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화
모르는 사람이라면 나도 노코멘트를 하겠다. 하지만 돌아가진 장 회장님의 친분도 있는데 나 몰라라 할 수도 없었다.
“한국 정부는 몰라도 현도 자동차에는 조금의 편의를 봐주는 것은 어떨까?”
“그 정도 편의라면 진 마음대로 해. 그렇다고 너무 편의를 봐주면 요구하는 것이 더욱 많아질 거야. 선을 확실히 그어.”
“알았어.”
“그리고 당분간은 우리 요원들이 진 곁에서 지켜볼 거야. 알고 있으라고.”
“감시하는 거야? 아니면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감시하는 거면 미리 말을 하지 않지. 지난번처럼 진 박사님 같은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방지하려는 거야.”
“내가 위험하다는 거야?”
“꼭 위험하다고 말할 수는 없어. 만약을 대비하자는 거지.”
말을 하고서는 피식 웃었다.
“이번에도 연구 자료가 있는 곳은 진밖에 모르잖아. 다시 숨바꼭질할 수는 없으니까.”
“만약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를 출시하면 그때는 지켜볼 일은 없겠네.”
“그렇지. 그때까지만이니까 불편해도 참아줘. 진을 위한 거니까.”
“알았어.”
“진이 찾아 다행이야. 한국 정부에서 찾았다면 미국이 큰 손해를 볼뻔했어. 난 그만 갈게.”
“응. 고마워.”
“그리고 앞으로 미국 정부 여러 인사들이 진을 찾아올 거야.”
“왜?”
“앞으로 진행할 자동차 사업에 관한 일이겠지.”
“알았어.”
레베카가 가자 바로 오션으로 향하였다.
오늘부터 나의 보호가 시작되었는지 CIA 요원으로 보이는 자들이 나를 따라 왔다. 나를 위한 것이지만 이것도 은근히 신경 쓰이네.
에릭과 차를 마시고 있었다.
“여기 오기 전에 CIA에서 저를 찾아왔어요.”
“뭐라고 합니까?”
에릭도 걱정되는지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게…….”
레베카하고 나눈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설명을 다 들은 에릭이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사실 저도 정부에서 막으면 어떻게 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올바른 결정을 하여 정말 다행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지금은 허락하였지만, 아직 마음을 놓기에는 일러요.”
“맞습니다. 저는 정부에서 막을 경우 불전을 일사하려고 했었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결정이 번복되지 않도록 쐐기를 박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언론에 발표하자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언론에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 개발 소식이 나가면 더는 되돌리지 못할 겁니다. 순식간에 전 세계로 기사가 퍼져 나갈 것이고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될 겁니다.”
언론을 이용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최선의 최고의 방법이다. 나도 정부에서 막으면 언론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지금 발표하기에는 조금 빠르지만 빠를수록 좋을 것 같았다.
“하죠.”
“그럼 지금 당장 기자들을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하자고요?”
“생각난 김에 빨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부르면 오후에는 기자 회견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네.”
대답한 에릭이 일어나 책상으로 가서 인터폰을 눌렀다.
(네. 대표님!)
“기자들에게 연락해 중대 발표가 있을 예정이니 2시까지 오라고 해.”
(메이저 언론만 부릅니까?)
“아니! 연락할 수 있는 언론사들은 전부 연락해.”
(알겠습니다.)
에릭이 소파에 앉았다.
“오늘 2시에 기자 회견하기로 했습니다.”
“2시 이후에는 전 세계가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로 한바탕 난리가 나겠네요.”
“그럴 겁니다. 오늘 발표는 고문님이 하시죠.”
“아니에요. 에릭이 하세요.”
“다른 발표라면 제가 하겠지만 이건 고문님 아버지가 개발한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까 고문님이 발표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고문님 아버지도 고문님이 발표하기를 바랄 겁니다.”
생각해 보니 이건 내가 발표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아빠도 그걸 원하겠지.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리고 한국 대유 자동차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한국 정부나 채권단에서 오션에 우호적이기는 하지만 이미 GN과 많은 협상이 진행되어 현재로서는 GN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합니다. GN도 오션의 출현으로 다급했는지 많은 부분에서 양보를 한다고 합니다.”
