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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238화 (238/261)

238화

비관적인 생각이겠지만 같은 일이 반복될 수도 있었다.

“제발 현명한 판단을 했으면 하네요.”

(그럴 겁니다. 오늘부터 대우 자동차 인수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겠습니다.)

“그러세요. 빨리 인수할수록 우리한테도 좋고 대유 자동차도 한국도 좋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한국에는 언제 오십니까?)

“머지않아 갈 거예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얼른 핸드폰 전원을 껐다.

그걸 본 강성중이 물었다.

“전원은 왜 끄십니까?”

“전화에 시달릴까 봐.”

“그렇기는 할 겁니다.”

* * *

정지희는 식구들이 아침 식사한 설거지를 다 한 다음에 소파에 앉아 시계를 보니 9시 15분이었다.

가게는 11시 30분까지 가면 되기에 짧은 시간이지만 혼자만 가지는 자유시간이었다.

탁자 위에 있던 여성 잡지를 한동안 뒤적이다가 내려놓고 TV를 켰다.

리모컨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순간 화면이 지나갔지만 진민재라는 자막을 본 것 같아 얼른 뉴스 채널로 돌렸다.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에 대한 뉴스였는데 오션의 진민재라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잠시 후 화면이 바뀌고 발표하는 영상이 나오는데 그걸 본 정지희는 너무 놀라 입을 벌린 채 멍하니 TV만 바라보았다.

자신이 잘 아는 식당에 가끔 오는 커피숍 젊은 사장이었다.

유창한 영어로 뭐라 발표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하였다.

밑에 자막이 나오지만, 경황이 없어 자막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오직 진민재만 바라보고 있었다.

발표 영상이 끝나고 화면이 바뀌고 앵커가 나왔다.

(지금까지 오션의 창업자이자 고문인 진민재가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를 개발했다는 발표 영상을 보셨습니다. 오션은 세계적으로 포털 사이트 1위를 압도적으로 기록하고 있고 그 외 게임 사업과 오션팟, 오션폰으로 유명한 회사입니다. 회사의 오너인 진민재는 지금은 국적이 미국인이지만 96년도에 대학원 때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을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진성 그룹의 고 진규촌 회장님의 손자이기도 합니다. 오션에서 발표한 대로 만약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가 상용화가 된다면…….)

정지희는 앵커의 말은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두 눈에서 눈물만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꿈속에서라도 보고 싶었던 자신의 아들이었다.

엄마를 보고자 식당에도 찾아왔지만, 자신은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엄마 자격이 없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를 보고 얼마나 서글펐고 엄마를 원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더욱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팠다.

‘민재야! 엄마가 미안해.’

우리 아들 엄마가 없어도 잘 컸네.

잘생겼고 똑똑하고 능력도 있어 젊은 나이에 미국에서 회사를 설립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박복한 자신에게 저런 아들이 있다니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그나저나 다음에 식당에 오면 어떻게 대해야 하나? 엄마로서 자격도 없는데 엄마 노릇을 할 수도 없고.

민재가 왜 한 번도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어린 것을 보내고 나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보고 싶어 당장이라도 뛰어가고 싶었지만, 민재를 위해 이를 악물고 참았다.

엄마를 이해해 줄까?

* * *

현도 자동차 장서필 회장은 출근하자마자 오션에 접속하여 진민재의 발표 영상을 보았다.

역시나 짐작했던 대로 진민재가 진 박사의 연구 자료를 찾은 것이었다.

‘진짜 있었네.’

자신은 안기부에서 그토록 찾았지만 찾지를 못해 세상에서 사라진 줄 알고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 말대로 연구 자료를 찾았다면 그게 지금 자신의 손에 있을 텐데. 너무나 아까웠다.

지난번에 진민재와 통화했을 때 한국에 들어오면 찾아오겠다고 했는데 진민재가 연구 자료를 자신에게 줄까?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말로 안 되는 생각이었다.

