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화
진성 건설이 지금 인수 협상에 들어갔으니 인수 후에 대규모 태국 공장 건설을 수주하게 되면 경영 정상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공장 건설 업체는 아직 결정하지 않은 거죠?”
(네. 그렇습니다. 설계가 끝나면 건설 업체를 대상으로 입찰받아 선정할 예정입니다.)
“그러면 건설 업체 선정은 저한테 맡겨 주세요.”
(고문님이 그런 일까지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뭐하러 신경 쓰십니까?)
진성이 아니었으면 나도 신경 쓸 일이 아니지.
“그럴 일이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설계가 끝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알았어요. 그리고 저번에 말한 아르헨티나 염호 인수 건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그건 아르헨티나 오션 지사에 지시를 내렸지만, 아직 보고 받지는 못했습니다.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시고 꼭 인수해야 해요.”
(제가 보고 받기에는 염호가 고산 지대에 위치해 있어서 그다지 가치가 없다고 하던데 왜 인수를 하시려는 겁니까?)
에릭에게는 이유를 알려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앞으로 리튬의 가치가 높아져 하얀 석유로 불릴 거예요. 보통 염호에 리튬이 많이 매장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미리 지원을 확보하려는 거예요.”
(리튬은 어디에 쓰이는 겁니까?)
“여러 곳에 쓰이지만, 배터리에 가장 중요한 원료예요. 제가 판단하기에는 미래에는 고용량의 배터리 수요가 아주 많아질 거거든요. 그럼 리튬 수요가 당연히 많아지겠죠.”
(배터리 수요가 많아질지 그걸 지금 어떻게 아신다는 겁니까?)
“제가 그냥 말하지는 않잖아요. 저를 믿어 보세요.”
(알겠습니다. 근데 그곳에 리튬이 매장되어 있다는 확신은 없는 것 아닙니까?)
확신 차고 넘치지. 다만 그걸 설명할 수 없다는 게 문제지.
“제가 미국에서 대학원 다닐 때 우연히 누구한테 정보를 들었거든요. 거의 확실해요.”
(알겠습니다. 다른 것은 없습니까?)
다행히도 더는 묻지 않네. 에릭은 내가 하는 일에 가끔 질문하지만, 꼬치꼬치 캐묻지는 않는 스타일이라서 변명할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
“번역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나요?”
(지금 개발자들이 여러 언어를 맡아 개발하고 있는데 진척 속도는 65% 정도 됩니다. 한국어는 고문님이 특별히 지시하여 개발자를 많이 투입하여 현재 85% 진척이 되었습니다.)
내가 한국어, 영어부터 빨리 개발하라고 하였다. 85%면 얼마 남지 않았네.
“언제쯤 개발이 끝날까요?”
(올해 12월까지는 끝날 것 같기는 합니다.)
“개발이 완료되면 번역 프로그램 바로 올리고 너튜브에도 적용하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튜브 광고 많이 들어오나요?”
(네. 그렇습니다. 너튜브와 티톡이 예상외로 인기가 많아지면서 광고 문의가 많이 들어옵니다.)
“이제는 광고료 지급 시행해도 되겠네요.”
(굳이 영상에 대한 광고료를 지급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거다. 물론 광고비를 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광고비를 주는 게 더 남는 장사다.
한마디로 말하면 저수지에 물고기를 많이 풀어 낚시꾼들이 몰려오게 만들어 저수지를 발전시키는 전력이다.
“너튜브와 티톡이 성장하려면 반드시 해야 해요. 만약 조회 수에 따른 광고료를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많은 사람들이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 양질의 영상과 흥미 있는 주제로 영상을 많이 올릴 거예요. 그럼 더 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보러 너튜브에 방문할 테고 그럼 더 많은 조회 수를 더 늘리기 위해 서로 간에 경쟁할 테고 이런 선순환이 반복되어 너튜브와 티톡이 성장하는 거예요. 만약 광고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양질의 동영상을 올리지 않아 얼마 안 가 그저 그런 사이트로 전락할 수밖에 없어요.”
(듣고 보니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알겠습니다. 시행하겠습니다.)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하시고 이런 사실을 널리 홍보하시고요.”
(알겠습니다.)
