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화
핸드폰을 들었다.
(진성 금속 박호열입니다.)
“안녕하세요?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도련님!)
“다름이 아니오라 우즈베키스탄에 가도 될 것 같아요.”
(네?)
“정부 쪽 고위급 인사를 잘 아는 분을 찾았어요. 대유 자동차…….”
상황 설명을 하였다.
“그래서 일정 잡고 같이 가시면 될 거예요.”
(그런 방법이 있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제가 알아봤어야 했는데 도련님에게 일을 떠맡긴 것 같아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제가 직접 가서 땅을 매입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장님이 직접 가신다고요?”
(네. 도련님께서 지시하신 건데 제가 가야죠. 제가 가야 우즈베키스탄에서 계약이 수월할 겁니다.)
박호열 사장이 직접 가면 안심되기는 하지.
“그렇게 하세요. 일정 잡고 그분에게 미리 연락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 * *
신사옥 내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내 사무실 면적만 해도 대략 25평 정도 될 정도로 넓었다. 책상과 소파 외에는 가구가 없어 썰렁한 느낌이 들었지만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내가 자주 사무실에 오지 않기에 이 정도면 충분하였다. 근데 벽이 좀 썰렁한데 그림 같은 것을 걸면 좋을 것 같은데.
아이노 브로마이드를 걸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사무실 품격에 맞게 나중에 그림 괜찮은 것을 구매해 걸어야겠다.
45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강남의 도심 풍경은 정말로 멋있었다. 특히 야경은 더 그랬다.
MJ 빌딩으로 먼저 오션이 이전을 시작하여 진성 계열사와 현도 전자에서 인수한 기업까지 이전을 다 끝냈다.
입주한 기업들은 오션, 네이브, 오션팟, 진성 무역, 진성 금속, 진성 어페럴, 진성 리조트, 오션폰, 맥스터, 진성 디스플레이, 소나무 엔터테인먼트 총 11개 기업이었다.
되게 많네. 이 기업들이 내 소유라니?
98년 1월에 한국에 도착했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3년 조금 넘어 11개로 불어나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으로 들어가자 심용철 과장이 스마트폰을 들고 팀원 3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가 나를 보고서는 인사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바쁘세요?”
“아닙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네.”
의자에 앉아 연구실을 둘러보았다.
전에 있던 연구실 크기였지만 깔끔하고 실험 장비도 새로 들여와 제법 연구실다운 느낌이 들었다.
“연구실은 마음에 드세요?”
“물론입니다. 전 연구실에 비하면 여긴 천국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음식을 배달해 먹지 못한다는 겁니다.”
“구내식당에서 먹으면 되잖아요. 음식도 괜찮고요.”
“그렇기는 하지만 제가 게을러서 구내식당 가기도 귀찮습니다.”
“계속 배달해 먹어서 그럴 거예요. 이것도 금세 적응될 거예요.”
“저만 그렇지 팀원들은 매우 좋아합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고문님께서 말씀해 주신 부분을 지금 개발하고 있는데 늦어도 5월이면 개발이 완전 끝날 것 같습니다.”
자꾸 개발 진척 상황을 물어보면 부담을 줄 것 같아 요즘 묻지 않았더니 먼저 말해 주는 심 과장이었다.
5월이면 개발 완료라니? 예상보다 개발이 일찍 끝나는 것이다. 지금이 3월이니 2개월만 기다리면 된다.
6월부터 생산을 시작해 4개월 동안 생산하여 물량을 축적하고 10월부터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출시하면 되겠다.
나도 이제 천천히 출시 준비를 해야겠네.
“마지막까지 수고해 주세요.”
“물론입니다.”
“저는 그만 가 볼게요.”
“더 계셔도 됩니다.”
“제가 있으면 방해만 되죠.”
“그럼 현재까지 개발한 스마트폰 하나를 드릴 테니 가지고 가셔서 천천히 보시고 문제점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그래요.”
심 과장이 스마트폰 하나를 주어 받았다.