“그래 봤자 오늘 2시가 지나면 한국 정부나 채권단에서 오션으로 급격히 기울 거예요.”
“맞습니다. 바보가 아니면 오션을 선택할 겁니다.”
“당연하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점심때가 되었다.
“고문님! 점심 식사하러 가시죠.”
“어디로 갈까요?”
“고문님! 구내식당 한 번도 가지 않았지 않습니까? 오늘 가 보시죠.”
“구내식당도 있어요?”
“네. 주변에 식사하러 가려면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기에 불편해하는 직원들이 많아 작년 12월에 구내식당을 만들었습니다. 직원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습니다.”
“그래요? 가보죠.”
“네.”
에릭을 따라 구내식당으로 이동하였다.
식당 안에 들어서며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구내식당이 아니라 어디 고급 식당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원래 구내식당은 음식이 별로고 싸구려 같다는 인식이 강한데 구내식당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꾸며 놓으니 고급 식당 같았다.
이러니 직원들의 인기가 좋은 것 같네. 음악도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국 MJ 빌딩 구내식당도 잘 만들었다고 자부했는데 이곳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구내식당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해야겠다.
식당은 뷔페식으로 되어 있었고 음식 종류도 많았다. 고급 뷔페나 마찬가지네.
한국에 이런 식으로 운영하려면 비용이 꽤 많이 들어갈 것 같은데. 이 정도는 아니어도 현재보다 반찬 수를 더 늘려야겠다.
“어떻습니까?”
“좋은데요. 비용이 많이 들어가겠어요.”
“그렇기는 하지만 직원 복지 차원에서 회사에서 지원합니다. 이러면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져 손해는 아닙니다.”
한국 구내식당도 이렇게 할까? 돈이야 더 벌면 되지. 대신 다른 회사 직원들은 출입하지 못하도록 해야겠네.
근데 그동안 출입하도록 하다가 못하게 하면 뭐라고 할 텐데.
기존 구내식당은 그대로 운영하고 새로 구내식당을 만들면 되겠다.
“잘했네요.”
“식사하시죠.”
“네.”
접시에 음식을 담아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어 보았다. 맛있었다.
“음식 맛도 좋네요.”
“겉모습만 그럴듯하고 정작 중요한 음식이 맛없으면 직원들에게 외면받게 됩니다. 음식 맛에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그렇겠죠.”
식사를 맛있게 하고 다시 에릭 사무실에 돌아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지금 연락이 왔는데 기자들이 벌써 많이들 모였다고 합니다.”
시계를 보니 1시 20분이었다.
“일찍도 왔네요.”
“그만큼 오션에 기대하는 것이 크다는 반증일 겁니다. 중대 발표를 한다고 하니 오션폰과 같은 획기적인 제품 발표를 또 하려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합니다.”
“틀린 추측은 아니네요. 아마도 오션폰보다 더 큰 충격을 받겠네요.”
“그렇습니다. 오늘 온 것을 매우 잘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오늘 2시 이후로 저나 에릭이나 많은 것이 바뀌게 되겠어요.”
“한동안 시달릴 생각을 하니 아찔합니다.”
“유명세를 치른다고 생각해야죠.”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2시에 발표를 하면 아마도 주가가 무섭게 상승할 겁니다. 아마도 거래소가 난리가 날 겁니다. 이대로라면 향후 4만 달러가 아닌 10만 달러도 거뜬하게 돌파할 것 같습니다.”
“당연하죠. 20만 달러도 넘을 수 있을 거예요.”
“지금도 감지덕지한 데 20만 달러가 넘는다니 생각만 해도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1시 50분이 되었다.
“이제 가시죠.”
“그러죠.”
기자 회견이 있을 소강당에 도착하니 기자들로 꽉 차 있었다. 적어도 100명이 넘는 것 같았다.
연락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이렇게 많이 오다니? 그만큼 오션이 핫하다는 거겠지.
“진짜 많이 왔네요.”
“그렇습니다. 오션폰 제품 설명회 할 때는 이것보다 더 많이 왔었습니다. 시간만 넉넉했으면 더 많이 왔을 겁니다.”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었다.
