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화
전부 회의용 탁자에 앉았다.
“제가 조만간에 누굴 보낼 테니 그 사람에게 설명해 주세요. 그럼 이 게임이 어떤지 또 부족한 점이 뭔지 이야기해 줄 거예요.”
“그분이 누굽니까?”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거든요. 게임에 대해서는 남다른 재능이 있어요. 신상철이 개발한 게임도 그 친구가 옆에서 조언을 많이 해 주었거든요.”
“개발자입니까?”
“그건 아니에요.”
“그럼 그분이 우리가 개발하는 동안 자주 조언 좀 해 주면 안 됩니까?”
“일단 한번 들어보고 조언이 일리가 있다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
“알겠습니다.”
“먹으면서 이야기하죠”
“네.”
음료수와 간식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문님! 오션폰 정말 대단합니다. 오션폰 사용 방법을 너튜브에서 보고 저나 팀원들이 얼마나 문화충격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사전예약해서 전부 오션폰을 구매했습니다. 사용하면서도 가끔 편리성에 기술성에 창의성에 감탄하곤 합니다.”
송재영 팀장 말에 임주원이 장단을 맞추었다.
“저번에 고문님이 왜 터치로 하는 간단한 게임을 개발하라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핸드폰으로 고스톱, 포커 게임을 할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핸드폰에서 플레이 스토어에 접속해서 다운받아 설치해서 사용하다니 저도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이상현이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지금이야 단순한 게임들뿐이지만 제 생각으로는 앞으로는 컴퓨터에서 하는 게임들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걸 대비해서 게임 개발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것도 좋은 생각인데 쉽게 생각하면 오션 플레이어는 골목 상권이라고 생각해요. 상도가 있지 네이브 같은 대기업이 골목 상권에 들어가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요. 골목 상권은 중소 게임 개발 업체에 맡겨야죠. 네이브는 컴퓨터 게임에만 집중할 거예요.”
“말씀을 들어보니 그렇습니다. 요즘 대기업이 동네 제과점에 진출하여 말이 많던데 규모에 맞게 각자 분야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그런 걸 보면 아쉬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중요하고 경쟁 사회라고 하지만 중학생들하고 대학생이 경쟁하면 이거야말로 불공평한 일이죠. 대기업은 골목 상권이 아니라 더 넓은 세계로 나가야 하는 거예요.”
“한국 대기업들이 고문님 같은 사고방식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치사하게 골목 상권까지 위협하는 처사가 저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네이브라도 솔선수범하며 앞장서야겠죠.”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나와 이번에는 오션으로 향하였다.
염중섭 대표와 차를 마시고 있었고 염 대표도 마찬가지로 오션폰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문님! 요즘 오션 플레이어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옵니다.”
스마트폰은 오션폰에서 생산하지만 오션 플레이어는 소프트웨어 분야이기에 오션에서 담당을 한다.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니 좋은 현상이네요. 어떤 문의가 많이 들어오나요?”
“등록할 수 있는 소프트 종류와 유료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습니다.”
“문의하는 회사들이 소규모 업체들이죠?”
“네. 그렇습니다. 그들 회사에서는 오션 플레이어가 구세주 같았을 겁니다. 영세한 자본과 인력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 더구나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할 수 있어 아주 관심이 많습니다.”
좀 전에 골목 상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왔는데 역시나 영세 업체들의 관심이 아주 많네.
“당연하죠. 그들도 앞으로 오션 플레이어의 시장이 점점 커질 거라는 것을 알고 있을 거예요. 플레이어에 등록하는 소프트웨어가 많을수록 오션 플레이어가 그만큼 활성화가 되고 우리 또한 수수료로 인해 수익이 급증할 거예요.”
“그걸 알아서인지 오션폰 출시한 지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 발 빠르게 등록한 업체들도 좀 됩니다.”
“선점 효과를 잘 아는 거죠.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 거죠. 지금 등록한 회사들은 미리 개발한 프로그램들을 터치폰으로 재빨리 수정했을 거예요. 그리고 앞으로 오션 플레이어에 등록만 하는 회사들도 생길 거예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가만 보면 고문님은 정말 하나를 가지고 두세 개를 얻는 것 같습니다. 오션폰 하나 출시를 하면서 또 다른 수익 구조를 창출하니 말입니다. 오션 플레이어도 그렇지만 오션폰 액정과 오션폰 케이스도 인기가 많습니다. 어떻게 그런 것까지 생각하신 겁니까? 저는 오션폰 출시한다고만 생각했지 액정과 케이스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내가 생각한 것은 아닌데.
