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화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니 전부 모여 강성중이 촬영한 영상을 보고 있었다.
좋겠지. 세계적인 인물과 기념 촬영을 한 건데. 이런 영광 평생 한 번 오기도 힘들 테니까.
“잘 나왔어?”
“네. 아주 잘 나왔습니다. 사장님! 지금 나가서 사진 인하할까요?”
“뭐가 급해?”
“친구들에게 볼 게이트와 손정우 회장하고 사진 찍었다고 자랑하고 싶어서요. 또 집에 가서 엄마 아빠한테 보여 드리려고요. 이 사진 보면 좀 안심할 것 같아서요.”
“너튜브에서 입금된 거 보여 드렸어?”
“네. 하지만 부모님은 너튜버가 계속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니까요. 아직도 걱정하세요.”
지금은 초창기라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지. 몇 년 더 지나야 사람들 인식이 바뀌려나?
“저녁 먹으러 갈 때 그때 들러. 그리고 영상은 잘 나왔어?”
“네. 영상도 잘 나왔습니다.”
“지수 영상은 잘 편집해서 너튜브에 올려. 반응 좋을 거야. 오션폰 사용 영상 다음 편으로 올려. 또 요로마랑 같이 촬영한 동영상도 올리고.”
“올려도 됩니까?”
“응. 내가 올려도 된다는 허락 받았어.”
“감사합니다.”
송지수가 갑자기 울먹거렸다.
“사장님! 정말 감사해요. 이 은혜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왜 울려고 그래?
“커피 맛있게 타 주면 돼.”
“그거야 당연하죠.”
괜히 쑥스러웠다.
“나 지금부터 일할 거야. 말 시키지 마.”
저녁을 먹고 와 일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나야. 손 회장.)
“네. 공항이세요?”
(그래. 방금 볼 게이트 출국장 안으로 들어갔어.)
“게이트 회장님이 뭐라고 하지 않으세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한테 그러더군. 자네에게 한 방 맞은 기분이라고. 괜히 와서 손해 보고 가는 것 같다고.)
“서로 존중하자는 의미예요.”
(누가 볼 게이트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어? 아까 그 말을 듣는데 나도 황당해서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어. 그 친구도 그런 말을 들을 줄 전혀 생각지도 못했을 거야. 아마도 무척 당황했을 거야.)
“죄송하다고 해야 하나요?”
(그 정도로 속 좁은 친구가 아니야. 다 이해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알았어요. 회장님도 바로 일본으로 가실 거예요?”
(그래야지.)
“같이 식사도 못하고 가시네요.”
(오션폰 출시하고 나서 또 올 거야. 그때 같이 식사하자고.)
“네.”
* * *
너튜브를 보며 싱글벙글하는 강성중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저놈은 얼굴에 그때의 기분이 그대로 다 드러난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고, 좋게 말하면 꾸밈이 없고 솔직하다고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단순하다고 할 수 있었다.
어제 9월 23일부터 TV에 아이노 오션폰 CF가 방송 시작하자 911테러로 정체되어 있던 너튜브 오션폰 사용 방법 영상도 덩달아 조회수가 급증하기 시작하였다.
“성중아!”
“네. 사장님!”
“좋으냐?”
“뭐가 말입니까?”
다 아는데 시치미 떼기는?
“지금 보니까 조회수 많이 늘었던데. 편당 70만이 넘었네.”
“제 목표는 100만이 넘는 겁니다. 아직 성에 차지 않습니다.”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는 소리가 너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제가 왜입니까?”
“너 전에는 10만 넘어도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잖아. 근데 지금은 100만이 넘어야 한다고?”
“사람은 발전하는 법입니다. 발전이 없으면 도태되는 겁니다.”
“그렇기는 하지. 100만 달성하면 이제 200만이 목표가 되겠네.”
“저도 양심이 있는 놈입니다. 이룰 수 있는 꿈만 꿉니다. 200만은 생각지도 않습니다.”
말은 잘해. 그 마음 얼마 동안 가는지 내가 지켜보마.
“사람 욕심은 끝이 없거든.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 사람 욕심이야.”
“저는 안 그럽니다.”
“아이노 광고 촬영하는 동영상은 올렸어?”
