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화
아니지! 게임 영상이라도 제대로 자리 잡으면 안정적이기는 할 것 같았다. 나중에 상황 보고 판단하는 게 좋겠다.
다른 동영상을 보니 홍이나의 동영상 조회수가 꽤 높았다.
내가 소나무 엔터테인먼트 오현서 대표에게 말했더니 그새 동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또 개인적으로 홍이나가 촬영한 사생활 동영상도 올렸다.
마나의 동영상 조회수가 그 어떤 동영상보다 압도적이었으며 현재 올린 동영상 중 가장 조회수가 많았다.
미국에서도 많이 보고 한국에서도 보니 당연한 결과겠지.
이제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틀밖에 안 되어 아직 사람들이 너튜브를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널리 알려질 테고 이전 생과 같이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돌리니 강성중도 너튜브를 보면서 기분 좋아하고 있었다.
“뭐가 그리 좋아?”
“제가 올린 동영상 댓글을 보고 있습니다. 홍이나랑 미나랑 같이 게임 하는 동영상을 보고 많은 네티즌들이 부러워합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의 톱스타와 게임하는 제가 누군지 많이들 궁금해하며 추측을 하는 댓글들을 보니 아주 재미있습니다. 홍이나랑 미나가 소나무 엔터테인먼트 소속이기에 제가 같은 기획사 소속 신인이라는 추측이 가장 많습니다. 졸지에 제가 신인이 되었습니다.”
“널 알아보는 사람은 없어?”
“네. 제 얼굴이 노출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예 데뷔하지그래?”
“그러게 말입니다. 전 너튜브로 데뷔한 겁니다. 앞으로 게임 방송뿐만 아니라 간간이 홍이나랑 미나 영상을 올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뭐든지 남들이 하지 않을 초창기에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지. 잘 생각했어.
“나중에 아이노 오면 아이노 동영상도 올려. 그럼 조회수가 더 많아질 거야.”
“그래야겠습니다. 아이노는 한국에 언제 옵니까?”
“5월 14일에 올 거야.”
“빨리 5월 14일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너튜브 광고는 언제부터 시작하는 겁니까?”
“지금 홍보하고 있으니까 조만간에는 할 거야. 그동안 구독자 수를 많이 늘려놔.”
“알겠습니다.”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세요? 고문님! 저 대한 일보 서하연 기자예요.)
서 기자하고는 오랜만에 통화하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그러게요. 자주 통화해야 하는데. 이번에 오션에서 새로 서비스한 너튜브와 티톡 봤어요. 신선하더라고요. 앞으로 인기가 많을 것 같아요. 오션은 어떻게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잘하는지 참 궁금해요.)
“기업이 계속 성장하면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거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앞으로 나가야 하니까요.”
(오션이 어디까지 성장할지 기대가 돼요. 제가 너튜브 동영상을 보니 미나 양 게임 하는 동영상도 있더라고요. 근데 그곳이 커피숍 같다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맞아요. 커피숍에서 촬영한 거예요.”
(제 추측이 맞았네요. 미나 양 언제 한국에 들어온 거예요?)
“10일 정도 되었어요.”
(그런데도 언론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네요.)
“네. 활동하지 않고 쉬고 있어서 그런가 봐요.”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미나 인터뷰요?”
(잘 아시네요. 부탁드릴게요.)
이제 미나가 한국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려도 되지 않을까?
“알았어요. 서 기자님 부탁인데 당연히 들어줘야죠. 제가 미나한테 말해 볼게요.”
(정말 감사해요.)
“아니에요. 연락드릴게요.”
(네.)
전화를 끊자 박도진이 들어왔다. 연락도 없이 웬일이지?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웬일이세요? 진성 그룹에 무슨 일이 있나요?”
“그런 것은 아니고 지나가다가 커피 생각이 나서 들렀습니다.”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강성중이 갖다 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이 맛입니다. 서울에 있는 커피숍을 많이 다녀도 이 맛은 없습니다.”