오션폰 액정과 오션폰 케이스는 오션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은 아니고 출시 전에 국내 회사에 하청을 주어 생산하게 되었다.
초창기에는 액정과 케이스를 판매하는 곳이 없기에 판매가 많이 되겠지만 출시 후에 그걸 보고 생산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길 것이기에 직접 생산하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시중에는 벌써 여러 종류의 액정과 케이스가 나왔다.
“오션폰 액정과 케이스는 별로 돈이 되지 않아요. 잠깐뿐이고 필요하기에 임시적으로 준비한 거예요. 우리가 계속 판매하기에는 좀 그래요.”
“하긴 시중에 판매하는 액정과 케이스를 보니 대부분 영세 업체들 같습니다. 저도 그들 업체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크면 큰 만큼 크게 행동해야죠. 오션이 대양인데 작은 개천에서 놀면 안 되죠. 그리고 또 다른 수익 구조가 하나 있어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또 있습니까? 제가 생각하기에는 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게 뭡니까?”
“생각하면 돈 벌 방법이 많아요. 잘 생각해 보세요. 앞으로 오션폰 같은 스마트폰이 대세가 될 거예요. 그렇죠?”
“그렇습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한 사람들은 기존 핸드폰을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오션폰을 사용하면 사람들이 인터넷을 많이 할 거예요.”
“맞습니다. 컴퓨터가 없어도 쉽게 핸드폰으로 인터넷 서핑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요. 인터넷을 하게 되면 쇼핑몰을 볼 수도 있고 오션에서 소설이나 만화도 볼 수 있잖아요.”
“그렇습니다.”
“그럼 결제를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겠죠.”
“네. 그렇습니다.”
“핸드폰은 작고 컴퓨터 모니터는 커요. 작은 핸드폰으로 컴퓨터에서 보는 것처럼 사용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핸드폰에서 볼 수 있게 핸드폰에 최적화한 앱이라는 것을 개발하여 앱으로 보게 하는 거예요. 그럼 입으로 보다가 결제를 하게 되면 그에 따른 수수료를 오션에서 받는 거예요.”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그것까지 수수료를 받는 겁니까?”
“오션 플레이어에서 다운받아 설치하는 것들은 오션 결제창을 통해야 하니까 당연히 수수료를 받아야죠.”
“수수료는 누구한테 받는 겁니까? 업체입니까 사용자입니까?”
“업체에 부과해야 하나? 개인에게 부과해야 하나? 양쪽 다 부과해야 하나? 좀 민감한 문제거든요. 아직 스마트폰이나 앱이 활성화되지 않았기에 지금 당장부터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시기상조예요. 나중에 활성화가 되면 그때 할 예정이니 그동안 고민해 봐야겠죠. 그동안은 무료로 해야죠.”
“만약 컴퓨터에서 결제한 후에 앱에서 지급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건 오션 결제창을 통한 것이 아니니까 수수료를 받을 수는 없죠. 지급만 한 거니까요.”
“그럼 나중에 개인에게 수수료를 부과하면 컴퓨터에서 하지 앱에서는 하지 않을 게 아닙니까?”
“그런 경우도 많겠지만 몇 년이 지나면 사람들에게 핸드폰은 생활이 되기에 앱에서 결제하는 경우가 많아질 거예요.”
앞으로 어떤 일들이 생길지 자세히 설명하였다.
“고문님이 점점 괴물같이 느껴집니다.”
“칭찬이죠?”
“네. 그렇습니다. 저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고문님이 정말 부럽습니다.”
부러울 거 없어요. 저도 대표님하고 마찬가지예요. 다만 다른 것은 제가 미래에서 왔다는 거죠.
“발상의 전환을 하면 대표님도 가능해요. 그래서 다른 회사들에게 앱이라는 것이 뭔지 보여 주기 위해 오션에서 먼저 앱을 개발했으면 해요. 앱을 개발하면 소설이나 만화 같은 것을 핸드폰 앱을 통해 볼 수 있게 되고 나중에 결제하면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거든요.”
“알겠습니다. 앱을 개발하겠지만 저는 앱에 대한 이해도가 적어서인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하지만 고문님이 가이드라인을 지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았어요. 제가 어떻게 개발할지 문서를 작성해서 이메일로 보낼게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좀 전에 말한 오션 플레이어에 대한 설명회를 해 달라는 요청도 많아 설명회를 하기보다는 설명 영상을 제작하여 보내려고 합니다.”
