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화
커피를 마시며 배상도와 신상철, 강성중이 하는 게임을 지켜보았다.
거의 2년에 걸쳐 드디어 서머위즈 워 2가 개발이 완료되어 현재 테스트 게임을 하고 있었다.
라니지 2는 예전에 이미 개발되어 테스트까지 끝난 상태였고 서머위즈 워랑 같이 서비스하기 위해 서비스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라니지 2 먼저 서비스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버전 1도 같이 서비스했고 같이 서비스하는 것이 홍보 효과가 크다는 의견에 동시에 서비스하기로 하였다.
내가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아침부터 게임만 하는 데도 지치지도 지겹지도 않나?
어떻게 거의 8시간 동안 계속 게임만 하냐? 엉덩이하고 허리 안 아프나? 난 한 시간만 해도 힘들고 지겹던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핸드폰이 울려 받았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고문님! 에릭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서머위즈 워랑 라니지 버전 2 서비스를 10월 1일에 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네. 맞아요. 라니지는 이미 테스트까지 다 끝냈고 서머위즈 워는 지금 테스트 중이에요.”
(네이브 이주희 대표 말로는 이번 버전 2가 1보다 훨씬 재미있고 스케일도 커졌다고 하면서 꽤 자신하여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난 게임 테스트를 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배상도와 강성중의 말에 의하면 버전 1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고 하였다.
라니지 또한 마찬가지이고.
“네. 맞아요. 컴퓨터 사양이 2년 전보다 많이 발전하여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에 버전 1보다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었어요.”
(하긴 컴퓨터 발전 속도가 빠르기는 합니다.)
“맞아요. 거기에 맞춰 게임도 스케일이 점점 커지는 거죠.”
(제가 전화 드린 것은 고문님이 사총사에게 지시하신 너튜브, 티톡 프로그램 개발이 끝났습니다. 테스트까지 완료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역시 실력 있는 자들이라 그런지 1년 만에 개발이 끝났네. 테스트까지 이상 없다고 해도 내가 직접 테스트해 봐야겠지.
“제가 테스트해 보게 사이트에 올려 주세요.”
(알겠습니다. 서비스는 언제 시작하실 겁니까?)
“시기는 미정이지만 내년에는 서비스할 거예요. 그동안은 계속 테스트하면서 버그 잡는 것이 좋을 거예요.”
(혹시 스마트폰 출시할 때를 기다리시는 겁니까?)
“네. 스마트폰 개발이 예상보다 일찍 끝날 것 같아서요, 일단 내년에 상황 보고 결정하게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사총사에게는 번역 프로그램 개발하라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인원은 충원했나요?”
(네. 그렇습니다. 번역 프로그램 개발 경력자 여러 명을 충원했습니다. 같이 팀에 합류시킬 겁니다.)
“알았어요. 미나는 어떤가요?”
(요즘 인기 최절정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 미나일 겁니다. 두 곡을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으니 그럴 만합니다. 요즘 여러 방송에도 자주 출연하고 행사도 많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가수의 실력도 매우 중요하지만, 곡을 제대로 만나지 못하면 뜨기 힘들다. 미나는 실력을 갖춘 상태에서 검증된 곡을 만났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기분 좋네요.”
(저도 그렇습니다.)
“에릭이 잘 좀 지켜봐 주세요.”
(물론입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중국 대사관에서 중국 국제무역촉진 위원회 사람이 미국에 방문하는데 만남을 가질 수 있겠냐는 연락이 와서 모레 중국 국제무역촉진 위원회 사람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중국 국제무역촉진 위원회가 왜요?”
(저도 자세한 것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오션이 아직 중국에는 진출하지 않아서 진출을 요청할 것 같습니다. 자세한 것은 만나보면 알 겁니다.)
구골을 보더라도 중국에 진출해도 몇 년 안 가 검색어 규제 때문에 철수하게 되는데 그럴 바에는 굳이 비용들이면서 진출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만약 요청하면 거부하세요.”
