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화
진성 그룹 진동훈 회장은 컴퓨터로 오션폰 제품 설명회 기사를 보고 있었다.
기사를 읽으면서 자신도 정말 오션폰이 획기적인 핸드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저 오션폰도 조카의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션폰이 출시되면 전 세계의 돈을 갈퀴로 쓸어 담을 것을 생각하자 자신의 처지가 더욱 초라하게 느껴졌다.
조카는 계속 잘나가는데 자신은 계속 시궁창으로 처박히는 기분이었다.
한숨을 쉬는데 노크 소리가 들리고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뭐래? 그놈 참석했대?”
“아닙니다. 민재 도련님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한국에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진동훈은 조카하고 연을 끊었지만 갈수록 회사 사정이 악화하여 얼굴에 철판을 깔더라도 조카에게 찾아가 다시 한번 도움을 요청할 생각까지 하였다.
한국에 없다면 다 부질없는 일이었다.
“확실한 거야?”
“그렇지 않아도 기자가 도련님은 왜 참석하지 않았냐고 질문했더니 먼 곳에 있어 참석 못 했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지. 알았어. 나가 봐.”
“네. 알겠습니다.”
* * *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씻고 거실 소파에 앉아 오랜만에 TV를 보려고 리모컨을 드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아마 에릭일 것 같았다. 미국에서도 오전에 오션폰 설명회가 있었으니까.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에릭입니다.)
“안녕하세요? 설명회 잘 끝났나요?”
(네. 그렇습니다. 참석한 기자들이 전부 어메이징하다며 오션폰을 극찬했습니다. 대성공입니다. 아마 오늘 오후부터 오션폰에 대한 기사가 나올 겁니다. 이럴 때 TV 광고를 하면 효과가 만점일 겁니다.)
에릭은 아직도 TV 광고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나? 지금 했다가는 괜히 김만 샌다. 나중에 해도 충분한데.
“뭐든지 다 때가 있는 거예요. 지금은 아니에요. 대신 너튜브에서 그만큼 많이 하면 돼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션폰 화요일에 선편이 도착하여 오늘 통관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머지않았네요.”
(네. 그렇습니다.)
“사전 예약은 언제부터 받을 건가요?”
(현재 계획으로는 9월 20일부터 사전 예약을 받을 계획입니다.)
“알았어요.”
다음 날 아침에 커피숍에 출근하자 강성중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사장님!”
평소와 다른 강성중의 행동에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침 잘 못 먹었냐?”
“저 아침 안 먹습니다.”
“아니면 어제저녁을 잘못 먹었나?”
“커피 드릴까요?”
“좋지.”
내 전용석에 앉아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르고 부팅되기를 기다리는데 강성중이 커피를 들고 왔다.
“여기 있습니다.”
“오늘 왜 그래? 할 말 있어?”
“어제 올린 오션폰 사용법 영상 말입니다. 하루 만에 4편 모두 조회수가 10만이 넘었습니다. 4편 총 조회수가 45만입니다. 지금까지 영상을 많이 올렸지만, 하루 만에 이런 조회수를 기록한 것은 처음입니다. 아이노 누나 영상 올렸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너튜브가 일상화되는 미래에는 하루 만에 수십만 조회도 가능하지만, 지금은 너튜브 초창기라 하루 만에 3만 넘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편당 10만이 넘었으니 좋기는 하겠지.
“자랑하려고 그런 거야?”
“처음에는 조회수가 급증하여 기분이 좋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신기하게도 제가 컴퓨터로 너튜브에 접속만 하면 오션폰 사용법 영상이 첫 화면에 꼭 뜹니다.
전 조회수가 많아서 그런 줄 알았는데 상철 형이 말하기를 아마도 일부러 첫 화면에 나오도록 한 것 같다고 합니다. 사장님이 하신 겁니까?”
당연하지. 어제 코리아 오션에 전화해 노출 잘되게 하라고 말했으니까.
