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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232화 (232/261)

232화

이런 것이 약소국의 서러움인가? 아니면 매국노들이 많아서 그런 건가? 한국은 언제쯤이면 사회적, 정치적으로 발전할까?

내가 있을 때도 한국은 여전히 흑백논리 판치던 사회였는데. 참 답답하였다.

“일본에 기술을 팔아넘기려고 했던 자들이 누군지 알아?”

“본부에서는 알아. 하지만 난 몰라.”

“알 수는 없어?”

“1급 비밀로 되어 있거든. 미안해.”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 물어볼게.”

“아빠는 별장에 연구 자료를 숨겼는데 사고 있던 날 왜 새벽에 별장으로 간 거야?”

“그건 나도 몰라.”

“레베카가 모르는 거야? CIA도 모르는 거야?”

“그것도 몰라. 그때 있었던 중요한 자료들은 1급 비밀로 되어 있어 내가 볼 수가 없거든. 내가 알고 있는 건 일부야. 원래는 그것도 내가 알 수 없는 건데 내가 진 작전에 투입되면서 알게 된 거야.”

“내가 궁금해한다고 하면서 높은 분들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아?”

“1급 비밀은 말 그대로 1급 비밀이야. 누가 궁금해한다고 해서 알려 줄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난 당사자인데.”

“그래도 마찬가지야. 내가 알고 있는 것도 말해 줄 수 있는 것도 여기까지야.”

“1급 비밀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봉인이 풀리지 않아?”

“맞아. 그 자료는 50년 후에 봉인이 풀리니까 그때는 볼 수 있을 거야. 지금 15년이 지났으니 앞으로 35년 후에는 볼 수 있겠지.”

거의 다 의문이 풀렸지만, 아빠가 새벽에 왜 양평 별장으로 가야만 했는지에 대한 마지막 퍼즐 하나가 남았다.

35년 뒤에나 볼 수 있다는 건가? 어쩌면 CIA에서도 모를 수가 있었다.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나 한국에 있는 대유 자동차를 인수할 생각인데 괜찮을까?”

“해외 기업을 인수해도 어차피 오션 소유이고 그건 곧 미국 소유이기도 하니 상관은 없어. 다만 기술 유출은 조심해야지.”

“특허 출원하면 되지 않나?”

“그건 당연히 해야지. 원천 기술 특허를 가지고 있어야지 다른 기업들이 수소 내연 기관 기술을 이용하여 다른 것을 개발하더라도 지적 재산권을 지킬 수 있으니까.”

“알았어. 내가 조심해야 하거나 하는 것은 없어?”

“그건 나도 몰라. 상부에 보고하면 무슨 지시가 있겠지. 그 이후에 알려 줄게.”

“알았어.”

“그 연구 자료는 어디에 보관하고 있어?”

“나만 아는 곳에 보관했어.”

“그게 어디인데?”

“레베카라면 알려 줄 수 있어?”

“설마 그 별장에 또 보관한 것은 아니겠지?”

“시대가 바뀌었는데.”

“도난 염려는 없는 거지?”

“당연하지. 내가 허술하게 관리하지는 않겠지.”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구야?”

“현재 나, 레베카, 로버트 크레나 박사, 에릭 슈밋이 전부야.”

“더는 없는 거지?”

“응.”

“알았어. 내가 연락할게.”

“그래.”

* * *

진민재와 헤어진 레베카는 걸어가면서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저예요. 레베카.”

(진민재는 만났어?)

“네. 방금 만나고 헤어졌어요.”

(기억나는 게 있다고 해? 뭐라고 해?)

“진 박사님의 연구 자료 진민재가 확보했다고 합니다.”

꽤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도 그랬으니.

(뭐? 정말이야?)

“네. 저도 진민재의 말이 믿기지 않았어요.”

(어디서 찾았데?)

“양평 별장에서요.”

(내 생각이 맞았어. 알면서도 못 찾았다니! 별장 어디에 있었다고 해?)

“들어가서 말씀드릴게요.”

(알았어. 빨리 들어와.)

