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화
너무 빨리 개발해도 문제네.
“3가지 전부죠?”
“네. 그렇습니다.”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아닙니다. 오션폰을 개발했기에 수월하게 진행한 겁니다.”
“그래도 심 과장님 실력이 뛰어나니까 쉽게 하는 거죠. 다른 사람이었으면 안 그랬을 거예요.”
민망한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고문님께 이런 말을 들으니 민망합니다. 고문님 따라가려면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지나친 자신감도 문제지만 지나친 겸손도 문제예요.”
“고문님! 오션패드 개발하면 또 뭘 개발하는 겁니까?”
내가 무슨 보물창고처럼 아이디어가 막 튀어나오는 것처럼 말하네.
“오션패드 개발하면 쉬어야죠. 또 뭘 할 생각을 하세요?”
“저는 일하는 게 좋습니다. 뭔가를 새로 개발하는 게 좋습니다. 저로 인해 세상에 없던 물건이 새로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까? 제기 개발한 물건을 보면 심장이 마구 뛰며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아마도 제가 창조주의 기분을 세상에서 제일 잘 알 겁니다. 창조주도 저와 같은 기분을 느낄 겁니다.”
이걸 워커홀릭이라고 해야 하나? 개발 덕후라고 해야 하나?
일하겠다면 나야 좋지만, 사람이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거지 일하기 위해 사는 건 아닌데. 정도가 너무 심한 것 같았다.
“심 과장님은 결혼 안 해요?”
“저는 결혼 생각이 없습니다. 저는 일과 결혼한 겁니다.”
“여우 같은 부인과 토끼 같은 자식과 오순도순 재밌게 살고 싶지 않으세요?”
“저는 이상하게도 여자하고는 친하게 지내지 못하겠습니다.”
심 과장이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여자들이 기피하는 못생긴 얼굴도 아니다. 중간 정도로 내가 보기에는 괜찮았다.
배가 좀 나오기는 했지만 뚱뚱한 것도 아니고 키도 작은 것도 아닌데. 왜 그러지?
“여자를 만나지 않으니까 그러죠.”
“부모님이 선을 보라고 해서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잘 안 됐습니다.”
말은 안 하지만 뭔가 말 못 할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괜히 더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분위기가 썰렁해질 것 같았다.
“다음에 개발할 것은 맥북이에요.”
“맥북이 뭡니까?”
“노트북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럼 OS를 오션 OS를 사용해서 개발하는 겁니까?”
“맞아요. 윈도우를 사용할 수는 없죠.”
“저보다는 고문님 일이 더 많겠습니다. 오션패드야 조금 수정했지만, 노트북은 차원이 다를 겁니다.”
“맞아요. 저도 일복이 터졌어요.”
“그래도 고문님은 오션패드도 금세 끝낸 것처럼 금세 개발을 끝낼 겁니다.”
심 과장 말처럼 맥북은 차원이 다르기에 개발 기간을 최대 1년을 생각하고 있었다.
오션패드 개발이 끝나자마자 바로 맥북 OS 개발에 들어갔고 늦어도 내년 7월까지 개발을 끝내려고 한다.
“내년 7월에나 개발이 끝날 거예요. 그전까지는 심 과장님 할 일이 없겠네요.”
“그렇지 않습니다. OS 개발이 끝날 동안 윈도우로 하드웨어 개발하면 됩니다. 개발이 끝나면 OS만 교체하면 됩니다.”
그러면 오션맥북도 내년 말이면 출시가 가능하다는 말인데. 이전 생 보다 오션폰도 오션패드도 오션맥북도 너무 빨리 출시가 되네.
가만! 안드로이드 노트북이 언제 출시가 되었더라? 그다지 인기가 없어서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일찍 출시해도 문제 될 것은 없지.
맥북을 개발하고 나서 그다음으로 오션워치를 생각하고 있지만, 이것도 OS를 개발해야 하고 아직 기술적으로 발전이 안 되어 오션워치는 시기상조였다.
오션워치는 2010년쯤에나 출시할 계획이었다.
“그건 오션패드 개발이 끝나고 내년 초에 다시 이야기하죠.
오션맥북이 아니더라도 심 과장님이 개발할 것이 뭐가 있나?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나왔다.
