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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247화 (247/261)

247화

김갑수는 믿기 힘들다는 얼굴을 한 채 앞에 앉아 있는 젊은 사업가를 바라보았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 준비도 없이 무작정 달려왔기에 쉽게 투자를 결정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였다.

오늘은 운만 띄우고 준비를 철저히 해서 투자를 하도록 설득시킬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투자를 하겠다고 한다.

더구나 현재 회사의 연구원도 없어 개발 준비가 전혀 안 되었다고 말했는데도 말이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무슨 꿍꿍이속이 있을까? 머리를 재빨리 굴려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의 회사로는 전혀 손해 볼 것이 없고 투자한 오션만 손해를 보게 된다.

근데 왜?

“정말입니까?”

“네. 오션은 이엠스에 투자하겠다는 말입니다.”

“갑자기 왜입니까?”

“조금 전에 말했듯이 우리 쪽에서도 개발하다가 만 연구 자료가 있다고 했잖아요. 이엠스에서 개발 연구한 자료와 우리 쪽 자료가 합쳐진다면 개발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는 판단이 들었어요. 우리 쪽 자료가 예상보다 기술 수준이 높을 거예요. 어쩌면 이엠스보다 더 기술 수준이 높거나 개발 진척이 더 높을지도 몰라요. 갑자기 투자한다고 하니 이상해요?”

“아닙니다. 투자하신다면 저야 감사할 뿐입니다. 실례지만 어느 정도 투자하실 계획입니까?”

“저는 단순히 투자만 하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션의 자회사로 만들 생각이라 최소 지분 90%를 원합니다.”

“네? 그 말은 이엠스를 인수하시겠다는 말이 아닙니까?”

“네. 인수가 맞을 겁니다. 또 김 사장님 입장에서 어려운 회사를 끌고 가기보다는 오션에 넘겨 아무 걱정 없이 이엠스를 경영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복잡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말씀을 들으면 인수하더라도 이엠스를 저에게 맡기겠다는 의미로 들리는데 맞습니까?”

“네. 맞아요. 김 사장님도 이엠스를 떠나고 싶지 않을 겁니다. 남으셔서 계속 이엠스를 이끌어 가면 됩니다.”

김갑수 사장은 흔들리는 자신을 보았다.

객관적으로 판단하면 갈수록 전동차 충전기 경쟁이 치열해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에 앞으로 이엠스의 운명은 밝지만은 않았다.

그동안 이엠스를 경영하면서 마음고생을 많이 하다 보니 사업을 접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하였다.

수소 내연 기관을 개발한 오션과 함께한다면 매각하더라도 이엠스를 자신에게 맡기겠다고 하니 자본 걱정할 필요 없이 마음 편하게 경영할 수 있게 되고 이엠스의 앞날은 햇빛만 쨍쨍하게 된다.

또한, 매각을 하더라도 자신도 지분이 얼마 정도 있기에 이익이었다.

자신은 이엠스를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

“저에게 이엠스를 맡기겠다는 약속 지킬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약속합니다. 웬만하면 믿고 맡기는 편이지만 다만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경영의 자격이 없을 때는 경영자를 교체할 수도 있습니다. 그 점은 김 사장님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상식적이라고 하지만 주관적인 판단이 아닙니까? 아무 하자가 없어도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긴 내 말을 믿기는 힘들겠지. 이해한다.

내가 이엠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즉흥적으로 인수하려는 것은 이엠스를 알지 못하더라도 지금 재무 상황이 좋지 않아 인수 대금이 많이 들지 않을 것 같아 부담이 없었다.

내가 이엠스를 인수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수소 충전지 연구 개발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연구원들이 현재 없지만 내가 인수를 하면 김 사장은 어떻게 해서든지 연구원들을 다시 불러 모을 테고 연구원 또한 오션 이름을 보고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연구원들이 오지 않더라도 연구 자료를 확보하는 것만으로 인수 가치는 충분하였다.

이엠스의 연구 자료를 확보한 후에 따로 연구 개발을 진행해도 되니까.

또한, 향후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에 대항하기 위해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 자동차도 개발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크기에 미리 이차 전지 사업에도 선점하려는 이유였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이엠스를 인수하더라도 나로서는 여러모로 이익이었다.

“혹시 오션팟 아시나요?”

“네. 압니다.”

