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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239화 (239/261)

239화

잠시 음악 멜로디가 들리다가 에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고문님)

“방금 파드 자동차에서 전화 왔는데 에릭한테도 연락 왔어요?”

(네. 그렇습니다. 만나자는 것을 제가 거부했더니만 고문님께 전화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오늘 저녁에 만나기로 했어요.”

(굳이 만날 필요가 있겠습니까?)

“만나서 이야기만 들어보려고요. 우리가 자동차 사업은 처음인데 파드는 오래된 미국의 대표 자동차 회사잖아요. 알아두며 도움이 될 것 같고 현재 자동차 사업이 어떤지 정보도 들으려고요.”

(그런 뜻이 있었습니까? 그러면 제가 만날 걸 그랬습니다.)

“앞으로 다른 자동차 회사에서도 연락 많이 올 거예요. 그때 만나세요. 이제 같은 동종 사업에 뛰어드는데 서로 알아두면 좋죠.”

(알겠습니다.)

* * *

약속시간이 다 되어 희수하고 한식당 아리랑에 도착하였다.

안으로 들어와 혹시나 왔을까? 안을 둘러 보았지만, 내가 좀 일찍 와서인지 파드 자동차 미키 영 사장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직원 안내로 테이블에 앉았다.

물과 메뉴판을 준 직원에게 말하였다.

“주문은 조금 있다가 할게요. 일행이 더 올 거거든요.”

“알겠습니다.”

물잔을 들어 물을 마시는 희수를 바라보니 예전의 기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관광은 원 없이 했어?”

“네. 제가 미국에서 샌프란시스코는 꼭 오고 싶었거든요. 진짜 원 없이 관광했어요. 월급 받고 일하는데 일은 하지 않고 관광만 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에요.”

“관광도 일이야. 앞으로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가 주 무대인데 잘 알아야지.”

“앞으로 미국에 자주 오실 건가요?”

“그래.”

“영어 공부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그래도 영어는 조금 할 줄 안다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기 와서 제 영어 실력의 면면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럴 거야. 회화는 원어민하고 부딪혀야 제대로 알지. 열심히 해.”

“네. 근데 서영 언니 영어 엄청 잘해서 놀랐어요.”

“서영이도 여기 처음 왔을 때는 희수보다 더 못했거든. 학교 다니고 몇 년 살더니 내가 봐도 영어 실력이 엄청 늘었어. 희수도 노력하면 서영이처럼 잘할 수 있어.”

“네. 열심히 할게요”

이전 생에서는 희수 영어 잘했는데. 앞으로 잘하겠지.

“여기 식당 어때?”

안을 둘러보았다.

“깨끗하고 넓고 좋네요.”

자기가 여기서 알바 했었는데. 특별한 느낌은 없나 보네.

“난 여기가 왠지 정감이 가고 좋아. 그래서 오늘 약속도 여기로 한 거거든.”

“근데 제가 와도 되는 자리예요?”

“희수는 내 비서인데 당연히 참석해도 되지.”

그때 파드 자동차 미키 영 사장이 들어와 안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손을 들자 나를 보고 나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마키 영입니다,”

“안녕하세요? 앉으시죠.”

“네.”

자리에 앉았다.

“숙녀분은 누구십니까?”

“제 비서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희수에게 묵례로 인사하자 희수도 묵례로 답하였다.

“먼저 식사부터 하시고 이야기를 나누시죠.”

“좋습니다. 저도 배고픈 참이었습니다. 제가 한식은 처음이라 잘 모릅니다. 메뉴 좀 추천해 주십시오.”

“제가 알아서 주문할게요.”

“네.”

외국인이 처음 한식을 먹을 때 내가 추천해 주는 메뉴가 바로 불고기였다.

불고기를 먹고서 맛없다고 하는 외국인은 한 번도 없어서 불고기와 잡채 등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하였다.

역시나 마키 영이 다른 메뉴를 조금씩 맛보더니 불고기만 먹었다.

마키 영이 많이 먹었는지 수저를 내려놓았다.

“잘 드셨어요?”

“네.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른 음식들도 훌륭하지만, 특히 불고기가 제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입맛에 맞았다니 다행이네요.”