다음은 어디로 갈까? 태국 공장 건설 문제를 상의해야 하니 진성 건설로 가자.
사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진성 건설 김중기 사장이 벌떡 일어나며 나를 극진히 맞아 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도련님! 오시면 오신다고 말씀을 하시지요. 제가 마중을 나가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저는 그런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도 도련님이 오시는데 어떻게 가만히 앉아만 있습니까? 그건 도리가 아닙니다. 다음에 오실 때는 꼭 연락 주십시오.”
실랑이하지 말고 그냥 넘어가자. 다음에 올 때 연락하지 않고 오면 되니까.
“알았어요.”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앉으십시오.”
“네.”
소파에 앉았다.
“사무실 이전하니까 어째요?”
“너무 좋습니다. 과분할 정도입니다. 이전한 지가 얼마 안 되어 아직 어수선하지만, 건물도 깨끗하고 교통도 편해 직원들도 전부 만족하고 있습니다. 도련님께 너무 감사할 뿐입니다.”
진성 건설은 얼마 전 10월 말에 이곳으로 이전하였다.
“사무실 이전도 했으니 이전의 진성 건설은 깨끗이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예요.”
“물론입니다. 저도 직원들도 열심히 할 겁니다.”
“든든하네요. 그리고 올해 12월까지 태국 공장 설계가 끝나요. 그럼 바로 내년 1월부터 공장 건설에 들어갔으면 해서요.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다행이네요. 차질 없도록 해 주세요.”
“물론입니다. 진성 건설이 법정 관리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맡는 대규모 공사인데 철저히 해야죠.”
“현재 진성 건설 현황은 어떤가요?”
“현재 진행 중인 공사는 두 곳입니다. 법정 관리 중에 수주했던 수원의 오피스텔 건설과 남양주의 아파트 건설입니다. 또 20일 전에 고양시 쪽에 20층 건물 입찰에 참여했으며 남양주의 7층 건물 입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수주 가능성은 있나요?”
“고양시 쪽은 낙찰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번 달 말에 발표하는데 비공식적인 소식이지만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 중에서 우리 진성 건설 평가가 제일 높다고 합니다.”
“다행이네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입술을 깨물며 말하는 것이 각오가 단단한 것 같았다. 이제 진성 건설도 마음을 놓아도 될 것 같았다.
태국 공장 건설만 해도 한 단계 도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다.
“알았어요. 진성 건설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볼게요.”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나왔다.
다음은 네이브의 송재영 팀장을 만나러 가려다가 점심시간이라 대기하고 있던 배상도를 불러 구내식당으로 향하였다.
진성 계열사와 오션 계열사들을 한곳에 모았기에 구내식당을 크게 만들었는데도 구내식당은 직원들로 북적거렸다.
나가서 사 먹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도 무료이고 구내식당 질이 좋으니 많이들 이용하고 있었다.
MJ 빌딩에 근무하는 다른 회사 직원들도 이곳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돈을 내고 이용한다.
조금만 돈을 써도 직원들이 만족하는데 직원 복지를 굳이 먼 곳에서 찾을 필요는 없었다.
구내식당이 큰 만큼 배식하는 곳도 4곳이나 되었다.
그중 제일 줄이 짧은 곳에 서서 배식을 하고 빈자리에 앉았다.
코톡-
식사하는데 코코아 톡 알림 소리가 들려 핸드폰을 꺼내니 내가 아니었다.
옆자리에서 식사하던 젊은 여성의 핸드폰이었다. 식사하다 말고 자판을 누르는 모습을 보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다 보냈는지 식사를 하려던 여성에게 물었다.
“저기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저요?”
“네. 지금 코코아톡 보내신 거죠?”
“네.”
“사용해 보니까 어때요?”
“너무 좋아요. 요즘 친구들하고 전화나 문자 대신 코코아톡을 많이 해요.”
“친구분들도 오션폰을 많이 구매하신 건가요?”
“그럼요. 요즘 오션폰이 없으면 왕따 당해요. 다른 친구들은 전부 코코아톡을 하는데 오션폰이 없으면 혼자서 소외되는 거잖아요. 특히 단톡방을 만들 때는 더 그래요.”
