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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200화 (200/261)

200화

커피숍에 출근해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신동환이 들어왔다. 강성중의 쥐약이 또 왔네.

역시나 그 모습을 본 강성중이 얼른 일어나 주문대로 달려갔다. 완전 자동이었다.

커피를 주문해 들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정말 미소가 안 어울리는 신동환이었다.

차라리 무표정이 더 잘 어울렸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웬일이세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커피 컵을 들었다.

“커피 마시러 왔습니다. 가끔가다 이 집 커피 맛이 생각납니다.”

“신 사장님 낭만과 멋을 아시는 분이셨네요.”

“제가 또 한 낭만 하지 않습니까? 마침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으니 분위기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여기에 어렸을 때 들었던 노래까지 나오면 완벽합니다.”

“어떤 노래가 듣고 싶은데요?”

“됐습니다. 지금 그 노래를 어디서 구합니까?”

“바로 구할 수 있어요. 말해 보세요.”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따라 배따라기의 비와 찻잔 사이에 노래가 듣고 싶습니다. 학창 시절 때 즐겨 듣던 노래입니다.”

나도 들어본 노래였다. 의외네. 신 사장이 소녀 감성이 있었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강성중을 불렀다.

“성중아!”

“네.”

대답하고서는 신병처럼 군기가 바짝 들어 잽싸가 다가왔다.

“네.”

“오션팟 음악 플랫폼에 접속하여 배따라기의 비와 찻잔 사이 노래 다운 받아 틀어 봐. 여기 신 사장님이 듣고 싶다고 하네.”

“결제는 어떻게 합니까?”

“네 직불카드로 결제해. 나중에 돈 줄 테니까.”

“돈을 주고 구매하는 겁니까?”

“네.”

“제가 내겠습니다.”

신동환이 50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강성중에게 건넸다.

“이거면 됐지?”

“네. 충분합니다. 한 곡 가격이 300원입니다.”

“나머지 잔돈은 팁이야.”

잠시 후 배따라기의 비와 찻잔 사이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비와 찻잔을 사이에 두고 할 말을~’

“이제 완벽해졌네요.”

“그렇습니다.”

대답하고서는 눈을 감고 노래를 감상하는 신동환이었다.

나도 가만히 노래를 들었다.

노래가 끝이 나자 신동환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데 다시 리플레이가 되어 노래가 흘러나왔다.

저놈 신 사장 있을 동안 계속 리플레이 하는 거 아니야?

“오늘 여기 오기를 잘한 것 같습니다. 가끔은 과거를 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한데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 여유를 가지시면 되죠.”

“그럴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정식으로 외화 은행 인수 의향서 제출할 겁니다.”

“드디어 제출하는 거예요?”

“네. 그렇습니다. 그동안 밑밥을 충분히 깔았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나설 겁니다.”

“금감원 건은 해결 잘된 건가요?”

“고문님 덕분에 잘 해결되었습니다. 오진석 부원장보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오션에 전화할 정도면 마음을 돌리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도와주기로 했다니? 뇌물을 먹였나?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데.

“혹시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 건가요? 보는 눈이 많을 때는 행동 가짐을 조심해야 해요.”

“뇌물이라도 썼을까 봐 걱정됩니까?”

“후환거리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봐요.”

“회장님도 외화 은행 인수에 아무런 잡음도 생기길 원하지 않습니다. 뇌물을 쓸 정도로 제가 어리석지 않습니다. 진심 어린 설득을 하였고 부원장보도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통 큰 결정을 한 겁니다. 그러니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다행이지.

은행 이야기 하다가 갑작스레 생각나 즉흥적으로 제안한 건데 어느새 여기까지 왔네. 잘되었으면 좋겠다.

“신 사장님이 알아서 잘하셨겠죠. 부원장보까지 도와주기로 했다니 잘될 것 같네요.”

