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화
사람 또 민망하게.
“이건 천재, 일반인의 문제가 아니에요. 발상의 전환이죠.”
“하여튼 지식인 서비스할게요. 근데 답변하려면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할 텐데 누가 답변을 하려고 하겠어요? 질문만 많고 답변이 없으면 이것도 문제가 되겠네요.”
“그럼 답변은 두 가지로 운영하도록 해요. 지식인으로 등록한 사람과 누구나 답변할 수 있게 하는 거죠. 다만 지식인으로 등록한 사람은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그 사람의 간단한 정보도 공개하는 거죠. 예를 들어 의사면 무슨 전공 의사라던가? 그런 식으로 하고요. 또 지식인에 대한 혜택도 있어야겠죠. 그래야 지식인 등록도 하고 답변도 열심히 할 테니까요.”
“혜택은 뭘 줘야 하나요?”
“혜택은…….”
한동안 지식인 서비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문님 너무 감사해요. 번번이 고문님 도움만 받네요. 근데 오션에는 지식인 서비스 말해 주신 거예요?”
“아뇨. 이 대표님에게만 말해 주는 거예요.”
“이유가 뭐예요? 고문님은 오션이 더 잘돼야 좋은 게 아닌가요?”
“네이브가 오션의 자회사잖아요. 오션이나 네이브나 잘되면 오션하고 저한테 좋은 거니까요.”
“알았어요. 바로 준비하도록 하게요.”
“아마 지식인 서비스 시작하면 인기가 많아 점유율 향상에 도움이 될 거예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요. 기업 공개할 때까지 점유율이 20%가 넘었으면 좋겠어요.”
“시작이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잘하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해요. 지식인 코너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니까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그럴게요.”
“더 할 말 없죠?”
“필요하면 전화할게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는 송 팀장 만나러 가 볼게요.”
“네.”
대표실을 나와 개발실로 향하였다.
송 팀장과 팀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앉았다.
“개발이 끝났다고요?”
“네. 간단한 게임이고 일부는 소스가 있어서 쉽게 끝났습니다.”
말을 하고서는 종이를 한 장 건네주었다.
“게임 개발한 목록입니다.”
와! 몇 개일 줄 알았는데 20개나 되었다.
“게임이 20개나 되네요?”
“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소스를 전부 수정해서 개발하다 보니 늘었습니다. 초창기에 누구나 시범적으로 한 번씩은 개발했던 게임들이라 전부 간단한 게임들입니다.”
노카아에서 세계적으로 히트한 3210 핸드폰도 진짜 단순한 게임이 설치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기에 간단한 게임이라고 해도 3210 모델 핸드폰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 도움이 꽤 된다.
이제 스마트폰 출시 준비는 얼추 끝이 난 것 같았다. 스마트폰 개발만 하면 되는데.
그 밖의 필요한 앱들은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나면 다른 회사들이 개발해 올리겠지.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수고했어요.”
“이런 간단한 게임 갖고 수고했다는 말을 들으니 민망합니다.”
“테스트는 이상 없는 거죠?”
“물론입니다. 터치스크린으로 직접 게임을 실행하여 테스트 다 해 본 겁니다. 근데 이런 간단한 게임은 어디에 사용하시려는 겁니까?”
“핸드폰에서 사용하려고요.”
전혀 의외의 대답인지 놀란 눈을 하면서 물었다.
“네? 핸드폰이라고요? 그게 가능합니까?”
“나중에 보면 알게 될 거예요.”
송 팀장이나 팀원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해가 안 갑니다.”
“지금은 그럴 거예요.”
“게임 소스는 어떻게 합니까?”
“저한테 보내 주시고 실행 파일은 지정해 주는 곳에 올려 주세요.”
“어디입니까?”
“제가 테스트로 직접 하나 올릴 테니까 보세요.”
“네.”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로 가 인터넷에 접속하여 내가 임시로 개발한 오션 플레이 스토어에 접속하였다.
아무것도 없고 패스워드를 입력하는 창만 나왔다.
“비밀번호가 play9999예요.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로그인 하면 이렇게 등록할 수 있는 화면이 있어요. 등록하는 게임 제목을 입력하고 밑에는 간단하게 게임 설명을 입력하고 그 밑에 실행 파일을 업로드하여 등록하면 끝나요. 간단하죠?”
“간단하기는 합니다. 근데 여기다 등록하는 이유가 뭡니까?”
