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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224화 (224/261)

224화

내 말에도 걱정이 많은지 좋아하기보다는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하였다.

인턴이 갑자기 막중한 업무를 맡게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였다. 어떻게 안심을 시켜야 하나? 며칠 같이 다니다 보면 저절로 알겠지.

“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딱히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없어요. 저랑 같이 다니면서 필요한 일이 생기면 그때마다 상황에 맞게 하면 되고요. 근데 특별히 할 일은 없어요. 어쩌면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할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공부할 책 같은 것을 들고 다니시면 좋아요.”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았다. 내가 백번 말해도 한번 같이 다니면 이해하겠지.

“그리고 이력서를 보니까 이번에 대학 졸업했고 특별히 어학연수 같은 것을 간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영어 회화는 잘하시나요?”

“영어 회화를 잘 못 해서 작년에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려고 준비를 했는데 서류가 뭐가 잘못되었는지 유학 비자가 나오지 않아서 취업 준비를 했습니다. 영어 회화가 필요하면 열심히 회화 공부하겠습니다.”

아! 유학 비자가 나오지 않아 어학연수를 가지 못한 거였구나? 근데 무슨 서류가 잘못되었기에 이전 생에서는 됐고 지금은 안 된 거지? 나를 만나려고 그런 거였나? 나한테는 오히려 더 잘됐지만.

“그렇군요. 제가 미국을 자주 가니까 영어 회화는 열심히 공부해야 할 거예요.”

“알겠습니다.”

“나가죠.”

“네?”

“약속이 있거든요. 수행비서니까 같이 가야죠.”

“네.”

한상현하고는 1시에 약속이 있지만, 재회의 기념으로 미리 가서 둘이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다.

마침 그곳이 고급 일식당이라 안성맞춤이었다.

“혹시 생선회 좋아하세요?”

“좋아하지는 않지만 먹기는 합니다.”

좋아하지 않기는 고기보다 생선회를 더 좋아하는 것을 내가 잘 아는데.

미국에서 둘이 데이트할 때 스시 뷔페 가는 것을 좋아해 자주 갔었다. 생선회를 좋아하면서도 형편이 어려워 먹지를 못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 * *

희수가 다 먹었는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이 정도 먹고 그만둘 희수가 아닌데 나를 처음 보고 처음 식사하는 자리라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다 드신 거예요?”

“네. 잘 먹었습니다.”

실컷 먹으라고 대로 시켜 아직도 회가 많이 남았다.

“회가 많이 남았는데 더 드세요.”

“많이 먹었어요. 배불러요.”

“음식 남기면 벌 받아요. 서로 반반씩 더 먹어요. 남기면 다 버리는데 아깝잖아요. 드세요.”

내가 먼저 집어 먹기 시작하자 내 눈치를 보더니 먹기 시작하였다. 그래 희수야! 많이 먹어.

앞으로는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먹게 해 줄게.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드디어 한 점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잘 먹었어요?”

“네. 오랜만에 배불리 먹었어요.”

“저도요.”

후식으로 나온 차를 마시는데 문이 열리고 한상현이 들어왔다.

상 위를 보더니만 인상을 찌푸렸다.

“어서 오세요.”

인사에 대꾸도 없이 앉았다.

“먼저 식사하신 겁니까?”

아마도 저놈은 같이 식사할 생각이었나 보다. 자기가 살 생각은 없었을 테고 거지처럼 얻어먹을 생각이었겠지.

어르신의 도움으로 별장도 매입하게 되어 쓰레기 같은 비리 검사 놈에게 비위 맞출 필요가 없기에 나가는 말이 곱지는 않았다.

“같이 식사할 사이는 아니지 않나요?”

나를 잠시 노려보더니 가져온 서류 봉투를 상에 내려놓았다.

“계약서요. 별장 금액은 시세를 알아보고 정했으니 귀찮게 흥정하지 말고 이대로 합시다.”

봉투를 열어 계약서를 보니 매매 금액이 8억 원이었다.

이게 시세인지 잘 모르겠지만 비싸게 파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좋습니다.”

계약서에 이미 놈의 사인이 되어 있었고 매매 날짜는 모레로 되어 있었다.

볼펜을 꺼내 계약서 두 부에 서명하였다.

