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화
설명회를 하기 전에 직원들이 예상 질문을 작성하여 답변까지 만들어 연습하였다. 첫 질문부터 예상 질문 중에서 나왔다.
“개발 시작은 97년부터 시작했고 4년 넘게 개발한 겁니다. 정확하게 구분하자면 핸드폰은 핸드폰이지 컴퓨터는 아닙니다. 윈도우로 하려면 할 수가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기는 힘들 겁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트럭 엔진을 오토바이 엔진으로 사용한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그럼 오토바이가 제대로 작동할까요? 무겁기에 제대로 작동하기 힘듭니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듯이 각자 맞는 것이 가장 좋은 겁니다.”
“그 말은 핸드폰 OS가 없으면 오션폰과 같은 핸드폰을 만들 수 없다는 건데 그럼 독점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혹시 OS를 공개할 의향은 있으십니까?”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4년 넘게 핸드폰 OS를 어렵게 힘들게 개발한 겁니다. 이런 것을 쉽게 공개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우리는 2년 후에는 오션폰 OS를 공개하여 누구나 사용하게 할 겁니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이 자리에서 분명히 약속드립니다.”
“정말로 공개하신다는 겁니까? 그 이유가 뭡니까?”
“다 함께 더불어 살자는 의미이며 아름다운 경쟁을 하자는 의미입니다.”
“무료로 공개하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OS를 개발하느라 들어간 시간이며 노력, 비용이 발생한 만큼 무료로 공개하기는 힘듭니다. 합리적인 특허료를 받고 공개할 예정입니다. 다음 질문받겠습니다.”
이번에도 기자들이 전부 손을 들었다.
“이번에는 여성 기자분께 질문받겠습니다.”
“저는 경성일보 박민경 기자입니다. 설명하실 때 두 가지의 오션폰을 출시하신다고 하셨는데 아무리 혁신적인 핸드폰이라도 가격이 고가이면 구매하기가 힘들 겁니다. 오션폰의 출시 가격은 얼마입니까?”
“그렇죠. 벤츠가 좋지만, 누구나 다 탈 수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가격이 적당해야 그림의 떡이 되지 않는 법이니까요. 우리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기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했습니다. 8GB는 미화 800달러이고 16GB는 900달러입니다.”
“싸지는 않네요. 핸드폰이 고가이면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겁니다. 가격을 더 인하할 의향은 있습니까?”
“결코 비싼 것은 아닙니다. 혁신적이며 기능이 많은 핸드폰인데 기존 핸드폰과 가격이 똑같을 수는 없을 겁니다. 기존 핸드폰보다 3~400달러 더 비싼 만큼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했다고 봅니다. 다음 기자분!”
지목받은 기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대한 일보 최태훈 기자입니다. 설명하신 대로 제가 생각해도 오션폰 출시로 인해 앞으로 핸드폰의 혁신이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제가 질문할 것은…….”
한동안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이나 이동통신 관계자들 또한 질문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렸다.
“더는 질문이 없는 것 같으니 이것으로 오션폰 설명회를 끝내겠습니다. 11시부터 시작한 설명회가 벌써 1시가 되었네요. 오늘따라 말을 많이 했더니 시장기가 많이 돕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같을 겁니다. 설명회에 참석하신 만큼 점심식사를 제대로 대접해야 하지만 인원이 많은 관계로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제공할 겁니다. 구내식당 식사가 괜찮으니 시간이 되시면 들러서 식사하고 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 *
오션패드 OS를 개발하고 있는데 강성중이 다가왔다.
“사장님! 바쁘십니까?”
“왜?”
“오션폰 사용 방법 동영상 다 촬영했고 편집까지 다 끝냈습니다. 영상 올리기 전에 한번 보시고 조언 부탁드립니다.”
이번 주 내내 강성중과 송지수 둘이서 계속 영상 촬영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기에 특별히 볼 일은 없지만, 편집한 영상은 또 다를 테니 봐야겠지.
“편집 얼마나 잘했는지 보자.”
“한다고 했는데 잘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보시고 판단해 주십시오.”
보려고 하니 영상이 4개였다.
“4개야?”
“네. 하나로 하는 것보다는 15분씩 4개로 나누었습니다.”
“잘했네.”