* * *

집으로 돌아와 혼자 저녁을 먹고 정원 파라솔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오늘도 일행은 관광하느라 아직도 들어오지 않았다. 한창 재미있겠지.

차를 마시려고 찻잔을 드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염중섭입니다.)

“안녕하세요? 웬일이세요?”

(하나 궁금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어제 에릭 슈밋에게 연락을 받았는데 대유 자동차를 인수하라고 하는데 정말 인수하려는 겁니까?)

하긴 염 대표 입장에서는 뜬금없기는 하겠지.

“맞아요. 대유 자동차를 인수할 생각이에요.”

(정말이라는 겁니까?)

“네.”

(갑자기 자동차는 왜입니까?)

“사업 확장이라고 알고 계세요.”

(고문님! 핸드폰하고 자동차는 차원이 전혀 다릅니다. 더구나 우리는 자동차에 대해 잘 모르고 인수 금액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사업 확장도 좋지만, 그것 때문에 잘나가던 오션이 휘청거릴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걱정이 되겠지.

“대표님은 아직도 저를 모르는 것 같네요. 제가 무모하게 사업 확장이나 할 사람으로 보이세요? 제가 아무 생각 없이 일을 진행할 것 같으세요? 아마도 오션폰보다 더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을 준비하고 있어요. 기대하셔도 돼요. 아마 오션은 자동차로 인해 지금보다 몇 배 아니 수십 배 더 성장할 거예요.”

(준비하고 있다는 게 뭡니까?)

“미안해요. 지금은 말해 줄 수 없어요. 하지만 확실하게 말하자면 나중에 염 대표님이 무척 놀랄 것이며 걱정했던 마음이 부질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거예요.”

(저는 고문님을 믿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동차가 자동차지 오션폰처럼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한 것이 없습니다.)

“오션폰이 나오기 전에도 사람들은 핸드폰이 핸드폰이지 센세이션을 일으킬 핸드폰이 있겠어? 라고 생각했어요. 한마디로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이번 자동차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그러니 전혀 걱정하지 마시고 대유 자동차 인수하는 데 최선을 다해 주세요. 지금 미국 GN에서 대유 자동차를 인수하려고 해요. 그러니 서둘러야 할 거예요.”

(알겠습니다. 지금 많이 궁금하지만, 궁금증 해결은 뒤로 미루겠습니다. 고문님은 언제 한국에 오시는 겁니까?)

“글쎄요? 아직 일정은 없어요. 그렇다고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오늘 바로 정부에 대우 자동차 인수 의향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꼭 우리가 인수해야 해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어찌 점점 사업이 커져만 간다. 자동차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 * *

오늘은 MSS의 볼 게이트 회장을 만나러 왔다.

미국에 오면 꼭 오라고 했는데 별로 가고 싶지 않아 지난번에 왔을 때도 가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가지 않으면 뭐라고 할 것 같아 왔다.

오늘 가겠다고 전화하니 게이트 회장이 반갑게도 오라고 하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MSS답게 우리 오션은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회사가 무지하게 컸다. 하긴 직원 수만 해도 몇 배가 되는데 당연하겠지.

MSS는 출입할 때 보안이 심하다고 하는데 내 이름을 밝히니 회장 손님이라 그런지 그냥 들어가라고 하였다.

회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볼 게이트 회장이 앉아 있다가 일어서며 두 팔 벌려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서 오게.”

“안녕하세요? 회장님!”

“앉지.”

“네.”

소파로 가서 앉았다.

“자네 여기 처음 오는 거지?”

“네.”

“너무 늦게 왔다는 생각 들지 않아?”

“몇 년 전에 올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 근데 왜 안 왔어?”

“그때 오션 법인 설립하면서 투자받으려고 오려고 했는데 그때 오션 매입 제안을 제가 거절했잖아요. 그래서 만나 주지 않을 것 같아서요.”

“하긴 그때 왔으면 만나지 않았을 거야. 난 오션이 필요했지 투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안 오길 잘했네. 왔다가 거절당했으면 지금 같은 사이가 되지는 못했을 거야.”

“그건 모르는 거죠.”

