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화
오늘 전화를 하도 많이 받았더니 귀가 아플 정도였다. 그만 왔으면 좋겠는데.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에릭입니다.)
“안녕하세요? 미국 반응은 어떤가요?”
(말도 마십시오. 오션폰 광고 나간 후부터 오션폰에 대해 문의하는 기자들의 전화가 빗발칩니다. 이 정도 반응이면 대성공 같습니다.)
당연하지. 예상한 바였으니까.
“오션폰 설명회 하면 더할걸요?”
(그럴 것 같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등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기자 말로는 다른 핸드폰 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겠지. 그러니까 요로마도 한국에 달려오겠다는 거겠지.
“그럴 거예요. 강력한 경쟁자가 출현한 거니까요.”
(첫 출시부터 토네이도를 몰고 올 생각을 하자 빨리 오션폰 출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머지않았어요.”
(고문님 아십니까? 광고가 나간 후에 오션 주가가 급등해서 8%나 상승했습니다. 정말로 고문님이 말한 대로 4만 달러 주가를 달성할 것 같습니다.)
“당연하죠. 다만 그 시기가 언제 오느냐죠. 5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20년 후가 될지 그건 우리가 노력하기 나름이에요.”
(더욱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오션폰 설명회 준비는 잘하고 계시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신청자가 너무 많아 고민입니다.)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거겠죠.”
(그렇습니다. 제품 설명회를 하고 난 후에 TV 광고까지 나가면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많아질 겁니다. 그리고 광고 나간 후에 기자들이 오션폰 모델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광고도 모델도 대성공입니다. 역시 고문님이 하시는 일마다 성공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노를 만난 것이 나에게는 큰 행운일지도 모른다.
이제 아이노는 공인이 되었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델 길에 들어서게 될지도 모른다.
아이노는 현명하니까 잘 결정하겠지.
“성공하면 좋은 거죠. 다음 주에 오션폰 도착한다고 하니 출시 준비 잘하시고요.”
(물론입니다. 차질 없도록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송지수가 날 몽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얘는 또 왜 그래?
“왜?”
“와! 영어 잘하는 사장님 보니까 너무 부러워요.”
“부러우면 영어 공부 열심히 해.”
* * *
오늘 요로마가 한국에 오기에 인천 공항에 나왔다.
세계적인 기업 회장이 한국을 방문하기에 혹시나 기자들이 와 있을까 봐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기자로 보이는 자들이 없었다.
비공개로 와서 그런가? 나야 좋지.
더 기다리자 저 앞에서 요로마와 같이 한 남자가 나오고 있었다.
이름 부르면 사람들의 이목이 쏠릴까 봐 손을 들어 흔들었다.
“여기예요.”
다행히도 소리를 듣고 내 앞으로 왔다.
“안녕하세요? 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한국 첫 방문이 꽤 나 인상적이야. 그 유명한 오션 창업주의 격한 환영을 받으니까.”
“가실 때까지 한국에 좋은 인상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자네 미국인이잖아? 뭔가 이상하지 않아?”
“한국 홍보 대사라고 생각해 주세요. 가시지요.”
“그러지.”
호텔로 바로 가려고 했는데 요로마가 스마트폰을 빨리 보고 싶다고 하여 커피숍으로 향했다. 모레 다시 돌아가기에 시간이 없다나. 그럴 거면 왜 왔어? 전화로 이야기해도 되는데.
커피숍 안으로 들어왔다.
커피숍을 둘러보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여기가 자네 작업실이라고?”
“네. 여기서 스마트폰 OS가 탄생 되었거든요.”
“그래? 의미 있는 곳이네.”
순간 내가 커피숍을 떠날 때 크게 ‘이곳이 오션폰 OS 개발한 곳’이라는 플래카드를 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죠. 이곳에서 스마트폰 역사가 이루어졌으니까요. 앉으세요.”
요로마와 단둘이 앉았고 비서는 따로 앉았다.
송지수가 귤차 두 잔을 가져왔다.
“사장님! 차요.”
“고마워. 드셔 보세요. 귤차인데 아마 처음 마셔 볼 거예요.”
컵을 들어 슬쩍 맛을 보고서는 내려놓았다.