“서명했습니다.”

“대금은 계좌로 보내주시오.”

“알겠습니다. 오늘 중으로 보내겠습니다.”

더는 있고 싶지 않은지 계약서를 챙겨 일어나 나가는 한상현이었다.

나가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황규천 어르신하고는 무슨 사이입니까?”

내가 외화 은행 동업자라는 것을 알 텐데. 그거 외에 어떤 사이인지 궁금한 건가?

이왕이면 어르신하고 꽤 친분이 있다는 것을 알리면 나중에라도 나를 귀찮게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사업 동업자이기도 하고 예전부터 집안끼리 친분이 있는 사이입니다.”

“알겠소.”

한상현이 나가자 계약서를 들고 보았다.

이제 별장도 되찾았다. 지금이라도 당장 가서 그곳에 아빠의 연구 자료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참았는데 이틀을 못 참을까?

계약서에서 고개를 돌리니 희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화를 들어보니 별장 계약을 하는데 일반적인 계약과는 다른 풍경이니 이상할 만도 하겠지.

“저자가 별장 소유주인데 비리 검사라 말이 곱게 나오지 않네요.”

“아! 네.”

“저런 자랑 같이 식사하고 싶지 않아 같이 오자고 한 거예요.”

정희수는 앞에 앉은 고문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어제 갑자기 사장이 자신을 불러 무슨 일인가? 혹시 잘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며 갔더니만 뜬금없이 고문, 말이 고문이지 회장님 같은 분의 수행비서를 하라고 하였다.

인턴에게 그런 막중한 일을 맡기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그럴 능력도 없어서 정중히 사양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문이자 회장이라고 하여 나이 많은 분인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젊은 남자라 놀랐다.

또 일도 특별히 할 것도 없으니 공부할 책을 가져오라고 하니 그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고 보자마자 같이 식사하자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거기다 별장 계약을 하는 데 1분도 걸리지 않았고 서로 나누는 대화도 심상치 않았다.

이상한 점투성이기는 하지만 왠지 보는 순간부터 마음이 두근두근하기도 하고 저리며 애틋한 감정이 솟아났다.

길을 가다가 마주치면 한 번쯤 뒤를 돌아보게 할 만큼 잘생기기는 했지만, 꼭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자신도 이런 복잡한 감정은 처음이었다.

하여튼 어제부터 오늘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지만 고문님 수행비서가 된 것이 나쁘지는 않았다.

식당에서 나와 은행에 들러서 별장 대금을 보냈다.

근데 어디로 가야 하지? 사무실로 들어가기는 싫고 커피숍은 가면 사람들이 많을 테고.

“희수 씨! 영화 보러 갈래요?”

“네?”

* * *

다음 날 아침에 커피숍으로 오자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배 대리님! 오늘은 사람들이 없네요.”

“네. 그렇습니다. 어제 손님들에게 오늘부터 미나가 나오지 않는다고 알렸는데 그 영향 같습니다.”

“미나가 없는데 올 필요는 없겠죠. 그래도 모르고 오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요.”

“성중이가 어제저녁에 사이트에도 글을 올린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그 영향도 있을 겁니다.”

“그러네요.”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피식 웃었다. 입구 유리창에 크게 오늘부터 미나가 없다는 안내 종이가 붙어 있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줄을 서지 않았던 거였네. 미나가 없는데 굳이 들어올 이유가 없으니 그냥 간 거였다.

“성중이가 붙였나 보네요.”

“그런 것 같습니다. 미나랑 성중이, 나영이가 3일 동안 고생 엄청 했습니다.”

강성중은 고생 좀 해 봐야지.

안으로 들어가자 그래도 안은 꽉 차 있었다. 강성중은 내가 온 줄도 모르고 주문을 받고 있었다.

모르고 왔어도 미나가 없다는 안내를 보면 그냥 가지 아침부터 할 일 들이 없나? 커피숍에 죽치고 있게?

다행히도 내 전용석에는 사람이 없었다.

신상철은 늘 그렇듯이 혼자서 게임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다. 저런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였다.

내 전용석에 앉아 컴퓨터로 인터넷을 하는데 강성중이 다가왔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고생 많았다며?”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말도 마십시오. 어찌나 많이 오는지 문만 열리면 겁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매출은 엄청 많았습니다. 며칠 동안 매출이 지난 2개월 동안 올린 매출보다 더 많습니다.”

