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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230화 (230/261)

230화

다음 날 아침 일행들은 관리인 아저씨를 따라 실리콘밸리 관광에 나섰고 난 혼자 오션으로 향하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지난번에 왔을 때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는데 나를 알아보고 안내 데스크 여직원이 반갑게 인사하였다.

“안녕하세요? 고문님!”

“안녕하세요? 이젠 저를 알아보네요.”

“그럼요. 미리 고문님 얼굴을 알아두었어야 했는데 지난번에는 죄송했어요.”

“괜찮아요. 그날 저를 처음 본 거잖아요. 에릭 있죠?”

“네. 계십니다.”

“들어갈게요.”

“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내리는데 에릭이 급하게 나오고 있었다. 안내 데스크에서 연락했나 보네.

“오셨습니까? 고문님!”

“안녕하세요? 안 나와도 되는데요.”

“너무 흥분되어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고문님 전화 받고 도착하시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들어가시죠.”

“네.”

에릭 사무실로 들어가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차를 한 모금 마신 에릭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간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뭐가 급해요? 전문가분은 언제 오나요?”

“지금 디트로이트에서 오고 있습니다. 비행기가 연착하여 두 시간 후에나 올 겁니다. 공항에 도착하면 공항에 나가 있는 우리 직원이 바로 데리고 올 겁니다.”

“아직 시간 많네요.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차만 한 것도 없어요.”

“저를 말려 죽일 작정입니까?”

“절대 아니죠. 에릭이 없으면 오션은 어떡하려고요. 오시는 분은 내용을 알고 오시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그분이 미국 내에서 수소 내연 기관에 제일 전문가입니다. 자세히는 설명하지 않았고 단순하게 수소 내연 기관 개발 중인 연구 자료가 있어 자문을 구하고 싶다고만 했습니다.”

“교수인가요?”

“아닙니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연구소에서 수소 내연 기관을 개발하던 연구원입니다. 지금은 은퇴한 상태입니다.”

“개발에 성공하지 못하고 은퇴한 거네요.”

“그렇습니다. 자신이 그토록 개발하려고 했던 것이 눈앞에 나타나면 무척이나 놀랄 겁니다.”

“당연히 놀라겠죠. 더구나 15년 전에 개발했다고 하면 더욱더요.”

“분명히 그럴 겁니다. 저도 고문님 전화를 받고 여러 방면으로 수소 내연 기관에 대해 알아봤는데 알아볼수록 대단한 물건이었습니다. 그걸 오션이 가지게 된 겁니다. 오션폰은 상대조차 안 됩니다. 파급력이 엄청날 겁니다. 발표를 하는 순간 세계가 뒤집어질 겁니다.”

“당연하죠. 그 가치가 어마어마하거든요. 단순히 자동차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러 분야에 사용할 수가 있어요. 산업 혁명 저리 가랄 정도의 연료 혁명이 될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히스토리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그게 왜 15년 만에 나타나게 된 건지 너무 궁금합니다.”

얼굴을 보니 무척이나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좀 더 애를 태울까? 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야기하자면 길어요. 처음 시작은 80년대 초에…….”

대략적으로 설명하였다.

“그래서 우연히 찾게 된 거예요.”

내 설명을 다 들은 에릭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을 한 채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입니다. 만약 고문님이 그 별장을 매입하지 않았으면 귀한 연구 자료가 영원히 모르고 잠들었을 겁니다. 하늘에 계신 고문님 아버지가 도우신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것 같아요. 그전까지 전혀 별장에 비밀 장소가 있다는 것을 몰랐었으니까요.”

“고문님도 대단하시지만, 고문님 아버지도 대단하십니다. 지금도 개발하지 못하는 것을 15년 전에 개발하셨다니 놀랐습니다.”

“근데 큰 문제가 있어요.”

“한국 정부 말입니까?”

“네. 원래는 아빠가 한국 정부와 현도 그룹의 지원을 받아 연구한 거니까요. 엄밀히 따지면 아빠의 연구 자료의 소유권은 한국 정부와 현도 그룹이죠.”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글쎄요?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잠시 생각하던 에릭이 입을 열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고문님이 가지고 있는 자료를 공개한다고 해도 심증은 가지만 그게 고문님 아버지의 연구 자료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한국 정부에서 고문님 아버지의 개발된 연구 자료를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렇기에 소유권을 주장하더라도 인정받기 힘들 겁니다. 설령 한국 정부에서 소송한다고 해도 증거가 없어 패소할 겁니다. 그러니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는 한데 양심상 걸려서요.”

“설마 공동 소유로 하실 생각입니까?”

“아직 정해진 것은 없어요. 미국 정부의 말도 들어보고 결정해야죠.”

“하긴 미국 정부에서도 놓치고 싶지 않을 겁니다. 무조건 고문님 편을 들 겁니다. 정부에서 나서면 굳이 공동 소유를 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급하게 결정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먼저 진짜 개발된 것이 맞는지 확인부터 우선이고 천천히 생각해 봐야죠.”

“그렇기는 합니다. 근데 정부에는 귀띔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도착했나 봅니다.”

“네.”

문이 열리고 거동이 불편할 정도의 노인이 힘겹게 들어왔다. 저분인가 보네.

근데 저 상태라면 여기까지 오라고 한 게 미안할 정도였다. 저 몸을 끌고 여기까지 오다니?

에릭도 미처 몰랐는지 놀라는 얼굴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에릭 슈밋입니다.”

“로버트 크레나요.”

“저는 진민재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소.”

“앉으시죠.”

“그럽시다.”

로버트가 소파에 앉았다.

몸은 금세라도 쓰러질 것 같지만 눈만은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시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몸의 불편하신 것을 알았다면 우리가 갔을 겁니다.”

