의도였다. 덩달하서 표사와 일꾼들도 앉아서 간식을 먹고 쉬고있을 때였다.

"너는 왜 표사일을 하는 거냐?"

한 표사가 내게 질문했다. 그의 나이는 30대 언저리로 보였으며 전형적인 하급표사였다. 아마 그 또한 나처럼 먹고살기 위해 표사업계에 투신해서 십수년째 일하는 중이리라. 나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그의 외모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먹고 살 길이 달리 없어서요."

"너 정도 무공이면 무관에 들어가서 입신(入身)을 노려도 될텐데."

그의 말에는 약간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의 말대로, 지금의 나라면 황실(皇實)에서 일 년에 한 번씩 주최하는 무과(武科)나 무술대회에 나가볼 수도 있다. 강한 고수들이 몰려들겠지만 합격 못할 것도 없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내 무공으로 표사일이나 하는 건 낭비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내게는 관아에 들어가서 출세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우선 천년설삼을 먹고, 그 다음에는 천암비서의 비밀을 풀어야 한다. 덤으로 촌장에게 피의 복수를 해야하는 일도 있다. 할 일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서 그런 걸 일일이 따지고 들 시간이 없는 것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전 표사일이 나쁘다고 생각 안 합니다. 할 일만 제대로 하면 어쨌든 먹고 살 돈은 따박따박 나오지 않습니까?"

"그렇기야 하지."

표사는 납득한 듯 했다.

이 세상 그 어느 표국도 함부로 표사를 홀대하거나 학대하지 못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표국이 존재하며 상권(商圈) 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기 마련이다. 표사가 아무리 하급무사라고 하지만 표사급 무공을 가진 자도 그렇게까지 흔한 건 아니었다.

어쨌든간에 표사는 기본적인 무공을 익힌 무림인이었다. 그 자체로 표국의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으므로, 표사가 먹고살만한 돈은 반드시 챙겨주는 게 표국의 관례인 것이다.

잡담이 끝나고 다시 표국 행렬이 출발했다. 날이 새면 새벽이슬이 내려앉아서 이삿짐이 상할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빨리 움직여야 했다. 마차가 부지런히 움직인 결과 다행히 자시(子時)가 되기 전에 짐을 목적지에 운반할 수 있었다. 나와 표사들은 일꾼들과 함께 부지런히 움직이며 세간과 짐을 집 안에 넣기 시작했다.

모든 일이 끝나자 새벽이었다. 사방이 깜깜해서 횃불이 비치는 곳 외에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 이번 표행의 대장격으로 나온 고참표사가 횃불을 들고 나와서 외쳤다.

"오늘은 피곤하니 네 시진동안 객잔에서 묵고 갑니다! 내일 아침에 출발할테니 충분히 쉬어두시오."

"네이!"

이대로 산을 넘어서 빠르게 표국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으나, 저 고참표사는 새벽산길을 넘는 건 위험하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잠시 후 표행의 일꾼과 표사들은 그 마을에 있는 객잔으로 가서 짐을 풀고 쉬기 시작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두가 방을 얻을 수는 없었고 일꾼 중 몇몇은 건물 안에서 침낭을 펼쳐놓고 자기도 했다.

나는 잠이 오지 않아서 객잔 2층에서 모두가 잘 준비를 하는 걸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일꾼들이 고단한 몸을 추스리며 새우잠을 자는 게 눈에 띄었다.

' 저래서 잡일꾼이 하기 싫었던 거지.'

잡일꾼을 하면 표사처럼 전면에 나와서 도적들과 싸울 일은 없으나, 전반적으로 표사보다 대접이 박했다. 지금도 나를 비롯한 표사 3명은 객잔의 방을 하나씩 확보했으나 나머지 일꾼들은 객잔바닥에 침낭깔고 자는 것이다.

' 술이나 한 잔 하고 싶군.'