“저도 예감이 좋습니다. 제가 알아보니 정부에서 골칫덩어리인 외화 은행을 빨리 처분하려는 분위기입니다. 인수하고자 하는 곳이 없는데 인수자가 나타나면 가뭄의 단비가 아니겠습니까?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문제없을 겁니다.”

“특별한 일이 뭐가 있을까요?”

“다른 인수자가 나타나는 것이 가장 걸림돌이 될 겁니다. 그거만 아니라면 다른 것들은 별문제가 없을 겁니다.”

다른 인수자가 나타나지는 않을 거다. 2002년에 런스타가 인수자로 나서기까지 인수자가 없었던 거로 알고 있었다.

그러니 다른 인수자가 나서는 변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인수자는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정식 인수 의향서를 제출하면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아마 정부에서 먼저 자격 심사를 하고 이상이 없다면 매각 협상을 시작할 겁니다. 제 계획은 최대한 빨리 협상을 마무리 지을 계획입니다. 괜히 시간을 끌다가 변수가 생기면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가격이 제일 큰 문제겠죠. 가격 이견만 없으면 빨리 타결될 거예요.”

“그래서 예상보다 인수가가 더 높아질 수도 있을 겁니다.”

아니지. 이왕 인수할 거면 런스타가 인수한 금액으로 인수해야지. 모르면 몰라도 아는데 그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주고 인수할 필요는 없었다.

현재 누가 갑이고 을인데.

“제 생각으로는 최대 1조 5000억 원 이상은 줄 필요가 없어요.”

“노력은 해 보겠지만 그 금액으로는 힘들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세요. 대신 그 외에 조건을 달지 않으면 정부에서도 부담이 없기에 수락할 수도 있어요.”

“모험이 아닙니까? 앞으로 외화 은행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최소한의 보험은 들어놔야 하지 않습니까?”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흐름을 보면 일기 예보가 맑음이에요. 보험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자력으로 충분히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어요.”

신동환은 진민재를 보면 궁금하였다.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말하는 것을 보면 거의 확신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뭘 믿고 저런 판단을 하는 거지?

자신은 외화 은행 인수 준비를 하면서도 인수 후에 잘못될까 봐 살 떨리며 겁이 나 죽겠는데 그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도 천하태평 그 자체였다.

이건 둘 중의 하나였다. 바보이거나 확실히 믿거나. 천재인 진민재가 바보일 리는 없을 테고 그렇다면 확실히 믿는다는 건데.

그 근거가 뭘까?

“고문님하고 이야기하면 제가 꼭 바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신 사장님처럼 똑똑한 바보가 어디 있어요?”

“제가 알지 못하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저 혼자 고민하며 걱정하며 헛발질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다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것들이네요. 그런 신 사장님이 있기에 외화 은행 앞날이 밝은 거예요. 그러니 제가 걱정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여기서 관두자. 더 말해 봤자 자신만 초라해진다. 외화 은행 인수 건에 대해 보고하러 온 거니까.

할 말 다 했으니 이제 가야겠다.

“저를 믿으신다니 영광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래요. 중간중간 진행 상황 연락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신동환이 가자 내 전용석에 앉아 창밖으로 떨어지는 비를 보았다. 올해 장마는 길어지네.

* * *

비가 와서 점심을 시켜 먹고 하염없이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예쁜 여성이 들어왔다.

그걸 놓칠 강성중이 아니었다. 잽싸게 일어나 주문대로 달려갔다. 저놈의 엉덩이를 빨리 일으키는 것은 신동환과 예쁜 여성뿐이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비 내리는 것을 보는데 강성중이 여성과 같이 왔다.

“사장님!”

“왜?”

“미나가 소개해 준 알바입니다.”

여성이 인사하였다.

“안녕하세요? 송지수예요.”

배우 지망생이라 예뻤다. 근데 자세히 보니까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 이전 생에서 넷플렉스에서 본 드라마에 나온 것이 기억났다.

드라마에서는 나이가 있어서 한눈에 알아보지는 못했다. 지금은 지망생이지만 앞으로는 어느 정도 스타가 되는구나.

