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화
10월 1일 0시를 기해 전격적으로 서머위즈 워, 라니지 버전 2를 서비스 시작하였고 며칠이 지났다.
게이머들의 반응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호평 일색이었다.
이로 인해 유료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어 네이브 이주희 대표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게임 게시판에서 게임 평을 읽고 있는 신상철을 바라보았다.
“상철아!”
“왜?”
“평들이 어때?”
“다들 좋다고 하네. 다만 일부는 이런 기능이 있었으면 하는 것들도 있고 이렇게 해 주면 좋겠다는 여러 의견이 있어. 읽어 보고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다음 버전에서 추가하려고.”
“그렇지. 게이머들이 게임을 많이 하니까 게임에 대해 더 잘 알 거야.”
강성중이 끼어들었다.
“사장님! 지금 게임 게시판에 아이노를 게임 모델로 해 달라는 요구가 많다는 거 아십니까?”
“아이노는 어떻게 알아?”
“서머위즈 워 게임하는 게이머들 대부분 게임 속 엘프가 실제 인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이제는 다 압니다.”
핀란드야 아이노를 아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알겠지만, 한국은 어떻게 알지?
“그걸 어떻게 알아?”
“게이머들이 한국 서버에만 접속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고레벨이나 영어 잘하는 놈들은 인터내셔날 서버에 접속하여 게임을 즐깁니다. 예전부터 핀란드 게이머들이 인터내셔날 서버에 접속해서 그 사실을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니 전 세계적으로 다 퍼져 이제는 다 알 겁니다.”
인터넷 때문에 점점 세계화가 되고 있었다. 번역 서비스까지 제공되면 앞으로는 더할 텐데.
“게임 모델을 어떻게 하라는 거야?”
“게임 사이트에 아이노 사진을 올려놓아 게임을 홍보할 수도 있고 게임 속에서처럼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브로마이드로 만들어 PC방에 걸거나 아니면 판매해도 될 겁니다.”
판매하는 것은 좀 그렇다. 순간 좋은 생각이 났다.
“상철아!”
“어.”
“게임에서 이벤트 같은 거 할 수 있나?”
“무슨 이벤트를 말하는 거야?”
“예를 들어 사냥에 성공했거나 미션을 수행했을 때 이벤트를 하는 거지. 무슨 행운권 같은 것을 주어 응모해서 당첨되면 아이노 브로마이드를 보내 주는 거야.”
“그거 괜찮겠는데.”
“그렇지? 돈 받고 파는 것은 좀 가치가 떨어지는 것 같아. 이렇게 하면 게임 홍보도 되고 이벤트에 당첨되어야만 받을 수 있으니까 가치가 더 높아질 것 같아.”
“그러네. 해 볼 만하겠어.”
“이벤트 추가하는 데 얼마나 걸려?”
“일주일 정도면 가능해. 근데 이벤트 당첨 확률을 얼마로 할 건데?”
“가치를 높이려면 확률이 낮아야겠지. 1%로 할까?”
“너무 낮은 거 아니야?”
“대신 이벤트 기간을 무기한하는 거지. 게임을 많이 하면 그만큼 행운권을 많이 받을 테고 결국은 당첨되겠지.”
“알았어. 할게.”
“사장님! 브로마이드를 한 가지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에피소드로 만들어 세트로 모으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괜찮을 것 같았다. 강성중도 쓸모가 있네.
“좋은 생각인데. 그럼 몇 개의 에피소드를 만들어야 하나?”
“너무 많은 것도 그렇고 7가지가 좋을 겁니다. 그리고 브로마이드랑 작은 카드 같은 것도 만들어 같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알았어.”
강성중이 기대하는 얼굴로 물었다.
“사장님! 그러면 아이노 한국에 오는 겁니까?”
이걸 노리고 아이노 모델 이야기를 꺼낸 건가?
오면 좋지만, 달랑 사진 하나 찍으러 오기에는 좀 그렇다. 사진은 핀란드에서 촬영하면 되니까.
나중에 핸드폰 모델 할 때 또 와야 하는데.
“아니! 핀란드에서 촬영하면 돼.”
“오라고 하면 안 됩니까?”
“내년에 어차피 한 번은 올 거야. 근데 사진 촬영하라고 두 번이나 오라고 할 수는 없지.”