나는 술을 싫어하지 않는다. 도리어 좋아하는 편이다. 표사로 일할 적에 술 한 잔 얼큰하게 마시고 푹 자면 괴로운 일이 다 잊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행(逆行)을 하고 나서는 술을 마실 기회가 없었다. 지금도 아이의 몸으로 술을 마시는 건 눈치가 보였으므로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에 나는 방으로 되돌아가서 내공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뇌룡일기공의 소주천을 돌리다보면 굳이 잠을 자지 않아도 피로가 풀리고 체력이 회복되었다. 덤으로 내공을 수련할수록 강해질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것이다.

해야할 일이 있으니 지금은 쉬거나 놀 수 없다.

이번 표행이 끝나고 표국으로 귀환하자 사공패가 내게 아는 척을 했다. 그는 사공린의 오빠인데다가 표위이고 이 사공표국의 간부이기까지 했으므로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백웅 표사! 첫 표행 잘 끝냈느냐?"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하하. 네가 우리 표국의 유망주야."

사공패는 약 일 각 정도 이런저런 잡담을 했다. 내 신상이나 과거사를 묻기도 했고 그냥 자기가 요즘 어떤 일을 하고 있다느니, 사공린이 예쁘다느니 하는 잡담이었다. 나는 사공패가 왜 이런 소리를 하는지 몰라서 곤혹스러웠다.

"그럼 다음에 보자."

"네."

나는 사공패가 내게 호의를 갖고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마도 표국에 쓸만한 놈이 들어왔기에 친하게 지내두려는 정도의 호의일 것이다. 제법 생소한 감각이었으나 이내 그러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힘이 생기면 많은 게 변하는군.'

촌장에게 복수를 할 때도 느꼈던 감정이다. 힘을 갖게 되면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달리 말하자면 힘이 없다는 건 그만큼 비참한 일인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여기에서 가만히 신체의 성장을 기다리면서 일을 하고, 기회를 봐서는 황산에서 천년설삼을 찾아내야 한다.

나는 이후로도 약 3년 동안 무사무탈하게 표국생활을 계속해 나갔다. 동료표사들은 처음에는 내가 너무 어려서인지 못미더워했지만, 일개표사를 뛰어넘어서 표위급 이상인 내 무공 덕분에 도움을 받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3년동안 일하면서 내가 살려준 표사목숨만 열댓 번이 넘어갔기에, 그들은 나를 동료로 인정하게 되었다.

표행 때 산적이나 도적, 수적(水敵)과 싸운 것은 대략 20번이 넘었다. 생각보다 많은 횟수는 아니었지만 그때마다 칼을 들고 목숨걸고 싸웠다. 표행 중에 위협을 당할 경우 산적을 베어죽여도 죄가 아니었기에 표사들은 산적들을 죽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나도 3년 동안 최소한 서른 명은 죽인 듯 했다. 안죽여도 될 경우 살인을 자제했는데도 어쩔 수가 없었다.

어느덧 나는 몸이 제법 커서 이제 상승무공을 무난하게 발휘할 수 있는 신체가 되어 있었다. 나는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 안에서 불을 쬐면서 창문 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 이 표국은 사공세가(司公世家)와의 복합체다. 그래서 보통 표국과 달리 구성원들의 무공이 높고, 가족같은 분위기이다.'

표국의 간부진이 사공세가의 혈족이라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표사들은 계약관계라기 보다는 사공세가의 하급무사라고 취급해도 좋을 정도였다. 아마 사공패가 지속적으로 내게 친한 척을 하는 것도 같은 배를 탄 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사공세가 정도 되는 무공을 보유한 세가가 어째서 굳이 표국업에 직접 뛰어들었냐는 것이다. 사공세가의 무공이라면 무관(武官)을 배출할 수도 있을 것이고, 각지의 상업이나 전장에 참견해서 상납금을 받아낼 수도 있다. 그게 훨씬 쉽고 간편하게 부(富)를 축적하는 방법일텐데 굳이 표국업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공린이 마음에 걸렸다.

