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화
오늘 아이노가 오는 날이라 인천공항에 나와 있었다.
이전 생에서도 인천공항에 온 적이 없었는데 진짜 공항이 크고 잘 만들었다. 김포 공항보다는 백 배나 더 좋았다.
이러니 세계 최고의 공항을 가리는 국제공항협의회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에서 개항 4년 만에 2005년에 종합순위 1위에 오르는 쾌거를 기록하고 그 이후로 2016년까지 12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겠지.
배상도도 그렇게 느꼈는지 공항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좋죠?”
“네. 그렇습니다. 새로 지어서인지 깨끗하고 좋습니다.”
“김포 공항이 작기는 했어요.”
“제가 다른 국가 공항을 많이 안 가봐서 김포 공항이 작은 줄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 안에서 아이노가 나오고 있었다.
역시나 여신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주변 남자들이나 여자들도 아이노를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는 풋풋한 사과 같았는데 어째 아이노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 예뻐지냐? 더욱 성숙미가 느껴졌다.
아이노가 나를 발견하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더니 내 품에 안겼다. 졸지에 주변 사람들의 모든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남자들은 부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라도 그랬을 거다.
“진!”
“한국에 온 걸 축하해. 아이노는 더 예뻐졌네.”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는 진이야말로 더욱 남자다워지네.”
“원래 그랬는데.”
“아니거든. 진을 처음 봤을 때는 꼭 어린아이 같았어.”
그때 내 나이가 20살이 넘었는데 어린아이라니?
“이렇게 큰 어린아이가 있나?”
“지금은 아니지.”
“피곤하지?”
인상 쓰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직행이 없으니 너무 힘들어.”
“빨리 가자.”
“그래.”
공항 밖으로 걸어나가는 동안에도 남자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향하였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공항에서 바로 집으로 와 아이노가 샤워를 하고 싶다고 해서 샤워하고 커피숍으로 갔다.
커피숍 안으로 들어가자 강성중과 신상철이 기다리고 있다가 얼른 인사하였다.
“아이노 환영합니다.”
“안녕하세요?”
열렬히 맞아 주는 두 사람을 보고 기분이 좋은지 웃으며 인사하였다.
“반가워요. 두 사람 무척 보고 싶었어요.”
그 정도는 알아듣는다는 듯 두 사람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시원한 음료수 드릴까요?”
“네. 고마워요.”
“앉으십시오.”
아이노가 앉으려다가 벽에 붙은 자신의 브로마이드를 보고 놀랐다. 헐! 공항 나가기 전까지는 없었는데 그사이에 붙였나 보네.
하긴 요즘 미나가 한국에서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바빠서 커피숍에 오지를 못하고 있었다.
“저게 내 사진이잖아?”
“맞아. 강성중이 붙이자고 해서 붙인 거야. 붙이니까 커피숍이 밝아지고 확 살아나네.”
“진은 갈수록 능글맞아지는 것 같아. 예전의 순수했던 때가 더 좋은데.”
“지금도 그래. 세상에 나처럼 순수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믿어 줄게.”
다섯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성중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아이노가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지 싱글벙글이었다.
신상철은 말은 잘못하지만, 어느 정도는 알아들었고 배상도는 무표정하게 앉아 있었다.
“진 광고 촬영은 다음 주부터 하는 거야?”
어제 확인해 보니 세트장은 거의 마무리가 되었다고 하였다.
“응.”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보내준 콘티대로 하면 돼. 연습했지?”
“연습이야 계속했지. 근데 연습하고 실전은 다르잖아.”
“장면이 많지 않고 어려운 장면도 없으니까 잘할 거야.”
“나도 잘했으면 좋겠다.”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요즘 강성중이 게임 동영상을 너튜브에 올린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미나가 게임 하는 동영상을 너튜브에 올렸다고?”
“응. 그것 때문에 젊은 남자 층에서 미나 인기가 많아졌어. 원래 미나가 미국에서 계속 활동하여 한국에서 인기는 많이 없었거든.”
“나도 서머위즈 워 게임 할 줄 아는데.”
“정말?”
“응. 나를 모델로 해서 만든 게임인데 당연히 나도 할 줄은 알아야지. 가끔 해.”