첫 번째 영상을 클릭하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송지수라고 해요. 요즘 오션폰이 핫한데 아는 정보가 없어 오션폰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 제가 오션폰에 대해 낱낱이 알려 드리려고 해요. 이 영상을 다 보시면 오션폰을 완전 정복할 수 있으니 끝까지 시청해 주세요. 지금부터 제가 오션폰 사용 방법에 대해 설명해 드릴 텐데 진짜 오션폰은 기능이 많아 저도 놀랐고 여러분들도 많이 놀랄 거예요. 이런 핸드폰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예요. 이제부터 시작할게요. 제일 먼저 간단하게 오션폰에 대해 설명해 드리자면…….)
영상에 나오는 지수의 모습이 너무 예뻤다. 실제로도 예쁘지만, 카메라발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소나무 엔터테인먼트 오현서 대표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 주었다.
촬영을 위해 특별히 메이크업도 해 주었고 설명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도 해 주어 영상을 보면서 잘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때로는 애교 섞인 설명도 때로는 약간 과장된 놀라는 모습도 보이면서 설명을 이어 갔다. 편집도 이 정도면 잘한 것 같았다.
만족스러웠다. 이 영상만 보면 오션폰 기능에 대해 다 아는 것이고 사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영상 4편을 전부 다 보았다.
“괜찮네. 이대로 올려도 돼.”
“정말 괜찮은 겁니까?”
“응. 편집 공부하더니 편집 실력도 많이 늘었어. 아마 올리면 조회 수가 많을 것 같아.”
“지수를 선택한 것이 신의 한 수 같습니다. 제가 했으면 절대 이 정도가 안되었을 겁니다.”
“그것 봐. 내 말 들어 손해 보는 일은 없다니까. 이제 바로 올려.”
“지금 올려도 됩니까?”
시계를 보니 1시 5분이었다.
지금쯤이면 오션폰 설명회가 끝나갈 테니까 상관은 없었다.
“괜찮아. 빨리 올리고 밥 먹으러 가자.”
“알겠습니다.”
강성중이 자기 자리로 가서 영상을 올리는 것을 보았다.
조회 수가 얼마나 나오려나? 한 달 동안 100만 조회 수가 나오면 좋겠는데. 그렇게 할 수는 있었다.
오션에 말해 강성중이 올린 영상을 알고리즘을 통해 전면에 노출되게 만들면 된다.
전화하려고 핸드폰을 드는데 벨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백종식입니다.)
“안녕하세요? 설명회 끝났나요?”
(네. 방금 끝났습니다.)
“길어졌네요.”
(네. 그렇습니다. 오션폰에 관심이 많다 보니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설명회를 간단히 설명해 드리자면…….)
설명회에 나왔던 질문들을 이야기하였다.
대부분 이미 예상하고 있던 질문들이었다.
(일부는 어느 정도 오션폰에 대해 짐작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명할수록 놀라는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2년 후에 오션폰 OS를 공개한다고 하니 다들 놀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럴 거예요. 지금까지 이런 핸드폰이 없었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또 오션폰 OS를 공개한다는 것은 독점을 포기하는 것으로 보일 테니까요. 하지만 특허료만으로도 엄청난 수입을 올릴 수 있기에 우리에게도 이익이 되거든요. 하여튼 설명회가 잘 끝났다니 다행이네요. 수고 많이 하셨어요.”
(저도 무사히 끝내 기분이 좋습니다.)
이제 설명회도 끝났으니 오션폰에 대한 기사가 하나둘 올라올 거다.
* * *
사성 전자 이동통신 사업 본부장 이규혁은 사성 핸드폰 지난달 수출 현황표를 보고 있었다.
똑똑.
노크 소리에 고개를 들자 권도욱 이사가 들어왔다.
“본부장님! 오션폰 설명회가 끝났다고 합니다.”
“그래? 앉아서 이야기하지.”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로 가서 앉았다.
“참석한 기자가 뭐래?”
“우리 예상대로 터치폰이 맞았습니다. 또한, 오션에서 4년간에 걸쳐 자체 OS를 개발한 거라고 합니다.”
이미 예상했다는 듯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설명을 들으니 오션폰이 어떻다고 해?”
“한마디로 놀랍고 대단하다고 합니다. 출시되면 반응이 좋을 것 같답니다. 그 기자도 출시되면 무조건 구매하겠다고 할 정도입니다. 저는 단순하게 터치폰인 줄 알았는데 상상외로 기능도 많고 활용도가 높다고 합니다. 특히 오션 플레이어를 통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 앱을 다운받아 사용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앱은 또 뭐야?”
“앱은…….”