“오션팟이 이전에는 디지털 카스트라는 회사였어요. 디지털 카스트는 세계 최초로 MP3 원천 기술을 개발했지만, 경영 악화로 인해 하루를 넘기기 힘든 상황까지 왔지만, 우리 오션이 인수하면서 기사회생하여 지금의 오션팟이 있게 된 거죠. 그때 디지털 카스트 황정화 사장이었는데 이엠스처럼 인수하면서 경영을 맡게 되었고 지금까지 경영하고 있어요. 이 정도면 믿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정말입니까?”

“확인해 보면 금세 알 수 있을 텐데 제가 거짓말할 이유가 없겠죠. 확인해 보시면 될 거예요.”

“알겠습니다. 저도 신중히 생각하고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무엇이 이엠스하고 김 사장님에게 도움이 되는지 잘 생각하고 판단하세요.”

“알겠습니다.”

* * *

오션을 나온 김갑수는 회사로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처남인 경리 부장을 불렀다.

강동호 경리 부장은 오션에 다녀온 사장이 자신을 부른다는 소리에 얼른 사장실로 향하였다.

안으로 들어와 소파에 앉아 있는 사장의 얼굴을 살펴보니 표정 변화가 없어 이야기가 잘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부르셨습니까?”

“앉아.”

소파에 앉았다.

“오션에 간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제안을 받았어. 뭐냐면…….”

나누었던 이야기를 설명하였다.

“자네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뭘 고민합니까? 경영도 사장님이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저라면 당연히 매각합니다. 다만 걸리는 것이 지분 90% 이상을 요구한다는 겁니다. 오션이 우리 이엠스를 인수한다면 날개를 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에 회사의 가치가 급상승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지분을 90% 넘기는 것이 아깝기는 합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오션과 협상을 하여 지분을 좀 더 낮추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도 그 점이 가장 마음에 걸렸거든. 근데 생각해 보니 오션이 인수하지 않는다면 지분은 아무 쓸모가 없는 거지. 오션이 인수해야만 가치가 있는 거라 10%만 가지고 있다 해도 앞으로 성장 잠재성을 생각하면 큰 가치가 될 것 같아.”

“그렇기는 합니다. 이미 마음을 정하신 겁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시장은 가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자신감은 점점 줄어들어. 자본이라도 넉넉하면 버티겠는데.”

“잘 생각하셨습니다. 오션에 넘기고 마음 편하게 이엠스를 성장시키면 됩니다.”

“그렇지. 길게 생각해 봤자 잡생각만 많이 들 거야. 결정할 거면 빨리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조만간에 오션에 연락하려고.”

“알겠습니다. 저도 매각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수소 충전기 연구원들 연락해서 상황 설명하고 다시 입사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이 소식을 알면 다들 좋아할 겁니다.”

* * *

이엠스의 감갑수 사장이 가자 생각에 잠겼다.

김갑수의 표정을 보니 내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았다. 그럼 인수 준비를 해야 하는데 누구한테 맡길까?

또 진성 그룹의 나머지 계열사 진성 화장품과 진성 유통도 인수하려면 맡을 주체가 필요한데.

신동환에게 맡길까? 아니다.

신동환은 요즘 외화 은행 정상화로 인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 힘들 것 같았다.

규희가 잘하고 있는지 외화 은행도 한번 가 봐야 하는데 움직이기가 왜 귀찮냐?

결국은 HQ 컨설턴트의 장기호 팀장에게 맡겨야겠다. 장기호 팀장도 인수 전문가라 잘하니까.

핸드폰을 들었다.

(장기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진민재예요.”

(안녕하십니까? 고문님! 소식은 잘 듣고 있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라뇨?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에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다름이 아니오라 조만간에 기업을 인수해야 할 것 같아서 전화했어요. 요즘 바쁘신가요?”

(아무리 바빠도 고문님 일이 제일 우선입니다. 언제 인수하시는 겁니까? 인수할 기업이 어디입니까?)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진성 화장품과 진성 유통, 이엠스라는 작은 중소기업이에요.”

(진성 진동훈 회장이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기회에 남은 두 개 계열사를 인수하시려는 겁니까?)

“네. 기회인 것 같고 이제는 끝내려고요.”

