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화
생각할수록 미나가 기특하였다. 미국 국가를 부르는데 초대도 받고. 그만큼 인기가 있고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말이니까.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국가를 부르는 게 대단하다뇨? 누구나 부를 수 있지 않습니까?”
“한국을 기준으로 하면 이해가 안 가겠지. 근데 미국을 기준으로 하면 말이 되거든. 한국은 애국가를 누구나 부를 수 있고 가사도 거의 다 알지만, 미국은 가사를 모르는 국민들이 많고 국가를 부르지 못하는 국민들도 많거든.”
전혀 이해할 수 있다는 표정이었다.
“그게 말이 됩니까? 국가가 뭡니까?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취하고 하나로 뭉치기 위한 것이 아닙니까? 그러려면 누구나 공감하고 부르기 쉽게 만드는 것이 국가가 아닙니까?”
“네 말이 당연해. 근데 미국 국가는 가사부터 난이도가 높아. 19세기에 만들어졌고 시적인 표현들이 있어 어렵거든. 또 음도 누구나 부르기가 힘들 정도로 어렵거든. 그래서 웬만한 가수들도 미국 국가를 제대로 부르지 못해. 제대로 부르는 가수들은 진짜 실력 있는 가수들이야. 그래서 미나가 미국 국가를 부르고 인정받았다는 것은 진짜 의미 있는 일이거든.”
“그게 정말입니까? 일반인들이 아닌 가수들도 부르지 못한다는 게 저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국가입니까? 어려운 성악도 아니고요.”
“나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야. 국가가 어려워 국민들이 제대로 부르지 못할 정도라면 다시 만들 생각을 해야지 그대로 두는 게 말이 안 되거든.”
“그러고 보면 미국이라고 다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은 총기 난사가 발생해 무고한 국민들이 사망해도 정치권에서는 총기 금지할 생각을 하지 않고 또 문제가 있는 의료보험도 개혁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 거 보면 선진국이 맞나 싶을 정도이다. 어떨 때는 정치 후진국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맞아. 미국이라고 어두운 부분이 왜 없겠어. 밝은 부분만 보여 주니까 좋게만 느끼는 거지 실상을 알고 보면 문제점들도 많거든.”
“지난번에 미국 갔을 때 너무 좋았는데 저는 밝은 부분만 본 거네요.”
“그렇지. 그래도 미국이 세게 최강 국가가 된 것은 그만큼 저력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 좋은 점이 더 많다는 말이기도 해.”
“저는 복잡해서 잘 모르겠고 미나가 잘되었다니 저는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렇지. 미나가 잘되었으니 좋은 거지.”
“맞습니다.”
“너도 열심히 해서 꼭 너튜버로 성공해.”
“알겠습니다.”
강성중도 이제 자기 살길을 찾아가는구나. 혼자면 불안한데 나영이가 옆에 있으니 마음이 놓인다.
꼭 성공해라.
* * *
아침에 출근해 커피를 마시며 오션 패드 매출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출시 이후 한국과 일본에서 매출이 급격히 상승하다가 이에 뒤질세라 요즘은 미국과 유럽에서의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었다.
아직은 시기상조겠지만 오션 패드도 대성공이었다.
흡족한 미소를 짓는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에릭입니다.)
“안녕하세요?”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네. 지금 오션 패드 매출 보고서를 보고 있었거든요.”
(저도 매출 보고서를 보았는데 북미와 유럽에서의 매출이 급상승하여 저도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고문님이 하시는 일마다 성공하니 역시 고문님입니다.)
“아침부터 민망한 말을 듣네요. 어쩐 일로 전화한 거예요?”
(제가 왜 전화한 것 같습니까?)
“설마? 시제품 개발이 끝난 거예요?”
(네. 그렇습니다. 3일 전에 시제품 개발이 끝나 오늘 정식으로 테스트를 했습니다.)
“드디어 시제품이 개발되었네요. 설계도를 보고 개발한 거지만 연구원들 전부 고생 많았어요.”
