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254화 (254/261)

254화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월드컵은 결국 4위로 마감을 하였다.

그동안 대유 자동차를 인수 계약을 끝냈고 오션 대유로 법인명을 변경하여 새로운 출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고 얼마 전에 상용 자동차 인수 협상에 돌입하였다.

또한, 진성 그룹 계열사인 진성 화장품과 진성 유통 인수 계약을 며칠 전에 체결하여 모든 진성 계열사를 내가 인수하게 되었다.

진성 계열사 사장단을 중심으로 새로이 진성 그룹을 출범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준비가 끝나면 나를 중심으로 한 진성 그룹이 다시 세상에 태어난다. 그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침에 출근해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에릭입니다.)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오라 8월부터 오션 패드 출시를 하지 않습니까? 이번에도 제품 설명회를 하려고 하는데 고문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당연히 해야죠. 안 할 생각이었어요?”

(저도 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고문님이 아무 말씀을 하지 않아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나 했습니다.)

“저는 에릭이 알아서 할 줄 알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거예요. 오션에서 출시하는 모든 제품은 제품 설명회를 반드시 하는 게 좋아요. 그래야 언론에 노출되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매출에 좋은 영향을 주겠죠.”

(당연합니다. 이번 오션 패드 설명회는 고문님은 참석하지 않으실 겁니까?)

“네. 오션 대유 자동차 출범 준비하고 상용 자동차 인수 협상하느라 바빠요.”

사실 내가 하는 일은 없었지만, 핑계를 대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준비해서 잘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리고 수소 자동차 시제품 개발은 잘 진행되고 있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아주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으면 조만간에 기쁜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빨리 기쁜 소식을 들었으면 좋겠네요.”

(머지않았습니다. 그리고 시제품이 출시되면 시연회에 고문님은 참석하실 겁니까?)

“그건 당연히 참석해야죠.”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다시 핸드폰 벨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나야. 손 회장!)

한동안 뜸하더니만.

“안녕하세요? 회장님!”

(오션은 항상 좋은 소식만 들려와. 부러워 죽겠어.)

“소프트 뱅코도 나쁘지 않던데요.”

(오션만 하겠어? 난 지금 공항이거든. 30분 뒤에 탑승이야. 한국 도착하면 자네한테 가려고 하는데 괜찮지?)

“네. 괜찮아요. 한국 도착하면 바로 오실 건가요?”

(그럴 거야.)

“그럼 커피숍으로 오지 마시고 역삼동 사옥으로 오세요.”

(왜? 이제 커피숍에는 안 가는 거야? 나 귤 차 마시러 가려고 했는데.)

“귤 차는 여기에도 있어요.”

(알았어. 이따 보자고.)

* * *

통화한 지 4시간 정도 지나자 손정우 회장이 왔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내 인사에 대꾸도 없이 내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사무실이 내 사무실보다 좋네. 이런 사무실 놔두고 그동안 왜 커피숍에 있었어?”

“앉으세요.”

“그러지.”

소파에 앉았다.

“남들은 이 사무실이 더 좋다고 말하지만 저는 여기보다는 커피숍이 더 정감이 가요. 커피숍이 저한테는 집 같고 포근한 고향 같은 곳이에요.”

“하긴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 다르겠지. 겉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는 거지.”

희수가 들어와 귤 차를 내려놓고 나갔다.

“커피숍에서 마시는 거랑 같은 귤 차예요. 드세요.”

“그러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감탄을 하였다.

“바로 이 맛이야. 나도 사무실에서 귤 차를 마시는데 이상하게 이 맛이 안 난단 말이야. 같은 귤 차인데도 말이야.”

“만드는 곳이 달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런가?”

“일본 돌아가실 때 제가 귤 차 선물해 드릴게요.”

“고마워.”

다시 찻잔을 들어 마시는 손 회장에게 물었다.

“갑자기 한국은 웬일이세요?”

“갑자기는? 나 자주 한국에 와. 올 때마다 자네한테 들린 것은 아니니까 자넨 모르는 거겠지만.”

“그렇겠죠. 근데 저한테 온 것을 보면 용건이 있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요.”

숨기려다가 들켰다는 듯 민망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말씀하세요.”

“이번에 새로운 제품 출시한다며?”

“어떻게 알았어요?”

