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183화 (183/261)

183화

커피숍에 출근하여 커피를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5월에 스마트폰이 개발되고 10월에 출시하게 되면 광고는 미리부터 준비할 필요성이 있었다. 한국에서 촬영할 거니까 한국 광고 기획사를 선정해야 하는데 어디가 좋을까?

현도 그룹에 광고 기획사가 있었으나 현도 그룹 구조 조정 때 영국 기업에 매각하여 지금은 없었다.

그럼 사성의 최고 기획에 맡겨야 하나? 아니지. 사성 그룹 계열사라 스마트폰의 정보가 넘어갈 수가 있었다.

그럼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곳을 선정하는 것이 좋겠네. 아! 광고 기획사라면 소나무 엔터테인먼트 오현서 대표가 잘 알겠다.

며칠 전에 사옥에 갔을 때 만나 볼걸. 몇 곳을 다녔더니 지쳐서 다음에 가려고 그만두었다. 핸드폰을 들었다.

(오현서 대표입니다.)

“안녕하세요?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주주님! 사무실이 너무 좋습니다. 사옥에 입주하게 해 주어 정말 감사합니다.)

소나무 엔터테인먼트 지분 35%를 소유했기에 사실상 오션의 계열사나 마찬가지였다. 아직 계열사로 편입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오션의 계열사로 둘지 아니면 내 돈으로 지분을 인수하여 진성으로 옮길지 고민이었다.

그건 나중에 결정하면 되니까.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마음에 너무 들어서 문제입니다. 직원들도 좋아하고 연습실도 잘 꾸며져 있어 연습생도 좋아합니다. 구내식당도 무료로 먹을 수 있어 다들 좋아합니다.)

“연습생들은 저녁도 먹고 가라고 하세요.”

(신세를 많이 지는 것 같습니다.)

“소나무가 잘돼야 저한테도 좋은 거니까요.”

(주주님! 미나 다음 달에 한국 오는 거 아시죠?)

“네. 4월에 오는 것은 알지만 정확히 언제 오는지는 몰라요. 미나 보고 싶네요.”

(저도 정확한 날짜는 모릅니다, 미국 스케줄에 따라 결정될 거라 한국에서의 활동은 5월부터 잡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일찍 오면 그때 또 잡으면 됩니다.)

“금의환향하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미국 갈 때는 신인이었는데 지금은 톱스타로 돌아오니 말입니다. 이게 다 주주님 덕분입니다.)

더 이야기했다가는 사람 민망한 말이 나올 것 같으니 이제 용건을 말해야겠다.

“대표님께 뭐 하나 물어보려고 전화했어요.”

(뭐든지 물어보십시오.)

“오션에서 TV 광고 하나를 촬영하려고 하는데 광고 기획사를 제가 잘 몰라서요. 좋은 곳이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최고 기획은 어떠십니까?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대기업 계열사는 제외하고 실력 있고 괜찮은 곳이 없을까요? 이왕이면 참신한 감각이 있는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는데요.”

(주주님! 유명한 기획사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겁니까?)

“유명하지 않더라도 잘 만들 수 있는 곳이고 실력이 있다면 괜찮아요.”

(1년 된 신생 광고 기획사를 알고 있습니다. 최고 기획에서 일하다가 그만두고 나와서 차린 회사인데 실력 하나는 알아줍니다.)

최고 기획에서 근무했다면 최고 기획과 연관이 되어 있을 텐데. 그럼 곤란하지.

“그건 좀 곤란한데요.”

(신생이라서 그런 겁니까?)

“그게 아니라 제가 제작하려는 내용이 사성 전자 귀에 들어가면 안 돼서 그래요. 최고 기획이 사성 전자 계열사잖아요.”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최고 기획과는 사이가 좋지 않아 절대 제작 내용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나올 때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

(그건 아닙니다. 그 회사가 바다 기획인데 회사를 그만두고 광고 회사를 설립했다고 괘씸죄에 걸려 최고 기획에서 자꾸 수주를 방해합니다. 그래서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너무 한 것 같습니다. 그 친구가 최고 기획에서 오래 일해서 거래처나 기술 노하우를 가지고 나온 거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고작 신입으로 2년 정도 일한 젊은 친구입니다. 예전에 그 친구가 기획한 광고를 본 적이 있었는데 되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은 그 친구 기획안이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감각이 뛰어나고 실력이 있는 친구입니다.)

