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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181화 (181/261)

181화

“오빠도 투자하겠다고?”

“그래.”

“얼마나 투자할 건데?”

“반반씩 투자하면 좋지 않을까?”

“반이면 7,500억 원인데 가능해?”

“그럼! 가능하니까 투자한다고 하는 거지.”

황규희를 보니 인수하고픈 마음이 강한 것 같았다. 당연하지. 신용 금고하고 은행은 급이 다르니까.

신용 금고는 지역구이고 은행은 전국구이니 차원이 다르지.

황규희가 어르신에게 물었다.

“할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해?”

“너는 어떠냐?”

“난 기회라고 생각해. 이번 기회가 아니면 우리가 언제 은행을 인수할 수 있겠어?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먹음직한 먹이지만 그 안에 뭐가 들었을지 몰라. 먹고 탈이 날 수도 있어.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 신중히 결정할 문제야. 자본도 부족하고.”

“때로는 모험할 필요도 있어. 할아버지 재산하고 오빠도 투자한다고 하니 자본은 충분해. 다시 경영 정상화할 수 있어. 나 자신 있고 외화은행이 망하면 그 충격이 클 테니 정부에서도 그냥 망하도록 두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 해 볼 만하다는 거지.”

어르신이 날 째려보았다. 잔잔한 수면 위에 돌을 던져 풍파를 일으키냐는 원망이 눈빛이었다.

“일단 외화은행 상황이 어떤지 자세히 알아보고 그다음에 이야기하자.”

“알았어.”

대답한 황규희가 나를 바라보았다.

“오빠 정말 7,500억 원 투자할 수 있다는 거지?”

런스타가 1조 4000억 원을 투자하여 외화은행 지분 51%를 확보했다고 하니 외화은행 지분 26%는 확보하는 셈이다.

7500억 원 투자하여 은행 대주주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당연하지. 원하면 1조 원까지 투자할 수도 있어.”

“오빠 아직도 자본이 그렇게 많아? 지금까지 인수한 기업과 빌딩만 해도 얼마인데 아직도 자본이 남았다고?”

“내가 마르지 않는 화수분을 가지고 있거든.”

“와! 할아버지보다 더 자산가네.”

“당연하지. 내 오션 지분만 해도 얼마인데.”

어르신이 미간을 찌푸렸다.

“돈 자랑하러 왔어?”

“투자할 능력이 된다는 것을 말하는 거예요.”

“볼일 다 봤으면 가 봐.”

“알았어요. 그럼 저는 가 보겠습니다.”

황규천은 진민재가 나가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도 욕심이 났다. 평생을 사채업만 해 온 자신에게 은행은 절대 잡을 수 없는 신기루 같은 존재였다.

근데 지금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용 금고가 그 어떤 사업보다 든든하고 마음에 들었지만, 갑자기 보잘것없는 사업체로 전락하였다.

이놈 괜한 말을 꺼내 눈높이만 올려놓고 가다니 괘씸하였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도 있었다.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식과 손녀에게 그럴듯한 사업체를 물려주고 싶었다. 은행 만한 것도 없지.

그나저나 그놈은 돈이 어디서 나는 거야? 물주 하나 잡았나?

“할아버지도 마음에 드는 거지?”

“썩은 동아줄일 수도 있어. 신중해야 해.”

말을 마치고는 핸드폰을 들었다.

(신동환입니다.)

“나야.”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외화은행에 대해 자세히 좀 알아봐.”

(외화은행 말입니까?)

“그래.”

(언제까지 말입니까?)

“시간은 상관하지 말고 자세히 알아봐. 인수해도 되는지 확인하려고 하니까.”

(네? 외화은행을 인수하시려는 겁니까?)

“아직 결정한 거는 아니야.”

(알겠습니다. 제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 *

TFT-LCD 사업부를 어제 1,600억 원에 인수 계약을 하였다.

이로써 현도 그룹에서 3개의 사업과 빌딩을 인수하였다. 내가 인수한 금액만 해도 거의 1조 원이나 되었다.