“내가 오션과 자네에게 관심이 아주 많잖아. 어쩌면 내가 오션과 자네에 대해 더 잘 알지도 몰라.”

스토커야? 뭐야?

“갑자기 회장님이 무섭게 느껴지네요.”

“무서우면 잘해. 이번에 뭘 또 출시하는 거야?”

오션 패드라는 것은 모르는가 보네. 잘 알기는 개뿔이다.

“그게 뭐냐면…….”

오션 패드에 관해 설명해 주자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그런 것들이 있다고? 오션은 내놓는 제품들마다 하나같이 다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야. 그런 것들은 어떻게 생각해내는지 신기할 정도라니까.”

“현대는 아이디어 싸움이잖아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생각해야 살아남을 수 있죠.”

“당연하지. 그 오션 패드도 나한테 독점 수입권 줄 거지?”

줄까? 말까?

“글쎄요?”

“뭐가 글쎄요 야? 지금까지 내가 오션팟부터 오션폰까지 독점 수입했으니 당연히 독점 수입권을 줘야지. 일본에서는 우리 소프트 뱅코하면 오션이나 마찬가지거든. 그 이미지가 굳어져 따로 진출해 봤자 재미를 못 봐. 일본을 다른 국가와 같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순간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들었다.

손 회장이 오션 패드에 목숨을 걸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션 패드가 새로운 제품이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닌데.

왜 그러지?

“좀 이상한데요.”

“뭐가?”

“회장님이 평상시하고는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뭐가 회장님을 다급하게 만드는 건가요?”

손 회장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자신이 진민재를 스탠퍼드 대학에서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사업가라기보다는 순진한 개발자였는데 지금은 어느새 성장하여 사업가다운 감각과 풍모를 내뿜고 있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오션 패드가 아니라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였다.

지금까지는 오션 제품을 자신이 독점 수입해 팔았지만, 자동차는 사이즈가 크고 성격 자체가 다르다.

그만큼 돈이 된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오션 수소 자동차는 오션에서 일본에 직접 지사를 설립해 판매할 가능성이 컸다.

자신은 오션 수소 자동차도 독점 수입해 판매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렇기에 오션의 모든 제품은 자신이 독점 수입해야 한다.

근데 진민재가 그런 자신의 의도를 느끼는 것 같았다.

“그렇게 보여?”

“네. 제가 잘못 본 건가요?”

“아니야. 맞게 본 것일 수도 있어.”

“그래요? 이유가 뭐예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사실대로 말하지. 나는 오션 수소 자동차가 욕심이 나거든. 수소 자동차를 내가 독점 수입해서 일본에 팔고 싶어.”

아! 그거 때문이었어? 그래서 오늘 온 거였구나. 손 회장답게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로 하지.

나도 일본에서는 어떻게 판매할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세계 최초의 친환경 수소 자동차라 일본에서도 충분히 먹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본 특유의 폐쇄성 때문에 오션이 직접 진출하는 방안과 간접 진출 방안을 두고 에릭과 염중섭 대표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에릭은 일본을 잘 몰라서인지 직접 진출하자는 의견이었고 염중섭 대표는 일본의 한 업체를 정해 간접 진출하자는 의견이었다.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나 또한 일본은 직접 진출보다는 자동차 수입 회사를 이용해 간접 진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소프트 뱅코도 생각은 했지만, 자동차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덩치가 커서 자동차와 관련된 적합한 업체를 찾으려고 했었는데.

“우리도 그 문제를 가지고 논의를 해 봤어요.”

“어떻게 결론 났는데?”

“직접 진출과 간접 진출 의견이 서로 팽배하여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어요. 근데 소프트 뱅코는 자동차와는 관련이 없기에 좀 무리인 것 같은데요.”

열을 내며 입을 열었다.

“뭐가 무리야? 소프트 뱅코가 처음부터 이동 통신과 관련이 있어서 오션폰을 독점 수입했나? 어떤 사업이든지 처음부터 관련 있는 직종은 없는 거야. 그렇기에 진출이라는 말이 있는 거지. 약속만 해 준다면 일본에 돌아가 보다 이동 통신처럼 자동차 수입 관련 업체를 내가 인수할게. 그럼 관련이 생기는 거지.”

그런 방법이 있기는 하네.

나도 지금 잘 모르는 곳과 일하기보다는 믿을 수 있는 손 회장이 더 좋기는 하다.

