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212화 (212/261)

212화

어르신을 몇 번 만나지 않았지만, 어르신이 핸드폰으로 전화 통화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하였다.

집에서는 일반 전화를 사용하고 이동 중에 필요하면 비서들 핸드폰으로 하는 것 같았다.

오션폰은 사용하려나?

“어르신은 핸드폰 잘 사용하지 않으시죠?”

“그렇기는 합니다.”

그때 ‘비와 찻잔 사이’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강성중이 틀었나 보네. 근데 비도 안 오는데 굳이?

“제가 왔다고 알바생이 노래를 또 틀었나 봅니다.”

“그러게요. 오늘 오신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네. 그렇습니다. 어제 정부에서 외화 은행 매각 협상을 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승인이 난 건가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연락이 없어서 궁금해하던 차였습니다.”

매각이 급할 텐데 정부는 왜 뜸을 들이냐? 빨리 처분하고 혹을 떼는 게 좋지. 이제라도 연락이 왔으니 다행이네.

“언제부터 협상하나요?”

“다음 주 화요일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바쁘시겠어요?”

“네. 한동안은 죽었다고 생각할 겁니다. 이제부터가 가장 중요한 시간입니다.”

“그렇죠.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나머지 협상이 편할 거예요.”

“잘 알고 있습니다. 금감원이나 재경부에 미리 이야기해 놓았기에 제 예상이기는 하지만 협상은 무난히 진행될 겁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인수 가격은 최대 1조 5000억 원 이상은 줄 필요가 없어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어떻게 협상하느냐에 따라 수천억 원이 왔다 갔다 할 겁니다. 신중히 협상에 임할 겁니다.”

“신 사장님은 잘하실 거예요.”

멋쩍게 웃었다.

“진 고문님이 저를 믿는다니 기분이 좋고 힘이 막 납니다.”

“제가 언제 신 사장님을 믿지 않은 적이 있나요? 믿었으니 진성 무역과 진성 금속 인수 건도 맡겼죠.”

“열심히 하겠습니다. 진 고문님도 궁금하실 것 같아 온 겁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바쁘실 텐데 앞으로는 오시지 말고 전화로 하세요.”

커피 컵을 들며 미소 지었다.

“괜찮습니다. 온 김에 커피도 마시러 오는 겁니다.”

사람이 고지식한 건가? 아니면 어르신에게 하던 대로 직접 가서 보고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나?

자기가 편한 대로 하는 게 좋겠지.

“그래요. 편하신 대로 하세요.”

“네.”

일어나 강성중 앞으로 가더니 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넸다.

강성중이 당황하며 말도 제대로 못 한 채 바라만 보았다.

“팁이야. 노래 잘 들었어.”

저놈 횡재했네. 노래 하나 틀고 만 원을 벌었으니. 그나저나 신동환이 통이 크네. 기분이 좋아서 그런가?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다른 노래 부탁해. 난 김광석 노래를 무척 좋아하거든.”

“알겠습니다.”

* * *

현도 자동차 장서필 회장은 서류를 보다가 피곤한 듯 앉은 자세에서 뒤로 기지개를 켰다.

몇 번을 반복하다가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리려는데 책상 위에 있는 핸드폰이 보였다.

손으로 들어 핸드폰을 보았다.

이게 핸드폰이라니? 며칠 전까지 사용하던 핸드폰이 갑자기 촌스러워 보였다. 그놈 얼굴이 떠올랐다.

이 핸드폰을 만들려고 현도 전자 통신 단말기 사업부를 인수한 것이다. 그 외 TFT-LCD 사업부도 맥스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고 보니 놈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은 현도 전자였다.

인수하고 1년도 안 되어 출시한 것을 보면 그전부터 이 핸드폰을 개발했을 것이다.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한번 그놈의 진가를 볼 수 있었다.

아버지는 그놈의 진가를 진작 알아보고 수아를 배필로 생각한 거였다.

자신도 사람을 판단할 줄 아는 눈과 사업을 볼 줄 아는 혜안을 가지려고 노력했지만, 아버지에 비교하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쯤이면 아버지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자신이 사람을 볼 줄 몰라 좋은 기회를 놓쳤다.

그때 아버지 말대로 그놈과 수아를 맺어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뒤늦은 후회가 들었다.

그렇다고 지금 맺어 줄 수도 없고. 놓치기 정말 아까운 놈인데.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오늘따라 아버지가 보고 싶어졌다.

* * *

직원 3명만 있는 소규모 게임 개발 회사인 퓨처스 사장 이민기는 요즘 사업을 접어야 하나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게임 하나만 제대로 개발하여 터지기만 하면 대박인데 자본이 부족하여 실력이 아주 뛰어난 직원을 고용할 능력이 안 되어 고차원 게임 개발은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괜히 사업을 시작했나? 하는 후회가 들고 갈수록 사업 자금이 줄어들어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사업을 그만두게 되면 지금까지 자신을 믿고 따라 준 직원들에게 미안하였다. 한숨만 저절로 나왔다.

투자라도 받으면 좋겠는데 투자하겠다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

통장에 잔액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려 인터넷 뱅킹에 접속하려는데 데 문이 열리며 김광수가 들어왔다.

김광수는 3년 전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같이한 친구였다. 미안하여 얼굴을 볼 낯이 없었다.

“사장님!”

“왜?”

“혹시 오션 플레이 아십니까?”

요즘 언론에서 오션폰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오고 TV 광고도 하여 알고는 있었다. 진짜 잘 만든 핸드폰이라는 생각도 하였다.

“오션폰을 말하는 거야?”

“정확히는 아닙니다. 오션 플레이어는 오션폰에서 앱을 다운받을 수 있는 곳을 말합니다.”

“앱이 뭔데?”