사무실은 안 옮기려나? 지난번에는 옮길 것 같았는데.
“자주 오세요.”
“알겠습니다.”
대답하고서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사장님! 진성 건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진성 건설은 현재 법장 관리하에 있다. 부채가 동결되고 회생을 위해 채권단에서 경영하고 있는데.
“진성 건설에 문제가 있나요?”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제가 지켜본 결과 예전보다 경영 상황이 많이 나아지고 있으며 앞으로의 전망도 밝습니다. 인수하지 않을 거라면 몰라도 인수하실 생각이시면 지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인수하게 되면 인수 가격이 더 올라갈 수도 있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동안 진성 건설에는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네.
“나아지고 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앞으로 2년 후면 채무를 어느 정도 상환하고 법정 관리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이 적기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알았어요. 인수할게요.”
가방에서 서류 봉투를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진성 건설 현재 자료입니다. 참고하시면 될 겁니다.”
“고마워요. 그리고 진성 유통과 진상 화장품은 어떤가요?”
“여전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진성 유통은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오래 버티지 못한다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건가요?”
“올해는 어떻게 버틴다 해도 내년은 힘들 겁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진성 화장품이 더 힘들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네.
“진성 화장품이 더 어렵지 않았나요?”
“작년까지만 해도 진성 화장품이 더 어려웠지만, 지금은 조금 나아진 상태입니다. 그룹 경영진에서는 진성 화장품을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는지 진성 화장품에 대해서는 필사적입니다. 아마도 진성 유통을 버려서라도 진성 화장품만은 살리려고 할 겁니다.”
하긴 규모 면으로는 진성 화장품이 더 크니까.
진성 화장품은 석구 형이 회사 자금을 빼내서 2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기도 했었던 곳인데.
“예전에 주신 자료에 진성 화장품은 회사 자금을 빼내고 그러지 않았나요?”
“맞습니다. 작년에 10억 원은 다시 채워 놓은 것 같습니다.”
작은아버지에게 들켜 쓰고 남은 10억 원을 원상 복구해 놓았나 보네.
“알았어요. 계속 잘 지켜보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또 일이 있어서 가 보겠습니다.”
“네.”
박도진이 가자 진성 건설 자료를 보았다.
채무가 동결되고 경영자가 바뀌니 회사 사정이 점차 나아지고 있었다. 곧 IMF가 끝이 나고 경제도 살아나고 있으니 앞으로는 더 나아지겠지.
진성 건설은 나중에 인수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지금 인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경영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니 다른 기업에서 인수할 수도 있을 테고 시간 끌어 봤자 인수 가격만 올라갈 것 같았다.
그래 말 나온 김에 인수하자.
근데 누구에게 맡겨야 하나?
진성 계열사는 지금까지 DS 자산 운용 신동환 사장에게만 맡겼는데 지금 외화은행 인수 건 때문에 바빠서 부탁하기가 그런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지. 일을 맡길 곳이 또 하나 있으니까. 핸드폰을 들었다.
(HQ 컨설턴트 장기호입니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고문님!)
“요즘 바쁘세요?”
(늘 그렇습니다.)
“팀장님! 진성 건설 아시나요?”
(네. 들어는 봤습니다. 현재 법정 관리 중이지 않습니까?)
“네. 맞아요. 제가 진성 건설을 인수하려고 하는데 맡아 주실 수 있나요?”
(당연합니다. 고문님은 우리 회사의 VIP 고객이십니다. VIP 고객은 최우선적으로 일을 처리합니다. 제가 오후쯤에 커피숍으로 가겠습니다.)
하긴 내가 의뢰한 일만 해도 몇 개인데. 요즘 회사에 일이 없나 바로 온다고 하게?
“그러세요.”
(오후에 뵙겠습니다.)
오후 5시쯤 되자 장기호 팀장이 왔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세요. 앉으시죠.”
“네. 감사합니다.”
의자에 앉았다.