앱에 관해 설명하자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정도라고? 오션에서 머리를 잘 썼네. 자기들이 개발하지 않아도 알아서 개발 회사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해 등록한다니? 그런 생각은 어떻게 한 거야? 보통은 자기들이 개발할 생각을 하는데.”
“맞습니다. 한마디로 오션은 판만 깔아 주고 알아서 그 판에서 춤출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거기다가 오션에서 개발한 코코아 톡이라는 앱이 있는데 들어보니 그게 물건입니다. 채팅처럼 여러 명이 대화를 할 수 있고 사진이나 파일도 서로 보내고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더구나 해외 통화도 화상 통화도 인터넷을 이용하기에 무료로 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이규혁 본부장은 설명을 들을수록 오션폰에 대해 감탄을 하였다.
만약 오션폰이 출시되면 핸드폰 업계에 지각 변동이 있을 것이며 오션폰 열풍이 불 것 같았다.
누가 개발했는지 정말 대단한 핸드폰을 개발하였다.
“결국은 우리도 터치폰으로 가야 한다는 거네.”
“그렇습니다. 제가 보기에 앞으로 핸드폰은 터치폰이 대세가 될 겁니다. 다만 터치폰으로 가려고 해도 OS가 없다면 불가능합니다.”
“윈도우로 가야 하지 않을까?”
“어떤 기자가 그 부분에 대해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대답이…….”
“결론은 윈도우는 안 된다는 말이네.”
“네. 그렇습니다. 자신 있게 대답하는 것으로 보아 사실인 것 같습니다. 다만 MSS에서 핸드폰에 맞게 수정한 OS를 개발한다면 몰라도 현재로서는 윈도우는 오션과 경쟁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없다고 봅니다. 그나마 2년 후에는 OS를 오픈한다고 하니 2년만 버티면 될 것 같습니다.”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그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객과 시장은 빠르게 오션으로 넘어갈 거야. 오션폰이 출시되면 다른 핸드폰 회사들이 그냥 가만히 있겠어? 분명 MSS에 요구를 할 거야. 그럼 MSS에서도 뭔가 액션을 취하겠지.”
“MSS에서 행동할 수도 있고 가만히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행동을 취한다고 해도 만족한 결과물이 언제 나올지도 모르고.”
“저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 같으면 공개하지 않고 계속 독점으로 갈 겁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지금부터 OS를 개발해도 최소 4년 이상의 개발 시간이 필요할 텐데 4년도 아니고 2년 후에 공개하겠다니 그 꿍꿍이속을 모르겠어.”
“오션은 뭐든지 파격적인 것 같습니다.”
이규혁 본부장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였다.
“그나저나 앞으로 큰일이네. 오션폰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 갈 텐데. 그걸 보고만 있어야 하니. 큰일이야.”
“다른 핸드폰 회사들도 전부 비상일 겁니다. 어쩌다 그런 괴물이 탄생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내일 오전 9시에 임시 비상 회의를 하도록 하지. 임원들 전부 대책 방안을 강구해서 오라고 해. 이런 위기일수록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거야.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뭐라도 해야지.”
“본부장님! 오션 창업주가 한국인이지 않습니까? 오션에 말해서 우리 사성만이라도 미리 OS를 공유해달라고 하면 안 되겠습니까?”
고개를 저었다.
“자네라면 그렇게 해 주겠어? 안 해 줄 거야.”
“밑져야 본전인데 한번 제가 코리아 오션에 제의를 해 보겠습니다.”
“알아서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튜브에 오션폰 사용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그걸 보시면 오션폰에 대해 자세히 알 수가 있습니다.”
“오션에서 올렸나 보네. 광고를 아주 잘하고 있어. 너튜브가 오션 거라고 제대로 활용하네.”
“그렇기는 합니다. 그 영상을 저도 봤는데 오션에서 올린 것 같지가 않습니다. 일반인이 올린 영상입니다.”
“그렇다 하여도 오션에서 시킨 거겠지. 오션폰 출시가 안 되었는데 오션폰을 어디서 구했겠어?”
“그렇기는 합니다.”
“알았어. 나가 봐.”
“네.”
권도욱 이사가 나가자 이규혁 본부장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 컴퓨터로 너뷰브에 접속하여 오션폰 사용 방법 동영상을 검색하여 클릭하였다.
일반인인데도 설명하는 여성이 예쁘고 설명도 잘하였다. 영상을 보면서 연신 감탄하고 있는 자신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