“잠시 후에 중대 발표를 할 예정이오니 기자님들은 착석해 주십시오.”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던 기자들이 자리에 앉았다.
장내가 조용해지자 사회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중대 발표를 하겠습니다. 발표는 오션의 창업주이자 고문이신 진민재 고문님이 하시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뭐라고? 진민재 고문이 발표한다고?”
“그러게. 진민재 고문은 언론에 나서는 것을 극도로 피하는데 오늘은 웬일이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 아닐까?”
“그게 뭘까? 오션폰 발표는 아닐 테고 뭐가 또 있을까?”
“나야 모르지. 오션은 워낙 종잡을 수 없는 기업이다 보니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것을 발표할지도.”
“하긴 나도 오션에서 중대 발표가 있을 거라고 하여 취재도 미루고 달려왔으니까. 기자들이 많이 온 것을 보니 다 나 같은 생각을 한 것 같아.”
“나도 그래.”
“저기 진민재 고문이 나온다! 얼른 사진 찍어야지.”
“나도.”
단상에 나오자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쉴 틈 없이 번쩍거렸다. 오늘 엄청 사진 찍히네.
이제 내 얼굴이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다 알려지겠네. 이제 커피숍에 못 나가나?
피식 웃었다.
지금 중요한 순간에 커피숍 나갈 생각을 하다니?
단상 위에 올라가 좌중을 둘러보았다.
기자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상황에서 발표하는 것은 난생처음이라 긴장되었다.
단상 위에 물잔이 놓여 있어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며 긴장된 마음을 진정시켰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션 고문 진민재라고 합니다. 먼저 이렇게 많은 기자님들을 모시고 중대 발표를 하는 영광스러운 자리를 가지게 되어 무척 기쁜 마음입니다. 여기 오신 기자님들은 오션에서 무슨 중대 발표를 하는지 많이들 궁금하실 겁니다. 기자님들이 많은 추측을 하셨겠지만 아마도 한 분도 정확히 추측하신 분이 없을 겁니다. 그만큼 기자님들이 생각할 수 없는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발표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니 더욱 궁금하실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맞습니다. 궁금합니다. 뜸 들이지 말고 바로 발표했으면 합니다.”
“좋습니다. 바로 발표하겠습니다. 오션에서는 새로운 사업으로 자동차 사업에 진출할 것임을 여러 기자님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바입니다.”
내 말에 다시 기자들이 웅성거리다가 질문이 쏟아졌다.
“갑자기 자동차 사업이라니? 전혀 예상 밖이고 뜬금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자동차 사업 전망이 밝기는 하지만 오션에서 진출하기에는 무리가 아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지금까지 오션은 혁신의 아이콘이었는데 이번 자동차 진출로 인해 그 이미지가 퇴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됩니다.”
“그 많고 많은 사업 중에 하필 자동차 사업입니까?”
“자동차 사업은 덩치가 커서 잘못하면 오션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꼭 진행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이번에는 오션에서 무리한 결정을 한 것 같습니다. 자동차 사업 철회를 하실 생각은 없습니까?”
역시나 오션이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다고 하니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반응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5분 후에는 부정에서 긍정으로 경악으로 분위기가 바뀔 것이다.
“기자님들의 질문들을 들으니 오션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오션은 지금까지 그랬지만 앞으로도 혁신의 아이콘이 될 겁니다. 또 오션이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다고 해서 리스크가 있기보다는 10단계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오션이 될 것입니다. 한 기자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오션은 혁신의 아이콘인데 그걸 무시하고 이번 자동차 사업도 그냥 진출하겠습니까? 혁신의 아이콘답게 자동차 사업도 혁신의 선두에 설 것이며 오션폰보다 더 파급력이 큰 자동차를 여러분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고문님의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를 혁신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입니까? 제가 생각해 봐도 그게 무엇인지 전혀 상상조차 가지 않습니다.”
“자동차는 자동차이지 않습니까? 어떻게 해야 혁신적인 자동차가 되는 겁니까? 기존 자동차하고 무엇이 달라진다는 말씀입니까?”
기자들을 보니 다들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들이었다.
천천히 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오션에서는 머지않아 물로 가는 자동차를 출시할 겁니다. 이 정도면 혁신의 오션이자 자동차의 혁신이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