“귤향이 느껴지네. 맛이 괜찮아.”
“일본 소프트 뱅코 손 회장님은 여기 오면 귤차만 마시거든요.”
놀란 눈을 하였다.
“소프트 뱅코 손 회장님이 여길 온다고?”
“네. 자주 오세요. 그리고 MSS 빌 게이트 회장님도 여기 오셨어요.”
“진짜?”
“네.”
“여기가 대단한 곳이네.”
또 하나 생각났다.
플래카드에 소프트 뱅코 손 회장, MSS 빌 게이트 회장, 노카아 울리라 회장, 모델 아이노가 방문한 곳이라고 쓰면 화제가 될 것 같았다.
세계적인 기업 회장들이 방문한 곳이니까 한국에 이런 곳이 없을 거다. 또 세계적인 가수 미나가 알바한 곳이라고 써도 되겠네.
생각해 보니 여기가 진짜 대단한 곳이네.
“당연하죠.”
다시 귤차를 들고 마시는 요로마였다.
“이제 그 오션폰을 볼 수 있을까?”
“네.”
오션폰 두 대를 가져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여기 있어요.”
오션폰을 보며 눈빛을 반짝거리다가 집더니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제가 사용법 설명해 드릴게요.”
“그래.”
“어떻게 사용하냐면…….”
한동안 자세히 설명하였다.
설명이 끝나자 놀란 표정을 짓더니만 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게 출시되면 기존 핸드폰은 다 죽겠어.”
“그렇게 되지는 않아요.”
“놀라워. 이런 핸드폰이라니? 난 왜 진작 이런 핸드폰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제가 좀 특별하잖아요.”
“천재를 따라갈 수는 없겠지. 여기에 있는 코코아 톡 앱이라는 거 보면 볼수록 탐이 나네. 이러면 문자가 필요 없겠어. 또 여러 명이 공유하고 사진이나 파일도 전송하고 해외 전화도 기능하다니 쓸모가 많겠어.”
내가 생각해도 그래서 코코아 톡을 기본 앱으로 설정한 거다. 이제 전 세계 어디를 가든지 ‘코톡 코톡’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앞으로 유용한 앱들이 많이 개발될 거예요. 그게 스마트폰의 가장 큰 장점이죠.”
“진짜 대단한 핸드폰이야. 이 핸드폰 OS가 없으면 만들기 힘들겠지?”
“네. 하드웨어적으로는 그다지 어렵지는 않아요. 다만 OS가 있어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거든요.”
“개발하는 데 오래 걸리나?”
“네. 개발 기간도 오래 걸리고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어요. 개발하게 되면 이것보다 더 뛰어나게 개발해야 하는데 10년이 되도 개발 못 해요. 그러니 개발할 생각은 아예 하지 마세요.”
“그 정도야?”
“제가 허투루 개발하지는 않죠. 오션을 보면 잘 아실 거예요.”
내 말을 긍정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자네가 허술하게 하지는 않겠지. 근데 말이야 윈도우를 이용해서 만들 수는 없을까?”
“윈도우는 PC용이지 핸드폰용은 아니에요. 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또 윈도우로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도 분명 나올 거에요. 하지만 성능 차이가 커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퇴출당할 거예요. 그러니 윈도우를 이용할 생각도 하지 마세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오션폰이 출시해도 당장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아요. 기존 핸드폰 수요도 많을 거예요. 제 생각으로는 기존 핸드폰 가격을 낮추거나 저가 핸드폰을 생산해 최대로 많이 판매하는 전략을 사용하시는 것이 좋아요.”
요로마는 오션폰을 보는 순간 이건 분명 시장에서 먹힐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욕심이 났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이런 핸드폰을 개발할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사용하기에도 너무 편하고 할 수 있는 기능도 많아 앞으로 이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빠르게 대세가 될 것 같았다.
노카아에서도 생산해 판매하고 싶지만, 문제는 OS가 없다는 것이다. 진민재가 거짓말할 리가 없기에 OS 개발은 실제로 힘들 거다.
그럼 오션폰 OS를 사용해야 하는 데 자신이라도 경쟁사에게 사용하게 해 줄 것 같지가 않았다.
거절을 당하더라도 일단은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 OS 노카아에서도 사용할 수는 없을까?”