“내년에 확실히 오는 겁니까?”
“그래.”
“그럼 핀란드에서 촬영하라고 하십시오.”
“난 바로 이벤트 개발할게.”
아이노가 내년에 온다고 하자 신상철도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하면 당장 개발하겠다고 한다.
“아직 하지 마. 아이노가 싫다고 거절할 수도 있잖아. 물어보고 한다고 하면 그때 시작해.”
“지금 전화해 봐.”
“지금 거기 새벽이야. 저녁에 할게.”
“알았어.”
“사장님! 아이노 브로마이드 나오면 여기 커피숍에도 여러 장 붙여 놓으면 좋을 겁니다.”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그건 모르는 겁니다. 붙여 놓고 좋으면 계속 붙이고 별로면 떼면 됩니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인터넷을 보고 있는데 강성중이 다가왔다.
“사장님!”
“시간 됐습니다.”
“무슨 시간?”
“지금 핀란드는 아침입니다. 아이노한테 전화하셔야죠.”
강성중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아이노가 한국 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열성이야?
“네가 하지?”
“제가 영어만 잘했으면 벌써 했습니다.”
“알았다.”
핸드폰을 들었다.
신호가 여러 번 울렸는데 받지를 않았다.
“안 받는데.”
“다시 한번 해 보십시오.”
“알았어.”
다시 걸었고 신호가 여러 번 울리고 드디어 받았다.
(여보세요.)
아이노는 목소리도 예뻤다. 진짜 아이노는 외모도 몸매도 목소리도 모든 걸 갖고 태어났다.
“아이노! 나 진이야.”
(오 진! 아침부터 웬일이야)
“잘 지내지?”
(그럼! 매일 똑같은 생활의 반복이지.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진은 지금 커피숍이야?)
(응. 성중이가 전화하라고 해서 하는 거야.)
“무슨 일 있어?”
(응. 뭐냐면 아까 게임 이야기를 하다가 말이 나온 건데…….)
설명을 하였다.
“그래서 아이노 생각은 어떤가 해서.”
(진은 자꾸 날 모델 하라고 떠미네. 핸드폰 모델도 하라고 하더니 이제는 게임 모델까지.)
“내키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돼.”
(내가 게임 모델 하면 상철이한테 도움이 되는 거지?)
“그렇기는 해.”
(그럼 할게.)
바로 대답할 줄은 몰랐다.
“정말?”
(응. 내가 핀란드 와서 핸드폰 모델을 할지 말지를 곰곰이 생각해 봤거든. 결론은 하기로 했어. 그게 내가 진한테 도움받은 걸 갚는 방법이더라고.)
“그런 생각이라면 하지 않아도 돼. 난 아이노에게 부담 줄 생각은 전혀 없어.”
(아니야. 내가 핸드폰 디자인도 했는데 이왕이면 히트하고 잘 팔려야 나도 좋잖아. 그러니 모델 해서 잘 팔린다면 당연히 해야지. 핸드폰 모델 하기로 했는데 게임 모델도 못하겠어? 내가 원해서 하는 거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고마워. 아이노.”
(아니야. 게임 모델은 여기서 촬영하라고?)
“응. 핀란드에도 전문 사진 기사가 있잖아. 게임에 나오는 의상도 똑같이 만들어서 입고 7가지 장면을 촬영해. 검도 게임 속에서처럼 똑같이 만들어서 들고 찍고.”
(알았어.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야?)
“급한 건 아니니까 아이노 시간 될 때 해.”
(빨리하면 할수록 좋은 거지?)
“그렇기는 해.”
(알았어. 먼저 의상하고 검부터 주문할게. 사진 촬영하고 나서 연락할게.)
“그래. 고마워.”
전화를 끊자 강성중이 궁금한 눈빛으로 물었다. 신상철도 궁금한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라고 합니까?”
“한대.”
“야호!”
강성중이 소리치자 신상철도 좋아하였다.
신상철은 자기 게임이니까 이해는 하겠는데 강성중은 왜 좋아하는 건데. 아이노가 한국에 오는 것도 아닌데.
* * *
송재영 팀장에게 부탁한 오션 플레이어에 올린 게임 개발을 다 했다고 하여 오늘은 네이브에 왔다.
