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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187화 (187/261)

187화

미나가 커피를 내리는 것을 보다가 피식 웃었다.

미국의 대스타가 한국의 작은 커피숍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는 모습을 누가 보면 믿을까? 마치 예전처럼 되돌아온 것 같았다.

“여기 있어요. 사장님!”

“고마워. 근데 아침부터 성중이하고는 무슨 일인데?”

“말도 마세요. 저를 아주 속물로 만들었다니까요.”

“어떻게?”

“보세요. 아이노 언니 브로마이드 다 떼어 냈잖아요. 그럼 제가 뭐가 되겠어요? 아이노 언니한테도 미안하고요. 그래서 다시 붙여 놓으라고 했어요.”

나도 동의했는데. 아, 몰라.

“미나가 진짜 서운해서 한 소리는 아니잖아.”

“제 말이 그거예요. 그것도 구분 못 하고 다 떼어내면 제가 질투에 눈먼 여자가 되는 거잖아요.”

커피숍의 평화를 위해 성중이가 혼자 희생해야지.

“그러네. 너무했네.”

“성중 오빠는 바뀐 것이 하나도 없어요. 나이를 먹었으면서도 예전 그대로예요.”

화제를 돌렸다.

“집에 가니까 부모님이 좋아하시지?”

“네. 너무 좋아하세요. 제가 미국 갈 때는 걱정을 많이 하셨거든요.”

“근데 집에 있지 여기는 왜 나왔어?”

“왜 제가 오는 게 싫으세요?”

말 잘못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미나의 표정을 보고 대답하였다.

“미국에서 고생 많이 했는데 쉬지도 못하고 나오는 게 안쓰러워 그렇지.”

“역시 저를 생각해 주는 것은 사장님뿐이네요.”

그때 문이 열리며 선글라스에 마스크를 착용한 한 여성이 들어왔다. 누군지 첫눈에 알아봤다.

홍이나는 왜 온 거야?

미나도 홍이나를 보고 일어났다.

“언니 왔네.”

홍이나가 나에게 다가와 인사하였다.

“오빠 오랜만이에요.”

“어 그래. 웬일이야?”

“미나랑 여기서 만나기로 했거든요. 여기 오니까 옛날 생각이 나네요.”

미나랑 홍이나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나의 평화로운 시간을 지켜야지.

“성중아! 문 잠가라.”

“네.”

대답하고서는 얼른 뛰어가 커피숍 문을 잠그는 강성중이었다.

서로 인사하고 모여 앉아 수다를 떠는 것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혹시나 길을 가다 둘을 알아볼까 봐 미나랑 홍이나는 창을 등지고 앉았다.

미나에게 한소리를 들었는데도 가장 신나 하는 것은 강성중이었다.

문 앞에서 서성이는 남자가 보였다.

CLOSED라는 팻말이 붙어 있으면 가야지 왜 자꾸 안을 들여다보는데. 자세히 보니 아는 얼굴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오늘 오냐? 왔는데 가라고 할 수도 없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자 바다 기획 오찬식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리 연락하고 와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문 닫을 줄 모르고 왔습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들어오세요.”

“네. 감사합니다.”

안으로 들어와 미나랑 홍이나를 보고 놀란 눈을 하였다.

“아니 저분들은?”

“왜 문을 닫은 줄 아시겠죠?”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네. 근데 여긴 어떻게?”

“이야기하자면 길어요. 저쪽에 앉죠.”

“네.”

구석진 곳에 앉았다.

“오신 것을 보니 광고 기획서 끝났나 보네요.”

“네. 그렇습니다.”

대답하고서는 서류를 가방에서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여기 있습니다.”

서류를 들어보았다.

광고 기획 방향과 광고 콘티가 설명과 함께 그려져 있었다.

내가 설명한 것들과 오찬식이 기획한 것들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마음에 들었다. 내가 의도한 것을 제대로 캐치하였다.

“마음에 드네요.”

내 말에 오찬식의 얼굴이 환해졌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제가 이 기획을 하느라 게임도 해 보는 등 신경 많이 썼습니다. 그리고 이 광고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방영되기에 모델의 대사는 전부 뺐습니다. 대신 설명은 각국 언어로 내레이션으로 처리하면 됩니다.”

모델이 대사가 있으면 각국 언어로 촬영해야 하고 더빙한다고 해도 입 모양이 맞지 않아 옥에 티가 될 수도 있었다.

대사가 없으면 어느 국가든지 내레이션만 따로 녹음하면 전부 사용할 수 있겠다.

“좋은 생각이네요.”

“또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적으로 표현하려면 CG보다는 세트를 제작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실제 등장하는 배경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서 세트를 제작해도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을 겁니다. 또 일부 배경은 비슷한 야외에서 촬영해도 됩니다. 괴물만 CG로 하면 될 겁니다.”