(그래도 중국 시장이 큰데 진출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중국이 정상적이라면 당연히 진출하죠. 하지만 중국에서는 검색어를 규제할 가능성이 아주 커요. 그럼 우린 투자비만 날리는 상황이 될 거예요. 물론 진출해서 한동안 이익을 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예 진출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홍콩하고 대만에 진출한 것으로 만족하자고요.”
(알겠습니다. 만나 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네.”
중국 시장이 크기에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오션과 현지 공장을 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 시장을 놓치기는 아까우니 스마트폰이나 오션팟은 진출해서 팔 수 있을 때까지는 팔아야겠지.
현재 오션팟은 물량이 부족하여 중국에는 수출하고 있지 않지만 오션팟 2부터는 중국에도 수출할 예정이었다.
* * *
맥스터 실사가 다 끝나 오늘 장기호 팀장이 왔다.
실사 보고서를 보다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실사 결과 적당한 인수 금액은 550억 원 정도이었지만 50억 원 정도 다운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었다.
“수고하셨어요.”
“아닙니다. 맥스터는 규모가 좀 작아 일찍 끝났습니다. 문제는 TFT-LCD 사업부입니다. 규모가 있어 시간이 걸릴 겁니다.”
“급한 것은 아니니까 너무 서둘 필요는 없어요. 대략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요?”
“대략 4~5개월 정도 걸릴 겁니다.”
4~5개월이면 늦어도 내년 1월에는 다 끝나겠네.
“이번이 마지막이니 끝까지 최선을 다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근데 맥스터는 왜 인수하려는 겁니까? 제가 실사하면서 느낀 건데 현재 세계적으로 하드 디스크 기업이 많아 경쟁도 치열하여 투자 대비 수익이 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기는 하지만 앞으로 대부분 정리가 될 거다.
나중에 오션 태블릿PC와 오션 노트북을 출시할 예정이라 전용 하드 디스크를 제조할 목적이 아니었다면 나도 인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 생각이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실사 결과를 가지고 현도 전자와 인수 가격 협상을 할 겁니다. 아울러 TFT-LCD 사업부 실사도 다음 주부터 들어갈 겁니다.”
실사 결과를 놓고 내가 현도 전자와 가격 협상을 벌여도 되지만 HQ 컨설턴트에서 가격 협상까지 다 해 주어 참 편했다.
“협상이 잘될까요?”
“현도 전자에서도 맥스터는 그다지 신경 쓰는 곳이 아니라서 잘될 것 같습니다. 제가 실사하면서 느낀 건데 맥스터는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자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보고서에도 50억 원 정도 내려도 될 것 같다고 기재한 겁니다. 만약 우리가 제시하는 인수가 500억 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시간을 질질 끄는 전략을 쓸 겁니다. 현재 우리 외 인수하려는 곳이 없고 빨리 매각하려고 하므로 시간을 끌수록 현도 전자에서는 애가 탈 겁니다.”
꼭 남의 약점을 잡고 갑질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상대가 재계 1위인 현도 그룹이니 상관없겠지.
“인수하지 않아도 우린 상관없다고 강하게 나가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TFT-LCD 사업부도 현도 전자에서 애물단지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그러니 실사하면서 분위기도 잘 살펴보시고요.”
“알겠습니다. 더 하실 말씀이 없으면 그만 가 보겠습니다.”
“네.”
장 팀장이 가자 나도 일어났다.
오늘 어르신이 설립한 상호 신용 금고 개설식에 초대를 받아 가 봐야 한다.
며칠 전에 황규희에게 연락이 와서 오늘 상호 신용 금고 개설식을 한다고 하여 놀랐다.
어쩐지 진성 리조트하고 진성 어페럴을 갑자기 나에게 넘긴다고 하여 이상하다 싶었다.
하긴 사채업을 계속하는 것보다는 번듯한 상호 신용 금고가 더 낫기는 하지. 이제 어르신도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거네.
