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화
당연하지. 나도 스마트폰 OS를 개발하고 실제 핸드폰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를 못 해 봤으니까 전부 테스트해 봐야지.
“알았어요. 제가 테스트해 볼게요. 그리고 제가 말한 FSS 적용한 거죠?”
“네. 그렇습니다. 진성 디스플레이에서 액정을 받아 만든 겁니다. 역시 FSS를 적용하니까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그래 이 정도면 충분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지.
“샘플 스마트폰 세 개 정도 미국 오션 본사에도 보내주세요. 그곳에서도 테스트해 봐야 하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유심칩 넣는 부분 말입니다. 내년에는 한국에서도 유심칩을 사용하는 것이 맞습니까?”
이 부분은 오션폰 백종식 사장이 이동통신 회사와 잘 알기에 문의하여 받은 대답이었다.
“네. 거의 확실해요. 내년 7월부터는 WCDMA 방식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유심칩을 사용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내년을 위해 미리 유심칩도 사용할 수 있게 해야죠. 또 외국은 이미 유심칩을 사용하고 있는 곳이 있어서 필요해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저는 괜히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해서입니다.”
“이제 거의 마무리가 되었네요. 제가 테스트하는 시간이 일주일 이상 걸릴 테니 휴가라도 갔다 오세요.”
“아닙니다. 전부 이상이 없이 모든 것이 끝나면 그때 가겠습니다. 마지막 끝날 때까지는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스마트폰 하나 더 있으면 주시고요. 두 개로 테스트해 보게요.”
“알겠습니다.”
진민재와 아이노가 나가자 이학훈이 심용철에게 물었다.
“팀장님! 사람입니까? 엘프입니까?”
“당연히 사람이지. 나도 두 번째 보는 건데 적응이 안 되네.”
“저는 저런 미녀 처음 보았습니다. 외국 톱스타 배우들조차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학훈 말에 홍영규, 최태성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게임에 나오는 엘프 모델이라고 하니 확인해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퇴근하고 개인적으로 확인해.”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그녀가 우리가 개발한 핸드폰 모델을 한다니 제가 두근두근합니다.”
* * *
스마트폰 두 개를 받아 내 고문실로 왔다.
“여기가 진 사무실이라고?”
“응.”
“근데 이렇게 좋은 사무실이 있으면서 오지 않고 커피숍에만 있는 거야? 난 매일 오겠다.”
“내가 남들과 좀 다른가 봐. 난 커피숍이 더 편안하고 좋아. 여기 있으면 왠지 일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생기는 것 같아 편하지가 않아. 커피숍에 있으면 그냥 마음이 편해.”
“하긴 그렇기는 할 것 같아. 나도 커피숍에 있으면 편하더라.”
“그러니까. 나 아니어도 능력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도 많아. 그런 사람들에게 믿고 맡기는 거지.”
“나도 진처럼 생활하면 얼마나 좋을까?”
“나중에 디자인 회사 설립하면 그렇게 해.”
“말처럼 쉽게 되는 게 아니지.”
“그럴 수도 있지.”
“핸드폰 개발이 다 끝났다는 거지?”
“응. 내가 할 테스트만 남았어.”
“내가 봐도 돼?”
스마트폰 하나를 건넸다.
“여기 있어.”
“응.”
“핸드폰 보고 있어. 나 전화 좀 하게.”
“알았어.”
아이노가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것을 보고 핸드폰을 들었다.
(백종식입니다.)
“안녕하세요?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고문님!)
“다름이 아니오라 스마트폰 개발이 드디어 끝났어요.”
(그게 정말입니까?)
“네. 사장님이 오션폰 연구실에 한번 가 보셔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오늘 당장 가 보겠습니다.)
“그리고 생산 설비 증설 다 끝났나요?”
(거의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당장 생산해야 하는 겁니까?)
“그건 아니고요. 6월부터는 생산해야 할 거예요.”
(그전까지는 다 끝낼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직원 충원은요?”
(직원 충원은 이미 끝냈고 현재 교육 중입니다.)
“알았어요. 자재 수급도 문제없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저번에 주신 자재 목록 그대로 발주하여 일부 자재는 이미 입고되었고 나머지는 곧 입고 될 겁니다. 이제 개발이 다 끝났으니 추가된 자재가 있다면 바로 발주하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스마트폰 개발하면서 확정된 부품들은 미리 목록을 작성하여 미리 발주하도록 했었고, 몇 가지 부품은 새로 발주해야 할 거다.
“그건 연구소 가서 물어보면 될 거예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생산도 문제가 없네.
