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화
뭔가 말하고 싶은데 망설이었다. 뭐길래 그러지?
“말씀하세요.”
“자네가 알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작년 11월에 콘솔 게임인 Xbox를 출시했어. 출시한 지가 얼마 안 되었지만, 아직 매출이 미미해. 이왕 시작한 사업인데 콘솔 게임 1위인 닌텐두를 누리고 1위를 해야 하지 않겠어? 닌텐두 아성을 뛰어넘으려면 소비자를 끌어들일 만한 재미있는 게임이 필요한데 말이야. 우리에게는 그게 부족해. 자네 회사에서도 게임 개발을 하고 개발한 게임들이 인기가 많은데 우리에게 줄 게임 개발을 의뢰해도 될까?”
천하의 볼 게이트가 나에게 게임 개발을 의뢰하다니? Xbox를 되게 신경 쓰나 보네.
가만 콘솔 게임 하면 닌텐두의 Wii가 독보적이잖아. Wii가 2006년쯤에 출시되나? 그러면 아직 4년이나 남았네.
내가 Wii를 먼저 개발할까? 아니야. 자동차 사업하기에도 바쁜데 게임 사업에 신경 쓰기 그런데.
Wii가 세계적으로 히트 치기에 Wii를 놓치기에는 아까웠다.
맥북 사업을 하는 게 마음에 걸리는데 볼 게이트에 알려줘 미리 개발하게 하라고 할까?
그럼 볼 게이트만 좋은 일 시키는 거잖아. 아이디어를 제공하는데 나도 떨어지는 게 있어야지.
“회장님! 제가 콘솔 게임 사업에 투자해도 될까요?”
게임 개발을 의뢰했는데 투자한다고 하니 놀라는 얼굴이었다.
“우리가 투자받을 만한 회사는 아니지 않나? 근데 갑자기 투자는 왜 하겠다는 거야?”
“제가 기막힌 아이디어가 있거든요. 그 아이디어라면 콘솔 게임 1위인 닌텐두를 뛰어넘어 1위로 단숨에 올라갈 수 있어요. 물론 세계적으로 히트할 것이고요. 회장님이 투자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 제가 독자적으로 콘솔 게임 사업을 할 거고요. 어떠세요?”
표정을 보니 콘솔 게임 사업에는 전혀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볼 게이트는 순간 괜히 말을 꺼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가? 기막힌 아이디어가 있다는 것을 보면 그전부터 생각하던 거였나? 근데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고민이었다. 투자받을 상황도 아닌데 거절했다가는 강력한 사업 경쟁자를 만들게 된다.
“투자하겠다는 것을 보니 그전부터 콘솔 게임에 관심이 있었던 건가?”
“아뇨. 회장님 말씀을 듣다 보니 관심이 생겼어요.”
“기막힌 아이디어가 있다며?”
“방금 생각났어요.”
볼 게이트는 황당하여 말이 안 나왔다.
누구는 수많은 시간을 들여도 기막힌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데 누구는 듣자마자 생각나고. 이래서 천재는 무섭고 특히 저놈은 더욱 무서운 존재라는 거다.
“단순히 아이디어만으로 투자받는 것은 무리일 것 같은데.”
“제 아이디어를 들으면 생각이 달라지실걸요.”
“한번 말해 보게. 듣고 결정하게.”
“대신 제가 아이디어를 말한 후 투자를 받지 않더라도 제가 말한 아이디어를 도용하지 않겠다고 약속 먼저 해 주세요. 거절하시면 제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해야 하니까요.”
“알겠네. 약속하네.”
“회장님! 콘솔 게임의 주 연령층은 성인들도 일부 하지만 대부분이 어린아이들이 많아요. 하지만 부모들은 아이들이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죠”
“그렇지. 적당히 하면 좋지만.”
“엄마 아빠랑 같이하는 게임이면 어떨까요?”
“당연히 좋지. 자네 아이디어는 부모랑 같이하는 게임이란 말인가?”
“네. 그것뿐만 아니라 기존의 콘솔 게임의 인식을 바꾸는 게임이에요. 오션폰이 기존 핸드폰의 인식을 바꾼 것처럼요.”
