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화
의외라는 듯한 얼굴이었다.
“저는 설명회에서 2년 후에 공개하겠다고 하여 립서비스 하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했다면 진심이라는 말인데 그 이유가 뭔지 궁금하면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나도 모르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지난번 회의에서도 뾰족한 방법이 없어 그냥 마치지 않았습니까? 지금으로서는 2년 후를 대비해 하드웨어적으로 준비하는 것밖에는 없을 겁니다. 또한, 오션폰이 출시되더라도 기존 핸드폰 수요가 갑자기 줄지는 않을 테니 남은 시장을 공략하는 데 치중해야 할 겁니다.”
“그건 당연한 일이고 한번 SDS에서 검토해 보라고 할까?”
“저는 만약을 대비해 지금부터 개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SDS에서 개발한다면 특허료를 지급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지 않습니까?”
“나도 그걸 모르는 것이 아닌데 개발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도 생각해야지. 만약 성과 없이 끝나거나 개발을 해도 오션 OS보다 못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아. 내가 너튜브에서 오션폰 사용 동영상을 보니 핸드폰 OS 개발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거든. 거의 PC OS 수준이더라고. 과연 SDS에서 개발할 수 있을까? 난 의문이 들거든.”
“OS 개발은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니어도 분명 다른 곳에서 시도할 겁니다.”
“그렇겠지. 이왕이면 다른 곳에서 개발에 성공했으면 좋겠어. 그래야 서로 경쟁이 되지. 어쩌다가 그런 괴물이 탄생해서.”
“그러게 말입니다. 전 세계 핸드폰 회사들이 오션폰 때문에 한순간에 초토화되었습니다. 요즘은 TV CF 광도도 나옵니다. 또 사전 예약도 받는다고 합니다.”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연구소에 말해 우리도 터치폰 개발에 들어가라고 해.”
“알겠습니다.”
* * *
한국 공기업 KTF 기획 실장 염대식은 기획서를 보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한동안 생각에 잠기던 염대식이 인터폰을 눌렀다.
(네. 실장님!)
“김영호 부장 들어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잠시 후 김영호 부장이 들어오더니 깍듯이 인사하였다.
“부르셨습니까? 실장님!”
“그래. 이 기획서 말이야 다시 작성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마음에 안 드시는 점이 있습니까?”
“다음 달 1일부터 출시하는 오션폰 말이야. 내가 보기에 프로모션이 너무 약한 것 같아.”
“평소 하던 대로 한 겁니다. 오션폰만 특혜를 줄 수는 없습니다. 다른 이동 통신회사들도 우리와 비슷한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다른 이동 통신회사가 한다고 우리가 따라야 할 필요가 있을까? 자네도 오션폰 설명회에 참석했으니 오션폰이 어떤 핸드폰인지 잘 알 거 아니야?”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오션폰이 특이한 핸드폰인 것은 잘 알지만 그렇다고 오션폰에만 특혜를 줄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잘 생각해 봐. 오션폰의 장점이 뭔지?”
“그거야 자판이 커서 전화 걸기와 문자 하기도 편하고 인터넷 사용하기도 편하고 사진이나 영상 보기에도 편하고 게임 하기도 좋습니다.”
“그럼 생각나는 게 없어?”
“실장님이 뭘 말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자네라면 기존 핸드폰과 오션폰 어느 것을 사용할 거야?”
“그거야 당연히 오션폰입니다.”
“그렇지. 오션에서 2년 후에는 OS도 공개한다고 하니 다른 핸드폰 회사들도 전부 스마트폰을 생산하게 될 거야.”
“그렇습니다.”
“그럼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 기존보다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게 될 거야.”
“맞습니다.”
“생각나는 게 없어?”
그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데이터 사용이 돈이 되지 않습니까?”
“내 말이 그거야. 앞으로 스마트폰이 대세가 될 테고 대세가 되는 만큼 데이터 사용이 급증하게 된다는 거야. 그러니까 미리부터 우리가 스마트폰 비중을 높이자는 전략이지. 비중을 높이려면 지금 프로모션 가지고는 안 돼. 다른 이동통신 회사들보다 조건이 좋아야 소비자들이 우리 KTF를 이용할 거 아니야? 그러니까 파격적인 프로모션이 필요하다는 말이지.”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하게 되면 사장님이 결재해 주시겠습니까?”
“지금 사장님은 회사 일에 관심이 없어. 어차피 내년에 우리 KTF가 민영화되기에 사장님은 조만간에 그만두어야 하거든. 그러니까 상관없지.”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기획서를 올리겠습니다.”