후식으로 나온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제 저를 보자고 한 용건을 말하시죠.”

“놀랐습니다. 우리 파드에서도 오래전부터 수소 내연 기관을 연구하고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오션에서 직접 개발한 겁니까? 아니면 다른 곳에서 개발한 겁니까?”

어차피 곧 알려질 사실인데 굳이 숨길 필요는 없지.

“사실은 아빠가 개발한 거예요. 그것도 15년 전에요.”

꽤 놀라는 표정이었다.

“말도 안 됩니다. 어떻게 그걸 15년 전에 개발할 수가 있답니까?”

“믿든 말든 본인 선택이죠. 이제 말씀하시죠.”

“좋습니다. 제가 만나자고 한 것은 서로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갔으면 해서 만나자고 한 겁니다.”

“서로 도움을 주면 좋지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솔직히 오션은 인터넷, 핸드폰 기업이라 자동차 사업은 생소할 겁니다. 자동차 회사를 인수한다고 하시지만 지금 당장 자동차를 생산할 공장도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우리 파드를 이용하라는 겁니다.”

“어떻게 이용을 하라는 겁니까?”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우리 파드 공장에서 오션 브랜드를 달고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는 방법과 두 번째는 우리 파드가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를 특허료를 내고 파드 브랜드로 생산하는 겁니다. 어느 쪽이든지 오션에서도 이익이고 우리 파드도 이익입니다.”

결국은 자기들이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를 생산하겠다는 거네.

가만히 지켜보는 것보다는 어느 쪽이든지 발 빠르게 움직여야 파드로서는 손해 보지는 않으니까.

다만 파드의 자존심이 있는데 하청도 마다하지 않겠다니 의외였다. 아니지! 어쩌면 도산할지도 모르는데.

지금 자존심 생각할 때가 아니니까.

“첫 번째는 하청이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의외의 결정이네요.”

“현실적으로 판단한 겁니다. 수소 내연 기관이 개발된 이상 앞으로 모든 자동차는 수소 내연 기관으로 바뀌게 될 겁니다. 즉, 수소 내연 기관을 개발하든지 아니면 도태되는 겁니다. 지금 당장 수소 내연 기관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자존심을 내려놓고 현실적으로 접근하자는 겁니다. 어제저녁 늦게까지 회장님 이하 임원들이 모여 회의한 결과입니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어요. 지금 당장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니 신중하게 검토해서 결정하도록 할게요.”

“오션도 주어진 여건 속에 무엇이 현실적으로 최선인지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랍니다.”

하긴 우리가 대유 자동차를 인수한다고 해도 생산하는 차량 수는 새 발의 피일 거다.

우리도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하청이나 특허료를 받고 생산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거다.

생각해 볼 문제다.

“알겠습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 * *

집으로 돌아와 방에서 쉬다가 이메일을 확인하는데 박도진에게 연락 달라는 이메일 와 있었다.

핸드폰을 들었다.

(박도진입니다.)

“안녕하세요?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메일 보고 연락했어요.”

(급한 일이 있는데 전화가 안 되어 부득이 이메일로 연락했습니다.)

“무슨 일 있어요?”

(어제저녁에 진성 그룹에 압수 수색이 전격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네? 갑자기 압수 수색이라뇨? 이유가 뭐예요?”

(저도 사방으로 알아보고 있는데 정확하지는 않지만, 복합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탈세도 있고 비자금 조성 등 여러 가지 혐의가 있나 봅니다.)

“적자 기업인데 무슨 탈세예요?”

(현재가 아니라 몇 년 전의 건 같습니다.)

“그걸 검찰에서 어떻게 알았대요?”

(아마도 내부자 고발이 있었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전격적으로 압수 수색이 들어가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군요.”

(검찰에서 조만간에 진동훈 회장을 소환하여 조사할 겁니다. 고문님! 이번 기회에 나머지 진성 화장품과. 진성 유통도 인수하시는 기회로 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진동훈 회장이 구속되면 무풍지대가 될 겁니다. 좋은 기회입니다.)

내 생각에도 그렇다. 이번 기회에 진성 그룹을 마무리 짓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렇네요. 그럼 두 기업을 인수하려면 누구하고 미리 접촉하는 것이 좋을까요?”