“여기에다 게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등록하면 핸드폰에서 여기에 접속하여 원하는 게임이나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핸드폰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네? 핸드폰에서 여기를 접속하여 다운받는다고요?”
“네. 조금 전에 핸드폰에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했잖아요. 그럼 게임을 다운받을 곳이 필요하겠죠.”
“핸드폰에 게임을 사전 설치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건 하수나 하는 거죠. 고수는 원하는 게임만 설치하게끔 해야죠.”
“그게 가능하다는 말입니까?”
“자꾸 같은 말만 하게 되는데 나중에 보면 알게 될 거예요. 지금 개발한 게임뿐만 아니라 나중에라도 간단한 게임 같은 것을 개발하면 여기에다 이런 식으로 등록하시면 돼요.”
“몇 개까지 등록이 가능한 겁니까?”
“무한대예요. 나중에 이곳에 아마도 수십만이나 수백만 개의 프로그램이 등록하게 될 것이고 수십억 인구가 이곳에서 게임이나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사용하게 될 거예요.”
“무슨 말씀을 하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들이었다. 지금이야 당연하지.
그렇다고 지금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고 나중에 스마트폰이 개발되면 직접 보여 주면서 설명해 줘야지.
“쉽게 설명하면 오션팟 음악 플랫폼에 접속하여 노래 다운 받는 것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조금은 될 거예요. 방식은 비슷한 거니까요.”
“그럼 유료로 게임을 다운받는 겁니까?”
“유료도 있고 무료도 있을 거예요. 그건 등록하는 사람이 결정할 거예요.”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더 모르겠다는 표정들이었다. 조금만 참아. 그럼 알게 될 테니까.
“앞으로 계획은 있어요?”
“글쎄요?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 고민 중입니다. 라니지 3를 개발할까? 아니면 다른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좋을지 판단이 안 됩니다. 고문님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제가 보기에 라니지 게임은 앞으로도 계속 인기가 많을 거예요. 그러니 계속 버전을 상향하는 것이 좋을 것이고 라니지만 개발하다 보면 싫증이 날 수도 있으니 다른 게임도 구상해서 개발하는 것도 좋을 거예요.”
“두 가지를 병행하라는 겁니까?”
“시간 분배만 잘하면 가능할 것 같은데요.”
“알겠습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시고 저는 이만 가 볼게요.”
“알겠습니다.”
진민재 고문이 나가자 송 팀장과 팀원 셋은 회의용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팀장님! 고문님이 말씀하신 거 무슨 말인지 이해하세요?”
“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우리가 개발한 게임을 핸드폰에서 한다고 하는데 그게 가능한가?”
“터치용으로 개발했으니 핸드폰에다 터치용 액정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닙니까?”
“하지만 화면이 작아 게임하기가 힘들 텐데.”
“맞습니다. 게임하기가 힘들 겁니다. 아마도 핸드폰 크기를 더 늘릴 겁니다. 근데 그렇게 하면 핸드폰 초창기의 벽돌폰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게임이 있다고 해도 벽돌폰을 사용하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누가 구석기 시대의 유물을 들고 다니겠습니까? 요즘은 작은 핸드폰이 대세입니다.”
송 팀장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해가 안 가. 진 고문은 천재야. 우리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을 과연 천재가 모를까? 분명 알 거야. 크기를 늘리는 무식한 방법은 사용하지 않을 거야.”
“그럼 크기를 늘리지 않고 어떻게 게임을 한다는 겁니까? 게임을 하려면 핸드폰이 반드시 커져야 가능합니다.”
“나도 모르니까 답답하지.”
* * *
오션팟 2가 일주일 전인 12월 1일부로 한국을 비롯해 미국 등 북미와 남미, 유럽, 아시아에 출시하였다.
오션폰 창원 공장에서 오션팟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 이번에는 동시 출시가 가능하였다,
기존 오션팟 1보다 하드 디스크 용량과 속도 등 성능이 월등히 높아져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아 왔다.
원래 오션팟 1은 한국에서 매출이 좀 저조했는데 출시 전에 예약 물량만 해도 3만 건이나 기록할 정도라 오션팟 2는 매출이 급상승할 것 같은 예감이었다.
미국에서도 에릭이 출시 일주일 전에 기자들을 모아놓고 오션팟 2 시연회를 열어 기존 1보다 향상된 사양을 공개해 기자들의 호평을 받아 예약 물량이 밀려들 정도였다.
