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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255화 (255/261)

255화

나도 그걸 왜 모를까? 주어진 환경이 허락하지 않는걸.

솔직히 말해서 나도 혼자서 독점하고 싶지만, 오션 본사에서 독점하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다른 제품이라면 몰라도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는 오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작게는 세계 여러 나라의 자동차 회사와도 민감하게 엮여 있고 크게는 세계 오일 회사와 중동 국가 등 산유국과도 복잡하게 엮여 있기에 독불장군식으로 오션 혼자 나아갈 수는 없었다.

“제가 그걸 왜 모르겠어요. 수소 자동차는 명품 가방이나 옷, 시계 같은 제품과 비교할 수는 없어요. 우리도 다각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하여 결정할 거예요.”

“알아서 잘하겠지. 만약 그 계획안대로 한다면 일본 도요도 자동차에게도 기회를 줄 건가?”

“도요도 자동차 회장하고 친하세요?”

“친하기보다는 같은 재계 인물이라 알고 지내는 정도지.”

“손 회장님은 제가 어떤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어요?”

“결정은 내 생각하지 말고 자네에게 이익되는 쪽으로 하면 돼. 솔직히 말하면 난 도요도 자동차뿐만 아니라 일본 자동차 회사에는 기회를 주지 않았으면 해.”

“정말요?”

피식 웃었다.

“난 누구와는 달리 욕심이 아주 많거든. 일본 자동차 회사에도 기회를 주게 된다면 나중에 내가 오션 수소 자동차를 독점 수입하게 된다면 내가 먹을 수 있는 파이가 그만큼 줄어들게 되잖아. 난 혼자 배부르게 독식하고 싶어.”

손 회장다운 말이네.

“알았어요. 다른 회사는 몰라도 일본 자동차 회사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을게요.”

“당연히 그래야지. 난 아직도 배고프거든. 혼자 먹어야지 배가 차거든.”

“폭식해서 배탈 나면 어떻게 하려고요?”

“그런 배탈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꼭 배탈 나기를 바랄게요.”

“그렇게 해 줘.”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손 회장이 갔다.

손 회장을 만나면 가식도 없고 꾸밈도 없어 이야기를 나누면 기분이 좋아진다.

저런 걸 보면 사업가는 저런 면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지만 난 저렇게는 못하겠다. 타고 나야 하는 건가?

손 회장이 가고 핸드폰으로 인터넷 뉴스를 보는데 손님이 찾아왔다.

진성 리조트 홍창호 사장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도련님!”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네.”

소파에 앉았다.

“출범 준비는 잘되고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모든 계열사 사장들이 진성 그룹이 새로 출범하는 만큼 제대로 하려고 한마음 한뜻으로 바쁘게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럼 바쁘실 텐데 어쩐 일이세요?”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입니다. 사장단 회의 중에 나온 안건인데 진성 그룹이 새로 출범하게 되면 도련님이 회장직에 취임하실 겁니까?”

나도 이 문제를 생각해 보았다.

난 개발자이지 경영자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을 예전부터 잘 알고 있어 오션도 내가 아닌 전문 경영인을 영입한 거였다.

그런 내가 진성 그룹을 맡아 잘 경영할 수 있을까?

능력도 안 되면서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올라갔다가 작은아버지 꼴이 또 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렇기에 난 애초부터 진성 그룹 회장에 취임할 생각도 없었고 지금처럼 고문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능력 있는 자가 회장으로 취임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단호하게 말하였다.

“안 됩니다. 도련님이 회장에 취임하셔야 합니다. 진성의 주인은 도련님입니다. 그럴 것 같아서 제가 온 겁니다.”

“제가 꼭 회장에 취임하지 않더라도 진성의 주인이 아닌 것은 아니에요. 진성의 주인은 변함없이 저예요. 진성이 진정으로 발전하고 성장하려면 유능한 인물이 진성을 맡아 이끌어야 해요.”

“도련님 능력은 충분합니다. 오션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지 않았습니까?”

“저 오션의 고문이라는 거 모르세요? 아마 제가 오션 CEO를 맡았다면 이 정도까지 성장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그래도 안 됩니다. 진성 그룹 회장 자리를 남에게 절대 맡길 수는 없습니다.”