이 정도면 내가 현도 그룹의 VIP 고객 아닌가? 난 만족한 거래였지만 현도 그룹은 속이 쓰리겠지.

“사장님! 손님 왔습니다.”

고개를 돌리니 50대 초반의 남자가 서 있었다.

현도 전자 TFT-LCD 사업 본부장 주종국이었고 어제 인수 계약을 끝내고 오늘 커피숍으로 오라고 했었다.

나에게 다가오더니 넙죽 인사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네.”

자리에 앉았다.

“여기까지 오시라고 해서 죄송해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직원들 반응은 어떤가요?”

“이미 실사하는 동안 매각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덤덤한 편입니다.”

하긴 실사하는 동안 다들 마음의 준비를 했고 그만둘 직원들은 벌써 그만두었다.

통신 단말기 사업부처럼 임원들은 본인 의사에 따라 현도 그룹으로 이직할 수 있기에 본부장 빼고 임원 전부 현도로 갔고 본부장이었던 주종국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제 현도 전자 소속도 아니고 갈 사람들은 다 갔으니 남은 직원들 동요하지 않도록 잘 다독여 주시길 바랍니다.”

“물론입니다. 근데 우리는 어디 소속이 되는 겁니까? 통신 단말기는 오션 소속이고 맥스터는 아니기에 궁금합니다.”

통신 단말기 사업부는 오션에서 스마트 폰을 생산해 판매해야 하기에 오션으로 편입했지만, 맥스터와 TFT-LCD는 앞으로 진성 그룹 계열사로 편입할 계획이었다.

“당분간은 맥스터와 같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나갈 겁니다. 법인명은 진성 디스플레이로 정할 겁니다.”

“당분간이라면 나중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건 나중에 알려 드릴게요. 그리고 연구 시설과 공장 생산 설비 시설이 노후화되었다고 하던데 교체해야겠지요?”

“네. 그렇습니다. 생산 시설도 중요하지만, TFT-LCD 사업은 기술력이 그만큼 중요하기에 연구 개발시설부터 먼저 교체해야 합니다.”

“당연하죠. 연구 개발 시설과 생산 시설 전부 교체할 생각이니 계획서 작성해서 주세요. 이왕 교체하는 건데 비용 생각하지 마시고 최고로 교체하죠.”

“그래도 됩니까?”

“네. 연구원들이 좋아할 겁니다.”

“그럴 겁니다. 그동안 최신 연구 개발시설에 매우 목말라 했었습니다.”

“시설을 최신으로 해 주는 만큼 합당한 결과가 있어야겠지요.”

“물론입니다. 우리 연구원들 여느 기업 못지않게 실력들이 뛰어나니 충분한 능력이 됩니다. 그동안 회사가 어려워 제대로 된 지원을 해 주지 못해 결과가 없었던 겁니다. 날개를 달아준다면 훨훨 날아오를 겁니다.”

꽤 자신하는 것을 보니 진짜로 연구원들 실력이 좋은 건가? 그러면 나야 좋지.

“기대할게요. 그리고 사무실은 조만간에 역삼동 사옥으로 이전할 거니까 미리 준비해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오션에서 핸드폰을 개발하고 있는데 광시야각 기술이 들어간 디스플레이 패널이 필요하거든요. 연락이 갈 거니까 요구에 맞게 해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광시야각 원천 기술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거죠?”

“아닙니다. 일본 히타치도 가지고 있습니다.”

“히타치하고 공동 개발한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현도 전자에서 단독 개발한 거지만 IPS 원천 기술이 히타치에 있어 협상을 통해 FSS 원천 기술을 공여한 겁니다. 그래서 우리와 히타치가 공동 보유하고 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진작 알아볼걸.

“그걸 왜 공여한 거예요?”

“안 그러면 히타치에 원천 특허 기술료를 내야 합니다.”

“FSS는 다른 기술이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이게 말로 하자면 좀 복잡합니다. 다만 공여하게 됨으로써 원천 기술 문제는 깨끗이 해결되었습니다.”