“또 10월 1일부터 오션폰 출시하니까 각국 나라에 출시하는 데 문제없게 준비해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 * *
비행기에서 내려 걸어가는 아이노를 연신 촬영하는 강성중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제는 너튜버로 나가겠다는 듯 어딜 가든 항상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촬영하고 있었다.
강성중이 촬영하는 것을 은근히 즐기는 아이노였다. 가끔가다 머리를 뒤로 넘기는 듯 매혹적인 포즈도 취한다.
모델이 다 되었다.
거기다 너튜브에 올라간 자신의 영상을 즐겨 보고 거기에 달린 댓글들도 보며 묘한 즐거움을 느끼는 듯하였다.
“난 나오지 않게 해라.”
“사장님은 찍어 달라고 해도 안 찍어 드립니다. 괜한 걱정 하지 마십시오.”
내가 어때서?
“언론들은 나와 인터뷰하고 싶어서 난리인데.”
“제가 기자는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너튜버입니다.”
“다음 달부터 너튜브 광고료 지급하려고 했는데 널 보니까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네.”
“네? 다음 달부터 너튜브 광고료 지급하는 것이 정말입니까?”
되게 좋아하네. 그럴 만도 하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강성중 채널 구독자 수가 10만으로 제일 많다.
초창기치고는 구독자 수가 꽤 많다.
미나랑 홍이나, 아이노의 역할이 아주 컸지. 셋 때문에 초반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확 사로잡았으니까.
조회 수는 영상마다 10만이 넘었다. 요즘 댓글들을 보면 외국에서도 미나랑 아이노의 영상을 많이들 본다.
갈수록 조회 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좋냐?”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그거 영상 올려서 무슨 돈을 버냐며 집에서 부모님이 걱정 많이 합니다. 제가 너튜버로 돈을 벌어 하루빨리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강성중 때문에 서두른 면도 있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날 디스해?
“그래. 열심히 촬영해라.”
“사장님! 기존의 조회 수도 적용되는 겁니까?”
“그건 적용 안 될 거야. 7월 1일부터 발생하는 조회 수만 적용돼.”
“그럼 영상을 지금 올리지 말고 7월에 올려야겠습니다.”
“그래도 되고. 하지만 미리 올려 영상 조회 수를 많이 기록하는 것도 도움이 돼. 그럼 더 많이 노출되어 7월 1일이 지나도 조회 수가 많이 늘어날 거야.”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 그냥 올리겠습니다.”
“그게 좋지.”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자 늘 그렇듯이 손병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오늘도 나오셨네요. 번번이 신세 지네요.”
“괜찮습니다. 제가 아니면 누가 나오겠습니까? 가시지요.”
“맞네요. 네. 가죠.”
손병수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손 회장의 별장에 왔다. 여길 별장이라고 해야 하나? 식당이라고 해야 하나?
별장 겸 식당이기는 하지.
“회장님은 저녁에 오실 겁니다.”
“알았어요.”
“광고 촬영은 모레인데 내일은 뭐 하실 겁니까?”
촬영이 모레라 아이노가 연습해야 하지만 한국에서 연습도 했고 촬영 장면이 많지 않아 관광해도 될 것 같았다.
아이노 일본에 왔는데 관광은 해 줘야지.
일정이 넉넉하면 여유롭게 관광을 즐기겠는데 일본 광고 촬영은 회사 일이 아니라서 모레 광고 촬영을 마치고 다음 날 핀란드로 떠나기에 내일밖에 시간이 없었다.
“관광 부탁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내일 오전 9시에 오겠습니다.”
“알았어요. 준비하고 있을게요.”
손병수가 가자 방에 들어가 짐 정리를 대충 하고 밖으로 나와 마루에 걸터앉아 정원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6월에 와서 나뭇잎들이 풍성하게 있어 감상하는 맛이 있었다.
“뭘 봐?”
아이노가 내 옆에 앉았다.
“여기 경치 좋지?”
“글쎄? 경치는 핀란드가 좋지. 핀란드에 여기보다 더 좋은 경치를 많이 봐서 특별한 감흥은 없어. 한국이나 일본은 경치는 아닌 것 같아.”
하긴 내가 핀란드 여행을 다닐 때 호수 주변에 경치 좋은 곳이 아주 많았다. 거기에 비하면 여긴 애들 소꿉장난하는 거지.