“괜찮소. 나이가 들수록 가만히 있는 것보다 움직이는 것이 더 좋소. 그 연구 자료나 봅시다.”

“차라도 드시면서 잠시 쉬시지요.”

“그 자료 보려고 여기까지 온 거요.”

“급할 거는 없어요. 자료 준비해야 하니까 잠시 쉬세요.”

“알겠소.”

로버트가 차를 마실 동안 난 에릭 컴퓨터에서 자료를 출력하였다.

자료를 전부 다 출력하면 양이 엄청나기에 설계도와 연구 자료 중 끝부분만 출력하였다.

“자료 여기 있습니다.”

“내가 뭘 하면 되는 거요?”

“자료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수소 내연 기관을 개발한 자료입니다. 우리는 진짜 개발한 것인지 검증받으려는 겁니다.”

전혀 생각지 못했다는 듯 놀라는 표정이었다.

“개발 중인 것이 아니라 정말 수소 내연 기관을 개발했다는 것이오?”

“네. 그렇습니다.”

대답하자마자 얼른 자료를 들어서 보기 시작하였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점점 경악하는 표정으로 변하였다.

‘이럴 수가? 어떻게?’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히 자료를 보면서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시선은 자료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어떻습니까?”

“이걸 누가 개발한 것이오?”

“죄송하지만 그건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개발한 것이 맞습니까?”

로버트 크레나는 여기 온 이유가 수소 내연 기관 개발에 대해 자문받고 싶다는 제안을 받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자신에게 마지막 일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후배에게 물려주기 위해 먼 거리를 왔다가 엄청난 것을 보고 말았다.

좀 더 확인을 해 봐야 확실하겠지만 보기에는 자신이 그토록 개발하고자 했던 결과물이 눈앞에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잊고 있었던 열정이 다시 살아나며 흥분된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조금만 더 젊었다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오늘 오기를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 확실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하오.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연구가 필요하오.”

굳이 지금 연구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아빠가 연구 개발을 끝냈다고 하였지만, 연구 자료가 다 있는지? 설계도가 맞는지 대략적으로 검증이 필요할 뿐이었다.

이 정도면 거의 확실하고 나중에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거나 수소 내연 기관 연구원들을 스카우트해서 제대로 테스트를 할 생각이었다.

“먼저 노구의 몸을 이끌고 먼 길 와서 검증해 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본격적인 연구와 테스트는 나중에 우리가 따로 진행할 겁니다.”

“나도 참여하면 안 되오? 내 평생 꿈이 여기에 있다오. 부탁하오.”

나도 몸 상태가 조금만 더 좋았다면 부탁을 들어주고 싶지만 연구하는 게 젊은 사람들도 체력적으로 힘든데 버티지 못할 거다.

“저도 그 꿈을 이해하지만, 몸이 버티지 못하실 겁니다. 후배들에게 믿고 맡겨 주시고 뒤로 한발 물러나 있는 것도 선배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내 몸을 잘 안다오. 나도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겠소. 후배들이 연구할 때 옆에서 지켜보게만 해 주시오. 그러면 되지 않겠소?”

너무나 간절한 얼굴을 보니 너무 매몰차게 거절하기도 힘들었다.

“지금 당장 할 것은 아닙니다. 나중에 시작하게 되면 그때 연락 드리겠습니다.”

“고맙소. 꼭 연락 주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여기서 본 것은 비밀로 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이오. 근데 이걸 누가 개발한 것이오? 그 사람을 한번 만나 보고 싶소.”

“아쉽게도 그건 들어줄 수가 없네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소. 약속하오. 늙은 과학자의 호기심이라오. 만나서 개발한 이야기를 듣고 싶을 뿐이오.”

“하늘에 계십니다. 그리고 이걸 개발하신 분이 저의 아버지입니다.”

아쉬움의 탄성을 내질렀다.

“아! 이런! 보아하니 아버지가 젊으신 분 같은데 어쩌다가? 너무 아쉽소. 미안하오.”

“괜찮습니다.”

로버트와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직원에게 호텔로 데려다주라고 시켰다.

로버트가 나가자 가만히 있었던 에릭이 입을 열었다.

“정말 연구에 참여시킬 겁니까?”

“아까 눈빛 못 보셨나요? 간절한 눈빛이었어요. 아마도 이번 생에 마지막 바람일 거예요. 거부하기가 힘들었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참여는 힘들고 옆에서 지켜보는 것 정도는 해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긴 먼 곳까지 오신 분이고 이 분야의 제일 전문가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근데 체력적으로 버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저도 그 점이 걱정돼요.”

“어쩌면 남은 모든 것을 활활 피워 올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고문님! 연구를 해 봐야 알겠지만, 연구 자료가 거의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우리가 테스트 겸 직접 만들어 봐야겠죠.”

“아예 이번 기회에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직 자동차를 직접 생산할지 특허료만 받을지 결정은 하지 못하였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에게 받는 특허료도 만만치 않은데.

직접 생산하면 그 이익이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는 하겠다.

“인수할 만한 곳이 있을까요?”

“미국에는 없습니다. 다른 국가에서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갑자기 대유 자동차가 생각났다.

우즈베키스탄에 리튬 광산 부지를 매입하러 같이 갔던 천호균이 말하기를 대유 자동차가 지금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걱정하고 있다는 말을 진성 금속 박호열 사장에게 들었다.

아마도 대유 자동차가 GN에게 곧 넘어갈 것 같은데 우리가 인수하면 어떨까?

“한국에 대유 자동차가 지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 GN에 매각하려고 한다고 해요. 대유 자동차를 인수하면 어떨까요?”

에릭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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