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236화 (236/261)

236화

내 말이 끝나자 장내가 잠시 침묵에 잠겼다.

길어질 것 같은 침묵이 바로 깨치면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지금 농담하시는 겁니까? 농담이라면 정말 재미없는 농담입니다.”

“물로 가는 자동차라뇨?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농담은 그만하시고 진짜를 발표하시죠.”

내 말을 전혀 믿지 않고 농담으로 치부하는 분위기였다.

“제가 지금 농담하는 것으로 보입니까?”

“정말이라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아마도 기자님들은 한 번씩 수소 내연 기관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정확히 말하면 물로 가는 자동차가 아니라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를 말하는 겁니다.”

내 말이 끝나자 기자들이 경악한 채 장내가 다시 침묵에 잠겼지만, 다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정말 오션에서 수소 내연 기관을 개발했다는 겁니까?”

“오션은 인터넷 기업인데 언제 수소 내연 기관을 개발하신 겁니까?”

“혹시 수소 내연 기관 기술을 다른 기업에서 인수하신 겁니까?”

“정확히 어느 정도 연구 개발이 진행된 겁니까?”

“중대 발표를 할 정도라면 시제품이 이미 완성된 겁니까?”

“성능은 어느 정도입니까? 연료 비용은 얼마나 듭니까?”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지자 손을 들어 휘저었다.

장내가 다시 조용해졌다.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다시 발표할 예정이고 조만간에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 시제품을 생산하여 테스트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본격적인 생산을 위해 자동차 회사를 인수할 계획이며 현재 접촉 중입니다. 이것으로 오늘 발표를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발표를 끝내고 나가는데 기자들의 질문이 다시 쏟아졌다.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시겠다는 계획이라면 개발이 성공적이라고 받아들여도 됩니까?”

“어느 자동차 회사와 접촉 중입니까?”

“이대로 끝내는 겁니까?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사회자가 나서서 수습하였다.

“기자님들 많이들 궁금하시고 질문할 것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보안을 위해 자세한 사안을 말씀드릴 수 없는 점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나중에 자세하게 발표할 예정이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회자가 말을 마치고 빠져나가자 기자들은 단념하고 기사를 송고하기 위해 재빨리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일부는 핸드폰으로 회사에 전화하면서 지금 상황을 알리고 있었다.

* * *

에릭 사무실로 돌아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런 발표는 처음이라 제가 잘했는지 모르겠어요.”

“매우 잘하셨습니다. 보면서도 처음 발표하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짧고 굵게 필요한 부분만 잘 발표하셨습니다.”

지금이야 끝났으니 편하게 말하지만 발표하는 내내 긴장되고 떨려서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것도 체질이 맞아야 하는데.

“그러면 다행이네요.”

에릭의 핸드폰이 울렸다.

“잠시 전화 좀 받겠습니다.”

“편하게 받으세요.”

에릭이 일어나 구석진 곳으로 가서 전화 통화를 하고서는 다시 소파에 앉았다.

“얼굴이 환한 것이 기분 좋은 전화인가 보네요.”

“네. 그렇습니다. 재무 이사의 전화인데 지금 오션의 주가가 급등하여 벌써 27%나 상승했다고 합니다. 매도 물량이 점점 줄어들어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진짜 오션에서 수소 내연 기관을 개발한 것이 맞냐고 물어봤습니다. 현재 회사로 투자자나 언론에서 확인 전화가 많이 오는데 자기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라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은 자세한 상황을 모르고 나중에 회사에서 공식적인 발표를 할 것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기자 발표를 한 지 이제 15분이 지났는데 벌써 소문이 퍼져 그만큼 올랐다고? 무섭네.

“뉴스에 났나 보네요.”

“확인해보니 아직 기사에는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곧 기사가 올라올 겁니다. 문의 전화를 하는 사람들은 기자들에게 개인적으로 정보를 받았을 겁니다. 그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괜히 겁이 났다.

일단 일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되겠지만 미완성의 연구 자료이고 설계도에 문제가 있다면 난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 친 사기꾼 또는 허풍쟁이로 전락하게 된다.

“이러다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저도 일이 커지다 보니 점점 걱정되는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수소 내연 기관의 권위자인 로버트 크레나 박사님이 인정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자잘한 문제가 있더라도 그건 충분히 해결 가능할 겁니다.”

“저도 아빠를 믿어요. 완벽하지 않았다면 개발이 끝났다고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저도 고문님 아버지를 믿습니다.”

“고문님이나 저나 당분간은 무척 시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조금 전에 통화하고 핸드폰도 꺼놨고 회사 전화 연결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당분간은 피해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하긴 이 뉴스가 한국에 나가면 저도 그럴 것 같네요. 어쩔 수 없죠.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죠.”

“알겠습니다. 열심히 즐기겠습니다.”

* * *

MSS 볼 게이트는 게임 사업부 마틴 이사가 올린 Xbox 기획서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기술적으로 검토한 바 구현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다.

또한, 게임사업부 직원들 회의 결과 사업성이 충분하고 인기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여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었다.

다만 사업을 하려면 따로 법인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건에 대한 보고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보고서를 보고 최종 결정해야 하겠지만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다.

투자를 받지 말고 아이디어만 매입할까? 고개를 저었다. 오션 때처럼 그놈이 팔지 않을 것이다.

비서실장이 노크도 없이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회장님!”

“무슨 일인데 급하게 들어와?”

“뉴스 보셨습니까?”

“무슨 뉴스? 테러가 또 발생했어?”