“좋은 생각이네요. 일일이 답변하기도 힘들 테고 글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자세하게 영상 제작해서 보게 하면 괜찮겠네요.”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그래요? 다른 것은 없나요?”
“네. 없습니다.”
이야기를 끝내고 오션에서 나오니 벌써 5시가 넘었다.
조금 있으면 퇴근 시간일 텐데 지금 방문하는 것은 민폐라 커피숍으로 향했다.
* * *
오션 맥북 OS를 개발하고 하다가 기지개를 켜는데 강성중과 김나영이 하는 이야기가 들려와 들었다.
“성중 오빠! 요즘은 너튜브 영상 안 올려?”
“응.”
“왜? 오빠는 너튜버로 나갈 거라면서 영상 안 올리면 그냥 노는 거잖아.”
“그렇지. 나도 올리고 싶은데 영상 올릴 만한 것이 다 떨어졌네.”
“그렇다고 그냥 있어? 영상을 꾸준히 올려야 수입이 생기는 거잖아.”
“게임 방송을 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어. 그렇다고 내가 미나나 홍이나, 송지수를 따라 다닐 수도 없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러면 생각을 해야지. 가만히 있으면 어떡해? 오빠가 올린 영상 내가 지금까지 다 봤는데 조회수는 다들 높지만, 오빠 노력으로 올린 영상은 거의 없는 것 같아. 대부분 사장님 도움을 받아 올린 거잖아. 오빠가 몇 살인데 언제까지 사장님 도움만 받을래? 이제는 오빠가 주체적으로 나가야지.”
“나도 알아. 나도 답답하거든.”
김나영이 신중한 얼굴을 한 채 입을 열었다.
“나도 회사를 그만두고 뭘 할까? 고민을 많이 했거든. 결국, 결정을 못 해 여기서 알바를 시작했지만, 오빠가 너튜브에 영상 올린 것을 보고 너튜버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어. 하지만 사람들이 영상을 많이 보게 하려면 꾸준히 흥미 있는 영상을 올려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오빠 나랑 같이 너튜버 할래?”
강성중이 전혀 의외라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너랑?”
“응.”
“어떻게? 뭐로?”
“콘텐츠를 바꾸는 거지. 지금 오빠가 하는 콘텐츠는 지속성이 없어. 계속할 수 있는 콘텐츠로 해야지.”
“그러니까 그게 뭔데?”
“너튜브 영상을 보는 이유가 뭐야? 즐기려는 거잖아. 학업이나 직장 다니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려는 목적이 크다고 봐. 물론 자기 관심사가 있어 보는 것도 있겠지만 결국은 즐기려는 목적이 가장 커, 그래서 재미있게 즐거움과 웃음을 주면 될 것 같아.”
“그래서 뭐로 즐거움과 웃음을 줄 건데?”
“내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몰래카메라만 한 것도 없어. 나랑 오빠랑 같이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몰래카메라를 하는 거지.”
“너무 막연하잖아? 어떤 식으로 몰래카메라를 할 건데?”
이전 생에서 몰래카메라 너튜브 채널이 아주 많았다. 나도 시간이 날 때마다 즐겨보았기에 어떻게 하는지 잘 안다.
내가 도움을 줄까?
내가 시청했던 것들을 전부 이야기해 주면 그걸 듣고 알아서 잘하겠지. 몰래카메라 장소도 여기 커피숍에서 하면 딱이지.
곧 있으면 2002년이 되고 1월에 미국에서 꼭 할 일이 있기에 내가 미국에 가야 한다.
그전에 도움을 주어 둘이 잘 하도록 하고 미국에 가면 될 것 같기도 하였다.
그럼 내가 커피숍에 없기에 몰래카메라를 해도 문제가 없다.
근데 강성중이 개그맨도 아닌데 그걸 잘할까? 김나영은 똑 부러지는 성격이라 잘할 것 같지만 강성중은 영 미덥지 못하였다.
아닌가? 그렇기에 더 잘되려나? 어리숙한 남자와 똑 부러지는 성격의 여자가 하는 몰래카메라! 괜찮을 것 같은데.
가끔가다가 미나랑 홍이나, 송지수가 깜짝 출연해도 좋고.
가만 보니 강성중과 김나영 조합이 뭔가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였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기 둘이 이야기하는데 미안한데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 * *
2002년 새해가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