“이제 올릴 겁니다. 이것도 올리면 조회수가 많을 겁니다.”
“그렇겠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많이 볼 거야. 올릴 때 제목에 아이노 이름을 영어로 올려. 그래야 외국에서 검색할 때 나오니까.”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진작 말해 줄 걸 그랬나? 나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지금 생각났다.
“정말 그렇겠네요. 그럼 기존에 올렸던 아이노 게임하는 영상들도 제목을 수정해야겠습니다.”
“그러면 좋지. 영상 올리면 말해 줘. 나도 보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수 사용 방법 설명 영상에다가 영어 자막을 넣으면 외국에서도 많이 볼 거야.”
“정말 그렇겠습니다. 근데 제가 영어를 못해서.”
“내가 해 줄게.”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됐어. 가 봐.”
이야기를 끝내고 일을 시작하려는데 뜻밖의 손님이 들어오고 있었다. 바다 기획 오찬식 사장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어떻게 오셨어요?”
“지나가다가 겸사겸사 들렀습니다. 어제 TV CF 보셨습니까?”
“네. 너튜브에서 보다가 TV에서 보니 색다르더라고요.”
“그럴 겁니다. 다른 광고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그 광고는 작은 화면에서 보면 그 진가를 못 느낍니다. 큰 화면으로 봐야 합니다.”
“그렇기는 해요.”
“전문가들 반응도 좋습니다. 제가 오션폰 광고 기획하고 벌써 4개나 광고 계약을 했습니다.”
“그래요? 축하드려요.”
“사실 모든 게 고문님 덕분입니다. 오션폰 광고 계약하기 전까지는 들어오는 광고도 없어서 광고 전단지 정도만 맡아서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야 빛을 보면서 제대로 된 광고를 하기 시작한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드리려고 온 겁니다.”
어쩌면 오찬식 사장도 나 때문에 인생이 바뀌게 된 거네. 잘되었으니 좋은 거지.
“사장님 실력이 있으니까 가능한 거죠. 앞으로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광고하실 일이 있으면 맡겨만 주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럴게요.”
오찬식 사장이 가고 다시 일하려고 하는데 송지수가 나를 부르며 뛰어 들어왔다.
“사장님!”
잰 또 왜 그래?
“왜?”
“저 드라마 캐스팅되었어요.”
“뭐라고? 정말?”
“네. 오늘 오전에 회사로 11월에 제작하는 드라마에 저를 섭외하겠다고 연락이 왔었어요. 저 지금 너무 기뻐요.”
“확실하게 결정된 거야?”
“네. 아직 계약한 것은 아니지만 섭외하는 거라 거의 확정적이에요. 원래는 주연급 빼고는 대부분 오디션을 보고 뽑는데 피디님이 제 너튜브 영상을 보셨나 봐요. 보시고 마음에 들었는지 오디션 없이 뽑은 거예요. 이게 다 사장님 덕분이에요.”
오늘 내 덕분이라는 말을 두 번이나 듣네.
지수는 어차피 배우로 데뷔할 거였지만 나 때문에 데뷔를 일찍 하게 되었네.
더구나 너튜브 영상으로 인기를 업고 데뷔하게 된 거라 어떤 영향을 줄지는 나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전 생과는 다르게 톱스타가 될 수도 있었다.
“정말 축하해.”
“감사해요.”
“무슨 역할인데?”
“주연은 아니고 조연이지만 꽤 비중 있는 조연이에요. 주인공 친구 역할이에요.”
“조연이라도 열심히 해. 처음부터 주연을 맡는 경우도 있겠지만 단계를 밟으면서 올라가는 게 더 좋을 거야.”
“열심히 할 거예요. 저한테 주어진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죠.”
가만 11월부터 촬영하면 커피숍 나올 수가 없게 되잖아?
“드라마 촬영에 집중하려면 커피숍 그만두어야겠네.”
갑자기 시무룩해졌다.
“네. 회사 대표님도 커피숍 그만두고 촬영 전까지 연기 공부하는 게 좋다고 했어요.”
말을 하고서는 커피숍을 둘러보고 배상도, 신상철, 강성중을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저도 아쉬워요. 사장님도 좋고 오빠들도 좋고 커피숍도 좋아 오래 다니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는 거지. 커피숍 때문에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신경 쓰지 마. 알바는 다시 뽑으면 되니까.”
