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화
인터넷으로 뉴스를 봐도 너튜브를 봐도 온통 911테러에 관한 내용밖에 없었다. 며칠째 계속 같은 상황의 반복이었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는데 결국은 일어났다.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나의 개입으로 인해 사람 또는 기업의 운명 바뀌기는 했지만 나와 상관없는 역사는 바뀌지 않고 그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으니까.
송지수의 영상은 911테러가 발생하면서 조회수 증가 속도가 느려졌다. 그전까지만 해도 편당 40만 조회수 가까이 되었는데.
일주일 정도 더 지나면 911테러 이슈가 사그라지며 다시 조회수가 증가할 것이다.
911테러가 발생하고 에릭에게 전화가 왔다.
오션폰 설명회를 자기주장대로 다음 주에 했다면 911테러로 인해 개최하지 못할 뻔했고, 했다고 해도 완전히 묻혔을 거라며 천운이 따랐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고문님 말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하였다.
그나저나 오늘 손 회장과 볼 게이트가 오전에 한국에 온다고 했는데 왜 안 오지? 그전에는 아침에 오더니만.
전화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스케줄이 있을 텐데 괜히 재촉하는 것 같고 나야 커피숍에서 하루 종일 있으니까 기다리면 되니까.
커피숍을 둘러보니 배상도는 컴퓨터로 뉴스를 보고 있고 신상철은 게임 개발을 하고 있고 강성중은 영상편집 책을 보며 연습을 하고 있었다.
강성중이 생각보다 열심히 해서 놀랐다.
“상철아!”
“왜?”
“잠깐 이야기할 수 있어?”
“어.”
신상철과 마주 앉았다.
“지금 개발하고 있는 게임 언제 끝나?”
“거의 마무리됐어. 다음 달 10월 중순까지는 다 끝날 것 같아.”
지금 신상철은 서머위즈 워 3을 개발하고 있었고 내년 1월이나 2월에 출시 계획이 잡혀 있었다.
송재영 팀장의 라니지는 이번에 버전 3을 출시하지 않고 내년 여름에 새로운 게임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한창 열중하고 있었다.
원래 송재영 팀장은 내가 알기로 따로 독립해서 회사를 설립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저번에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회사를 그만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송재영 팀장도 결국 나로 인해 운명이 바뀌게 된 거네. 그래도 나름대로 만족하고 잘 다니고 있으니 된 거지.
“그러면 서머위즈 워 이번까지만 네가 개발하고 버전 4부터는 다른 개발자에게 넘기는 것은 어때?”
“넘기라고? 왜?”
“너 옛날에 내가 말한 롤 게임 기억해?”
“아! 그게 있었지. 기억해.”
“롤 게임 이제 개발해도 될 것 같아서. 그때보다 컴퓨터 성능도 많이 좋아졌으니까.”
“컴퓨터 성능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기는 해.”
“내가 생각하기에 롤 게임이 더 중요하니까 네가 맡아 개발해야지. 서머위즈 워는 이제 안정권에 돌입했고 다른 개발자에게 넘겨도 될 것 같아서.”
내 말에 얼굴이 환해졌다. 단순한 놈! 그게 더 중요하다니까 좋아하는 것 좀 봐. 신상철 다루기가 참 쉽다.
“알았어. 그렇게 할게.”
“그래. 개발 끝나면 내가 자세히 설명해 줄게.”
“응. 빨리 끝낼게.”
점심을 먹고 와 오션 패드 OS를 개발하고 있었다.
기존 스마트폰 OS를 수정하는 거라 12월까지 끝낼 생각이었다. 어떤 부분을 수정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강성중이 다가왔다.
“사장님! 손님이 왔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손 회장과 볼 게이트가 서 있었다. 얼른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
“왜 안 와? 온다고 했는데.”
볼 게이트가 인사하였다.
“오랜만이야.”
“네. 정말 오랜만이네요. 앉으세요.”
둘이 앉았다.
“귤차 드릴까요?”
“좋지.”
강성중에게 귤차를 부탁하고 나도 앉았다.
“언제 도착하신 거예요?”
“아침 8시에 도착했어. 약속이 있어서 거기 갔다가 온 거야.”