비서가 들어와 차를 놓고 나갔다.

“마시게.”

“네.”

찻잔을 들어 마셨다.

“한국에만 있더니 무슨 바람이 불어온 거야?”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고요.”

“또 무슨 사업인데? 자네가 새로운 사업을 한다고 하면 내가 다 무서워.”

“MSS와는 상관없는 사업이에요. 당분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뭐 당분간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매도 먼저 맞는 것이 좋다고 맥북에 대해 미리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몇 년 후에 맥북. 즉, 노트북을 출시할 거예요.”

볼 게이트의 표정이 굳어졌다.

“우리 서로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로 한 약속 잊었나?”

“제가 먼저 제안한 건데 그걸 잊겠어요.”

“근데 왜?”

“오션에서 노트북을 출시하지만 그건 오션뿐이에요. 즉, 오션만의 노트북을 출시하며 OS는 공개하지 않을 거예요. 다른 회사에서 오션의 OS를 사용하는 일도 없을 거고 시중에 OS를 판매하는 일도 없어요. 그러니 약속을 어기는 것은 아니에요. 또 오션 노트북은 기존 윈도우랑 사용하는 방법이 전혀 달라 대중적이지 않아요.”

“궤변이 아닌가?”

“OS를 개발해 놓고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오션 노트북은 오션폰 OS의 상위 버전이에요. 회장님 입장에서는 컴퓨터 분야에 진출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만약 제가 진짜로 컴퓨터 OS에 진출하려고 했다면 다른 회사에 OS를 공개할 거예요.”

“오션폰 OS를 공개한다며? 그럼 다른 회사에서도 노트북이나 컴퓨터에 적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대로 사용하지는 못해요. 상위 버전이 필요하고 오션폰 OS는 실행 파일만 넘길 거라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볼 게이트는 지금까지 자신이 사업을 하면서 두렵다고 생각한 상대가 없었지만, 앞에 앉아 있는 놈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오션폰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었다.

사용하면 할수록 정말 OS가 뛰어나고 핸드폰에 최적화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걸 뛰어넘는 핸드폰 OS를 개발하기는 힘들다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핸드폰을 넘어 노트북에까지 진출하겠다고 하니 경계심이 저절로 들 수밖에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오션만 사용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놈은 천재라 마음만 먹으면 윈도우를 뛰어넘는 OS를 개발할 것만 같았다. 몇 년 후라고 하지만 이미 개발했는지도 모른다.

화가 나기는 하지만 화를 내어 적을 만들기보다는 잘 구슬려 컴퓨터 OS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실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앞으로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개발 중단했던 윈도폰 OS를 다시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방비 상태에 있다가 놈이 약속을 어기면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으니 MSS도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약속을 어기면 MSS도 윈도폰 OS를 공개하면 된다.

약속을 지키면 없던 일이 되는 것이고.

“약속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약속하겠습니다.”

“나중에 또 궤변을 늘어놓을 수도 있지 않아?”

“그럴 일 없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노트북을 출시하겠다면 데스크톱도 출시할 수 있는 거잖아?”

데스크톱은 부피도 크고 일반 데스크톱의 성능도 좋아 고가 정책을 쓰기에 맞지 않아 진출해 봤자 특별히 이익을 보기가 힘들다.

노트북은 다른 노트북과 차별화하여 고가로 판매할 생각이었다.

“물론 할 수는 있지만, 데스크톱은 할 생각이 없어요. 저는 노트북 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요.”

“정말이지?”

“네. 약속해요.”

“노트북 OS는 개발한 거야?”

“거의 다요.”

“언제 그걸 개발한 거야?”

“오션폰 OS 업데이트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알겠네. 다른 회사에 OS를 넘기지 않겠다면 오션 노트북까지 양보하겠네.”

일이 잘 해결되어 다행이었다.

내가 시장에 OS를 공개하겠다는 것은 아니니까 그 정도는 이해해 줘야지.

악동이라는 볼 게이트가 순순히 양보하는 것을 보면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있어도 어쩔 거야?

“이해해 주어 고맙습니다.”

“그리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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