진민재가 뭐가 아쉬워서 연구 자료를 넘기겠어? 근데 자신이 지분을 요구할 수도 없고. 정부에서는 어떻게 나오려나?

진민재가 주지 않겠다고 하면 정부로서도 별다른 방법이 없을 텐데.

진민재가 한국인이라면 압박을 할 수는 있겠지만 미국 국적이라 그럴 수도 없다. 당연히 미국 정부에서도 진민재를 보호하려고 할 테지.

근데 진짜로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가 출시되면 현도 자동차가 막대한 피해를 입을 텐데. 현도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다 똑같겠지.

조만간에 진민재가 찾아올 텐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진민재가 현도 자동차에서도 수소 내연 기관을 생산하게 허락해 줄까?

대유 자동차를 인수한다고 해도 그 하나로 전 세계 자동차 공급을 절대 감당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특허료를 주고 현도 자동차에서 생산하면 현도 자동차도 좋고 진민재도 좋은 거다. 그 방법이 최선일 것 같았다.

‘진민재야! 빨리 와라!’

* * *

일본 도요도 자동차 이시하라 사토미 회장은 출근하자 다이스케 비서 실장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자신이 아는 비서실장은 항상 차분하고 냉정한 모습이었는데 저런 모습 오늘 처음 보았다.

“오셨습니까? 회장님!”

“자네 오늘 왜 그래?”

“미국에서 온 소식 들으셨습니까?”

“아니. 못 들었는데. 무슨 일 있어?”

“들어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지.”

회장실로 들어온 두 사람은 차를 두고 소파에 앉았다.

이시하라 회장은 느긋하게 차를 음미하는데 비서실장이 입을 열었다.

“큰일 났습니다.”

“뭐가?”

“어제 미국에서 오션이 수소 내연 기관을 개발했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너무 놀란 회장이 몸을 들썩이자 들고 있던 찻잔에서 차가 흘러내렸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뭐라고? 수소 내연 기관을 개발했다는 것이 정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기자들을 모아놓고 발표한 만큼 사실일 겁니다.”

“오션이 뭐 하는 기업이야? 그런 자동차 회사가 있었나?”

“오션은 자동차 회사가 아닙니다. 원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회사인데 근래 핸드폰 사업에도 진출했습니다. 회장님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오션폰이라는 스마트폰을요. 그 회사입니다.”

“신기한 핸드폰이 나왔다고 들어본 것 같아. 손자, 손녀들이 그 핸드폰을 사 달라고 한다고 들은 기억이 있어. 핸드폰 만드는 회사가 어떻게 수소 내연 기관을 개발했다는 거야? 우리도 개발하려다가 실패했잖아.”

“그게 의문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오션에서 직접 개발한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개발한 것을 인수한 것 같습니다.”

“힘들게 개발하고서 왜 팔아 직접 만들지.”

“회사가 아니라 연구소 같은 곳일 가능성이 큽니다.”

“연구소에서 개발했다면 그걸 자동차 회사에 팔지 왜 자동차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회사에 팔았을까?”

“자세한 내막은 저도 모릅니다.”

회장이 근심 가득한 얼굴을 하였다.

“그나저나 사실이라면 큰일이네. 우리 도요도 자동차의 명운이 달린 문제야.”

“그렇습니다.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 전부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오션에서 스마트폰을 출시하고부터 전 세계 핸드폰 회사들의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여 엄청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핸드폰 회사가 아니라 자동차 회사가 될 겁니다. 그나마 조금 안심이 되는 것은 오션 회사 하나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로는 전 세계 자동차 공급을 못 한다는 겁니다.”

고개를 저었다.

“단지 시간만 몇 년 버는 것뿐이지 위기는 계속되는 거야. 그깟 공장이야 여러 개 건설하면 되잖아. 아니면 자동차 회사를 인수해도 되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길어야 5년이고 짧으면 2~3년 정도야. 그전에 우리도 수소 내연 기관을 개발해야지.”