(최대한 빨리 개발하려고 연구원들이 밤잠을 줄이며 고생을 많이 하기는 했습니다. 그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로버트 크레나 박사는 시제품 개발이 끝나자 감동에 겨워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합니다.)
자신이 한평생을 연구에 받쳤던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를 죽기 전에 실제로 개발하고 보았으니 여한은 없을 것 같았다.
“노구에 진짜 고생 많았네요. 로버트 크레나 박사에게 제가 감사하다고 말 전해주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고생 많이 했으니 연구원들 당분간 푹 쉬게 하고 특별 보너스 지급하세요.”
(저도 푹 쉬게 하려고 하는데 테스트까지 무사히 끝내야 한다며 이제는 테스트를 열심히 합니다.)
“오늘 테스트한 결과는요?”
(한 번의 테스트이지만 대성공입니다.)
아빠가 개발했다고 했지만, 실제 개발한 것인지? 개발한 자동차를 실제로 테스트한 적이 없어서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이제는 그 불안감을 저 멀리 날려버리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문제는 전혀 없었나요?”
(좀 더 테스트를 해 봐야겠지만 지금은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연비는 어떻게 되나요?”
(테스트 결과 한번 충전으로 600Km를 갔습니다. 비용은 기존 가스 비용에 20% 정도밖에 안 듭니다.)
대박! 연료 부담이 5분의 1로 줄었다는 거네.
“이 사실이 알려지면 난리가 나겠네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 설명회를 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을 비밀로 할 겁니다.)
“그렇죠. 정식으로 발표하기 전까지 보안을 유지하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정식 발표는 언제로 생각하고 있나요?”
(고문님은 언제 했으면 좋겠습니까?)
“테스트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테스트가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한 달 정도 테스트하면 문제점이 다 나오지 않을까요? 그러니 한 달 뒤로 잡죠.”
(알겠습니다. 그럼 10월 14일 월요일로 일정을 잡겠습니다. 그리고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 시연회 발표는 고문님이 하실 거죠?)
다른 건 몰라도 이건 내가 해야지.
“네. 아빠가 그러기를 바랄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럼 고문님 언제 미국에 오실 겁니까?)
“곧 상용 자동차 인수 계약을 할 것 같으니 그것만 끝내고 10월 초쯤에 갈게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안전이 중요한 만큼 자동차 테스트와는 별도로 수소 탱크에 관해 연구실에서 안전성 테스트를 계속하시고요. 또 혹한과 폭염일 경우 성능이나 연비가 어떻게 변하는지도 확인해야 할 거예요.”
(수소가 온도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까?)
그건 나도 모른다.
하지만 전기 자동차는 배터리 문제로 인해 혹한과 극심한 더위일 때는 주행 거리가 짧아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렇기에 수소는 어떨지 몰라 테스트해 보라는 것이다.
“그건 저도 몰라요.”
(알겠습니다.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가 세상에 선보일 날이 얼마 남지 않습니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마찬가지 심정이에요. 이제 진짜로 얼마 남지 않았어요.”
전화를 끊고 흥분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는데 염중섭 대표가 들어왔다.
소파에 앉으면서 물었다.
“고문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티가 나나요?”
“네. 그렇습니다.”
염 대표의 시선이 탁자 위에 있는 오션 패드 매출 보고서로 행하였다.
“요즘 오션 패드 매출이 급격히 상승했다고 하던데 그래서 고문님 기분이 좋은 거네요.”
“그 이유도 있지만 방금 에릭한테 전화가 왔는데 드디어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 시제품이 개발되었다고 하네요.”
“정말입니까?”
“네. 그래서 제가 흥분한 거예요.”
“테스트는 했다고 합니까? 문제는 전혀 없다고 합니까?”
염 대표도 무척 궁금한가 보네.
“네. 한번 테스트했지만, 이상은 없었다고 하네요. 계속 테스트해 보면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거예요.”
“드디어 개발되었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고문님 축하드립니다.”