볼 게이트가 관심이 있는지 뒤로 젖혀 있던 몸이 앞으로 세워졌다.
“인식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건가?”
“기존 콘솔 게임은 앉아서 게임 조이스틱만을 가지고 하는 거잖아요?”
“그렇지.”
“제가 생각하는 것은 앉아서 하는 것만이 아니라 게임을 움직이며 하는 거예요. 그럼 자연히 운동도 되는 거예요. 그럼 부모들도 다이어트해서 좋고 게임 하느라 앉아만 있는 아이들도 운동하게 되니 당연히 부모들도 좋아할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하는 건데?”
“동작 센서 기능을 추가하는 거예요. 만약 테니스 게임을 하게 되면 실제로 공을 치는 것처럼 하는 거죠. 자세히 설명 드리자면…….”
Wii 게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설명을 이어 갈수록 볼 게이트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겠지. 기존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게임 방식일 테니까.
“그렇게 해서 여러 가지의 게임 시디만 팔아도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이런 게임이라면 전 세계적으로 히트는 당연할 거예요. 회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볼 게이트는 설명을 들을수록 놀랐다. 진짜 오션폰처럼 콘솔 게임의 인식 전환이 되는 대혁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순간적으로 생각했다고? 말이 안 나올 만큼 두려웠다.
저놈을 진짜 적으로 만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놀랍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 하지만 동작 인식 센서를 달면 본체도 달라져야 하고 그만큼 비용이 올라가지 않을까?”
“당연히 올라가겠지만 그다지 높지는 않을 거예요. 올라간 만큼 가격을 받으면 되죠.”
“비싸지면 소비자들이 구매하지 않을 것 같은데.”
“비싸도 좋으면 다 해요. 오션폰도 비싸도 좋으니까 구매를 많이 하잖아요.”
“근데 콘솔 게임은 MSS 내 여러 사업부 중의 하나라 투자받을 수가 없어.”
“뭐가 문제예요? 콘솔 게임 사업부를 독립시켜 법인으로 만들면 되죠.”
“투자받기로 결정하면 그렇게 하지. 만약 투자한다면 어느 정도 투자할 건가?”
“최소 45% 지분은 있어야겠죠.”
“45%는 너무 많은데.”
“말이 45%이지 다 투자할지 안 할지 몰라요. 다 투자해도 MSS는 55%를 소유하기에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잖아요. 지분 45%를 준다고 해도 기존보다는 이익은 훨씬 늘어날 테니 MSS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익이죠.”
“알았네. 신중히 생각해 보고 결정하겠네.”
“네. 결정되면 연락 주시고요. 참고로 말하자면 저랑 같이하면 항상 이익을 보거든요. 일본 소프트 뱅코의 손 회장님도 저 때문에 이익을 많이 보고 있잖아요.”
저건 맞는 말이다.
오션폰으로 인해 일본에서의 점유율이 많이 올랐다고 손 회장이 무척 좋아하고 있었다.
“인정하네. 그리고 아까 말한 자네가 하겠다는 새로운 사업은 뭔가? 자네랑 함께하면 이익을 본다니 나도 그 사업에 투자하고 싶어지는데.”
절대 안 되지. 나 혼자 먹어야 하는데.
어차피 한국 정부에 대유 자동차 인수하겠다고 의향서를 전달했으니 더 이상의 비밀이 아니기에 말해도 될 거다.
“투자 제의는 너무 고맙지만 혼자서 할 거예요. 그리고 무슨 사업을 할지 들으시면 놀라실걸요?”
“놀라도 내가 놀랄 것이고 자네랑 이야기하면 항상 놀라기만 해서 이제는 적응이 되었어. 괜찮으니 말해 보게.”
“자동차 사업을 할 거예요.”
역시나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업이라 놀라는 얼굴이었다.
“뭐? 자동차를 만들어 팔겠다고?”
“네.”
