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204화 (204/261)

204화

심각한 문제였다.

책상에 있던 신제품 기획서를 들고 흔들었다.

“저 핸드폰이 출시되면 이 기획서는 쓸모없어질 거야. 상대가 안 돼. 매우 심각해.”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아직 오션폰의 성능이 어떨지는 모릅니다. 성능이 안 좋으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직은 희망이 있습니다.”

“만약 아니라면? 여러 가정을 두고 판단해야 해. 이런 핸드폰이 나왔다는 것은 앞으로도 이런 종류의 핸드폰이 계속 나온다는 것을 의미해. 다른 회사들이 가만히 있겠어? 우리도 이것과 같이 가야 해. 우리도 똑같이 만들면 되지 않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저도 오션폰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터치 폰으로 가려면 그에 따른 OS가 필요합니다.”

“OS가 필요가 필요하다고?”

“네. 그렇습니다. 윈도우 같은 기능이 필요한 겁니다.”

“그럼 오션폰에 윈도우가 들어간 게 아닐까?”

“그럴 수도 있고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오션이 인터넷 기업이라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긴 오션 검색 프로그램이 뛰어나다고 하더라. 이런 핸드폰을 만들 생각을 어떻게 했지? 전혀 상상외야.”

“저도 보는 순간 무척 놀랐습니다. 오션 창업자가 천재라고 하더니 천재적인 생각입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지금 감탄할 때가 아니야. 오션폰에 대해 자세히 알 방법이 없을까?”

“9월 7일 금요일에 오션폰 설명회를 한다고 합니다. 그럼 자세히 알 수 있을 겁니다.”

“우리도 참석해.”

“그게 아무나 참석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초대를 받아야만 한다고 합니다. 기자와 이동 통신 관계자와 추첨으로 당첨된 일반인이라고 합니다.”

“참석하지 않더라도 기자나 이동 통신 관계자를 통하면 알 수 있겠네. 우리가 궁금한 점들을 미리 정리해서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줘. 우리 대신 질문하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윈도우로 터치폰 개발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알겠습니다.”

권도욱 이사가 나가자 이규혁 본부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사성 전사 핸드폰이 세계로 우뚝 서려는데 노카아가 부상하며 그 자리를 차지하더니 이번에는 전혀 의외인 오션에서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고 있었다.

위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노카아 요로마 울리라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세계 매출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노카아는 작년서부터 약진하여 현재 세계 핸드폰 시장 점유율 36%를 달성하고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처음 파산 직전의 노카아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되어 노카아를 살리기 위해 경쟁성 없는 사업들을 전부 매각 또는 정리하고 미래의 경쟁성이 있다고 판단한 핸드폰 부분과 통신 부분에 올인하였다.

자신의 선택이 맞았다는 것이 증명되자 기분이 좋았다.

지금 상황이 최소 10년간이라도 계속 유지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회장님!”

“왜?”

“혹시 오션폰 광고 보셨습니까?”

“오션폰?”

순간 진민재가 예전에 오션에서 핸드폰 사업을 하겠다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

“설마 오션에서 핸드폰을 출시했다는 말이야?”

“아직 출시한 것은 아니고 곧 출시한다고 합니다. 광고부터 하고 있습니다. 근데 핸드폰이 이상합니다.”

“이상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말로 설명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직접 보시는 좋을 겁니다.”

“어디서 봐야 해?”

“오션에 접속하면 됩니다.”

비서실장의 말대로 오션에 접속하자 오션폰 팝업이 하나 떠올랐다. 클릭하자 오션폰 사이트로 이동하더니 오션폰 광고가 흘러나왔다.

짧은 영화 한 편을 본 기분이었다.

광고에 나온 모델이 핀란드 여성인 것을 알고 있었다. 진민재랑 친한 사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자네 모델이 누군지 아나?”

“모릅니다. 무척 미녀입니다.”

“우리 핀란드 사람이야.”