“그랬군요. 전 왜 안 오시나 했거든요.”
“전화라도 해 줄 걸 그랬나? 많이 기다린 거야?”
“여기 계속 있었는데요. 기다릴 것도 없죠.”
귤차를 마시며 잡담을 한동안 나누었다.
차를 마시고 내려놓은 볼 게이트가 입을 열었다.
“자네 대단한 걸 개발했어.”
“오션폰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래. 일본에서 봤는데 놀라워. 나도 이런 핸드폰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 어찌 보면 작은 컴퓨터라는 생각이 들 정도야.”
“과학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잖아요.”
“이건 과학적인 발전보다는 창의성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어. 가끔은 발상의 전환이 큰 발전의 계기가 되기도 하지.”
“그렇기는 해요. 하드웨어적으로는 획기적인 것은 아니니까요.”
내 말에 공감하는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오션폰 OS 자네가 혼자서 개발했다며?”
“네.”
“그것도 내가 여기 처음 왔을 때 개발하고 있었다며?”
“네.”
“그때가 기억나. 난 자네가 개발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궁금해했었지. 자네가 오션과 같은 괴물을 또 개발하나? 했는데. 그때 자네가 그랬지. 개발은 1년이면 끝나지만 3~4년 후에 사용할 거라고. 결국, 그 말대로 됐네.”
그때가 언제이지? 시간 참 빠르네.
“때를 기다렸던 거죠.”
“자넨 개발자뿐만 아니라 사업가로서도 자질이 있는 것 같아. 보통은 자네처럼 때를 기다리지 못하거든.”
“과찬이세요.”
“아니야. 충분히 들을 자격이 있어.”
“감사합니다. 회장님에게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네요.”
“오션 폰 말이야. 윈도우에서도 돌아간다며? 설명회에서 그렇게 말했다고 하던데. 물론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래서인지 일부 핸드폰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 윈도폰 할 생각이 없냐고.”
핸드폰 회사들이 다급하겠지.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일 것이다.
“관심 있으세요?”
“당연하지. 새로운 사업이고 더구나 앞으로 꽤 유망한 사업이니까 마음이 동하기는 하지.”
어차피 윈도폰은 실패로 끝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 생처럼 대체 가능한 안드로이드가 없기에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2년 동안 오션이 독점이기에 핸드폰 회사에서 강력하게 요구하면 MSS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마음먹고 핸드폰 OS로 개발하면 골치 아파진다.
볼 게이트도 관심이 많은 것 같으니 위험의 싹은 미연에 자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변수는 최대한 없게 만들어야지.
“회장님! 기분 나쁘게 듣지 않았으면 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장사에도 상도가 있듯이 우리도 서로의 영역은 침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요놈 봐라! 하는 표정을 지은 채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나보고 포기하라는 말인가?”
“반대로 제가 회장님 사업 영역을 침범하면 어떨 것 같으세요? 제가 천재라는 것을 잊으셨어요? 저 혼자서 오션도 개발하였고 핸드폰 OS도 혼자서 개발했어요. 제가 마음만 먹으면 지금의 윈도우보다 더 나은 윈도우를 개발할 수 있어요. 또 오션에는 뛰어난 소프트 개발자들이 많아요. 그들과 제가 힘을 합치면 2~3년 안에 윈도우를 개발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회장님을 존중해서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거든요. 서로 존중하며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요?”
볼 게이트는 한 방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말은 좋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에게 내 영역을 침범하면 바로 전쟁이라고 협박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어떤 놈이 감히 자신에게 이렇게 대놓고 협박하겠나? 아무도 없었고, 있다고 하면 어느 누구도 믿지 않을 거다.
하지만 진민재는 말처럼 진짜 그럴 능력이 있었다.
천재이고 오션을 개발하였고 핸드폰 OS도 혼자서 개발했기에 마음만 먹으면 컴퓨터 OS도 충분히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머리를 빠르게 굴려 판단해 보니 괜히 작은 거 먹겠다고 나섰다가 강력한 경쟁자를 만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 같았다.
이대로가 좋았다.
“나도 자네를 존중하네. 관심이 있다는 거지 꼭 하겠다는 것은 아니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핸드폰에 맞게 수정해야 하는데 그 작업도 만만치 않아.”