드디어 예상하던 일이 닥쳤다.
“우리가 OS를 영원히 독점할 생각은 없어요. 2년 후에는 특허료를 받고 사용하도록 할 거예요. 그러니 2년 동안은 앞서 말한 전략으로 버티시면 될 거예요.”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2년 후에 풀겠다고?”
“네.”
“왜? 개발하기도 힘들다며? 계속 독점하는 것이 좋지 않아?”
“전략적으로 결정한 거예요. 우리가 계속 독점하게 되면 개발하기 힘들어도 다른 핸드폰 회사나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죽자사자 매달릴 거예요. 그럼 오션 OS보다는 못하겠지만 결국은 몇 년 후에는 개발할 거예요. 그럼 2~3년 더 독점하는 효과뿐인데 앞으로 핸드폰은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기에 그것보다는 특허료 받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판단이에요.”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하긴 갈수록 핸드폰 수요는 늘어날 테고 1년에 판매되는 핸드폰이 수십억대가 될 텐데 받는 특허료만 해도 엄청날 거야. 어쩌면 같이 공생하며 스마트폰 시장으로 빠르게 변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기도 해. 그럼 특허료는 얼마를 받은 건가?”
“많이 많을 수는 없겠죠. 얼마를 받아야 할지 아직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15달러 전후가 될 것 같아요.”
오션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으로 급격히 바뀔 것이고 1년에 10억 개가 팔린다면 특허료를 15달러만 받아도 1500억 달러가 된다.
원화로 180조 원이다. 계산해 보니 엄청나네. 특허료를 좀 낮추어야 하나? 스마트폰 판매하지 않아도 충분하겠네.
“15달러면 너무 비싼 것 같은데. 오션폰은 얼마를 받을 건데?”
“두 가지 모델로 800달러, 900달러로 생각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비싸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오션폰이 돌풍을 일으키겠지만 핸드폰 시장을 전부 잠식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꼭 그렇지는 않아. 비싸기는 하지만 보조금을 지급하기에 웬만한 소비자들은 구매할 여력이 충분해. 그 정도 가격이면 15달러가 조금 비싸기는 해. 10~12달러면 좋을 거야.”
“고민해 볼게요. 그리고 노카아는 다른 회사들보다 특허료를 좀 적게 받을게요.”
“고맙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요.”
손에 든 오션폰을 멍하니 바라보는 요로마의 얼굴은 뭔가 복잡한 표정이었다.
“자네도 사업하는 거니 내가 무리한 부탁을 할 수는 없고 어쩔 수 없겠지. 자네가 갈 길은 따로 있지만, 자네랑 노카아가 함께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커.”
“저도 그래요. 회장님께 미안한 마음도 있고요. 앞으로 함께 할 일이 또 있을지도 몰라요.”
“나도 자네랑 함께하기를 바라고 있고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 그래도 자네가 예전에 조언해 준 덕분에 큰 충격은 받지 않을 거야. 회사 매출에서 통신장비 부분이 많이 늘었거든.”
“잘됐네요.”
먼 길을 온 목적은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2년 후에는 공개하겠다고 하니 한숨은 돌렸다.
2년 동안 진민재가 말한 대로 저가 핸드폰 시장을 공략하는 데 치중하고 2년 후에 스마트폰을 생산하면 된다.
“볼일을 봤으니 이제 가야지.”
“내일은 뭐 하세요?”
“톨슨 전자에 갈 거야. 톨슨 전자에서 OEM으로 우리 노카아 핸드폰을 생산하고 있거든. 온 김에 들러 봐야지.”
“회장님! 오신 김에 기념 촬영하시면 어떠세요?”
“기념 촬영하자고?”
“네. 생각해 보니 회장님하고 같이 사진 찍은 적이 한 번도 없더라고요.”
“그렇기는 하지. 그래 찍지.”
강성중을 불렀다.
“성중아 사진 촬영 좀 부탁해.”
나랑 요로마랑 사진 촬영을 하고 강성중과 지수, 신상철, 배상도 하고도 기념 촬영을 하였다.
나중에 이 사진을 커피숍에 걸어놓을 생각이었다. 나중에 손 회장도 오면 기념 촬영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