“정말입니까?”

“그래.”

대답하고서는 오션폰 설명이 된 부분을 읽어 보았다.

광고에서도 핸드폰이 나오지만, 광고에 집중하느라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근데 사진 속의 핸드폰은 자신이 알던 핸드폰이 아니었다. 전혀 생소하고 깔끔하며 단순한 디자인의 핸드폰이었다.

순간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이게 핸드폰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사진으로 판단하면 하얀 테두리 빼고는 전부 액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손이나 펜으로 터치가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도 터치스크린 검토한 적이 있지 않았어?”

“있기는 있었지만,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특별히 외부 장치가 없는 것으로 보아 전부 터치로만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일부만 터치 방식이라 계획 단계에서 경쟁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폐기한 겁니다.”

“만약 이게 출시되면 어떨 것 같아?”

“오늘부터 광고를 시작했지만 젊은 층 반응은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다들 저게 핸드폰이라고 하니 신기해하면서 디자인도 예쁘고 출시되면 구매하겠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제가 봐도 출시되면 인기가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션폰이 핸드폰의 새로운 지표를 연 것입니다. 앞으로 출시되는 핸드폰들이 전부 오션폰을 따라 할 겁니다.”

“과연 이걸 따라 만들 수가 있을까?”

“제 생각으로는 힘들 겁니다. 설명서의 기능을 보면 이건 별도의 OS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드웨어적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일부 터치스크린으로 계획했을 때도 OS가 필요했었는데 이건 두말할 필요 없이 매우 정교한 OS가 필요할 겁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에도 그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닐 거야.”

“아직은 오션폰 성능이나 사용방법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어서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다음 주에 제품 설명회를 한다고 하니 그때 정확히 알 수 있을 겁니다.”

“오션폰이 출시되면 우리에게도 타격이 클까?”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지만 제가 보기에는 타격이 클 거라고 봅니다. 이는 우리 노카아뿐만 아니라 모든 핸드폰 회사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 오션폰은 반드시 OS가 필요하기에 당장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OS를 개발한다고 해도 쉽게 개발되는 것도 아니고 성공할 확률도 낮습니다. 우리 노카아도 새 핸드폰을 개발, 출시하면서 필요한 OS를 개발했지만 그건 일부에만 해당하는 것이고 그것마저도 개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저 정도 수준의 OS를 개발하려면 최소 5년에서 10년 정도 걸릴 겁니다. 그나마 우리가 개발 경험이 있는데도 그 정도이니 다른 회사들은 더 오래 걸리거나 개발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겁니다.”

“결국은 우리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위협이라는 거네.”

“네. 그렇습니다.”

“알았어.”

비서실장이 나가자 요로마 울리라는 생각에 잠겼다.

이래서 진민재가 저번에 자신에게 핸드폰에만 투자하지 말고 통신장비 부문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라고 한 거였다.

진민재도 알고 있었던 거였다.

자신이 준비 중인 핸드폰이 출시되면 그 파장이 어떨지? 그래서 노카아 주식을 전부 매각하고 자신에게 살길을 알려 준 거였다.

고맙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섭섭하였다.

노카아 주식을 매각하지 않고 그 기술을 노카아에게 건네 그 핸드폰을 노카아에서 생산했다면 무너지지 않는 핸드폰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럼 진민재도 주가 상승으로 큰 이익을 얻어 서로 윈윈하는 결과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노카아에서도 핸드폰 OS를 개발해야 하나? 지금부터 개발을 시작한다고 해도 최소 몇 년은 걸릴 테고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진민재야 천재라 핸드폰 OS를 개발한 거겠지.

오션폰이 어떤지 알려진 것이 아니라서 아직은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션폰이 정확히 어떤지 알고 나서 그 이후에 대책 마련을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자신이 한국에 가서 진민재를 만나야 할 것 같았다.

비서실장의 인터폰을 눌렀다.