아! 손 회장이 스마트폰 개발 완료하며 전화해 달라고 했는데. 이왕 전화할 거 스마트폰으로 해야겠다.
다른 스마트폰을 들어 번호를 눌렀다.
(손 마시요시입니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진민재입니다.”
(어 그래! 잘 지냈나?)
“네. 스마트폰 개발 끝났어요, 회장님께 알려드리려고 전화했어요.”
(드디어 끝났다고?)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연하지. 보다 폰을 인수하여 이동통신 사업을 시작했지만, 일본은 NTT의 점유율이 높기에 손 회장이 스마트폰을 독점 수입해 서비스를 제공하면 점유율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2년 정도면 1강에서 2강 체계로 변할 수 있다.
아이폰이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았기에 오션폰도 마찬가지일 테고 오션팟도 일본에서 인기가 많으니까.
“네. 지금 스마트폰으로 전화하는 거예요.”
(스마트폰이라 그런가? 음질이 좋은데. 테스트도 다 끝난 거야?)
좋을 수도 있겠지만 기분 탓일 거다.
“마지막 하나가 남았어요. 그건 소프트웨어적인 거라 제가 테스트하고 바로 수정이 가능해요.”
(그래? 그럼 내가 한국에 가야겠네. 가만!)
스케줄을 확인하느라 잠시 침묵이 흘렀다.
(모레 갈게.)
“굳이 안 오셔도 되는데요.”
(아니지. 가서 나도 직접 보고 준비할 게 뭐가 있는지 확인해야지. 어차피 가면 한국 소프트 뱅코 일도 보니까 상관없어.)
“알았어요. 알아서 하세요.”
(커피숍으로 가면 돼?)
“네.”
(그래. 모레 보자고.)
전화를 끊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난 원래 아침을 안 먹고 점심을 조금 일찍 먹는 편인데 벌써 12시 30분이 되었다. 아이노도 배고프겠는데.
“아이노 밥 먹으러 갈까?”
“좋아. 뭐 먹으러 갈 거야?”
평소 같았으면 그냥 구내식당 가겠는데 아이노가 있어서 시선이 집중될 게 뻔하였다. 사람 많은 구내식당은 피해야겠지.
“뭐 먹고 싶은데?”
“내가 먹어 보지 않은 거로 갔으면 좋겠어.”
어디로 가야 하나? 지하에 식당들이 입점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지하에 식당들이 있거든. 내려가서 보고 결정하자.”
“알았어.”
지하 식당가로 내려오자 식당들이 많았다. 처음 왔을 때는 텅 비어 있었는데 그새 식당들이 많이 생겼네.
저 앞에 감자탕집이 보였다. 감자탕은 아이노가 먹어 보지 않았다.
“아이노! 감자탕 먹어 볼래?”
“감자 국물 요리야?”
“감자도 들어가는데 주는 돼지 뼈야.”
“돼지 뼈를 먹는다고?”
“그건 아니고. 일단 가서 먹어 봐. 맛있거든.”
“알았어.”
둘이라 중이면 충분하지만 아이노가 많이 먹어서 대로 시켰다.
잠시 후 커다란 냄비에 감자탕이 나오자 놀라는 아이노였다.
“이걸 다 먹는다고?”
“뼈가 많아서 실제 양은 얼마 안 돼.”
아이노 접시에 뼈다귀와 국물을 떠서 주었다.
“어떻게 먹는지 알려 줄게. 이건 젓가락으로 살점을 파서 먹어도 되지만 손으로 잡고 먹는 게 좋아.”
“손으로 잡고 먹으라고?”
“응. 비닐장갑 끼고 먹으면 돼. 내가 먼저 해 볼게.”
내가 시범을 보이자 영 못마땅한 표정으로 따라 하는 아이노였다.
수저로 접시에 있는 국물을 떠먹다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아이노가 양손으로 뼈다귀를 잡고 열심히 뜯어 먹고 있었다.
젊고 예쁜 여자, 그것도 외국 여성이 그러고 있으니 낯설었고, 주변 손님들도 신기한지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다 먹냐고 하던 아이노 옆에는 뼈다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아이노는 진짜 먹방 하면 대박일 것 같았다.
먹는 것을 보면 참 맛있게 먹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할 정도였다. 강성중이 있었으면 이 모습을 촬영해서 너튜브에 올리면 대박일 텐데.
내일 커피숍 근처 감자탕집에 또 가야겠다.
“맛있어?”
“응. 너무 맛있어. 한국은 맛있는 음식이 왜 이리 많아? 핀란드는 음식 종류가 많지 않거든. 내가 한국에만 오면 살이 쪄서 돌아간다니까.”
내가 보기에는 살 안 찌던데.