얼핏 보기에는 다 개발된 스마트폰 같았다.
“가 볼게요.”
자리에서 일어나 이번에는 오션폰 백종식 사장에게 갔다.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사무실 이전하니까 어떤가요?”
“좋습니다. 눈칫밥을 먹는 것 같아 불편했었는데 이제는 마음이 편합니다. 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현도 전자였는데도 불편했어요?”
“저도 처음에는 같은 현도 전자 식구였기에 괜찮을 줄 알았는데 소속이 바뀌고 나니 보는 시선들이 달랐습니다. 바늘방석에 앉아 있던 기분이었습니다. 이제는 다 지난 일이고 현재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알게 모르게 마음고생이 심했나 보네. 천덕꾸러기 신세였겠지.
“그리고 제가 개발하고 있는 핸드폰이 5월이면 개발 완료가 될 것 같아요. 그럼 바로 생산을 시작해야 할 텐데 미리 공장에 말해 3교대 생산할 수 있도록 직원 충원하라고 하세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고문님! 새로 개발된 핸드폰이기는 하지만 시장 반응이 어떨지도 모르는데 시장 반응을 보고 그 이후에 직원을 충원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내가 백종식 사장에게는 아직 스마트폰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 이제는 백 사장도 알고 있어야겠지.
“반응을 보지 않아도 대박일 거예요.”
“네? 아니 그래도…….”
나에게 강하게 부정하지 못하고 말을 얼버무렸다.
“이번에 개발하는 핸드폰은 일반적인 핸드폰이 아니에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시는 것이 좋겠죠.”
심용철에게 받은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이게 그 핸드폰이에요.”
“네?”
테이블에 놓여 있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이게 무슨 핸드폰이냐는 눈빛이었다.
“이게 핸드폰이라고요?”
“네. 직접 보세요.”
얼른 스마트폰을 들어 요리조리 살폈다.
“제가 보기에는 핸드폰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정말 핸드폰이 맞습니까?”
당연한 반응이지. 그냥 얇은 직사각형 물건처럼 보일 테지.
“네.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 이건 스마트폰이라고 불리며 사용하는 방법은…….”
한동안 스마트폰에 대해 설명하였다. 설명을 들으면서 연신 놀라는 백종식 사장이었다.
“자, 이 정도면 대박이겠죠?”
너무 놀랐는지 입만 벌리고 있고 말이 없었다. 잠시 기다렸다.
백종식 사장은 회사가 넘어가면서 자신이 판단하기에 통신 단말기 장래성이 전혀 보이지 않기에 고민을 많이 했었다.
인수하는 오션도 사업 선택을 하는 눈이 없다는 생각까지 하였다. 자신이었다면 다른 기업을 인수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히든카드를 감추고 있었다니? 놀라웠다.
다른 임원들처럼 자신도 현도 그룹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자신이 통신 단말기 총 책임자인데 직원들만 남겨 놓고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차마 떠날 수가 없어서 남는 것을 선택하였다.
고문에게 핸드폰 설명을 듣는 순간 자신의 선택이 신의 한 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무조건 히트한다.
이 핸드폰 하나만으로도 노카아처럼 아니 노카아보다 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핸드폰이 출시되는 순간 세계 핸드폰 시장이 요란하게 요동치면 엄청난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현도로 떠나간 임원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땅을 치고 후회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 때문에 통신 단말기 사업부를 인수하신 겁니까?”
“그렇죠. 개발하면 생산할 곳이 있어야 하니까요.”
“이 핸드폰이라면 국내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할 겁니다. 아니, 세계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할 겁니다.”
“그러니까요. 출시 전에 물량이 부족하지 않도록 최대한 많이 생산해야겠죠.”
“알겠습니다. 창원공장에 지시하여 직원을 채용하라고 하겠습니다. 근데 생산 시설도 더 늘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생산 시설을 늘리면 더 좋지만, 지금 공장을 지을 수는 없잖아?