“그렇게 해.”
김영호 부장이 나가자 염대식 실장은 생각에 잠겼다.
내년이면 공기업인 KTF가 민영화된다.
그럼 일부 경영진은 자연스럽게 퇴진하게 되고 직원들은 그대로 고용 승계가 되지만 자신과 같은 고위급 임원들은 앞날이 불투명하다.
그렇기에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뭔가 내세울 수 있는 공이 필요하였다.
그게 바로 오션폰 가입자 수를 늘려 스마트폰의 점유율을 늘리는 것이고, 데이터 사용을 늘려 매출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현재 이것 말고 특별히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기에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려는 거였다.
* * *
오션폰을 출시한 지 3일이 지났다.
출시 10일 전부터 사전 예약을 받았는데 한국에서만 10만 개 정도 사전 예약을 했고 미국에서는 100만 개 사전 예약을 하여 출시 전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일본은 한국보다 더 많은 29만 개의 사전 예약을 기록하였다.
유럽이나 다른 국가들 또한 마찬가지로 사전 예약을 많이 하여 오션폰의 인기를 증명하였다.
이런 돌풍의 원인은 설명회 이후 언론들의 오션폰 극찬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설명회 이후 미국에서는 기자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지금까지 이런 핸드폰이 없었고 기존 핸드폰보다 혁신적인 디자인과 성능, 세대를 앞서가는 지평을 열었다며 극찬하는 기사를 앞다투어 내었다.
사전 예약을 사람들은 출시 이틀 전부터 출시 전까지 전부 오션폰을 받았다.
물량이 충분하여 출시 날부터 오션폰을 개통할 수 있었고 하루 이틀 차이기는 하지만 사전 예약의 이점이 있어야 하기에 특혜를 준 거였다.
출시하자마자 오션폰을 개통하려고 대리점마다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는 기사도 나왔다.
특히 KTF 이동통신에서 앞으로 스마트폰이 대세라는 것을 인식하고 초반에 고객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여 KTF 이동통신 가입자가 많아진 것도 원인 중의 하나였다.
시작부터 대박이었다.
코톡-
코코아 톡 알림이 왔다.
오션폰 출시가 되면서 나도 핸드폰을 오션폰으로 바꾸었다.
나뿐만 아니라 배상도와 신상철, 강성중 그리고 송지수, 새로 알바로 채용된 김나영에게 오션폰을 선물로 주었다.
김나영은 25살로 집이 커피숍 근처였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잠깐 다니다가 그만두고 알바를 하게 되었다.
외모는 중간 정도였고 성격이 남자처럼 털털하고 터프한 면이 있었다.
원래 여군 부사관을 지원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가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하였다.
알바 시작한 지 며칠 안 가 강성중을 휘어잡았고 신상철은 워낙 아웃사이더라 논외하고 배상도가 707에서 전역했다는 것을 알고서는 배상도에게는 아주 잘하였다.
물론 나에게도 아주 잘한다. 강성중에게만 쥐약이 한 명 더 늘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졌다.
송지수가 오션 폰 사용 방법 영상을 촬영하면서 누구보다 오션폰에 대해 잘 알아 오션폰 선물을 받자마자 코코아 톡 단톡방을 만들어 커피숍 식구와 미나. 홍이나까지 초대하였다.
그때부터 코톡이 심심하면 울린다.
홍이나랑 미나는 활동하면서 바쁠 텐데도 단톡방에 툭하면 글을 올리고 사진도 올리고 송지수도 마찬가지고 거기다 강성중 이놈은 일일이 대꾸를 다 한다.
톡 하는 재미에 완전히 빠진 것 같았다.
나와 배상도, 신상철은 주로 읽기만 하고 가끔가다 톡을 하고 있었다.
코코아 톡을 확인하니 송지수가 연습하다가 쉬는 시간에 쉬고 있는 셀카를 찍어 올렸다. 거기에 강성중이 쉬는 모습도 예쁘다는 등 답글을 달았다.
그러니까 애들이 재미있어 더 많이 톡을 하지.
“성중아! 넌 집에 안 가냐?”
“저 공부하고 있지 않습니까?”
“톡이 공부냐?”
“글을 올리는데 답글이 없으면 얼마나 썰렁합니까? 제가 무플은 참지 못합니다. 저라도 열심히 달아줘야죠.”
“완전 재미 들렸네.”