무슨 말인지 모르고 있는 강성중에게 말해 주었다.
“성중아 아이노 서머위즈 워 게임 할 줄 안대.”
“정말입니까?”
“응. 웬만큼 하나 봐.”
“와! 그럼 혹시 게임 하는 동영상 촬영할 수 있냐고 물어봐 줄 수 있습니까?”
요즘 강성중은 동영상 촬영하는 것에 재미가 들렸다. 그래서 화질 좋은 비디오카메라도 새로 구입할 정도였다.
아이노에게 물었다.
“좋아. 나도 동영상 촬영해서 올리면 한국에서 인기가 많아지겠지?”
아이노도 은근히 이런 걸 즐기는 것 같네.
“당연하지.”
“알았어. 할게.”
그렇게 넷이서 게임을 하기 시작하였고 그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하였다.
난 아이노가 조금 할 줄 아는 정도인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고레벨 유저였다. 넷 중에 강성중이 제일 잘하고 그다음이 아이노, 신상철, 배상도 순이었다.
나는 아예 할 줄도 모르고.
촬영된 영상을 보며 강성중의 입이 찢어졌다.
“그렇게 좋아?”
“당연합니다. 서머위즈 워에 나오는 엘프의 실제 모델이 직접 게임 하는 동영상인데 그 값어치가 어마어마합니다. 그것도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고레벨이라 게임하는 친구들은 무척 좋아할 겁니다. 아마도 미나나 홍이나 영상보다 더 인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노가 게임 하는 모습을 계속 촬영한 거였네. 그래야지 진짜 아이노가 게임 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으니까.
“언제 올릴 건데?”
“집에 가서 편집한 후에 바로 올릴 겁니다. 한편으로는 너무 아까우니 3편으로 나누어서 올릴 겁니다.”
“잘 올려. 이왕 올리는 거 인터뷰 영상도 같이 올리면 좋지 않겠어?”
내 말에 두 눈이 커졌다.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아이노에게 말 좀 해 주십시오.”
“그러길래 영어 공부하라고 했잖아. 언제까지 나한테 부탁할래? 미나 봐. 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어느 정도 할 줄 알잖아.”
“알겠습니다. 앞으로 저도 영어 공부 열심히 하겠습니다.”
말로만? 안 봐도 작심삼일로 끝날 것이 분명하였다.
“인터뷰는 밥 먹고 와서 하자.”
“네. 알겠습니다. 오늘 저녁은 어디로 가실 겁니까?”
“아이노가 먹고 싶다는 곳으로 가야지.”
* * *
저녁을 먹고 다시 커피숍으로 돌아와 인터뷰 영상을 촬영하려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 심용철입니다.)
심 과장이 나한테 전화를 거의 하지 않는데 저녁에 전화한 것을 보니 내 짐작이 맞을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혹시 개발이 끝났나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감이죠. 정말 끝난 거죠?”
(일단 개발이 끝나기는 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아이노가 온 날 개발이 끝나다니 왠지 느낌이 좋았다.
“여기서 끝은 아니잖아요. 다음 모델을 또 개발해야 하니까 아쉬운 점은 다음 모델로 미뤄야죠. 그동안 정말 고생했어요.”
(아닙니다. 오셔서 보셔야 하지 않습니까?)
“내일 오전에 갈게요.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하죠.”
(알겠습니다.)
* * *
다음 날 아침 아이노도 같이 역삼동 MJ 빌딩으로 향했다.
차 창밖으로 건물이 보이자 손으로 가리키었다.
“아이노 저 빌딩이야.”
내 손끝을 따라가다가 빌딩을 보고서는 놀라는 아이노였다.
“저 건물이라고?”
“응.”
“와! 몇 층이야? 주변에서 제일 크네.”
“45층이야. 빌딩 면적으로 따지면 한국에서 제일 커.”
“정말?”
“응.”
“저게 진 개인 빌딩이라고?”
“응.”
“와! 진 엄청 부자네. 백만장자인 것을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부자네.”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세계 부자 100위 안에는 들 것 같았다.
곧 오션폰이 출시되고 나면 오션 주가가 급등할 테니 10위 안에 드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5년 안에 세계 부자 순위 3위 안에 드는 게 내 목표야.”