내가 생각해도 아직은 CG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세트가 더 사실적으로 다가올 것 같았다.

“비슷한 배경인 곳이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제가 비슷한 배경을 찾느라 여행 동호회와 사진 동호회 등 여러 동호회를 탐문하여 한 곳을 알아내었습니다. 어제는 그곳을 직접 현장 답사까지 했습니다.”

말을 마치고는 디지털카메라를 꺼내 나에게 건넸다.

“현장 답사해서 제가 직접 촬영했으니 확인해 보십시오.”

“네.”

디지털카메라를 들어서 확인해 보았다. 진짜 게임에서 나오는 배경과 비슷하였다.

콘티에 있는 것처럼 여기서 아이노가 검과 핸드폰을 들고 초원을 달려가다가 핸드폰 하는 장면을 촬영하고 실내 세트장에서 나머지 장면을 촬영하면 충분할 것 같았다.

“괜찮네요.”

“마음에 드신다니 우리 바다 기획과 계약하시겠습니까?”

“그러죠.”

“감사합니다. 계약서를 작성해서 내일 가져오겠습니다.”

“그러세요. 계약하면 언제 촬영이 가능할까요?”

“세트장을 만들고 소품까지 준비하려면 한 달 정도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 이후에 촬영 가능합니다. 만약 급하시면 시간을 조금 앞당기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이 4월 10일이니까 5월 10일 이후에는 촬영할 수 있겠네.

“급하게 앞당길 필요는 없어요. 5월 21일부터 촬영하는 것으로 결정하죠.”

“알겠습니다. 촬영에 이상 없도록 준비 잘하겠습니다. 바다 기획을 선택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오찬식이 가자 미나랑 홍이나가 다가왔다.

“사장님! 광고 촬영해요?”

“응. 핸드폰 광고.”

“누가 모델이에요?”

강성중이 말하지 않았나? 미나에게 한번 혼나더니 입을 다물었네.

“아이노야.”

“아이노 언니가 광고 모델을 해요?”

“응. 그렇게 됐어.”

“와! 아이노 언니 인형처럼 예뻐서 광고 모델 하면 인기가 아주 많을 거예요. 오죽하면 성중 오빠가 브로마이드를 붙이겠어요.”

“미나도 미국에서 광고 찍었지?”

“네. 7개 촬영했어요.”

“이나도 한국에서 광고는 많이 찍었을 테고.”

“네. 저는 수십 개 찍은 거 같아요.”

“사장님! 근데 게임 광고 찍는 거예요?”

“아니! 핸드폰 광고야.”

“오션에서 핸드폰도 만들어요?”

“지금 개발하고 있어. 개발이 끝나면 너희들에게 선물로 줄게.”

“정말요?”

“응.”

“고맙습니다. 사장님!”

“저도 고마워요. 오빠.”

고맙기는. 미나랑 이나가 오션폰을 들고 다니면 움직이는 광고판이라 오션폰 광고 효과가 클 거다.

“고맙기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강성중이 다가왔다.

“사장님! 식사는 어떻게 합니까? 다 같이 식사하러 나갔다 가는 사람들이 알아볼 겁니다.”

“시켜서 먹자.”

“어디다 시킵니까?”

“난 아무거나 상관없으니까 미나랑 이나 먹고 싶다는 거 시켜.”

“알겠습니다.”

* * *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캔맥주를 마시다가 핸드폰을 들었다.

(에릭 슈밋입니다.)

“안녕하세요?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고문님!)

“미국은 별일 없죠?”

(네. 특별한 일은 없고 회사가 계속 성장하고 있을 뿐입니다.)

“에릭이 잘하니까 그렇죠.”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고문님이 많이 도와주시고 직원들이 열심히 한 결과입니다.)

“저번에 말한 아이노 광고 스케줄이 나왔어요. 5월 21일부터 촬영하기로 했어요.”

(그렇습니까? 미국에서 광고 촬영하면 좋았을 텐데요.)

에릭 눈에는 한국이 믿음직스럽지 않게 보였는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광고 촬영하기를 원했다.

“제가 생각한 방향이 있어서 그래요.”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고문님이 하시는 일마다 다 잘되었으니 이번 광고도 기대하겠습니다.)

“기대해도 좋아요. 그리고 이제는 너튜브와 티톡 서비스를 시작해도 될 것 같아서요.”

(핸드폰 10월에 출시하는 거 아닙니까? 핸드폰 출시에 맞춰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건 아니에요. 핸드폰 출시 전에 미리 분위기를 띄워 놔야죠. 그러니까 지금쯤 서비스하여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 사용자가 늘 때쯤에 핸드폰이 출시되면 핸드폰으로 너튜브나 티톡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죠. 또 핸드폰 광고 영상을 나중에 너튜브에 올려 광고할 수도 있으니까요.”