딱 보니 견적이 나왔다. 그 젊은 친구는 대기업의 획일적인 체계가 맞지 않아 그만둔 것이다. 그럼 상관은 없을 것 같았다.

근데 회사에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치사하게 갑질을 하냐? 신경 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근데 경력이 2년밖에 안 되었는데 맡겨도 되나? 오히려 기존 관념에 물들지 않아서 더 좋을지도 몰랐다.

“감각이 뛰어난다니 좋네요. 제가 찾고 있는 것도 감각이 뛰어난 거였거든요. 그 친구한테 저한테 연락하라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홍이나는 잘 지내고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홍이나는 대한민국의 톱스타라 여전히 바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가끔 홍이나와 통화를 하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많이 힘든 것처럼 느껴져서 물어본 거였다. 바쁘니까 힘이 들겠지.

“너무 바쁘면 사람이 견디지 못해요. 스케줄 조정 좀 해서 숨 쉴 시간을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무슨 말씀인지 압니다. 그렇지 않아도 다음 달부터는 스케줄을 많이 줄여서 괜찮아질 겁니다.)

“알았어요.”

전화를 끊었다.

* * *

DS 자산 운용 사장 신동환은 차를 주차하고 대문으로 가 초인종을 눌렀다.

집 안으로 들어와 바로 서재로 향했고 늘 그렇듯이 노크하기 전에 심호흡을 여러 번 하고 노크한 후에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앉아.”

“네.”

소파에 앉았다.

“지시한 거 알아봤습니다.”

“어때?”

“지금 외화은행 사정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알아보니 외화은행이 경영난을 겪고 있어 추가 증자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현 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 뱅크에서는 추가 증자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정부나 코메르츠 뱅크에서는 매각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수자가 없어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입니다.”

“외화은행이 왜 그렇게 된 건데?”

“IMF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다른 은행들과 다른 것은 현도 그룹의 부실로 인한 점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도 그룹만 아니었으면 어렵기는 하지만 이런 최악의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겁니다.”

그놈이 말한 것과 상황이 같았다.

그놈은 인터넷 사업을 하면서 금융에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던 건가?

하긴 자기도 투자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금융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거겠지.

“만약에 말이야! 내가 인수한다면 재기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IMF가 아니었다면 외화은행이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 정도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입수한 정보로는 올해 안에 IMF를 졸업한다고 합니다. 그럼 국가 신용도가 올라가기에 상황이 나아질 겁니다. 물론 당장 눈에 보이는 정도는 아니기에 앞으로 3~4년이 고비일 겁니다. 그 고비만 넘기면 안정적으로 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아울러 현도 그룹도 구조 조정이 거의 마무리되었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작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수하는 것이 좋다는 저의 생각입니다. 다만 회장님이 외화은행을 인수하시겠다면 정부에서 허락할지가 관건입니다.”

사채업을 하던 놈이 은행을 인수한다고 하면 정부에서도 곱게 보지 않기에 거부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오랜 사채업을 하면서 금융 쪽 인사들과 금융감독원 인사들과도 친분이 있고 아는 정치인들도 있기에 한번 시도해 볼 수는 있었다.

더구나 정부나 대주주가 빨리 매각하고 싶어도 인수할 곳이 없기에 인수자가 나오면 매각할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설명하였다.

“가능할까?”

“글쎄요? 저도 이 부분에 관해서는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정부나 코메르츠 뱅크에서도 빨리 매각하고 싶어 하기에 승인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문제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명분입니다. 현재 회장님이 상호 신용 금고를 경영하고 계시지만 정부에서 나서서 하는 매각인데 회장님의 전직 때문에 곤란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우여곡절 끝에 회장님께 매각한다고 해도 회장님이 인수한 후에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을 염려한다면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같은 문제가 또 불거질 수도 있기에 아예 그런 문제가 없는 인수자를 찾고자 할 겁니다. 그렇기에 인수한 후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추가로 증자할 자본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황규천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은행 인수를 그놈이 나타나서 갑자기 마음에 불을 질러 점점 외화은행을 인수하고픈 욕망이 마음속에서 끓어오르고 있었다.