“전 오션폰에서 다른 것보다 코코아 톡이 가장 잘 만든 것 같습니다. 특히 단톡방은 꽤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지금 각 사이트 게시판에 보면 오션폰 사용 방법에 대한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특히 코코아 톡에 대한 글들이 많으며 다들 좋다고 합니다. 컴퓨터 채팅 같은 기능이지만 이건 핸드폰이라 언제 어디서든지 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고 카메라가 있어 바로 사진 찍고 사진도 올릴 수 있어 젊은 층에서 아주 좋아합니다. 코코아 톡 때문에 오션폰으로 바꾸겠다는 글들도 아주 많습니다.”
출시한 지 3일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사용하는 방법들이 많이 올라온다고? 또 코코아 톡 때문에 오션폰으로 바꾸겠다고? 그건 너무 오바 아닌가?
“정말?”
“네. 대학생들 사이에 코코아 톡이 화제입니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인데 모 대학교 모 학과에서 한 학생이 오션폰을 바꾸고 학과 단톡방을 만들어 오션폰이 있는 학생 3명을 초대하여 서로 톡을 하였는데 그걸 본 학생들이 단톡방에 들어가려고 오션폰으로 많이들 바꾸었다는 글도 있습니다.”
출시한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벌써 과 단톡방이 등장하냐? 아마도 송지수의 오션폰 사용 방법 영상 때문인 것 같았다.
그 영상에서 과나 동호회, 가족 등 모임 단톡방에 관해 설명한 것이 있었다.
“정말?”
“네.”
“경제도 어려운데 부모 등 꼴 휘겠네.”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KTF에서 가입하면 부담이 적기에 학생들이 많이들 합니다. 다른 이동통신 업체에서도 KTF처럼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할 예정이라고 하니 앞으로 많이들 가입할 겁니다.”
내가 코코아 톡을 기본 앱으로 추가한 것이 매우 잘한 것 같았다. 코코아 톡 때문에 오션폰 판매가 늘면 좋지.
외국도 같은 반응일까? 아마도 그럴 것 같았다.
뒤늦게 송지수의 오션폰 사용 방법 영상에 자막을 추가하여 영상 조회수가 급증하여 벌써 300만 조회수가 넘었다.
“그 사이트에서 오션폰 반응은 어때?”
“죽입니다. 거의 대부분이 긍정적인 글들입니다.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고 특히 남자보다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는 앞으로 오션폰만 사용하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벌써 오션폰빠가 생기고 있습니다.”
좋은 현상이네.
“나 그 사이트 좀 알려줘라. 직접 보게.”
“오션 창업주가 왜 다른 사이트에 들어갑니까? 그냥 오션에 들어가 보셔도 됩니다. 자유 톡에 보시면 됩니다.”
“그러네. 알았어.”
오션에 접속하려는데 문이 열리며 손님이 들어왔다.
DS 자산 운용 신동환 사정이었다. 강성중도 그걸 보고 잽싸게 일어서다가 주문대에 김나영이 있는 것을 보고 다시 앉았다.
근데 왜 왔지? 외화은행 인수 진척 보고 하려고 왔나?
커피를 들고 신동환이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네.”
신동환이 앉았다.
“요즘 오션폰 인기가 아주 많습니다.”
“과분하게 그러네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사전예약해서 구매했습니다. 회장님도 규희 아가씨도 전부 바꿨습니다.”
“고객님이시네요. 사용해 보니 어떠세요?”
“이런 핸드폰이 있나 신기할 정도입니다.”
“앞으로 더 사용하기에 편하고 성능도 더 좋아질 거예요.”
“더 좋아질 게 있습니까”
“그렇죠. 컴퓨터도 시간이 갈수록 성능이 향상되듯이 핸드폰도 마찬가지예요. 저장 공간도 더 늘어나고 성능도 더 빨라질 거예요. 그 외 다른 기능들도 더 향상되고요.”
“어디까지 핸드폰이 더 발전할지 기대가 됩니다.”
“기대하셔도 돼요.”
“규희 아가씨도 너무 좋아합니다. 손에 항상 들고 계실 정도입니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오션폰은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이전 생에서도 아이폰이 그랬으니까.
남자용으로도 하나 만들어야 하나? 생각해 볼 문제겠는데.
“어르신은요?”
“회장님은 그저 그런가 봅니다. 아직 오션폰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럽니다. 회장님에게는 통화만 잘되면 되니까요.”
“통화가 잘되는 게 제일 좋은 핸드폰이죠. 그래도 자판이 커졌으니 기존 핸드폰보다 사용하기가 편할 거예요.”
“맞습니다. 그 점은 좋다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