“제가 전화 받고 진성 건설에 대한 자료를 간단히 찾아봤습니다. 처음 법정 관리가 들어갈 때보다 지금 상황이 많아 나아졌기는 하지만 건설 회사를 인수하실 거면 더 유망한 건설 회사도 많습니다. 다른 건설 회사는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겁니까?”
장기호 팀장은 나와 진성과의 관계를 모르니까 하는 말이다.
“저는 진성 건설만을 원하거든요. 현재 법정 관리 중인데 인수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인수한다고 하면 채권단에서 좋아할 겁니다. 부채 동결로 인해 채권단에서 그동안 부채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데 매각하면 부채를 받을 수 있기에 두 손 들고 환영할 겁니다. 매각이 늦을수록 원금은 물론 이자 비용까지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 그럽니다. 그렇다고 진성 건설이 완전한 자립하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에 매각이 최우선입니다.”
“인수하면 부채를 전부 다 상환해야 하나요?”
“그건 아닙니다. 협상하기에 따라 일부는 탕감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 인수 진행 주세요. 부채도 될 수 있으면 최대한 탕감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이번에도 성공적으로 인수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도진이 준 자료를 건넸다.
“이건 진성 건설 자료거든요. 인수하시는 데 참고하세요.”
“네.”
자료를 받아보는 장 팀장이었다.
“이렇게 자세하게 조사하신 것을 보니 이미 진성 건설을 인수하려고 결정했던 겁니까?”
“네.”
“자료가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진성 건설을 인수하면 두 개만 남는데.
진성 유통은 내년에 더 어려워진다고 하니 내년에 인수하면 되고 진성 화장품은 언제 인수하냐?
빨리 인수하고 끝내고 싶은데. 급하게 하는 것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순리대로 풀어가야겠지.
* * *
대한 일보 서하연 기자가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커피숍을 둘러보았다.
“여기 정말 오랜만에 오네요.”
“그러게요. 놀러 오지 그랬어요?”
“그러고 싶었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취재하느라 시간이 없었어요.”
“앉으세요.”
“네.”
자리에 앉자 강성중이 커피를 가져왔다. 여자가 오면 행동 하나는 진짜 빠르다.
“안녕하세요? 커피 드십시오.”
“고마워요. 여전히 여기서 일하고 계시네요.”
“여기만 한 아르바이트 자리도 없습니다.”
“사장님이 잘해 주시나 봐요.”
내 눈치를 보며 대답하였다.
“너무 잘해 주시죠.”
사실인데 왜 내 눈치를 보는 거야?
“성중아 네 할 일 해라.”
“네.”
강성중이 가자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미나 양은 아직 안 왔나 보네요.”
“기자님이 일찍 오신 거예요.”
“그런가요? 서둘렀더니 일찍 도착했네요. 인터뷰하게 해 주어 고마워요.”
“미나가 오케이한 거죠.”
“미나 양이 고문님하고 꽤 친한가 봐요.”
질문하는 투가 꼭 남녀 간의 관계를 묻는 것 같았다.
“여기서 알바도 했고 저로 인해 미국에서 가수로 데뷔했으니 매우 고마워해요. 미나가 열심히 하는 만큼 앞으로도 계속 잘되었으면 하고요. 팬으로서 응원하고 싶어요.”
“그렇군요. 좋은 사장님이시네요. 저도 기자 그만두고 여기서 알바하고 싶을 정도네요.”
“서 기자님이 오신다면 저야 언제든지 환영이에요.”
“기자 그만두고 할 일 없으면 꼭 올게요.”
“그럼 영원히 오지 않은 게 기자님을 위해 좋겠네요.”
그때 문이 열리고 미나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왔어. 서하연 기자 알지?”
“네.”
서 기자랑 미나는 커피숍에서 본 적은 있지만 서로 대화하지는 않았다.
“안녕하세요? 기자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제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가 생각나네요. 그때 미나 양이 세계적인 스타가 될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저도 몰랐으니까요. 이게 다 사장님 덕분이에요.”
서로 안부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었고 난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