표정을 보니 쉽게 설득될 것 같지가 않았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우리 한발씩 양보해요.”

“어떻게 말입니까?”

“회장을 남에게 맡길 수가 없다고 하니 회장 자리는 공석으로 하고 대신 부회장 자리에 유능하고 능력 있는 자에게 맡기는 거예요. 저는 오션처럼 고문으로 있으면 언제든지 회장 자리에 오를 수가 있잖아요. 저도 더는 양보 못 해요.”

홍창호 사장은 지금 곤혹스러웠다.

사장단 회의에서 혹시 도련님이 오션처럼 고문으로 한발 물러나 있을 것 같다는 말이 나와 도련님을 설득해 회장에 취임시키려고 왔다.

하지만 도련님의 입장이 워낙 강경하여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아무래도 혼자서 설득하기는 힘들 것 같아 오늘은 물러가고 나중에 사장단들 전부 모인 자리에서 단체로 설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다른 계열사 사장들도 반드시 반대할 겁니다. 고문님이 계열사 사장들을 설득한다면 저도 고문님 말씀에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설득을 못 하신다면 우리의 요구에 따라 주셨으면 합니다.”

평안 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하지 않는 건데 내가 왜 사장들 요구에 따라야 하는데? 괜한 일로 신경을 쓰게 만드네.

나보고 일에 파묻혀 살라고요? 난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다고요. 절대 못 해요.

“제가 미국 기업들을 보니 회사의 주인이 꼭 회장이 아닌 경우가 많더라고요.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대를 이어 경영권을 승계하죠. 안 그러면 큰일 날 것처럼 생각하더라고요. 물론 그게 꼭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발전 지향적이고 성장하려면 어떤 것이 좋을까요? 우리도 사사로운 감정이나 기존 관념, 체계에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저는 대한민국에서 그걸 몸소 실천하려는 거예요. 저의 이런 뜻깊은 생각을 힘으로 누르려고 하지 않고 존중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만 가서 무엇이 진성을 위하는 길인지 신중히 고민해 보세요.”

뭔가 말을 하려다가 마는 듯한 표정이었다.

“알겠습니다. 저도 신중히 고민할 테니 도련님도 다시 한번 신중히 고민하셨으면 합니다.”

홍창호 사장이 갔다.

내가 하기 싫다는데 어떻게 할 거야? 근데 단체로 떼거지를 부리면 그것도 골치 아픈데.

* * *

오늘은 퇴근 후에 집에 있다가 커피숍 문을 닫고 집에 간 줄 알았던 강성중에게 11시쯤에 소주 한잔하자는 전화를 받았다.

나가기 귀찮아 거절하려다가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고 평소와 같은 장난기가 거의 없어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집 근처 찌갯집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여러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웃고 떠들며 소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과 구석진 자리에 강성중이 혼자서 처량하게 소주를 마시는 모습이 상반되었다.

그 앞으로 가서 앉았다.

“무슨 일 있어?”

대답 없이 잔에 소주를 따르고는 단숨에 마시는 강성중이었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진짜 무슨 일이 있나? 지금 당장은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 나도 잔에 소주를 따라 반 잔만 마셨다.

두부가 가득 들어 있는 찌개 국물을 한 수저 떠먹었다.

“사장님!”

“왜?”

“사장님은 결혼하지 않으십니까?”

뜬금없이 결혼은 왜?

“할 거야.”

“언제 하실 겁니까?”

이전 생에서 희수랑 결혼한 날짜가 2003년 8월 15일이었다. 똑같은 날짜에 결혼하려면 이제 1년 정도 남았다.

그전에 나도 희수랑 연인 관계가 되어야 하는데. 몇 번 시도하려고 했지만, 희수가 날 상사로만 대해서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

“글쎄? 늦어도 2년 안에는 할 거야. 넌 언제 할 생각인데?”

“생각지도 못하게 곧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말을 마치고는 잔에 소주를 따라 한입에 털어 넣는 강성중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만나는 여자가 없는데.

근데 곧 결혼할 거라고?

“정말 곧 결혼한다고?”

“네. 그렇습니다.”

“결혼은 너 혼자 하냐? 결혼할 사람은 있고?”