“고마워요.”
“시제품 개발 소식이 알려지면 오션 주가가 또 한 번 심하게 요동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션 주가가 엄청 상승하겠다.
며칠 전에 확인했을 때 오션 주가가 320달러였는데 얼마까지 상승하려나?
주가가 320달러지만 액면 분할을 여러 번 해서 실제 오션 주가는 그동안 많이 상승하여 한 주에 15,000달러 정도 한다.
아마도 2만 달러는 가뿐히 넘을 것 같고 2만 5천 달러까지 넘었으면 좋겠는데.
“그러게요. 염 대표님 잔고가 확 늘어나겠어요.”
“그렇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오션 주주들은 다 그럴 겁니다. 특히 고문님은 제일 좋겠습니다.”
하긴 오션 주가 상승으로 제일 이득을 많이 보는 것은 나다. 내가 오션 지분의 45% 가까이 소유하고 있기에.
처음 상장할 때부터 주식 수를 적게 상장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유통되는 주식 수가 적기에 더 많이 상승한 이유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오션 주식을 매수하고 싶어도 매도하는 사람들이 적다 보니 매수할 수 없어 오션 주식을 더 발행하라는 요구가 많다.
희귀할수록 더 값진 건데 왜 늘려? 이대로 유지할 생각이었다.
“그러게요. 제가 제일 혜택을 많이 보네요. 근데 무슨 일로 오셨어요?”
깜빡했다는 듯 민망한 미소를 지었다.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를 개발했다는 소식에 저도 흥분했나 봅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상용 자동차 인수 협상이 거의 마무리되어 갑니다. 다음 주 금요일쯤에 인수 계약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무슨 날인가? 아침부터 좋은 소식이 연달아 들리고.
“아귀가 딱 들어맞는 것 같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미리 준비했던 것처럼 아귀가 맞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요?”
“네. 정부의 입김이 작용해서인지 채권단도 빨리 매각을 끝내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협상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결과입니다.”
“노조와의 협상은요?”
“그것도 잘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노조가 가장 중요하게 요구하는 해직자 복직을 우리가 받아주면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야 상용 자동차를 인수하면 직원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 경력 있는 해직자 복직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어차피 직원 충원할 예정이니 상관은 없네요.”
“근데 다만 그전에 밀린 급여를 달라는 요구도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상용 자동차가 경영 악화로 인해 장기간 급여도 받지 못하고 농성과 해고, 소송 등 악순환을 겪다 보니 노동자도 무척 예민한 상태입니다.”
“그건 우리 의무가 아니잖아요. 그들의 처지는 이해가 가고 동정이 가지만 우리가 자선 사업 하는 것도 아닌데 그 요구는 너무 과한 면이 있네요. 우리가 해직자 복직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노조에서도 임금 지급 요구는 한발 양보하라고 하세요. 안 그러면 상용 자동차 인수를 포기한다고 하시고요.”
“알겠습니다.”
“또 채권단에게 말해서 노조에 건 소송도 전부 취하하도록 해 주시고요. 그게 해결 안 되면 두고두고 불씨로 남을 수 있어요. 우리가 그 불씨를 뒤집어쓸 필요는 없잖아요.”
“물론입니다. 매각 계약을 하게 되면 소송을 전부 취하하기로 이미 협상을 끝냈습니다.”
“다행이네요. 이왕이면 채권단에게 말해 전부는 아니어도 일부라도 급여를 지급해 달라고 한번 요구해 보세요.”
“요구는 해 보겠으나 노조 파업으로 인해 사측도 손해를 입은 상태라 그것까지 해 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소송 취하만 해도 노조에게는 큰 선물이기는 합니다.”
“그럼 밀린 급여 지급 대신 소송을 취하하도록 해 주겠다며 협상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그 조건이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생각이 있고 상식적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야죠.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염 대표님이 마무리까지 잘해 주셨으면 해요.”
“물론입니다. 마무리까지 멋지게 끝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