“그럼 우리가 다른 기업으로부터 FSS 기술 특허료를 받고 사용하게 해 준다면 히타치랑 나눠 가지게 되는 거네요?”

“그건 아닙니다. 나누어 가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다른 기업과 협상하여 FSS 기술을 사용하게 된다면 우리에게만 특허료를 지급하면 되는 것이고 히타치가 협상하게 된다면 히타치만 받게 되는 겁니다.”

뭐가 이리 복잡해?

“그럼 영업하는 거에 따라 달라지는 거네요?”

“네. 그렇습니다.”

LCD를 생산해서 물건도 팔아야 하고 기술도 영업해야 한다는 거네.

“영업 잘해야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이래서 원천 기술이 중요한 거다. 사성이 아무리 반도체로 잘나가도 원천 기술이 미국에 있기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내가 스마트 폰 OS를 개발할 때도 MSS의 특허를 피했고 또 나중을 대비하여 안드로이드나 망고 OS에 사용된 것들을 미리 개발하여 포함하였다.

그렇기에 나중에 안드로이드나 망고 OS가 개발되어도 나에게 원천 기술이 있기에 특허료를 나에게 지급해야 한다.

미리 특허 출원을 신청하면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꼴이 되기에 스마트폰 출시할 때를 맞춰서 특허 출원을 신청할 계획이었다.

한동안 사업 이야기를 나누었다.

“더 할 말이 있을까요?”

“얼추 다 이야기한 것 같습니다.”

“알았어요. 그럼 가 보시고 필요한 게 있으면 전화로 이야기하시죠.”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가 보겠습니다.”

“네.”

주종국 사장이 가자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고문님!)

“개발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요즘이 그 어느 때보다 인생사는 낙이 있고 즐겁습니다.)

심용철 과장을 보면 일을 참 즐기면서 한다는 느낌이 든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면서 일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심 과장이 천재는 아니지만 나름 수재에다 노력도 하고 즐기니 거의 3박자를 다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기대가 많이 되는 친구이며 존재만으로도 든든하였다.

“그 즐거움이 계속되었으면 하네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핸드폰의 신기술을 심 과장에게 알려주면 계속 즐거워할 것 같았다.

“제가 전화 드린 것은 어제 현도 전자의 TFT-LCD 사업부를 인수했거든요. 그래서 모든 스마트폰 액정은 여기 것으로 사용할 거예요. 특히 광시야각 기술이 들어갔거든요.”

(광시야각 기술이라면 어느 각도에서도 색 반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닙니까?)

“알고 있었네요.”

(물론입니다. 제가 핸드폰을 개발하면서 LCD 패널에 관해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고문님께 광시야각 기술이 들어간 패널을 사용하자고 건의하려다가 스마트폰은 패널이 작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기술이 적용된 패널을 사용하면 없는 것보다는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이것 봐라. 스마트폰 개발을 하면서 LCD 패널까지 공부하고 참 열성이다. 이러니 믿음직스럽지.

앞으로 스마트폰을 계속 개발하려면 카메라 등 여러 분야에 관해서도 공부 많이 해야 할 거다.

“앞으로는 혼자 판단하지 마시고 건의할 것이 있으면 무조건 건의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언제쯤 좋은 소식이 들려올까요?”

(무소식이 희소식입니다. 조만간에 소식이 갈 겁니다.)

목소리에 자신감이 있는 것을 보니 조만간에 결과가 나올 것 같았다.

전화를 끊자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저 천호균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연락 올 때가 지나서 연락할까 했는데. 전화한 것을 보니 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결정은 하셨나요?”

(네. 제안 받아들이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어요. 감사합니다.”

(그럼 언제 출발하는 겁니까?)

“언제가 편하십니까?”

(저는 아무 때나 상관없습니다. 다만 출발하기 10일 전에는 미리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정 잡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됐다. 이제 그 땅을 매입하고 묵혀 놓았다가 나중에 전기차가 상용화되기 시작하면 그때 광산 개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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