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234화 (234/261)

234화

국정원 최문기 국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다 본 보고서를 내려놓고 인터폰을 눌렀다.

(네. 국장님!)

“손 팀장 지금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잠시 후 손석진 팀장이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국장님!”

“앉아서 이야기하지.”

“네.”

소파로 가서 앉았다.

“자네 요즘 진민재 소식 알고 있나?”

“잘 모릅니다. 신문에 난 기사를 보니 얼마 전에 외화 은행에 투자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최 국장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자네 진 박사의 연구 자료가 없다고 생각하나?”

“네.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있다면 어디에서라도 작은 단서라도 나왔을 겁니다. 없는 것을 보면 영원히 사라졌을 겁니다.”

“방금 보고서를 받았는데 오션에서 대우 자동차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하네. 자넨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나?”

“네? 오션에서 대우 자동차를 인수하겠다고요?”

“그래. 나도 보고서 보고 놀랐어.”

“설마 진민재가 진 박사님의 연구 자료를 찾았다는 말입니까?”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 하지만 갑자기 대유 자동차를 인수한다는 게 마음에 걸려. 자동차 사업은 그냥 하겠다고 해서 하는 사업이 아니잖아. 아무래도 느낌이 안 좋아.”

“결국은 찾았기에 자동차 사업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까?”

“아직은 심증뿐이지.”

“제가 지금 진민재를 찾아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진민재 지금 미국에 있어.”

“그럼 확실한 것이 아닙니까?”

“가능성은 높지.”

“국장님! 진민재는 그걸 어디서 찾았다는 겁니까?”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다만 얼마 전에 진민재가 양평에 있는 별장을 인수했거든. 인수 이후에 미국에 갔고 대유 자동차를 인수하겠다고 한 거야. 찾았다면 별장에서 찾은 것 같아.”

“별장은 예전에 샅샅이 조사하지 않았습니까?”

“했지. 나도 참여해서 조사했거든. 하지만 어딘가에 숨겨져 있었던 모양이야. 그걸 진민재가 찾은 거고.”

“그렇다면 진민재는 진 박사의 연구 자료가 별장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 아닙니까?”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 거야. 만약에 알고 있었다면 제일 먼저 별장을 매입하려고 했겠지. 아마도 별장을 매입하고 우연히 찾은 것 같아.”

“진민재가 미국에 갔다면 큰일 아닙니까? 그 연구 자료는 한국 소유가 아닙니까?”

“걱정이야. 미국이 호락호락 넘겨주지 않을 거야.”

“진민재에게 달라고 해야 하지 않습니까?”

“미국에서도 알았다면 진민재의 손을 떠났어. 진민재가 돌려주려고 해도 미국 정부에서 막을 거야. 한마디로 우린 닭 쫓던 개 신세가 된 거지.”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미국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하여 돌려받아야 합니다.”

“진작에 찾았으면 이런 일도 생기지 않고 좋았잖아.”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거야.”

“그래도 진민재의 의향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자네라면 자기 손에 들어온 보물을 쉽게 내주겠어? 더구나 자기 아빠가 개발한 물건인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먼저 확인부터 하는 것이 순서야. 확인 안 된 것 같고 협상할 수는 없으니까.”

“제가 진민재에게 전화해 보겠습니다.”

“전화보다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아. 내가 미국에 있는 요원에게 진민재를 만나라고 지시 내릴게. 자네는 진민재가 미국에 가기 전까지의 행적을 자세히 조사해 봐.”

“알겠습니다.”

* * *

현도 자동차 회장 장서필 회장은 북미 매출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매출 보고서를 보면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만 계속된다면 북미에서 현도 자동차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회장님! 급히 보고 드릴 일이 있습니다.”

“무슨 일인데?”

“방금 들어온 소식인데 미국 오션에서 대유 자동차를 인수하고 싶다는 인수 의향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뭐? 오션에서?”

“네. 그렇습니다. 인터넷 기업인 오션에서 뜬금없이 자동차 사업을 하겠다니 다들 의아해하는 분위기입니다. 채권단에서도 진심인지? 아니면 다른 꿍꿍이속이 있는지 설왕설래하고 있다고 합니다.”

장서필은 오션에서 자동차 사업을 하겠다고 하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지? 순간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설마? 아버지가 말한 진상규 박사의 수소 내연 기관 연구 자료를 찾은 건가? 그게 아니라면 갑자기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자동차 업계는 큰 지각 변동을 하게 된다.

오션폰 출시로 인해 세계 수많은 핸드폰 업계가 무척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자동차 업계도 같은 상황이 연출될 것 같았다.

“누가 의향서를 제출한 거야?”

“오션 코리아 염중섭 대표라고 합니다.”

“확실한 거지?”

“네. 그렇습니다. 오션이 의향서를 제출하자 가장 당황스러워하는 곳이 미국 GN입니다. 자기들밖에 대유 자동차를 인수할 곳이 없다고 판단하여 채권단과 정부에 무리한 요구를 하다가 오션의 개입으로 상황이 순식간에 바뀌게 된 겁니다.”

“정부나 채권단 반응은 어때?”

“오션의 정확한 의중을 몰라 유보적인 입장이지만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얼마 전에는 오션이 외화 은행 인수에도 투자하였습니다. 일각에서는 오션이 인터넷 기업이라 자동차 사업 경험이 없기에 인수하더라도 얼마 안 가 지금 같은 상황이 재현될까 봐 염려하기도 합니다.”

“일단은 오션에게 긍정적이라는 말이네.”

“네. 그렇습니다. 우리 현도 자동차 입장에서도 GN보다는 오션이 대유 자동차를 인수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만약 오션이 진짜로 대유 자동차를 인수한다면 우리 현도 자동차에 재앙이 될 거야.”