“그래. 모를 줄 알았는데 하루 만에 알게 되었네.”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장님은 저를 위해 모르게 뒤에서 힘써 주시는데 저는 그동안 그런 것을 전혀 알지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상철 형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갔을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것 때문에 그런 거였어? 사실은 강성중과 송지수 위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오션폰 광고의 목적이 더 컸는데.
저렇게 감사하다고 하니 괜히 양심에 찔리네. 아니지. 사실 나만큼 잘해 주는 사람도 없지.
“알았으면 잘해.”
힘차게 대답하였다.
“네.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영상 반응은 어때?”
“댓글 보시면 아시겠지만, 장난이 아닙니다. 다들 오션폰 성능을 보고 놀랍다고 하면서 빨리 출시되었으면 하고 출시되자마자 오션폰을 구매하겠다고 하는 댓글들이 많습니다. 또 설명을 맛깔나게 잘하니까 지수에 대해 궁금해하는 댓글도 많고 지수 예쁘다는 댓글도 많습니다. 지수도 지금 무척 좋아하고 있습니다.”
“반응이 좋으니 내가 다 기분이 좋네. 댓글들 잘 보고 혹시라도 오션폰에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이 있으면 알려줘.”
“알겠습니다.”
강성중이 가자 일하려고 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 고진욱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제가 자주 전화 드려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어제 일본에서도 오션폰 설명회 잘 끝났나요?”
(네. 그렇습니다. 성공적으로 잘 끝났습니다. 반응들이 아주 좋았습니다. 오션폰 출시되면 일본에서도 크게 히트할 겁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그렇게 될 겁니다. 그리고 어제 설명회가 끝나고 오후에 일본 이동통신 회사인 NTT에서 자신들도 오션폰을 취급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소프트 뱅코와 독점 수입 계약했다고 말했어요?”
(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제가 결정할 일은 아니라 본사에서 결정할 일이라 말은 전하겠다고 했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NTT에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기에 자신들은 오션폰 공급에서 제외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른 국가들은 이미 이동통신 회사와 그전부터 공급 이야기를 시작했었다. 나중에 관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굳이 나쁘게 할 필요는 없었다.
“다른 말은 없었나요?”
(네. 없었습니다.)
“아마도 NTT에서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을 거예요. 10월 1일에 출시하는데 지금까지 아무런 접촉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되거든요.”
(알면서도 연락했다는 겁니까?)
“그렇죠. 곧 출시인데 언제까지 숨길 수는 없을 거예요. 어차피 곧 알게 될 거 빨리 연락해서 정중하게 사실대로 말해 주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바로 연락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시고 다른 일은 없나요?”
(없습니다.)
“알았어요, 다음에 통화하죠.”
(네.)
전화를 끊자 또 핸드폰이 울렸다. 요즘따라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 오션폰 출시하면 전화가 뜸하겠지.
“진민재입니다.”
(나야. 손 회장이야.)
“안녕하세요? 회장님!”
(어제 오션폰 설명회에 참석했거든. 반응들이 아주 좋아.)
“저도 보고 받았어요. 그리고 일본 오션에 어제 NTT에서 전화가 왔었어요.”
통쾌하다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지금까지 여유를 부리더니만 그놈들이 급했나 보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가 오션과 핸드폰 독점 수입 계약을 했다는 것을 그놈들도 이미 알고 있었거든. 알고 있으면서 지금까지 오션에 연락 한 번 안 한 것을 보면 오션폰을 철저하게 무시했던 거지. 오션이 지금까지 핸드폰을 만든 적도 없고 우리도 보다 폰을 인수하여 새로 시작하는 거니까 어중이들끼리 모여 으쌰으쌰 한다고 신경도 쓰지 않은 거지. 그러다가 어제 오션폰 설명회에 참석해 보니까 이게 아니다 싶은 거겠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야. 그래서 연락한 거야. 내 속이 다 시원하네. 아마도 출시 시작하면 더 안달이 날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다. 무시하는 줄 알았다면 정중하게 연락하라고 하지 않았을 텐데. 조금만 일찍 전화하지.
“듣고 보니 기분이 나쁘네요.”