아마도 용량이 5기가, 10기가로 늘어 이번에도 MP3 플레이어보다는 휴대용 저장 장치로 많이들 사용하게 될 것 같았다.
오션 사이트에 접속하자 오션팟 2 광고 팝업이 떠올랐다.
버전 1처럼 미나를 모델로 기용할 수도 있었지만 이제 미나는 톱스타 반열에 올라 몸값이 엄청나게 상승하여 미나를 모델로 하지 못하고 이번 오션팟 광고는 사람이 아닌 캐릭터를 모델로 사용하였다.
오션팟 2 송은 한국 가수를 섭외하여 녹음하였다.
이번 광고에서는 내가 전혀 관여하지 않고 오션팟 황정화 사장이 주도하여 만들었다.
오션팟 2 송이 자동으로 흘러나왔다. 들을수록 더 중독성이 있는 것이 1보다 더 나은 것 같았다. 당연히 발전해야지.
광고 송을 듣다가 팝업창을 닫았다. 출시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났으니 매출 현황이 나왔을 것 같은데 핸드폰을 들었다.
(황정화입니다.)
“안녕하세요?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그렇지 않아도 고문님께 전화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무슨 일 있어요?”
(오션팟 2 매출 보고를 하려고 했습니다.)
“이심전심인가 보네요. 저도 매출이 궁금해서 전화한 건데 어때요?”
잔뜩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박입니다. 지금 미국하고 유럽, 일본 등 전체적으로 매출이 오션팟 1을 출시했을 때보다 2배 이상 높습니다. 특히 한국은 3배 이상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힌국이 오션팟 1 때는 IMF로 인해 매출이 저조하기는 했지. 지금은 그때보다 경제 상황이 많이 나아졌으니까.
“이전 버전보다는 성능이 급격하게 좋아졌으니까 당연한 결과일 거예요. 중국은 어떤가요?”
(중국은 이번에 처음 수출하는 거라 비교할 자료가 없지만, 일본 매출하고 비슷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 정도면 선방한 셈입니다.)
오션팟 일본 매출이 다른 국가에 비교해 대체로 높은 편인데 그 정도면 생각보다 많은 매출이네.
“다행이네요. 물량 부족하지는 않죠?”
(네. 그렇습니다. 현재 창원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기에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인기가 많은데 물량이 부족하면 매출에 큰 영향이 생길 수 있어요. 항상 물량 체크하시고요.”
(물론입니다.)
“심 과장은 요즘 좀 어떤가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4층으로 올라간 뒤로는 이곳에 거의 내려오지도 않습니다. 저도 얼굴 못 본 지가 한 달이 넘었습니다.)
“열심인가 보네요. 제가 따로 연락할게요.”
(알겠습니다. 매출 보고서는 이메일로 바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에 이메일에 접속하여 황 사장이 보내온 매출 보고서를 보았다.
이제 일주일 정도 지났기에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황 사장이 흥분할 만할 매출이었다.
매출이 높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결과로 나오자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래 이렇게 계속 쭉 나가는 거야.
보던 보고서를 닫고 핸드폰을 들었다.
신호가 계속 울렸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연구개발 하느라 바쁜가? 다음에 하자. 방해하는 것 같아 끊으려는데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고문님!)
“일을 맡기고 너무 무심한 것 같아 전화했어요. 어떻게 잘 진행되고 있나요?”
(물론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에 전화 드리려고 했습니다. 다음 주에 한 번 오시겠습니까?)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물었다.
“왜요? 성과가 있나요?”
(거창하게 성과라기보다는 부족하지만 하나 만들기는 했습니다. 계속 보완해야 하겠지만 일단 보시고 판단해 주십시오.)
“알았어요. 다음 주 금요일에 갈게요.”
자신하는 목소리인 것을 보니 성과가 있나 보네. 그럼 내년 하반기에는 스마트폰 출시가 가능하겠다.
오늘은 무슨 날인가? 좋은 소식만 들려오냐? 2000년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내년에는 대박의 징조가 벌써부터 보이는 것 같았다.
* * *
점심을 좀 일찍 먹고 와 커피를 마시다가 심용철 과장에게 가려고 일어서려는데 전혀 뜻밖의 인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소프트 뱅코 손정우 회장이었다. 연락도 없이 왜? 한국에는 언제 입국한 거야?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