“내가 아직 적응되지 않았나 보네. 전혀 의외야. 물론 자네가 천재이기는 하지만 자동차 사업은 생각처럼 만만한 것이 아니야. 자동차 하나를 만들려면 들어가는 부속품만 해도 만개가 넘을 정도로 매우 복잡한 사업이야. 프로그램 개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
“저도 잘 알아요. 제가 아무 생각 없이 하겠다고 하겠어요. 이 사업도 오션폰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자동차와는 전혀 다른 자동차를 개발해 생산할 거예요. 어쩌면 자동차의 산업 혁명이라는 말을 듣게 될 거예요.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기존의 자동차 회사를 인수해서 시작할 거예요.”
저놈의 말을 들으니 꽤 나 자신하는 것을 보니 뭐가 있는 것이 분명한데. 자동차가 자동차지? 자동차의 산업 혁명이라고 불릴 만한 것이 없는데.
하긴 오션폰이 나오기 전까지도 그런 핸드폰이 있을 줄 누가 알았나? 또 콘솔 게임도 마찬가지이고.
그럼 어떤 식으로 자동차가 나올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전혀 모르겠다.
“어떤 자동차인지 말해 주겠나?”
“지금은 비밀이죠. 나중에 알게 되시면 놀랄 거예요.”
“아직도 놀랄 일이 남았다니? 언제쯤이면 자네를 만나도 놀라지 않을까?”
“글쎄요? 그런 날이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겠죠.”
볼 게이트가 쓴 웃을 지었다.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럼 저는 이만 갈게요.”
“바로 샌프란시스코로 갈 건가?”
샌프란시스코와 MSS 본사가 있는 시애틀과는 차로 14시간이나 걸리기에 비행기를 타고 왔다.
“저녁 7시 비행기거든요. 이제 나가 봐야 해요.”
“알았네. 연락할게.”
“네.”
볼 게이트는 진민재가 나가자 인터폰을 눌렀다.
(네. 회장님.)
“마틴 당장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리고 40대 후반의 남자가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앉아 봐.”
“네.”
소파에 앉았다.
“요즘 Xbox 매출이 어때?”
“현재 고전이기는 하지만 조금씩 시장 점유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닌텐두의 아성을 뛰어넘기가 힘들지?”
“이제 사업 시작한 지 6개월도 안 되었기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방금 누가 나한테 아이디어를 하나 주었는데 뭐냐면…….”
진민재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하였다.
설명을 다 들은 마틴이 흥분하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까? 동작 센서 인식이라뇨?”
“신박한 아이디어지?”
“네. 그렇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시장에서 통할 것 같습니다. 동작 센서가 있으면 적용할 스포츠가 아주 많습니다. 테니스뿐만 아니라 야구, 탁구, 골프 그리고 에어로빅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이스틱으로 하는 것보다는 이것이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개발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어?”
“저도 확인해 봐야겠지만 게임이라 세밀한 동작을 감지할 필요가 없기에 그다지 어려울 것은 없습니다.”
“비용은 어떨 것 같아?”
“기존 Xbox보다는 비용이 상승할 겁니다. 비용이 상승하는 만큼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그게 염려되는 부분입니다.”
“할 만하다는 거지?”
“이건 무조건 해야 합니다. 어쩌면 닌텐두를 단숨에 뛰어넘을 수도 있습니다.”
“근데 말이야. 이걸 하게 되면…….”
상황 설명을 하였다.
“이 아이디어를 오션의 창업주가 제공했다는 겁니까?”
“그래. 투자를 받지 않으면 우리가 개발할 수가 없어. 자네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따로 법인을 설립하고 투자를 받아 사업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겠습니다. 그 이후에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알았어. 제대로 분석해서 만들어.”
“알겠습니다.”
마틴이 나가는 것을 불러 세웠다.
“잠시만!”
“네.”
“자동차의 산업 혁명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기존 자동차와 다른 자동차라면 어떤 자동차일까?”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오션폰을 봐. 기존 핸드폰과 전혀 다른 핸드폰이잖아. 그걸 자동차에 적용한다는 거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혹시 자율로 가는 자동차를 말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람이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센서로 감지하여 운전한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면 없을 것 같습니다.”
“알았어. 나가 봐.”
“네.”
생각에 감기는 볼 게이트였다.
자율 자동차를 만든다는 건가? 당연히 자율주행의 핵심은 소프트웨어일 텐데 진민재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생각할수록 무서운 놈이었다.
진민재가 사업하겠다는 자동차 회사에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