(그래도 제대로 한 방 먹인 거잖아. NTT에서 그런 핸드폰일 줄 상상조차 했겠어? 그리고 일본 핸드폰 회사들도 무척 긴장하는 모양이야.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핸드폰 회사들이 다 그렇겠지. 오션이 완전 초토화시키네.)
“생각보다 그렇게 타격이 크지는 않을 거예요.”
(타격이 클지 안 클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션이 우뚝 설 거라는 것은 분명해.)
“그건 맞아요. 1년 안에 세계 점유율 1위가 되는 게 목표니까요.”
(당연히 되지. 오션이 아니면 누가 되겠어? 다만 시기가 언제가 되는 가가 관건이지.)
“그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겠죠.”
(그렇지. 오션 주가가 많이 오르고 있던데 오션에 투자 못 한 게 아직도 한이 돼.)
“지금이라도 주식을 매수하세요. 앞으로도 더 많이 상승할 거니까요.”
(그래야겠어. 그리고 모레 미국에서 볼 게이트가 일본에 오거든. 근데 그 친구가 자네를 보러 한국에 가자고 하네. 가도 돼?)
볼 게이트가 왜 날 보자는 거지? 설마 오션폰 때문에 오는 건가? 911 테러 전에 오네.
“게이트 회장님이 왜 일본에 오는 거예요? 오션폰 때문인가요?”
(그건 아니야. 그전에 오기로 약속했거든. 내가 식당 인수한 거 자랑했더니만 한번 오고 싶다고 해서 이제야 시간 나서 오는 거야. 온 김에 자네도 보고 가려는 거지.)
괜한 오해를 할 뻔했네. 그래도 나를 보자고 하는 것을 보면 오션폰인 이유도 있을 것 같았다.
잘됐다. 오면 기념사진 촬영해야겠다.
“한국에는 언제 오시는데요?”
(9월 10일 월요일에 도착해서 일본에 3일 있다가 갈 거니까 13일 목요일 오전에 한국 갈 생각이야. 그 친구는 자네를 보고 그날 저녁에 미국으로 출발할 거고.)
“알았어요. 오세요.”
(그래. 다음 주에 보자고.)
점심을 먹고 와 오션패드 OS를 개발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송지수가 들어왔다.
나에게 다가오더니 살갑게 인사하였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 왔어요.”
진짜 말에 애교가 넘친다. 이렇게 말하면 아무리 무뚝뚝한 남자라도 넘어가지. 그 증거가 신상철과 배상도였다.
“어! 왔어?”
“사장님! 고마워요.”
강성중에게 말을 들었나?
“고마울 게 뭐가 있어?”
“영상 조회수가 많아지니 저를 알아보는 사람까지 있더라고요.”
“진짜?”
“네. 저도 놀랐어요. 여기 오는데 지하철에서 웬 남자가 자꾸 저를 힐끔 쳐다보길래 제가 예뻐서 쳐다보나 했거든요. 그냥 무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가오더니 묻더라고요. 혹시 오션폰 사용 방법 영상의 주인공이냐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놀랐어요. 편당 조회수가 10만이 넘었는데 그 남자가 그중의 한 명이었던 거죠.”
지수는 배우가 꿈이니까 좋겠지만 난 남들이 알아보는 게 불편하다. 그래서 내가 언론에 나서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뭘 할 때도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고 남들이 자꾸 쳐다보는 것도 좋지는 않았다. 내가 연예인은 아니잖아.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
“맞다고 했더니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걸 보니까 비록 한 사람이었지만 톱스타의 기분을 알 것 같았어요.”
“사인 해 달라고는 하지 않았어?”
“네. 지하철 안이라 사인하기에는 좀 애매했어요.”
“기분 좋았겠네.”
“네.”
“앞으로 조회수가 더 많이 늘면 이런 경우가 자주 생기겠네.”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요.”
근데 지수한테는 좋은 일이지만 지수 얼굴이 널리 알려지면 지수 보려는 손님들이 더 많이 커피숍에 올 텐데.
지금도 남자 손님들이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 지수를 보려고 오는 손님들이었다.
괜한 일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