“진짜 대단해. 핀란드 아파트에서 오션 디자인할 때 진이 이런 거물이 될 줄은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
나는 상상은 했지. 또 그 상상이 실현될 거라고 믿기도 했고.
“이제 시작이야. 앞으로 더 놀랄 거야.”
“어디까지 올라가려고?”
“올라가는 김에 최정상까지 올라가야지. 그 위치까지 10년을 보고 있어.”
“나도 그 모습 보고 싶다.”
“꼭 보여 줄게.”
대화하는 사이에 차가 주차하였다.
“고문님 다 왔습니다.”
“네.”
“아이노 내리자.”
“응.”
차에서 내려 바로 심용철이 있는 연구실로 올라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깔끔하고 깨끗했던 연구실이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정리 좀 하고 지내지.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아이노도 같이 오셨네요? 언제 한국에 온 겁니까?”
“오션폰 광고 촬영하기 위해 어제 왔어요.”
“앉으시죠.”
“네.”
회의용 테이블에 앉았다.
앉아 있는데 팀원인 이학훈, 홍영규, 최태성이 놀란 눈으로 아이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들 셋은 게임 안 하나?
하긴 연구하느라 게임 할 시간도 없겠지. 누군지 궁금할 텐데 알려 줘야지.
“여러분들이 개발한 오션 폰 광고 모델이에요. 이름은 아이노고 핀란드에 살고 있고 핀란드 오션 직원이기도 해요.”
이학훈이 입을 열었다.
“정말 미녀입니다. 제 생애 이런 미녀는 처음 봅니다.”
“여러분 서머위즈 워 게임 모르시죠?”
“네. 모릅니다.”
“그 게임에 나오는 엘프가 아이노의 실제 모델이에요.”
“정말입니까?”
“네. 나중에 한번 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커피 드릴까요?”
“녹차 주세요.”
“알겠습니다.”
이학훈 연구원이 녹차를 타러 가자 심용철이 웃었다.
“저 마음 제가 잘 압니다. 저도 아이노를 처음 봤을 때 그랬으니까요.”
“사실 저도 그랬어요.”
“근데 두 분은 어떻게 알게 된 겁니까?”
“오션 개발하고 사이트 디자이너 구하다가 알게 되었어요. 처음 본 순간 따지지 않고 무조건 같이 일하자고 했거든요.”
“아 그랬군요.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차 드십시오.”
“고마워요.”
이학훈 연구원이 갖다 준 녹차를 아이노도 나도 한 모금 마셨다.
“오션폰 보여 드릴까요?”
“당연히 봐야죠.”
“잠시만요.”
심용철이 연구용 테이블에서 오션폰 하나를 가지고 와서 건넸다.
“여기 있습니다.”
예전에 받았을 때랑 겉모습은 바뀐 것이 하나도 없었다.
전원을 켜고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하였다.
성능이 썩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현재 기술로는 이것이 최선이었다. 기술이야 앞으로 한 단계씩 발전해 나가면 되는 거지.
지금 꼼꼼히 확인할 수 없어 대충 봤다. 나중에 천천히 확인해 봐야지.
“통화 테스트도 다 해 본 거죠?”
“네. 그렇습니다. 문자도 와이파이도 인터넷도 다 테스트하였고 전혀 이상이 없습니다.”
핸드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통화이었다.
그렇기에 실제 통화도 해 보고 해야 하는데 국내 통신사에 스마트폰을 개통하면 정보가 샐 가능성이 있기에 손 회장에게 부탁하여 일본 번호로 핸드폰을 개통하였다.
손 회장이 보다 폰을 인수하여 수월하게 해결하였다.
현재 한국과 일본 등 극히 일부 국가에서는 CDMA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고 미국 등 세계 대부분 국가들은 GSM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유심 카드를 넣을 수 있다면 이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지만, 알아보니 유심 카드 사용은 이동 통신사에서 내년 7월쯤에 WCDMA 방식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사용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이상이 없다니 됐네요.”
“저와 팀원들이 테스트하기는 했지만, 스마트폰 OS를 고문님이 개발했기에 정확한 것은 고문님이 다시 한번 테스트해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