(네. 회장님!)

“한국 가는 비행기 표 예약해.”

(네? 한국은 갑자기 왜 가시려는 겁니까?)

“가서 진민재를 만나려고.”

(진민재가 한국에 있는 겁니까?)

“그래.”

(가실 거면 오션폰 제품 설명회가 끝난 후에 가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대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아니야. 가서 내가 직접 보면 되니까.”

(알겠습니다.)

* * *

오늘 하루종일 전화를 몇 통이나 받았는지 모른다.

98년도에 한국에 올 때는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는데 어느새 지금은 꽤 많이 늘었다.

오션폰 광고를 보고 진성 계열사부터 시작하여 미나랑 홍이나, HQ 컨설턴트 정하나 실장, 장기호 팀장에게도 축하 전화가 왔고 신동환 사장과 황규희에게도 왔고 네이브 송재영 팀장에게도 왔다.

오션폰 광고를 보고 왜 단순한 게임 개발을 했는지 이해했다며 오션폰 대박 날 것이라고 하였다.

전화 받느라 지쳐 오늘은 저녁을 일찍 먹고 방금 커피숍에 들어왔다.

“사장님! 차요.”

송지수가 차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앞에 앉았다.

“고마워.”

차 컵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사장님! 미나 언니가 그러는데 오션폰 모델 잘 안다고 하던데 맞아요?”

“잘 알지. 아이노가 한국에 여러 번 와서 커피숍에서 봤으니까.”

“언제 또 와요?”

“글쎄? 아직은 계획이 없는데. 왜?”

“오늘 광고를 보는데 너무 예쁘더라고요. 미나 언니 말로는 실물이 더 예쁘고 몸매도 좋다고 해서 실물을 보고 싶고 저도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요.”

“맞아. 실물이 더 예뻐. 실물로 보면 입체감이 있잖아. 그래서 그래.”

“그 언니 먹는 것도…….”

송지수가 물어보는데 핸드폰 벨이 울렸다.

“전화 받으세요. 오늘따라 전화 많이 오네요.”

“그러게. 진민재입니다.”

(진! 오랜만이야. 나 요로마야.)

오션폰 광고 보고 전화했네. 괜히 미안하네.

“안녕하세요? 어쩐 일이세요?”

(내가 왜 전화했는지 몰라서 묻는 거야?)

“오션폰 광고 보신 거죠.”

(나 광고 보고 큰 충격 받았잖아. 어쩜 그럴 수가 있어?)

“죄송해요.”

(아니야. 그냥 해 본 소리야. 역시 진은 천재라 그런 핸드폰을 개발하고 대단해. 자네와 같이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은 있어.)

“저도 그래요. 고민 많이 했거든요.”

(이해해. 그래도 생각해 주어 고마워. 자네 말대로 통신장비 부문에 투자를 많이 해서 많이 성장했거든.)

“다행이네요.”

(나 내일 한국으로 출발할 거야. 한국에는 모레쯤 도착할 거고.)

“한국에 오신다고요?”

(그래. 궁금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직접 보려고.)

“제품 설명회 보시면 될 텐데요. 아니면 제가 오션폰 보내드릴 수도 있어요.”

(자네에게 직접 듣고 싶어서.)

온다는데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오면 분명 노카아에서도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할 텐데.

그렇다고 매정하게 거절할 수도 없고 사용하게 할 수도 없어 이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랐는데 결국은 내 바람과는 달리 오게 되네.

어쩔 수 없지 허심탄회하게 내 입장을 말할 수밖에.

“알았어요. 오세요. 제가 공항에 마중 나갈게요.”

(그래. 자세한 것은 만나서 이야기하지.)

“네.”

전화를 끊었다.

“사장님! 영어도 잘하시네요?”

“나 국적이 미국이야.”

“그건 알지만, 대학원 다닐 때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면서요.”

다시 핸드폰 벨이 울렸다. 이번에는 또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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