“정말?”

“네. 매장이 작아 손님들이 많이 앉지를 못하니까 테이크아웃 해가는 경우가 아주 많았습니다.”

“고생했네. 너튜브 영상 조회수 엄청나더라.”

금세 기분 좋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고생했는데 그 정도 보상은 있어야죠.”

“그렇지. 나 커피 좀 줄래?”

“네.”

강성중이 갖다 준 커피를 마시며 시계를 보았다. 10시 40분이었다.

희수가 잘 찾아오려나? 어제 영화도 보고 저녁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몰랐던 희수에 대해 알게 된 뜻깊은 시간이었다.

들어보니 대학도 참 힘들게 다녔다. 알바를 하면서 학비를 마련하느라 휴학도 여러 번 하였고 여자 몸으로 고생을 많이 하였다.

그러니 나한테 자신이 힘들게 고생했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그 정도면 세상을 원망하는 마음도 있었을 텐데 사고가 긍정적이며 구김살 없이 표정은 밝았다.

자기의 소원은 돈을 많이 벌어 자신이 나온 보육원에 후원하고 싶다고 하였다. 내가 그렇게 하도록 해 줄게.

주소는 이력서를 보고 알고 있었지만 집을 알고 있을 필요가 있어서 집까지 바래다주고 내일은 여기로 11시까지 오라고 하였다.

집은 예상대로 원룸 월세였다.

생각 같아서는 우리 집에 와서 살라고 하고 싶은데.

“어서 오세요”

강성중이 크게 외치는 인사 소리에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희수였다. 여자라서 강성중이 크게 인사한 거였구나. 매장에는 남자 손님들밖에 없었다.

내가 손을 흔들자 희수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고문님!”

“안녕하세요? 오는데 어렵지는 않았어요?”

“지하철 타고 와서 찾는데 어렵지는 않았어요.”

“앉으세요.”

“네.”

내 옆자리에 앉았다.

“커피 드실래요?”

“괜찮아요.”

“성중아! 여기 커피.”

“네.”

“여기 커피가 특이하거든요. 한번 마셔 보세요.”

“네. 여기서 매일 계셨던 거예요?”

“네. 여기가 제 작업실이거든요.”

“아 네.”

“커피 나왔습니다.”

강성중이 커피를 내려놓으며 나한테 눈빛으로 누구냐고 물었다.

“서로 인사하세요. 이 친구는 여기서 알바하면서 너튜버하는 강성중이에요. 이 숙녀분은 내 수행비서야.”

정희수가 먼저 인사하였다.

“안녕하세요? 정희수예요. 앞으로 잘 지내요.”

“안녕하십니까? 강성중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배상도와 신상철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오후 3시에 김나영이라고 또 알바생이 올 거예요. 그때 인사하고요.”

“네. 커피숍이 아담하고 좋네요. 아침인데도 손님들도 많고요.”

“원래 여기 파리 날리는 커피숍이에요. 아마 며칠 지나면 예전대로 돌아갈 거예요. 지금은…….”

상황 설명을 하자 놀라는 얼굴이었다.

“가수 미나가 예전에 여기서 알바를 했었다고요?”

“네. 미나 아세요?”

“그럼요. 저 미나 노래 좋아하거든요. 한번 보고 싶었는데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요.”

“미나가 모레 미국에 가거든요. 가기 전에 인사하러 한번 올 거예요. 그때 인사해요.”

“그럼 저야 좋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매장에 있던 손님들도 빠지고 들어오는 손님들이 뜸해졌다.

“손님들이 빠지네요. 이게 정상이거든요. 책 가져왔어요?”

“아뇨.”

“내일부터는 가져오시고요. 커피 마시면서 창밖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오늘은 그렇게 하시고요.”

“네.”

그때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와 주문대로 향하였다.

“미나 여기 이제 안 오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모레 미국으로 떠납니다.”

아쉬운 얼굴을 하더니 주문하였다.

“커피 하나 주세요.”

“네.”

커피를 받아든 남자가 테이블에 앉아 안을 둘러보다가 놀란 눈을 하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혹시 오션의 진민재 고문님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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