“그러니까요. 윈도우 버전업하기도 바쁘실 텐데 엉뚱한 곳에 한눈판다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걸 잘 알기에 한눈팔지 않고 가던 길 계속 가고 있는 거잖아요.”
볼 게이트는 속으로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점점 진민재에게 말려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괜히 한국에 왔고 진민재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션폰에 관심이 있어서 진민재를 만났는데 얻은 것은 없고 손해만 보았다. 내가 어떡하다가 이런 꼴이 되었을까?
한편으로는 자신을 이렇게 만드는 진민재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르려면 오션이 크기 전에 눌렀어야 했는데 지금은 너무 커 버려 늦었다. 그렇다면 공생해야겠지.
“그렇지. 그게 좋은 거지. 난 자네를 보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 같아. 자네가 핸드폰 사업에 뛰어들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어? 손 회장도 마찬가지일 거야.”
가만히 있던 손 회장이 이때라며 뛰어들었다.
“맞네. 나도 자네가 핸드폰 사업을 할지 전혀 예상 못 했으니까. 혹시 또 다른 사업을 생각하고 있나?”
있지. 이제는 오션패드하고 맥북 사업이. 근데 오션패드는 상관이 없지만, 맥북은 노트북 대용이라 MSS 영역을 침범하는 건가?
아니지. 오션폰에서 발전된 형태고 오직 오션에서만 사용하니까 상관은 없을 것 같았다. 또 맥북은 하드웨어가 주니까.
“네. 생각하고 있는 게 있어요.”
손 회장의 눈빛이 반짝거렸고 게이트 회장은 흥미가 있다는 표정이었다.
“정말?”
“네. 제가 아직 배가 고픈지 앞으로 계속 나가고 싶네요.”
“그게 뭔가?”
“죄송하지만 지금은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이해하네. 나랑 같이할 수 있는 사업인가?”
“오션팟처럼 독점 수입해서 판매할 수도 있고요. 아니면 오션에서 직접 판매할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같이 하는 게 좋지 않아? 오션팟도 오션폰도 같이하니까.”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꼴이네요. 아직 개발도 하지 않았어요. 개발되면 그때 이야기해요.”
“알았네.”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게이트 회장님은 몇 시 비행기예요?”
“오후 9시 10분 비행기야. 여기서 가는 시간도 있으니까 4시 30분 전에는 떠나야지.”
시계를 보니 벌써 4시 10분이었다. 곧 가야 하네. 그전에 기념 촬영이나 해야겠다.
“두 분 회장님이 여기까지 오셨는데 기념 촬영하는 것은 어떨까요?”
“기념 촬영?”
“네. 생각해 보니 같이 사진 찍은 적이 없더라고요.”
“난 괜찮아.”
손 회장이 볼 게이트를 바라보자 볼 게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상관없네.”
됐다.
“성중아! 기념 촬영하자.”
강성중이 디지털카메라와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다가왔다. 기념 촬영하려고 미리 말해 주어 준비한 거다.
강성중이 우리를 디지털카메라로 여러 장 찍었다.
“회장님들! 우리 직원들이 두 분 회장님을 무척이나 존경하는데 우리 직원들도 기념 촬영할 수 있는 영광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난 괜찮은데 볼 자네는 어떤가?”
손 회장은 직원들이 일본에도 두 번이나 갔고 여기도 몇 번 왔기에 잘 알아 거부감이 없었다.
“나도 괜찮네.”
“고맙습니다.”
배상도를 비롯해 신상철, 강성중, 마침 송지수도 와서 각자 기념 촬영을 하였고 강성중은 그런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하였다.
사진 촬영하다 보니 시간이 4시 30분이 되었다.
“벌써 갈 시간이네.”
“그러게요. 아쉽네요.”
“미국은 언제 와?”
“글쎄요? 아직 계획이 없어요.”
“미국 오면 들러.”
“네. 그럴게요.”
손 회장과 볼 게이트가 떠났다.
오늘 뜻하지 않게 윈도폰이 세상에 나오지 않게 하여 횡재한 기분이었다. 하늘이 날 돕는지 때마침 와주고 손 회장에게 고마워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