오션폰이 없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까지 당한다니 오션폰이 출시된 지 두 달밖에 안 되었지만 오션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오션폰을 출시하고부터는 커피숍에 오는 손님들과 길 가다가 지나가는 사람들 핸드폰을 유심히 보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나뿐만 아니라 강성중도 김나영도 마찬가지였다.
오션폰을 들고 있는 손님이 보이면 나에게 와서 저 손님 오션폰이라고 말해 준다.
며칠 전에 어떤 기사를 보니 오션폰을 구매하는 연령층이 20대가 제일 많다고 하였다. 그다음이 30대, 10대, 40대, 50대 순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80년대 초, 중반에 한창 불었던 나이키 열풍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고 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점차 10대들에게 열풍이 전염되어 가뜩이나 힘든 부모들이 더 힘들게 되었다며 등골 핸드폰이라는 별명까지 얻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오션폰 때문에 등골 브레이커라는 신조어가 처음 생겼다.
미국에서는 부모를 쥐어짠다는 뜻의 ‘sponge off’란 표현이 있었다. 그런 걸 보면 자식들은 동서양이나 비슷한 것 같았다.
“그렇군요. 혹시 어디 회사 다니세요?”
“저는 이 빌딩에 있는 성신 실업에 다녀요.”
“그럼 돈 내고 식사하시는 거네요?”
“그렇죠. 돈을 내도 일반 식당보다 더 저렴하고 음식 퀄리티가 높으니 우리 회사 직원들도 자주 이용해요. 혹시 오션에 다니시는 거예요?”
“네.”
“좋은 회사 다니셔서 좋겠어요.”
“좋기는 해요. 식사하는 데 방해해서 미안해요. 이제 식사하세요.”
“네.”
다른 회사 직원들도 많이 이용해서 사람들이 많은 거구나.
여유롭게 식사를 마치고 네이브로 향하였다.
개발실로 들어가자 내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컴퓨터 앞에서 송재영 팀장, 임주원, 이상현이 열심히 게임 개발을 하고 있었다.
열심이네.
조용히 회의용 탁자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 배상도에게 스타벅스에서 음료수와 후식으로 먹을 것 좀 사 오라고 하였다.
“고문님! 안녕하십니까? 언제 오신 겁니까?”
송재영 팀장이 놀란 눈을 하고 서 있었다.
“5분 되었을 거예요. 앉으세요.”
“네.”
앉자마자 물었다.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일이 있어서 왔다가 궁금해서 들렀어요. 게임 개발은 잘되고 있나요?”
“네. 잘되고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난 게임을 좋아하지 않고 아는 것도 없어 봐도 모르겠지만 보여 주겠다는데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그러죠.”
“이쪽으로 오시죠.”
“이 게임은 라니지와는 다르게…….”
실제 게임을 실행하면서 설명하는데 보고 들어도 재미있는 게임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냥 장단을 맞춰 주었다.
“그렇군요. 좋은데요. 라니지하고는 성격이 전혀 다르네요.”
“네. 그렇습니다. 라니지가 주로 남성들이 많이 하는 게임이라 이번 게임은 여성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개발을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게임 그래픽들이 화려한 거네요.”
“여성 취향에 맞추다 보니 그렇습니다. 근데 남성들 반응도 나쁘지 않습니다.”
“양쪽 다 반응이 좋다면 다행이네요. 게임 이름은 지었어요?”
“네. 루키 브리오입니다.”
루키 브리오라? 처음 들어보는 게임이었다.
내가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서 이전 생에서도 있었는데 모르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송재영 팀장의 인생이 바뀌었기에 이번 생에서 새로 개발된 것일 수도 있었다.
“루키 브리오도 기대해도 되겠죠?”
자신 있게 대답하였다.
“네. 그렇습니다. 네이브 직원들을 대상으로 확인한 바로는 남성, 여성 전부 재미있다고들 합니다.”
게임에 관한 건 강성중에게 물어보면 인기를 끌지 말지 100% 알 수 있는데.
회의용 테이블에 놓인 배상도가 사다 놓은 음료수와 간식이 시선에 들어왔다. 그새 배상도가 들어와 놓고 나갔나 보네.
“잠시 쉬면서 음료수하고 간식 먹죠.”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