“네?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오션폰 예를 봐. 오션폰이 나오고 나서 핸드폰 업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핸드폰하고 자동차는 다릅니다. 자동차는 오랜 기술과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 겁니다.”

지금 자세히 설명하기도 귀찮았다.

“알았으니 나가 보고 정부나 채권단 상황을 주시하면서 특이한 사안이 발생하면 즉시 나한테 보고하도록.”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이 나가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진짜 진 박사의 연구 자료를 찾은 건가?

그동안 국정원에서도 찾지 못한 것을 어떻게? 만약 찾았다면 현도 자동차에도 지분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일단 연구 자료를 찾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고 만약 찾지 않았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핸드폰을 들었다.

* * *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하여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나야! 장서필.)

장 회장이 웬일로 전화했지? 설마 알았나?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재미난 소식이 들려오던데.)

대유 자동차 인수 건을 말하는 것 같았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였다.

“무슨 소식인데요?”

(벌써 능구렁이가 다 되었어. 자네를 처음 봤을 때는 순수했던 것 같았는데.)

“칭찬인가요? 아닌가요?”

(보는 관점에 따라 칭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그럼 칭찬으로 받아들일게요.”

(정말 대유 자동차를 인수할 생각인가?)

“네. 그러니까 의향서를 제출했겠죠.”

(자동차 사업을 하겠다는 이유가 뭔가?)

“자선 사업 빼고는 사업이 돈을 벌기 위해서죠.”

(자네 진 박사의 연구 자료를 찾은 건가?)

드디어 올 게 왔다. 레베카는 가서 상부에 보고하고 어떻게 할지 연락한다더니 아직까지 연락이 없었다.

“글쎄요?”

(대답이 시원치 않네. 맞으면 맞고 아니면 아닌 거지.)

“확인이 필요해서요.”

(그럼 뭔가를 찾았다는 말이네.)

“제가 지금 미국에 있거든요. 한국에 들어가면 찾아갈게요. 그때 이야기해요.”

(언제 한국 들어오나?)

“아직 계획은 없지만 길지는 않을 거예요.”

(알겠네. 들어오면 바로 연락 주게.)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현도 자동차하고는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이고.

다음 날 아침 일행들이 관광을 나가고 혼자 정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나야. 레베카.)

이제야 연락 오네.

“그렇지 않아도 연락 기다리고 있었어.”

(지금 집이지?)

“응.”

(지금 가도 될까?)

“응. 와.”

(20분 후에 도착할 거야.)

“알았어.”

정확히 20분 후에 레베카가 도착하여 정원에서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와! 여기 엄청 좋네. 나는 언제 이런 집에 살아 볼까?”

“앞으로 있겠지.”

“평생 일해도 내 월급으로는 이런 집 못 사.”

CIA 요원도 결국은 월급쟁이니까.

“상부에서는 뭐라고 해?”

“예상한 대로 진 박사님의 연구 자료는 진 고문님 소유라는 거지. 혹여나 한국 정부나 현도 그룹에 넘겨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

“내가 한국에 있는 사업체도 여러 개고 또 대유 자동차를 인수하려고 하는데 한국 정부에서 가만히 있을까?”

“가만있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 그건 걱정하지 마. 미국 정부에서 알아서 할 거야. 한국 정부에서 뭐라고 하지 않을 거야.”

솔직히 말하면 수소 내연 기관 연구 자료가 있더라도 미국 정부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할 줄 알았다.

현시대에 획기적인 기술이고 지구 환경과 산업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전 세계를 지배하는 오일 커넥션이 워낙 막강하기에 그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수소 내연 기관이 미국 대형 오일 회사에 커다란 타격을 줄 수밖에 없을 테니까. 또 오일 국가에도 큰 타격이 갈 테니까.

근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사용하라고 허락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가 출시되면 오일 회사들이 큰 타격을 받을 텐데. 상관이 없다는 건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

무슨 생각으로 허락해 준 걸까?

“난 미국 정부에서 수소 내연 기관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줄 알았어.”

“못하게 하면 진은 어떻게 할 건데? 사용하지 않을 거야?”

바보같이 순순히 그러지는 않겠지. 어떻게 해서든지 사용하려고 할 거다.

“그럴 수는 없지.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사용하겠지.”

“나라도 당연히 그렇게 하려고 할 거야. 솔직히 그냥 썩히기에는 너무 아까운 기술이니까. 이런 기술을 정치적, 여러 이권 때문에 사장된다는 것은 인류나 미국을 위해서라도 너무 아깝다고 생각해. 나도 잘 모르겠지만 정부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나 봐. 그래서 늦게 결정이 난 것이고. 잘 결정했다고 생각해. 이 기술로 미국이 세계를 지배할 수도 있거든. 바보 같은 결정을 하지 않아 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물론 반대도 많았다고 해. 지금이 아니라 10년 20년 후에 사용하자는 의견도 많았고.”

반대도 많았는데 다행이었다. 하지만 언제라도 뒤집힐 수 있기에 빨리 진행해야 할 것 같았다.

“다행이네. 그리고 어제저녁에 현도 자동차 회장에게 전화 왔어. 아빠의 연구 자료를 찾았냐고 물어보는데 할 말이 없더라고.”

“대답하기 곤란하면 노코멘트해. 그게 편해.”

“자동차 사업을 하면 뻔히 알게 될 텐데.”

“정치나 외교나 사업이나 나는 똑같다고 생각해. 정치를 보면 정치인들이 뻔한 거짓말을 자주 하잖아. 외교도 마찬가지이고. 사업도 냉정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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