(제가 알아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검찰에 아는 분이 있나요? 압수 수색한 결과 좀 알고 싶은데요.”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압수 수색 결과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그래요. 결과 나오면 바로 알려 주시고 진성 그룹 상황도 바로 알려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이제 한국에 가야 할 것 같았다.

여기 있어 봤자 시달릴 것 같으니 에릭에게 모든 걸 떠넘기고 떠나야지.

요즘 수소 내연 기관 때문에 에릭이 신이 나서 일을 열심히 잘할 거다.

다음 날 아침 에릭에게 전화하였다.

(어제 잘 만나신 겁니까?)

“네. 뜻밖의 제안을 했더라고요. 뭐냐면…….”

어제 나눈 대화를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그래서 생각해 볼 문제이기는 해요.”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급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성급하게 결정하기보다는 시간을 가지고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아마도 이런 제안 파드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른 자동차 회사에서도 많이 들어올 거예요. 조건들을 다 들어보고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결정해야죠.”

(맞습니다. 우리 손에 무기를 들고 있는 한 시간은 우리 편입니다. 천천히 여유 잡고 느긋하게 기다리면 됩니다.)

“알았어요. 다음부터는 에릭이 만나서 이야기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 한국으로 돌아가려고요.”

(벌써 가시게요?)

“갑자기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 대유 자동차 건도 확인해 봐야죠.”

(알겠습니다.)

* * *

인천 공항에 도착하자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그런 눈치였다.

아무리 좋은 곳을 가더라도 잠시뿐이지 집만 한 곳이 없었다.

“성중아! 돌아오니까 좋아?”

“네. 그렇습니다. 빨리 집에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다음부터는 넌 데리고 가지 말아야겠다.”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것은 아닙니다. 또 따라서 갈 겁니다.”

김칫국물 마시고 있네.

“누구 마음대로.”

“사장님! 왜 그러십니까?”

강성중이 아양 떨며 말하자 영 못 봐주겠다.

“너 하는 거 봐서.”

거수경례하였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 모습을 본 일행들이 다 웃었다.

“사장님! 바로 집으로 가나요?”

김나영의 물음에 대답하였다.

“그럼 어디로 가?”

“커피숍 안 가 봐도 되나요. 한동안 문을 잠가 걱정되기도 하고요.”

“가져갈 것도 없어. 피곤할 텐데 집으로 가고 커피숍은 내일 나와.”

“네.”

집에 도착하여 씻고 소파에 앉았다.

핸드폰을 켜자 그동안 오지 않았던 알림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하나하나 일일이 확인해 보니 서희에게 온 음성 녹음이 있었다.

(오빠 통화가 안 되네. 언제 한국에 오는 거야? 엄마가 오빠 정체 알았어. 메시지 들으면 전화 부탁해.)

발표를 내가 하기로 결정할 때부터 이미 예상했었다.

이제 피하기만 할 수는 없고 한번은 부딪쳐야지.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나야 민재.”

화를 내는 큰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왜 이제 전화해? 연락도 안 되고.)

서영이와 달리 서희는 나에게 화도 내고 큰소리도 치고 거침이 없었다.

이런 것이 현실 남매라고 하던데. 기분이 좋았다.

“미안! 하도 연락이 많이 와서 전화기를 꺼 놓고 신경 쓰기 싫어서 확인도 안 했거든.”

(하긴 그 대형 사고를 쳤는데 온갖 곳에서 연락이 많이 오겠지. 지금도 미국에 있는 거야?)

“아니! 오늘 한국에 들어왔어.”

(오빠 이제 유명 인사가 되어 돌아다니기 힘들겠다. 내 친구들도 오빠를 다 알 정도니까 말 다 했지.)

“친구들도 다 안다고?”

(응. 오빠 사진이 신문에도 나고 TV에 나온 것을 보고 잘생겼다고 기억하는 거야. 나이 많은 아저씨나 할아버지였으면 보고서도 금세 잊어버렸을 텐데.)

이제 내 얼굴이 한국에 알려져 불편하겠네. 그래도 연예인이 아니라서 몰라보는 사람들이 많겠지?

“엄마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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