“네. 있습니다.”

얌전한 고양이가 먼저 부뚜막에 오른다고 나 몰래 연애를 했어? 심한 배신감이 들었다.

“누구야? 커피숍에 오는 손님 꼬신 거야?”

“아닙니다.”

“그럼 누군데?”

“사장님도 아는 사람입니다.”

내가 아는 사람? 누구지? 당장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누군데?”

“나영이입니다.”

헐! 둘이 티격태격은 했지만 서로 사귀는 사이인 줄은 몰랐다. 그런 둘을 볼 때마다 가끔 둘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은 했었다.

덤벙거리며 진중한 구석이 없는 강성중과 생각이 깊고 신중한 나영이 성격이 서로 잘 맞는다고 생각했었다.

“언제부터 나 몰래 사귄 거야?”

“사귄 거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사귄 게 아닌데 왜 결혼을 해?”

답답한지 잔에 소주를 따라 한입에 또 털어 넣었다.

“술이 원수입니다.”

“답답하게 하지 말고 내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봐.”

“기억하십니까? 월드컵 이탈리아전 그날 말입니다.”

그날 승리해서 분당으로 와서 집 근처에서 다 함께 술을 마셨다.

술은 마셨지만 취할 정도로 많이 마시지는 않았고 너무 늦게 헤어지지는 않았다.

“기억하지.”

“그날 사장님하고 다 같이 맥주를 마시고 헤어진 후 나영이를 집에 바래다주다가 그날 승리의 여운을 그대로 보내기 아쉬운 마음에 둘이서 소주를 더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날따라 술이 왜 잘 들어가는지 저랑 나영이랑 둘이서 부어라 마셔라 하다 보니 사고를 치게 되었습니다. 나영이가 임신했다고 합니다.”

헐! 내가 말로만 듣던 월드컵 베이비를 실제 보게 된다니? 근데 축하한다고 해야 하나? 위로해야 하나?

“그래서 결혼하려는 거야?”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고귀한 생명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저의 피를 타고 태어나는 첫 번째 생명입니다.”

“근데 왜 처량하게 이러고 있어? 배 속의 아이가 이러고 있는 아빠를 보면 뭐라고 하겠어?”

“갑자기 처자식이 생긴다고 하니 앞이 막막해서 그럽니다. 엄마 아빠가 변변한 직장이 있나? 집이 있나? 걱정이 태산입니다.”

“뭐가 변변한 직장이 없어? 네가 커피숍 알바이기는 하지만 넌 엄연한 너튜버잖아. 너 한 달에 직장인 월급보다 몇 배나 많은 돈을 받으면서 무슨 걱정이야.”

“그렇기는 하지만 장래성이 없지 않습니까? 언제까지 너튜버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애가 뭘 모르네. 너튜버만 한 직업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 몇 년만 있어 봐. 너튜버가 인기 직업 중의 하나가 될 텐데.

더구나 강성중은 너튜브 오픈과 함께 너튜버를 시작하여 현재 70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대형 너튜버다.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너튜버는 평생 할 수 있고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시간도 자유로워 이만한 직업이 없어. 더구나 넌 인기 너튜버 중의 하나라 장래가 무한하거든.”

“콘텐츠를 계속 촬영해야 하는데 요즘 커피숍 일이 바빠서 한동안 촬영하지 못했습니다.”

“그럼 알바 하는 시간을 줄여. 알바생 추가로 채용하면 되니까.”

“그렇게 해도 됩니까?”

“그럼! 당연하지. 내가 네 편의 하나 못 봐주겠냐?”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근데 나영이는 너랑 결혼한대?”

“하겠다는 말은 아직 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나영이가 천주교 신자라 낙태는 하지 않을 테고 미혼모로 살아가지도 않을 것이고 아빠 없는 아기로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설마 혼자 김칫국 마시는 건 아니겠지?

“내가 그전부터 생각했었는데 둘이 잘 어울려. 축하해.”

“감사합니다.”

몇 년을 함께했던 강성중도 결혼하고 애도 생긴다는데 난 뭐냐? 갑자기 기분이 꿀꿀해졌다.

결혼하면 축의금은 많이 낼게. 난 신랑 신부한테 전부 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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