“알바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아는 친구 소개해 주려고?”
“그건 아니고 회사에서 연습생 중에 알바하겠다는 친구들이 많아요.”
“집이 다 분당이야?”
“그건 아니에요.”
의외였다. 연습생들이면 열심히 연습해서 자신의 꿈을 이루어야지 왜 커피숍에서 알바하겠다고?
지수야 집이 근처니까 괜찮았지만, 집도 분당이 아닌데 왜?
“왜?”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이런 말 하기 좀 그런데. 미나 언니도 여기서 알바하다가 데뷔해서 스타가 되었고 저도 알바하다가 데뷔하게 된 거잖아요. 그러니까 서로들 하려고 하는 거예요.”
그런 의미라면 부담되어 어떻게 채용해?
미나랑 지수는 본의 아니게 기회가 생겼지만 다른 사람들까지 그런 기회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여기가 데뷔하는 장소도 아니고 엔터테인먼트 회사도 아닌데. 이번 알바는 근처에 사는 일반인으로 채용해야겠다.
“그건 내가 부담되어 안 돼. 알바는 내가 알아서 채용할게.”
“왜요? 그 친구들 예뻐서 손님들도 많을 거예요.”
웃으며 대답하였다.
“난 손님이 없는 게 더 좋거든. 알바는 내가 알아서 할게. 다시 한번 데뷔 축하해.”
“고맙습니다. 사장님 은혜 잊지 않을게요.”
“열심히 해서 톱스타가 꼭 돼. 그럼 되는 거야.”
“네. 꼭 톱스타 될게요.”
“오빠들한테도 말해야지.”
“네.”
송지수가 일어나자 강성중이 호들갑을 떨었다.
“지수야! 너 드라마 출연하는 거야?”
“네. 오빠가 올려준 영상 덕분에 그렇게 되었어요.”
지수가 드라마에 출연하여 인기가 많아지면 그동안 촬영했던 지수 영상들을 올리게 되면 조회수가 많아지게 되니 강성중 입이 귀에 걸렸다.
* * *
사성 전자 이동통신 사업 본부장 이규혁은 소파에 앉아 권도욱 이사와 차를 마시고 있었다.
“본부장님! MSS에 연락이 왔는데 자기들은 핸드폰에 윈도우를 적용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 왜?”
“저도 자세한 이유는 모릅니다. 다만 보내온 공문에 따르면 자기들이 신중히 검토한 바 윈도우는 핸드폰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당연히 맞지 않겠지. 핸드폰에 맞게 수정하면 되는 거 아니야?”
“저도 같은 생각이지만 MSS는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알아보니 요청한 다른 핸드폰 회사에도 그렇게 공문을 보냈다고 합니다.”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거네.”
“이렇게 된 거 차라리 우리 사성도 핸드폰 OS를 개발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쉽게 되겠어?”
“우리는 SDS가 있지 않습니까?”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SDS가 개발할 수 있을까? 오션도 개발 기간이 4년이나 걸렸다고 하는데. 우린 그 이상이 걸릴 거야. 또 개발에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그럴 바에는 2년 기다렸다가 오션 OS를 사용하는 게 더 나을 거야.”
“2년 뒤에 정말 공개하겠습니까? 그거 믿고 가만히 있다가 말을 바꾸면 뒤통수만 세게 맞게 되는 겁니다.”
“약속은 지킬 거야. 말 바꾸는 정치인도 아니고 기자들 모아 놓고 설명회에서 한 말인데 지키지 않으면 신용이 떨어질 텐데 그런 악수는 두지 않을 거야.”
“신용이 떨어져 봤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겁니다. 이윤 앞에 그 정도 리스크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봅니다. 독점으로 가는 게 훨씬 이익이 아닙니까?”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인지 나도 알아. 개인 인터뷰에서 한 말이라면 나도 믿지 않지. 근데 알아보니 한국뿐만 아니라 설명회를 했던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에서도 그렇게 발언했다고 해. 한 국가도 아니고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한 말인데 약속을 어기지는 않을 거야. 정말로 그렇게 하겠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