자신의 재산을 생각해 보니 일부 부동산을 빼면 자신의 총 재산은 1조 2000억 원이나 되고 이번에 신용 금고를 설립하면서 자본금으로 4000억 원을 투자하였기에 현재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 8000억 원 정도였다.

혼자 힘으로 외화은행을 인수하기도 힘들고 정부에 자본을 증명할 수도 없었다. 만약 인수하게 된다면 그놈하고 합작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현금 8,000억 원이면 힘들겠지?”

“힘들 겁니다. 정부에서 생각하는 매각 대금은 대략 1조 8000억 원입니다. 무려 1조 원이나 부족합니다. 더구나 추가 지원자금도 있어야 합니다.”

“신용 금고를 문 닫으면 안 되겠지?”

“네. 그렇습니다.”

“만약에 오션과 합작해서 인수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제가 전부 해결이 되기에 정부에서 승인할 가능성이 큽니다. 근데 진민재 고문이 인수하려고 하겠습니까?”

미간을 찌푸렸다.

“외화은행 인수 건은 그놈이 나와 규희한테 불을 질러 놓은 거야. 규희도 지금 은행에 마음이 가 있잖아.”

신동환도 지금까지 은행에 대한 생각도 없었고 욕심도 전혀 없었고 자신은 소소하게 DS 자산 운용사 일에 꽤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회장님이 외화은행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라는 말을 듣고 회장님이 인수하려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서 자신의 마음에도 불이 붙었다.

만약 회장님이 외화은행을 인수하시면 DS 자산 운용사를 그만두고 은행에 들어가 일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외화은행 인수 건을 회장님이 아닌 진민재 고문이 제안했다고 하니 외화은행을 꼭 인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내가 언제 은행 인수할 꿈이라도 꾸었겠어? 그놈이 필요하면 자기도 7,500억 원 정도는 투자하겠다고 하더라.”

“그래도 2500억 원이 부족합니다.”

“말하는 것을 보면 더 투자할 생각도 있는 것 같아. 그리고 정부가 정한 매각 대금대로 인수하는 경우가 어디 있어?”

“그렇기는 합니다. 정부가 정한 매각 대금은 높게 잡은 겁니다. 그 가격에 인수할 곳은 어디도 없을 겁니다. 협상하면 최소 2~4000억 원은 조정 가능할 겁니다. 그럼 인수 대금은 문제가 없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에도 인수 금액은 무리가 없을 것 같은데 과연 인수하는 게 현명한 선택일까?”

“진민재 고문이 왜 인수하려고 하겠습니까? 천재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저 또한 인수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민이야.”

“회장님! 제가 진민재 고문을 만나 왜 외화은행을 회장님께 인수하라고 했는지? 또 진민재 고문은 왜 외화은행에 투자하려고 하는지 이유를 물어보겠습니다. 그 이후에 결정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알았어. 그렇게 해.”

“알겠습니다.”

신동환이 가자 황규천은 혼자서 구시렁거렸다.

‘그놈은 왜 은행 인수 건을 꺼내 조용히 지내는 사람 마음 혼란하게 만들어? 괘씸한 놈 같으니라고.’

* * *

커피숍에 출근하여 커피를 마시는데 문이 열리며 젊은 남자가 들어오자 강성중이 얼른 주문대로 갔다.

“어서 오십시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바닐라 라떼 하나 주세요.”

“네.”

잠시 후 계산을 하고 강성중이 바닐라 라떼를 건넸다.

“맛있게 드십시오.”

“네.”

대답하고서는 커피숍 안을 둘러보더니 작은 소리로 물었다.

“저기 어느 분이 진민재 고문님입니까?”

“저쪽에 앉아 계시는 분이 고문님입니다.”

“감사합니다.”

남자가 커피를 들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전화 드렸던 오찬식입니다.”

난 그냥 손님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이 자가 바다 기획 사장이었다.

소나무 엔터테인먼트 오현서 대표와 통화하고 다음 날 전화가 와서 오늘 오전 중에 오라고 했었다.

나이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으로 진짜 젊었다.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내 앞에 앉았다.

“오션의 개발자를 만나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한국에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언론을 피하다 보니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이 커피숍은 사장님이 직접 운영하시는 겁니까?”

질문하는 눈빛에 왜? 라는 의문이 가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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