* * *
DS 자산 운용 사장 신동환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내려놓고서는 다이어리에 적힌 이름들을 보았다.
외화 은행을 인수하려면 세 가지 관문이 있었다. 재경부와 금감원, 외화 은행이었다.
외화 은행에 대한 조사는 이미 끝났고 본격적으로 인수를 나서기 전에 미리 밑밥을 깔려고 오늘 구재석 재경부 국장과 만나기로 하였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구재석 재경부 국장이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십니까? 국장님!”
“오랜만이야.”
국장이 앉자 신동환도 앉았다.
주전자를 들어 찻잔에 차를 따라 구재석 앞으로 밀었다.
“드십시오.”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내려놓았다.
“어르신은 잘 지내시고?”
“네. 그렇습니다.”
“신용 금고 잘되고 있다며?”
“네. 잘되고 있습니다.”
“역시 어르신이 하는 일이라 다른가 봐. 날 보자고 한 것을 보면 용건이 있을 텐데. 금고에 관한 일인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래?”
다시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는 구 국장이었다.
“국장님! 들리는 말로는 요즘 외화 은행 때문에 정부에서 골치가 아프다고 하던데요.”
인상을 구겼다.
“골치 아프지. 대주주인 독일 코메르방크에서 자기들은 외화 은행을 더는 감당하지 못하니까 우리보고 빨리 매각하라는 압력이 커.”
“자기들이 감당 못 하면 자기들이 인수할 곳을 찾아야 하지 않습니까? 왜 정부에 압력을 넣는 겁니까?”
“우리나라 은행법 때문에 산업 자본은 은행을 인수할 수가 없으니까 그렇지. 또 1997년도에 코메르방크에 외화 은행을 매각할 때 정부에서 약속한 것이 있거든. 그때는 다급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어.”
뭔지는 모르겠지만 불공정한 계약을 했다는 말이고 손해는 정부에서 보는 것 같았다.
“외화 은행을 인수할 곳이 없는 겁니까?”
“없어. 국내 은행에 전부 인수 의사를 타진했는데 전부 거절했어. 외국 금융 자본들은 현 대주주인 독일 코메르방크이 탈출하려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가지지도 않고. 이러다가 외화 은행이 파산하면 큰일이야. 파산하기 전에 빨리 인수할 곳을 찾아야 하는데.”
신동환은 속으로 미소 지었다.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은 회장님이 인수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국장님! 만약에 회장님이 외화 은행을 인수한다며 어떨 것 같습니까?”
“어르신이?”
“네.”
“어르신이 그만한 자본이 있어?”
“만약에 있다면요.”
구 국장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르신이 현재 신용 금고를 하고 있기에 금웅 자본이라 은행법에는 문제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알기에 어르신은 외화 은행을 인수할 만한 자본은 없다.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신용 금고를 경영하고 있지만, 어르신이 과거에 불법적인 사채업을 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이 사실이 국민들에게 알려지면 여론이 좋지 않을 것 같았다.
“나도 어르신을 생각하면 찬성하고 싶지만 어려울 것 같네.”
“회장님 전직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사채업이 좋은 이미지는 아니지. 물론 어르신은 개인이 아닌 기업들에게 하신 거지만 국민들은 그런 것은 따지지 않거든.”
“이미지가 문제라면 이미지 메이킹을 하면 어떻겠습니까?”
“어떻게 말인가?”
“이미지가 좋은 기업과 회장님이 합작하여 인수하는 겁니다.”
“어디랑 하게?”
“미국 오션입니다. 요즘 오션이 한국에서 모르는 사람들도 없고 이미지 또한 좋습니다. 거기다 오션 창업주가 지금 국적은 미국인지만 몇 년 전까지 한국 국적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이미지 메이킹에는 최고가 아니겠습니까?”
“오션에서도 관심이 있어?”
“어르신이 오션 창업주 진민재와 아주 친밀한 관계입니다. 만약 국장님이 회장님이 외화 은행 인수에 힘을 써 주신다면 오션을 끌어들일 수는 있습니다. 그럼 정부나 외화 은행에서도 매각할 수 있어 한시름 놓지 않겠습니까? 서로 윈윈하는 결과입니다.”
구 국장은 마음이 혹하였다.
어르신만 인수에 나선다면 부담이 되겠지만 오션하고 합작하여 인수한다면 정부에서도 명분이 생긴다.
더구나 오션 창업자가 한국인이라는 점이 크기에 외국에 매각한다는 비판 여론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
다만 신용 금고가 은행을 인수한다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자신 혼자서 나서기에는 부담이 되었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고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는 것은 알겠는데 나 혼자 판단하기에는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