핀란드 호수 주변에 별장 하나 구매해야 하는데.
“그렇기는 해. 핀란드에 경치 좋은 곳이 많지. 나중에 그곳에 별장 하나 매입할 생각이야.”
“꼭 매입해. 나도 신세 좀 지게.”
“알았어. 그래도 여기 정원이 아기자기한 맛이 있거든. 저쪽에 가면 작은 연못도 있어. 한번 구경할래?”
“알았어. 근데 일본이 아기자기한 편이지?”
“대체로 그래.”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가려는데 배상도와 강성중, 신상철이 나왔다.
강성중이 소리쳤다.
“사장님! 정원 구경 가시는 겁니까?”
“그래.”
“죄송하지만 아이노랑 좀 떨어져서 가시면 안 됩니까? 아이노 영상 촬영 좀 하게요.”
괜히 너튜버 하라고 했나? 저걸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노 가면 그땐 뭘 촬영하려고?”
“그러니까 있을 때 최대한 많이 촬영하려는 겁니다.”
“그냥 틈틈이 촬영해.”
“사장님이 계속 붙어 있어서 촬영하기가 힘듭니다. 아니면 사장님도 같이 나오게 됩니다.”
“저쪽 가서 따로 시간 줄게.”
“알겠습니다.”
* * *
정원을 산책하면서 틈틈이 촬영할 시간을 주었고 난 작은 바위에 걸터앉아 구경하고 있었다.
“아이노!”
강성중이 아이노를 부르며 자신이 원하는 포즈를 직접 하였다.
아이노도 즐거운지 마다하지 않고 강성중의 요구에 따라 포즈를 취하였다. 저런 걸 보면 모델이 적성인 것 같은데.
한동안 정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손 회장이 와서 다 함께 큰 방에 앉아 식사하고 있었다.
상을 두 개로 나누어 나와 손 회장, 나머지 일행들이 한 상을 차지하였다.
역시나 아이노가 음식이 맛있다면 열심히 먹고 있었고 강성중은 그걸 촬영하고 있었다. 내가 그 모습을 보자 손 회장도 그 모습을 보고는 웃었다.
“맛있게 먹으니 내가 다 기분이 좋아져.”
“아이노 먹는 것만 봐도 제가 다 배부른 것 같아요. 정말 음식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죠?”
“그래. 나도 저런 모습 처음 봐. 일본 음식이 입에 맞나 보네.”
“한국에서도 그래요. 아이노가 동양 음식을 먹어 보지 않아서 그런 거죠. 사실 서양 음식보다는 동양 음식이 종류도 많고 더 맛있잖아요.”
“그렇기는 해. 나도 미국에서 유학 생활하는 동안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어. 자네도 많이 먹어.”
“네.”
식사를 맛있게 하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광고 촬영 준비는 다 끝난 거죠?”
“그래. 미리 준비하던 거였지만 일정을 당기느라 고생 좀 했어.”
그럴 정도로 아이노가 마음에 들었나? 일본 모델을 기용해서 여유 있게 하지.
“결과가 좋아야 할 텐데요.”
“난 내 감을 믿어. 나도 아이노를 보고 한눈에 마음에 들었는데 다른 사람 눈도 다 같지 않겠어? 일본 사람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일 거야. 아이노가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해.”
아이노가 한국 사람들도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는 하지. 그러니 너튜브 영상 조회 수가 높지.
“일본 게이머들은 아이노가 낯설지는 않을 거예요.”
“그런 점도 있지. 며칠 전에 샤프 회사 사람을 만났어. 샤프는 전자 회사이지만 일본 핸드폰 시장 점유율 1위인 기업이거든. 이번에 신제품을 개발하여 가을쯤에 출시한다고 하면서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고. 그걸 듣는데 어이가 없어서 속으로 콧방귀를 꼈어. 콧대 높은 자존심이 가을에 하루아침에 무너질 텐데 그것도 모르고 기고만장하는 꼴이 우습더라고. 아마 자네가 아니었으면 난 그놈들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했겠지.”
말을 마치고는 웃었다.
“웃긴 게 뭔지 알아?”
“아뇨. 뭔데요?”
“내가 정중히 사양하니까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처음에는 당황하더니만 갑자기 기고만장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며 태세 전환을 하는 거야.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웃겼는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