“생산 시설을 어떻게 늘린다는 건가요?”
“현재 생산 시설이 1공장이 5개, 2공장이 6개, 3공장이 6개, 4공장이 6개 해서 총 23개이지만 공장마다 2개 정도는 더 늘릴 수 있습니다.”
“정말요?”
“네.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더 증설할 수도 있었지만, 상황보고 증설을 하려고 현재 생산 시설만 설치한 겁니다.”
“추가 증설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5월까지는 추가 증설이 가능합니다.”
“그럼 당연히 더 늘려야죠. 당장 생산 시설 늘리고 그에 맞게 직원도 충원하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전 가 볼게요.”
진민재 고문이 가자 백종식 사장은 전화기를 들었다.
(강현서 이사입니다.)
“나야. 백 사장.”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공장별로 생산 시설 2개씩 더 증설할 거야. 미리 준비해 두라고.”
(네? 생산 시설을 증설하신다는 말입니까?)
“그래. 직원들도 맞게 충원 준비하고 6월부터는 바로 생산에 돌입할 수 있도록 해.”
(오션팟 생산이 부족한 겁니까?)
“아니! 6월부터는 신제품 핸드폰을 생산할 거야. 자세한 것은 나중에 알려 줄 테니 이상 없이 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 * *
네이브에 들렸다가 이번에는 오션 염중섭 대표와 차를 앞에 놓고 앉았다. 한번 다닐 때마다 차를 마시니 오늘 차만 몇 잔을 마시는 거야?
그래도 한곳에 몰려 있으니 이동하는 시간도 절약되고 편해서 좋았다.
“새 건물이라 그런지 사무실이 참 좋습니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네이브 이주희 대표는 만나 보신 겁니까?”
“네. 바로 전에 잠깐 보고 왔어요.”
“8월에 상장한다고 하던데 준비는 잘되고 있다고 합니까?”
“네.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미 주관사도 결정한 것 같고요. 알아서 잘하겠죠.”
“고문님 서운합니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왜요?”
“네이브 지식인 서비스 말입니다. 고문님이 알려 주시지 않았습니까?”
“알았어요?”
“네. 블로그 서비스도 고문님 작품인 거 압니다.”
“어떻게 알았어요?”
“저 그렇게 눈치 없는 놈 아닙니다. 저한테도 카페 서비스 이야기를 하셨고 비슷한 시기에 네이브에서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하니 당연히 고문님을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저한테도 하나 알려주십시오. 지식인 서비스 덕분에 네이브 점유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반대로 오션은 점유율이 떨어지고요.”
더 알려줄 게 없는데.
“제가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지는 않아요. 지식인 서비스는 네이브 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요. 네이브 가치가 올라야지 공모가가 높을 테니까요. 이해해 주세요.”
미소를 지었다.
“그냥 해 본 소리입니다.”
“염 대표님도 잘 생각해 보시면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거예요.”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습니다. 고문님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지 참 궁금합니다. 넘을 수 없는 천재의 벽같이 느껴집니다.”
화제를 바꿔야지.
“제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잖아요. 네이브가 2중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요.”
“그렇기는 합니다. 네이브가 다옴을 넘어 점유율 2위를 기록했으니까요. 고문님 예상대로입니다. 그것도 미리 예상하신 것을 보면 놀랍습니다. 네이브는 자회사고 다옴도 지분 33%를 소유했기에 계열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것을 보면 대한민국 포털 사이트는 오션이 장악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죠. 제가 의도하던 대로 1강 2중 구도가 한동안 변하지 않을 거예요.”
대충 이야기를 다 한 것 같아 이만 일어나야 할 것 같았다.
“시간 많이 뺏을 수 없으니 그만 일어날게요.”
“앞으로 사무실에 계속 나오실 겁니까?”
“글쎄요? 가끔 올게요. 전 커피숍이 편하더라고요.”
“알겠습니다.”
오션을 나와 이번에는 진성 금속으로 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