(아! 그렇겠네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서비스 준비는 다 된 거죠?”

(네. 그렇습니다. 테스트 등 모든 준비가 다 끝난 상태라 일주일 안에 서비스할 수 있습니다.)

“그럼 서비스하기 전에 홍보부터 하고 일주일 후에 서비스 시작하죠.”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튜브랑 티톡 서비스하면 영상이 하나도 없잖아요.”

(그렇기는 합니다. 서비스 전에 미리 홍보하면 영상을 준비하는 네티즌들이 있을 것이기에 서비스 시작하면 영상을 많이들 올릴 겁니다.)

“그렇겠죠. 그래서 말인데 우리가 미리 표준적인 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미나 노래 영상을 편집해서 여러 편 올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거 좋은 생각 같습니다. 미나 영상도 준비하겠습니다.)

“네.”

한동안 회사 이야기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제 드디어 너튜브가 시작되네. 너튜브 서비스가 시작되면 인터넷도 많이 바뀌겠지.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아이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네.

“아이노 나 진이야”

(오 진! 잘 지냈어?)

“응. 잘 지냈지. 아이노는?”

(나야 늘 똑같지.)

“광고 촬영 스케줄 나왔어.”

(정말이야? 그럼 나 한국 가야겠네.)

한국 오는 게 그렇게 좋은가? 광고 촬영보다 한국 온다는 게 더 신나 보였다.

“그래야지. 5월 21일부터 촬영하기로 했으니 일주일 전에는 와야지. 미리 준비하라고.”

(알았어. 얼마 안 남았네.)

“좋아?”

(당연하지.)

“아예 한국서 살지?”

(좋은 것도 가끔 해야 행복이 더 큰 거야. 그래야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는 거지.)

“그렇기는 하지. 알았어. 본사에는 말해 놨으니까 준비 잘하고 와.”

(그럴게.)

* * *

다음 날 아침 커피숍에 출근하자 오늘은 미나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도 온다고 했는데 어제 커피숍 문을 닫아 미안해서 안 오는 건가?

“오셨습니까? 사장님!”

“어, 그래. 나 커피 한 잔 줘. 미나는 오늘 안 온대?”

“오늘은 오후에 잠깐 나온다고 했습니다.”

“알았어.”

강성중이 준 커피를 들고 내 자리에 가서 전원 버튼을 누르고 컴퓨터 부팅되는 것을 기다리는데 강성중이 아이노 브로마이드를 들고 벽에 붙이려고 하였다.

“뭐하냐?”

“미나가 다시 붙이라고 해서 붙이려는 겁니다.”

저놈은 여자의 마음을 그렇게 모르나? 붙이라고 그걸 진짜로 붙여?

“붙이지 마.”

“네? 왜요? 안 붙였다가 미나한테 또 한소리 듣습니다.”

“붙이면 한소리 듣지는 않겠지만 대신 미움 받을걸. 미나한테 예쁨받으려면 붙이지 마.”

“왜 그렇습니까?”

저러니 여자 친구가 없지. 일일이 설명하기도 귀찮았다.

“후회하지 말고 내 말대로 해. 내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겨.”

“사장님이 책임지셔야 합니다. 마나가 뭐라고 하면 전 사장님이 붙이지 말라고 했다고 핑계 댈 겁니다.”

“마음대로 해.”

강성중이 들고 있던 브로마이드를 주방 창고에 넣고서는 다가왔다.

“사장님! 아침에 오션에 들어가니까 너튜브 동영상 올리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하는데 그게 뭡니까?”

어제저녁에 말했는데 벌써 올린 거야? 빠르네.

“그러니까 그게 뭐냐면 동영상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면 사람들이 그걸 보는 거지.”

“아무 영상이나 상관이 없는 겁니까?”

“그렇지. 그런데 조회수를 늘리려면 아무 영상보다는 뭔가 전문적인 주제를 정해 올리는 것이 좋겠지.”

“올린 영상을 많이 보면 좋은 점이 뭡니까?”

“지금이야 아직 서비스하지 않아 좋은 점을 모르겠지만 너튜브가 자리를 잡고 사람들이 많이 보게 되면 광고가 붙어. 그럼 조회수에 따라 광고료를 지급하거든. 구독자 수가 수십만 명이나 되면 웬만한 회사 월급보다 더 많이 벌 거야. 백만이 넘으면 훨씬 더 많이 벌고.”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앞으로 너튜버라는 직업도 생길 거야.”

“사장님! 그럼 게임하는 영상도 올려도 되는 겁니까?”

“당연하지. 게임을 직접 하는 영상도 올려도 되고 해설까지 하면 금상첨화겠지.”

강성중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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