“객관적으로 몇 년 안에 수소 내연 기관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른 대안을 생각해야 할 겁니다.”

“무슨 대안?”

“오션폰이 출시되고 오션에서 핸드폰 OS를 2년만 독점하고 2년 후에는 공개하여 모든 핸드폰 회사가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그래서 핸드폰 회사들이 지금은 힘들지만 2년 후를 기약하며 버티고 있다고 합니다. 핸드폰도 그렇듯이 혹시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해가 안 가네. 독점인데 그걸 남이 사용하게 해 준다고?”

“그냥 사용하게 해 주는 것은 아니고 특허료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깟 특허료가 얼마나 된다고? 독점이면 수십 배의 이익을 얻는데.”

“저도 그 점이 이해가 가지는 않습니다만 자신들이 직접 입으로 말했으니 사실입니다.”

“만약 그걸 믿고 있다가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어떻게 해? 대안은 있어?”

“저도 그 점이 염려되는 부분입니다. 핸드폰은 설명회에서 2년 후에 사용하게 해 주겠다고 발표를 했지만, 이번 수소 내연 기관 발표에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그거만 믿고 있을 수만은 없어. 우리도 대책을 마련해야지. 임원들 전부 모이라고 해. 회의를 통해 대안을 찾아봐야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소프트 뱅코 손 마시요시 회장이 오션의 창업주이자 고문인 자하고 매우 친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오션폰을 손 회장이 독점 수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손 회장을 통해 고문을 만나 이야기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겁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방법이네. 내가 손 회장에게 부탁해 보지. 그리고 연구소에 수소 내연 기관 연구했던 자료 있겠지?”

“네. 보관하고 있습니다.”

“다시 연구 시작하라고 해. 기존에 연구했던 자료 보면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겠지.”

“알겠습니다. 회의는 몇 시로 잡습니까?”

“11시로 잡아.”

“알겠습니다.”

* * *

오늘은 모처럼 만에 다 모여 정원에서 차를 마시며 아침부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나와 배상도, 신상철은 주로 듣기만 하고 강성중과 희수, 서영이, 미나, 김나영이 무슨 할 말이 많은지 연신 재잘거리고 있었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데 여자 넷에 말 많은 강성중까지 합세하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관광 나갈 때가 한적하고 좋았는데 더는 다닐 때가 없는지? 힘이 들어서인지? 이제는 나갈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수다를 들으며 차를 마시는데 관리인 아저씨가 다가왔다.

“사장님! 전화 왔습니다.”

“저요?”

“네.”

핸드폰을 꺼 놓았더니 이제는 집 전화로 연락하네.

누구지? 집 전화번호 아는 사람이 없을 텐데. 에릭은 당분간 신상철 핸드폰으로 연락하기로 하였다.

“알았어요.”

거실로 들어가 전화를 받았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파드 자동차 미키 영 사장입니다.)

왜 전화했는지 이유를 알겠다.

“무슨 일인가요?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습니까?”

(죄송합니다. 연락할 길이 없어 편법을 사용했습니다.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사과하는데 화를 낼 수도 없고.

“다음부터 조심하셨으면 합니다. 전화한 용건이 뭡니까?”

(전화로 말할 내용은 아닙니다. 직접 뵙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시간이 되십니까?)

내용은 듣지 않아도 뻔하지만 할 것도 없는데 한번 만나 볼까?

“제가 바쁩니다.”

(저도 잘 압니다. 부탁드립니다.)

“마침 오늘 저녁에 시간이 되는데 저녁 식사하면서 이야기할까요?”

(좋습니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어디냐면…….”

시간과 약속을 정하고 전화를 끊었다.

에릭한테 전화하지 않고 나한테 했지? 에릭에게도 전화했을 것 같아 번호를 눌렀다.

(오션입니다.)

“저 진민재 고문이에요. 에릭 좀 바꿔 주시겠어요.”

(안녕하세요? 고문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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