“사장님! 어쩌면 우리 회사 살길이 오션 플레이어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앱이란 것은 오션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프로그램은 게임이 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칭합니다. 우리 회사 게임도 오션 플레이어에 올리면 됩니다. 그러면 핸드폰 사용자들이 우리 게임을 다운받아 핸드폰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무료가 아닌 유료로도 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혹하는 마음이 생겼다.

“자세히 좀 말해 봐.”

“저도 오션폰을 사용하지 않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들었던 앱에 대해서 한동안 설명하였다.

“오션에서 그런 식으로 운영한다고 합니다. 우리 회사 게임이 스케일이 큰 것도 아니라서 핸드폰 게임에 매우 적합합니다. 기존에 개발한 게임이나 현재 개발하는 게임을 조금만 수정하면 핸드폰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오션 플레이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접속할 수 있어 대상이 한국에만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현재 초창기라 오션 플레이어에 등록된 게임이 많지 않아 우리가 빨리 등록하여 선점하면 수많은 게임 유저들이 다운받아 우리 게임을 즐길 겁니다. 제가 앱에 대해서 듣는 순간 꼭 우리 회사를 위해 준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게임 회사들도 오션 플레이어에 등록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민기는 설명을 듣는 순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김광수 말대로 마치 우리 회사를 위해 준비된 것 같았다.

“일단 그 오션 플레이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어.”

“그건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빨리 알아보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정확히 알려면 우리도 오션폰 하나 개통해서 직접 해 보는 것이 좋을 거야.”

“제 생각에도 좋은 방법 같습니다.”

“오션폰은 내가 개통할게. 먼저 그것부터 빨리 알아봐.”

“알겠습니다.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김광수가 나가자 자신도 오션폰 개통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MSS 볼 게이트 회장은 소파에 앉아 오션폰을 만지고 있었다.

일본에서 한번 봤지만, 자세히 본 것은 아니어서 오션폰에 대해 잘 몰랐지만, 지금은 볼수록 감탄만 나왔다.

컴퓨터가 없어도 핸드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여 자료를 검색할 수도 있고 심지어 영상도 볼 수가 있었다.

너튜브나 티톡을 개발해 서비스한 것도 결국은 이 오션폰을 염두에 둔 것 같았다. 아니면 오션폰을 염두에 두고 너튜브나 티톡을 개발했을 수도 있고.

오션폰이 출시되면 너튜브나 티톡이 날개를 단 거나 마찬가지였다.

순간 진민재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천재는 무서운 법이지.

자신도 어렸을 때부터 영재라는 말을 들었지만, 천재는 아니었다. 여태 살아오면서 천재가 부럽기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노크 소리가 들리고 개발 이사가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앉아.”

“네.”

기술 이사 랜스 드니오가 앉았다.

이자도 MSS의 모든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인재 중의 인재이지만 천재는 아니었다.

어디 가서 MSS의 기술 이사라면 다들 우러러보는데 천재랑 비교하자니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오션폰 분석 끝났어?”

“아직입니다. 소스가 없기에 시간이 좀 걸립니다.”

“지금까지 분석한 결과는 어때?”

“다 분석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분석할수록 놀랍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메커니즘을 이용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흠잡을 곳이 없는 완벽 그 자체입니다. 핸드폰에 최적화된 대단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술 이사 입에서 완벽하고 대단한 프로그램이라는 말이 나오니 볼 게이트는 놀랐다.

기술 이사는 병적으로 완벽주의자라 윈도우를 개발하면서도 항상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개발자들을 괴롭히기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실제 새로 출시하는 윈도우도 못마땅해하는 자였다.

농담으로 기술 이사의 마음에 드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처럼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기술 이사를 알고 지낸 지가 10년인데 처음으로 완벽하고 대단한 프로그램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정도야?”

“네. 그렇습니다. 핸드폰 OS를 개발에 참여한 팀원들을 스카우트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 인재들을 스카우트하면 MSS에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자신도 그런 뛰어난 인재가 있다면 스카우트하고 싶다. 하지만 할 수가 없었다.

“불가능해.”

“왜입니까? 우리가 핸드폰 OS를 개발할까 그러는 겁니까? 다른 개발 일을 맡기면 됩니다.”

“그런 의미가 아니야. 핸드폰 OS 오션 창업주인 진민재 혼자서 개발한 거야. 그러니 스카우트할 수 없다는 거지.”

놀란 눈을 하였다.

“네? 이걸 혼자서 개발했다는 겁니까?”

“그래. 그자는 천재야.”

“천재라 혼자서 개발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OS는 에러나 오류도 없고 완전 최적화된 프로그램입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개발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천재에게는 불가능이 없나 보지. 나도 믿기지 않아. 오션만 봐도 그렇잖아.”

“하긴 오션도 마찬가지이기는 합니다. 그자는 소프트 개발에 천재가 맞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군가를 부러워한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생긴 것 같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야. 자꾸 비교하니 내가 낮아지는 것 같아 유쾌한 기분은 아니네. 그자 이야기는 그만하고 윈도우를 수정하면 핸드폰 OS로 사용할 수는 있겠어?”

“검토해 본 결과 할 수는 있습니다만 핸드폰에는 맞지 않습니다. 수정이 필요한데 2~3년 시간이 걸릴 겁니다. 하지만 수정을 한다고 해도 애초에 윈도우는 PC OS라 오션폰 OS와는 차이가 크게 날 겁니다.”

“그 차이를 줄일 수는 없을까?”

“그러려면 시간이 더 걸립니다. 하지만 워낙 오션폰 OS가 완벽하여 그걸 넘는다고는 장담하기 힘듭니다.”

볼 게이트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자네 생각에는 윈도폰을 개발하는 게 좋을까? 하지 않는 게 좋을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