내가 그녀를 보고 반해서 좋아하게 된것도 문제지만, 정말 문제는 [내가 그녀를 모른다]라는 사실이었다.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건 큰 문제였다. 내 수십년 동안의 기억을 통틀어봐도, 사공세가라던가 사공린이라는 이름이 강호에 이름을 떨친 건 들은 적이 없었다. 사공세가는 그렇다고 쳐도 사공린의 경우는 명백히 이상했다.

정파 최대기인인 태산노옹의 제자로 들어간 적이 있는데다 진소청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절세기재인 사공린이 미래에 고수로 알려지지 않다니? 여고수라고 해도 무공이 뛰어나면 명성을 떨칠 수 있는 강호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 표국을 떠나기 전에 궁금한 건 알아보고 떠나자.'

나는 요즘 슬슬 이 표국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뇌룡일기공의 성취도 상당히 높아진데다가 그간 실전경험이 한층 두터워져서 내 무공은 진일보해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일류고수를 상대해도 그리 딸리지 않을 것이다. 표사로써 모아둔 돈도 있었으니, 이제 슬슬 황산에서 천년설삼 탐색을 시작해도 될 것 같았다.

궁금한 걸 알아내기 위해서는 누구를 찾아가야 할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사공린에게로 향했다. 사공패에게 가서 대놓고 물어봐도 상관없을만큼 친해지긴 했으나, 기왕이면 그녀의 얼굴을 한 번 더 보고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사공린 표위님. 잠시 시간 되십니까."

"들어와요."

사공린은 표위에게만 주어진 개인실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등 뒤의 창문에서 새하얀 눈이 내리는 가운데 차분하게 책을 읽는 미녀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같았다.

' 아름답다.'

나는 그림이 세상으로 빠져나온 듯한 착각에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사공린 표위님께 여쭤볼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뭔가요?"

"어째서 사공세가는 표국업을 하고 있는 것인가요?"

사공린은 책을 덮고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꽃사슴같은 눈망울을 잠시 깜박거린 그녀는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혹시 3년동안 그게 계속 궁금했던 건가요?"

"뭐 그렇습니다만."

"별로 비밀도 아니에요. 본가는 황산파(黃山派)와 괜히 충돌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황산파..."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 그랬던 거군.'

황산파!

구파일방(九派一幇)의 말석(末席)에 새로 진입한 신진문파이자 뛰어난 검술로 유명한 문파였다. 원래 황산파의 자리에는 공동파가 있었는데, 공동파는 갑자기 장문인과 장로들이 실종되는 사람에 공중분해되어버리는 참사를 겪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황산파가 새로 들어왔는데 그들은 황산일대에서 급격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었다.

사공세가의 무공 또한 일류이지만, 구파일방에서도 꿀리지 않는 절정무공과 고수를 보유하고 있는 황산파에 비하면 한끝발 밀리는게 현실이었다. 만일 무력충돌이나 언쟁이 일어나면 사공세가가 너무 불리했기에, 전장이나 금융업에서 손을 떼고 표국업으로 직접 돈을 벌기로 한 모양이었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서 말했다.

"아무리 영역싸움을 피한다고 해도 황산파는 결국 관중까지 세력을 뻗칠텐데 그렇게 소극적으로 대응해도 되겠습니까? 결국 굴종하느냐 사라지느냐의 선택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사공린의 눈이 묘하게 빛났다.

"소협은 마치 그렇게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군요."

"아..."

아차. 나도 모르게 미래의 일을 말해버리고 말았다.

내 말대로 앞으로 수십년 후, 황산파는 황산과 관중 일대의 패권(覇權)을 주장하며 급격한 세력확장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모든 군소무림방파는 황산파에게 무릎을 꿇고 굴종하게 되었다. 그런 황산파의 세력확장을 보다못한 종남파(終南派)와 화산파(華山派)가 손을 잡고 대륜산에서 황산파와 충돌하게 되는데, 그것이 오악혈전(五岳血戰)이라고 불리는 대전투였다.