“일본에는 자동차 수입 관련 회사들이 많나요?”

“일본이 자동차 왕국이라 아주 많지는 않지만, 제법 있어. 외국 자동차 회사들 입장에서 보면 직접 지사를 설립해 운영하기보다는 수입 업체를 통해 판매하는 것이 더 이익이기에 많이들 그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 물론 직접 지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외국 자동차 회사도 있기는 해. 근데 일본에서는 그 방식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거지. 오션은 수소 자동차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우리 소프트 뱅코가 만들어 놓은 오션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소프트 뱅코가 최선일 거야.”

“제가 생각해도 그렇기는 해요.”

내 말에 손 회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당연하지. 일본에서 소프트 뱅코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데.”

“회장님! 근데 소프트 뱅코가 너무 문어발처럼 여러 가지 잡다한 사업을 많이 벌이는 것이 아닌가요?”

“돈이 된다면 가릴 것이 뭐가 있어? 돈이 되면 계속 사업을 하는 것이고 돈이 안 되면 접는 것이 사업이야. 그중에서도 오션 관련 사업은 장래성이 아주 커. 그만큼 오션에 집중하는 만큼 다른 사업을 정리할 생각이야.”

“정리할 것은 정리하는 게 좋겠죠. 잘 생각하셨네요.”

“오케이야?”

“아직은요. 다만 긍정적으로 검토할게요.”

손 회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알았어.”

“좋으세요?”

“좋기는. 그저 그렇지. 근데 수소 자동차 시제품은 언제 개발이 끝나는 거야?”

“머지않았어요. 아무리 늦어도 올해 안에 세상에 선보일 거예요.”

“잘 진행되고 있나 보네.”

“네.”

“연비는 어느 정도 되나? 또 출시 가격은 얼마로 할지 결정한 거야?”

“연비 테스트는 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았어요. 다만 기존보다 최소 50%는 절감할 수 있을 거예요. 출시 가격 또한 아직 결정하지 않았고 논의 중이에요. 그전에 먼저 어떤 차종을 출시할지 결정해야 하니까요. 생각보다 결정할 게 많아요.”

“당연하겠지. 요즘같이 기름값이 비싼 시대에 연비를 50%만 절감해도 엄청난 거야.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말인가?”

“연구진들 말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네요. 수소 연료 보급 단가를 얼마로 결정할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차종은 승용차 위주가 되겠지?”

“많이 팔리는 차가 승용차이니까 그렇게 될 것 같아요. 다만 소형, 중형, 대형 승용차를 동시에 출시할지 소형, 중형, 대형차 따로 순차적으로 출시할지 결정하지는 못했어요.”

“3가지 전부 동시에 출시하지?”

“저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생산 여건이 안 돼서 힘들 수도 있어요.”

“내가 생각하기에는 중형과 대형은 먼저 출시하는 것이 좋아. 소형은 천천히 해도 되고. 내가 듣기로는 상용 자동차도 인수 협상 중이라며? 상용 자동차도 인수하면 여유가 생기지 않아?”

“상용 자동차는 규모가 작아서 큰 도움이 안 돼요.”

“앞으로를 생각해서라도 자동차 회사를 더 인수하거나 공장을 여러 개 신설해야겠네.”

“그렇죠. 그 문제도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논의하고 있어요.”

“내가 며칠 전에 일본 도요도 자동차 회장을 만났는데 지난번에 미국에 가서 오션 CEO인 에릭이라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하네. 근데 오션에서 세계 여러 자동차 회사들에게 라이센스를 발급해 수소 자동차를 생산하도록 할 수도 있다고 하던데 그건 무슨 말인가?”

“그게 무슨 말이냐면…….”

어떤 방식인지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가 전 세계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니 그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데 아직 결정된 것은 없어요. 만약 그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면 모든 자동차 회사들에게 전부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고 몇 개 회사만 선정할 거예요.”

“그렇지. 전부 기회를 줄 수는 없지. 내가 생각하기에는 혼자 독점할 수 있는데 생산량이 부족하다고 하여 남들에게 기회를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나 같으면 부족하더라도 부족한 대로 갈 거야. 부족하면 부족한 만큼 희소성이 있기에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법이지. 명품이 왜 명품이겠어? 품질도 좋아야겠지만 그만큼 희소하고 브랜드 명성에 따라 명품이 되는 거야. 그 점도 잘 생각해 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