(알겠습니다. 인수하시는 데 문제없도록 미리 조사하겠습니다. 근데 진성에서 매각하려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기 싫으면 강제로 하게 만들어야죠. 그래서 그런데 한번 오실 수 있을까요?”

(내일은 힘들고 모레 오후에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모레 오후에 보죠. 오실 때 커피숍으로 오지 말고 역삼동 사옥으로 오세요.”

(알겠습니다.)

* * *

왔다 간 지 이틀 만에 이엠스 김갑수 사장에게 연락이 와서 바로 오겠다고 하여 오라고 했더니 한 시간 만에 왔다.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시는 김갑수를 보니 매우 긴장하는 것 같아 나도 가만히 차를 마셨다.

잠시 차를 마시던 김갑수가 찻잔을 내려놓고서는 입을 열었다.

“만약 오션에서 이엠스를 인수한다면 지분을 어느 정도 인수하실 겁니까?”

“이엠스의 지분 구조가 어떻게 되나요?”

“작은 중소기업이라 제가 95%를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5%는 10여 명의 보유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소유한 5% 지분은 인수하기 힘들 것 같고 김갑수가 지금까지 고생 많이 했는데 전부를 달라고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겠지.

“90%만 인수하겠습니다.”

예상대로였다.

자신의 지분 90%를 넘기는 것이 아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5%는 남는다.

비록 5%이지만 이엠스가 수소 충전기 개발에 성공만 한다면 그 가치가 무척 크다.

어제 진민재 고문이 말한 오션팟 사장에게 전화 걸어 솔직하게 물었더니 친절하게 대답해 주면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진민재 고문은 믿어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통화하면서 믿음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만큼 믿을 만하다는 말이다.

여기서 줄다리기를 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넘길 거면 쿨하게 넘기자.

“결정했습니다. 매각하겠습니다.”

됐다. 이제 이엠스를 인수하게 되었으니 한숨을 돌렸다. 에릭에게도 연락해 줘야지.

“잘 결정하셨습니다. 우리 함께 잘해 보죠.”

“물론입니다. 열심히 하여 수소 충전기를 꼭 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연구원들하고는 이야기를 해 보신 겁니까?”

“네. 어제 연구원들과 접촉했는데 다들 흔쾌히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다행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저도 거절할까 봐 걱정했는데 오션이 인수한다는 사실이 결정하는데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그럼 연구원 몇 명이 돌아오는 건가요?”

“3명입니다. 저하고 그 3명이 함께 연구했었습니다.”

“사장님도 연구에 참여하실 겁니까?”

“개인적으로는 꼭 참석하여 함께 수소 충전기를 개발하고 싶지만, 경영도 해야 하기에 제가 참여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또 나이도 있다 보니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연구원이 부족하지 않을까요?”

“부족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 인원은 충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세요. 인수 대금은 실사를 통해 합당한 가격으로 인수할 거예요.”

“물론입니다. 언제부터 실사하실 겁니까?”

“가능하면 빨리하도록 할게요.”

“알겠습니다.”

* * *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는데 희수가 들어왔다.

“고문님! 손님이 왔습니다.”

“누구라고 해요?”

“HQ 컨설턴트의 장기호 팀장이라고 합니다.”

오후에 온다고 했는데 일찍 왔네.

“들어오라고 하세요.”

“네.”

희수가 나가고 장기호 팀장이 두리번거리며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고문님!”

“어서 오세요. 일찍 왔네요.”

“고문님 기다리게 할 수 없어 서둘러 왔습니다.”

“앉으세요.”

“네.”

소파에 앉았다.

“들어오는데 사옥이 정말 멋있습니다. 사무실도 깨끗하고 너무 좋습니다. 우리 회사도 이곳으로 이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 처음 온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매번 커피숍에서 뵈었습니다. 근데 이제는 여기로 출근하시는 겁니까?”

“네. 저를 보러 커피숍에 사람들이 많이 와서 강제로 그렇게 되었어요.”

“하긴 저라도 궁금해서 찾아가 볼 겁니다. 저도 처음에 정하나 실장이 고문님이 커피숍에 있다고 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커피숍이 제 일터이자 휴식 공간이었거든요. 사무실은 답답하고 따분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이상했지만, 저도 커피숍이 왠지 정감이 가고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커피숍에서 뵀으면 합니다.”

“저도 그래요. 제가 말한 회사 자료는 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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