바로 개발실로 가려다가 이주희 대표를 만나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 대표님 얼굴에 꽃이 활짝 피어 있네요.”
“그럼요. 매일 요즘 같았으면 좋겠어요. 새로 서비스한 게임 두 개 다 반응도 좋고 또 고문님이 말씀해주신 블로그도 반응이 좋아 점차 점유율을 높이고 있거든요. 거기다 소설 공모전을 한 덕분에 작가들도 많이 확보하게 되었고요. 공모전은 매년 하려고 해요. 내년에는 상금도 더 올리려고요.”
네이브 점유율이 올라가는 만큼 오션의 점유율은 내려가고 있었다. 드디어 네이브나 다옴 등 토종 사이트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특히 다옴보다 네이브의 점유율이 진짜 많이 올랐다.
현재 오션의 점유율이 70%이고. 다옴이 13%, 네이브가 13%, 그 외 중소 사이트들이 4%였다.
오션도 카페 서비스를 시작하여 인기를 얻어 많은 카페가 개설되었지만, 애초부터 워낙 점유율이 높았기에 점유율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오션도 네이브를 따라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하였고 네이브도 오션을 따라 카페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선발 주자의 어드벤티지가 있어서인지 카페는 오션이 블로그는 네이브가 강세였다.
“열심히 해 보세요. 곧 다옴도 뛰어남을 기세이던데요.”
“저의 목표는 다옴이 아니라 오션이에요. 근데 아직도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속상해요.”
“첫술에 배부르겠어요. 시간이 더 지나야겠죠.”
“맞아요. 10년을 계획하고 있어요. 10년 후에는 반드시 오션을 따라잡을 거예요.”
오션이 따라잡힐까? 결과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네이브가 오션 엔진을 사용하기에 가능성은 충분하였다.
“지켜볼게요.”
“그리고 고문님! 내년에 네이브 창립한 지 만 3년이 되어 코스닥에 상장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벌써 3년이 되었다고? 시간 참 빠르네. 네이브가 상장해서 주가가 크게 오르면 오션 자산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
그러면 상장하기 전에 네이브를 띄워 주어야겠네. 지식인 서비스를 알려 줄까? 그럼 네이브 점유율이 더 올라갈 테니까 주가도 더 높아지겠지.
근데 오션 염중섭 대표한테 미안한데.
“원하시면 하세요.”
“고맙습니다. 저는 고문님이 거절하실 줄 알았거든요.”
“제가 왜 거절해요?”
“네이브가 오션의 자회사잖아요. 그래서 법인공개를 꺼릴 줄 알았어요.”
“그럴 리가 있나요? 근데 기업 공개를 할 거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야 하잖아요.”
“그렇죠. 좋은 반응을 얻으려면 점유율이 올라가야 하는데 단시간에는 올리기에는 힘들어요. 그나마 게임 매출이 증가하고 있어 반응은 나쁘지 않을 거예요.”
“이 대표님은 살다 보면 궁금한 것도 있을 테고 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이 있는데 어떻게 할지 모를 때도 있을 테고 또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어떻게 하세요?”
뜬금없는 내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대답하였다.
“글쎄요? 궁금한 것은 책을 찾거나 오션에서 검색하거나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겠죠.”
“만약에 내가 이런 것들을 질문하면 맞춤형으로 대답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무지하게 편하겠죠.”
“그렇죠. 내가 원하는 질문에만 대답해 주니까요. 자료를 찾아보면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닌 것들이 많이 있어서 찾기가 힘들 때가 있어요. 맞춤형으로 대답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네이브에서 질문에 맞춤형 서비스를 하면 어떨까요?”
“네? 어떻게요?”
“네이브에 지식인 서비스를 시작하는 거예요. 누구나 질문을 할 수 있지만, 답변은 전문적인 사람들만 하게끔 하는 거예요. 그럼 전문가의 답변이라 믿을 만하고 질문한 사람들도 바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어 많이들 사용하게 될 거예요.”
잠시 생각하던 이주희 대표의 눈이 커졌다.
“아주 좋은 생각인데요. 고문님은 이런 걸 또 어떻게 생각하신 거예요? 고문님은 정말 놀라워요.”
“살다 보면 이런 경우가 많잖아요. 그럼 자연스럽게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말이 쉽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어요? 역시 천재는 일반인들이 따라가기 힘든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