“그게 아닙니다. 오션에서 오늘 중대 발표를 했는데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합니다.”

그건 진민재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나도 알아. 얼마 전에 직접 들었어.”

“그렇습니까? 놀랍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지. 인터넷 기업이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다니 용감한 건지? 무지한 건지? 지켜보면 어느 쪽이 맞는지 알겠지.”

비서실장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회장님! 자세히 모르시는 겁니까?”

“뭘?”

“오션에서 사업한다는 자동차 말입니다. 수소내연기관 자동차이지 않습니까? 진짜라면 이건 무조건 성공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오션의 주가가 미친 듯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벌써 100% 넘게 상승했습니다.”

“뭐? 수소내연기관 자동차라고?”

“네. 그렇습니다. 인터넷 기업이 언제 그런 것을 개발했는지 신기합니다. 오션에서 발표가 있고 기자들이 수소내연기관의 출처를 알아내기 위해 사방으로 확인한 바로는 수소내연기관을 개발에 성공한 곳이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는 것은 오션에서 자체 개발했다는 말이지 않습니까?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닐 테고요.”

볼 게이트는 놀라서 할 말이 없었다.

어쩐지 성공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혁신적인 자동차라고 말하더니만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라니?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하였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

근데 수소 내연 기관은 누가 개발한 거지? 설마 진민재가?

“오션에서 개발한 거라고 해?”

“자세한 것은 설명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기자들이 확인하려는 겁니다.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부 기자는 수소 내연 기관을 개발했다는 것이 거짓이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하기도 합니다. 발표는 했지만, 실체가 없으니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아무래도 Xbox 게임 사업은 진민재의 투자를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저런 놈하고 같이 사업하면 이익이면 이익이지 손해는 보지 않을 것 같았다.

“진민재가 쓸데없는 말을 할 리가 없지. 사실일 거야. 알았어. 나가 봐.”

“네.”

비서실장이 나가자 볼 게이트는 컴퓨터로 뉴스를 보았다.

* * *

에릭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션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정원 파라솔에 앉아 핸드폰으로 미국 오션에 접속하여 뉴스를 보았다.

오션은 온통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와 오션에 관한 기사로 도배되어 있었다.

-물로 가는 자동차 실현 가능한가?

기사 제목을 클릭하였다.

(오늘 오후 2시 오션에서 충격적인 발표를 하였다. 충격적인 발표 내용답게 그동안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진민재 고문이 직접 발표를 하였다. 이날 진민재 고문은 소설 속에서나 실현 가능한 물로 가는 자동차를 개발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진짜 물로 가는 자동차가 아니라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였다. 오래전부터 수소 내연 자동차를 개발하려는 시도는 많았고 지금도 세계 여러 국가에서 개발하고 있다. 오션은 인터넷 기업으로 시작하여 게임과 오션팟, 오션폰을 내세운 핸드폰 사업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였다. 지금까지 오션은 오션부터 오션팟, 오션폰 등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며 급성장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는 가히 충격적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오션은 언제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를 연구 개발했는지? 아니면 다른 기업에서 기술을 인수한 것인지? 오션에서 명확한 확답을 하지 않아 어느 것도 확실치 않다. 다만 진민재 고문이 천재라고 알려진 만큼 비밀리에 진민재 고문이 직접 개발했을 가능성도 있다. 아직 정식으로 테스트를 하지 않아 오션에서 발표한 대로 수소 내연 자동차가 세상에 선보이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만약 정말로 수소 내연 자동차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면 인류는 또 한 번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수소는 완전 무공해로 지금 자동차 회사에서 한창 개발하고 있는 전기 자동차보다 공해에서 자유롭고 비용도 저렴하다는 크나큰 장점이 있다. 아울러 수소 내연 기관을 응용하여 여러 산업 전반에 사용할 수 있기에 산업 현장에서 기대하는 바도 크다. 그리고…….)

다른 기사를 클릭해 보았지만 대부분 비슷한 내용이었다.

댓글들 반응을 보려는 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냐야! 게이트!)

“안녕하세요? 회장님! 결정하셨어요?”

(자넨 나를 너무 깜짝 놀라게 해.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라니? 진짜 생각도 못 했어. 자네가 개발한 건가?)

“제가 만능 맥가이버인 줄 아세요?”

(다행이야. 만약 자네가 개발했다면 난 자네를 보지 않았을 거야.)

“왜요?”

(인간이 아닌 괴물이니까. 난 괴물하고는 상대하고 싶지 않아.)

“정말 다행이네요.”

(자네 제안 받아들이지.)

“잘 생각하셨어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나도 그럴 것 같아서 받아들인 거야.)

“고맙습니다.”

(그래. 자세한 투자 논의는 다음에 하기로 하지.)

“네 그래요.”

(자네의 자동차 사업에도 행운이 따르기를 바랄게.)

“고맙습니다.”

생각지도 않게 된 Xbox 게임 사업을 하게 되었네. 내가 직접 하는 사업은 아니지만 투자하는 것만으로 돈을 버는 거지.

사업이야 MSS가 알아서 잘하겠지.

근데 닌텐두에게 미안하네. 내 탓 하지 말고 네 조상 탓해라. 너희 조상들이 우리 조상들의 많은 것을 빼앗아 갔으니까.

전화를 끊자 핸드폰이 울렸다.

이제 시작인가? 내일 되면 한국에도 이 소식이 전해져 전화가 많이 올 텐데.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국정원 유지철입니다. 제가 지금 댁으로 찾아 봬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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