“반가워요. 앉으세요.”

“네.”

자리에 앉았다.

“나이가 몇 살이에요?”

“23살이에요.”

“듣기로는 배우 지망생이라고 하던데 언제부터 지망생 생활을 한 거예요?”

“올해 3월부터 했어요.”

“몇 개월 안 되었네요.”

“네. 제가 지금 대학교 4학년인데 졸업을 1년 앞두고 제 앞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고 생각하여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전에는 배우를 하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그건 아니에요. 어렸을 때부터 배우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반대하여 그동안 하지 못하고 있다가 더 나이 먹기 전에 시작하자고 결정한 거예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배우가 되었으니 꿈은 이루어진 거네.

“그렇군요. 뒤늦게 시작했어도 열심히 하면 꿈은 이루어질 거예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여기서 어떤 일 하는지는 잘 알죠?”

“네. 미나 언니한테 들었어요.”

“근데 근무 시간이 오후 3시부터 9시까지인데 가능하겠어요?”

“네. 열심히 할게요.”

강성중이 옆에서 채용하라는 눈빛을 계속 보내고 있었다. 제사보다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냐?

“좋아요. 앞으로 잘 지내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아! 혹시 저에 대해 들었나요?”

“네. 미나 언니가 이야기해 주었어요.”

“어디까지 이야기했나요?”

“전부인 것 같아요.”

“그렇다니 잘 알 거예요. 제가 여기 있다는 것을 어디 가서 이야기하면 안 돼요.”

“알았어요.”

“그럼 오늘부터 할래요? 내일부터 할래요?”

“왔으니까 오늘부터 할게요.”

“그래요.”

강성중을 불렀다.

“네. 사장님!”

“여기 지수 양 오늘부터 일하기로 했거든. 네가 인사들 시켜 주고 일 좀 가르쳐 줘.”

입이 함지박으로 벌어지면 대답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좋나? 그래도 예쁜 여성이 있으니 분위기가 한결 밝고 좋아졌다. 아이노의 빈자리를 송지수가 대신 채워 주는 것 같았다.

* * *

커피숍에 출근하자 HQ 컨설턴트 장기호 팀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진성 건설 인수 협상 중간보고 하러 왔나?

인사를 나누고 마주 앉았다.

“일찍 오셨네요?”

“네. 매일 출근하던 시간에 나오니 일찍 왔습니다. 진성 건설 인수 협상 곧 타결될 것 같습니다.”

진성 건설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게 4월 중순인데 3개월 만에 끝난다고? 너무 빠른데.

“벌써요?”

“네. 그렇습니다.”

“실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거 아니에요?”

“웬만큼 했습니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시간이 더 걸렸을 겁니다. 현재 채권단에서도 빨리 매각하고 털고 싶은지 모든 걸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법정 관리 중이라 투명하게 관리를 하였기에 숨기거나 하는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오픈하여 일이 빨리 끝나게 된 겁니다.”

하긴 법정 관리 중이라 숨길 것이 없겠지.

“잘됐네요. 그럼 인수 가격은 대략 어느 정도인가요?”

“부채까지 다 합쳐서 대략 1700억 정도입니다. 여기서 부채를 얼마나 탕감받는가에 따라 인수 가격은 낮아질 겁니다.”

1700억 원이면 결코 비싼 것은 아니었다.

진성 건설이 중견 건설이기는 하지만 규모도 크고 기술력도 있고 보유한 건설 장비만 해도 어마어마하였다.

“부채가 얼마인데요?”

“현재 파악한 부채만 1700억 원이나 합니다.”

“그럼 부채 금액을 전부 인수하는 대신 인수 가격은 하나도 책정하지 않은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부채 1700억 원 중에 400억 원은 탕감받고 대신 인수 가격으로 400억 원이 책정된 겁니다.”

“그 말이 그 말이잖아요. 말장난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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