그 전투에서 승리자는 따로 없었으며, 세 문파 모두가 큰 피해를 입고 소강상태가 되었다. 그 때문에 한동안 관중과 오악일대는 힘의 진공상태가 되어서 사파나 마도고수가 날뛰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있던 매화표국이 혈린수(血燐手)에게 습격당한 것도 그 혼란의 와중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미래에는 사공세가도 황산파에게 집어삼켜졌으리라. 그렇기 때문에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아무리 세력을 확장했다고 해도 거대 구파일방인 종남파와 화산파를 상대로 2대1로 싸울 정도로 성장하게 되는 황산파. 그런 패도적인 문파를 상대로 소극적으로 대응해봤자 결국은 잡아먹히게 될 뿐이리라. 가능하다면 지금이라도 주변의 문파들과 연합해서 황산파를 견제해야만 그런 미래를 피할 수 있었다.

사공린이 한숨을 쉬었다.

"하아... 소협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요. 아버님과 오라버니도 늘 걱정하시는 일이죠. 하지만 걱정을 하고있어도 다른 방법이 없는 거예요. 힘이 없으면 아무리 상황을 파악하고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답니다."

"......"

그렇긴 하다. 사공환이나 사공씨 일족이 바보도 아니고 황산파를 견제해야 한다는 사실 하나 모르겠는가. 다만 절정고수와 초절정고수를 보유하고 있는 황산파를 상대로 저항한다는 게 너무 비현실적인 일이라서 참고있을 뿐이다.

"그거 말고는 할 말이 없나요?"

"사공린 표위님께서는 절정고수를 앞두고 계신 것 같은데 강호(江湖)에 이름을 떨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이런 곳에서 표위나 하고 있으시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건가요."

사공린은 훗하고 웃었다. 그녀의 웃음에는 처연함과 씁쓸함이 감돌고 있었다. 그 모습마저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건, 아마 내 눈에 이미 콩깍지가 씌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가 강호에 출도하면 나름대로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여협(女俠)으로 한평생 즐겁게 살아갈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다른 가족들의 부담이 너무 커져요. 저만 원하는대로 살 수는 없는 거예요."

"그건..."

"소협.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법이 다른 거랍니다."

나는 사공린의 말이 진심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

무공에 관심이 있고, 무림에서 활동하고 싶기에 그녀는 태산노옹의 제자로 들어갔던 것이다. 그러나 자기 가문의 상황이 좋지 않기에 모든 욕심을 꾹 눌러참고 가문의 일을 도우며 살고 있는 듯 했다.

심지어 그녀는 나이가 차도 한참 전에 찼는데 결혼을 하지 않고 있었다. 결혼적령기를 넘길락말락한데도 노처녀로 남아있는 이유는 해야할 일이 너무 바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두 번째 의문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 그래서 사공린의 이름은 수십년 후에도 조용히 묻혀 있었구나.'

그녀는 머지않아 절정고수의 경지에 도달할 것이고, 장래에는 초절정고수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수십 년 동안 가문을 지키는데만 모든 힘을 쓰고 세상에 나가지 않은 것이다. 나는 그녀가 불운(不運)하다고 생각했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법이 다르다.

그녀가 선택한 길이 아니었어도, 만족하고 살아갈 수 있다면 괜찮은 게 아닐까?

나는 상념을 끝낸 후 사공린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전 오늘부로 나가볼까 합니다. 그간 감사했습니다."

"... 그럴 것 같았어요."

사공린이 눈이 고요히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소협은 꿈이 있군요. 넓고 큰 세상을 향한 꿈이..."

"그저 제 욕심을 채우고싶을 뿐이죠."

"꿈과 욕심은 다르지 않아요. 저는 소협이 부럽네요..."

사공린은 처연하게 웃었다.

"잘 가요, 백웅 소협."

그리고 나는 그 날로 사공환 표국주에게 사표를 내고 사공표국을 나왔다.

이번에야말로 황산에서 천년설삼을 찾아내고 말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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