내 생각에는 황규희 때문인 것 같았다.
* * *
상호 신용 금고가 있는 사당동에 도착하였다.
도로가에 있는 10층짜리 건물 1층에 있었다. 믿음 상호 신용 금고 간판이 유난히도 눈에 들어왔다.
사채업을 해서인가? 이름이 믿음이 뭐냐? 촌스럽기도 하면서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나보다는 작명 센스가 좋네.
이 건물이 어르신 건물이라서 여기에 설립했다고 하였다.
커피숍 근처에서 산 작은 난초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생각보다 꽤 넓었다. 여느 은행 못지않네. 오히려 더 큰 것 같기도 하였다. 신경 많이 썼네.
오늘 개설식을 하고 내일부터 영업을 정상적으로 한다고 하여 고객들은 없고 직원들만 있었다.
안에는 초대받고 온 손님들이 이미 많이 와 있었다. 서로 아는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난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어르신도 황규희도 신동환도 보이지 않았다.
들고 있는 난을 계속 들고 있기 뭐해 놓을 것을 찾으러 주변을 둘러보니 화환들이 꽤 많이 있었다.
나도 난 말고 화환을 보낼 걸 그랬나?
난이 작아도 화환보다 더 비싼 건데. 놓을 만한 곳이 없어 들고서는 구석에 앉았다.
“고문님!”
고개를 드니 신동환이 서 있었다.
“신 사장님!”
“혼자서 뭐하십니까?”
“아는 사람이 없어서요. 규희는 어디 있나요?”
“저를 따라오십시오.”
“네.”
신동환을 따라 이사장실로 들어가자 여기도 사람이 여러 명 있었다.
그래도 여기는 어르신도 있었고 황규희도 있었다.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어르신 앞으로 갔다.
“안녕하십니까? 어르신!”
“자네 왔어?”
“네. 축하드립니다.”
“축하는?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어.”
“잘하시는 겁니다.”
“오빠 왔네?”
고개를 돌리니 황규희가 다가왔다.
“응.”
들고 있던 난을 건넸다.
“축하해. 대박 나.”
“고마워. 저쪽으로 가자.”
“응.”
책상으로 가자 멋들어진 이사장 황규희 명패가 보였다.
황규희가 명패 옆에 난을 내려놓았다.
“네가 이사장이야?”
수줍은 듯 대답하였다.
이럴 땐 영락없는 소녀의 모습인데. 황규희를 볼 때마다 팔색조 같은 모습에 어느 것이 진짜 모습인지 헷갈렸다.
“응.”
“축하해.”
“고마워. 과분한 자리를 맡은 것 같아.”
“진성 어페럴에서 한 것을 보면 여기서도 분명 잘할 거야.”
“열심히 해야지. 여기 하나에서 시작하지만, 은행처럼 계속 지점을 늘려 나갈 거야.”
“그래.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도 전부 믿음 상호 신용 금고 지점을 늘려 나가.”
“그랬으면 좋겠다.”
“될 거야.”
“누구야?”
대화 중에 말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웬 남자가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이건 무슨 황당한 상황이냐?
“아빠!”
황규희 아빠라고? 얼른 인사하였다.
“안녕하세요? 진민재입니다.”
내 인사를 받지는 않고 눈빛으로 누구냐고? 황규희에게 묻고 있었다.
“진성 진규촌 회장님 손자야. 내가 저번에 이야기했잖아.”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반갑네. 난 규희 아빠네.”
황규희 아빠는 어르신과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하지 않았나? 여길 온 것을 보니 아닌 것 같기도 하네.
“네. 저도 만나 뵈어 반갑습니다.”
“이야기 끝났으면 자네 볼일 보지.”
왜 나한테 적대적이야?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황규희도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얼른 아빠에게 말하였다.
“나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거든. 아빠나 할아버지한테 가.”
“무슨 이야기? 곧 개설식을 시작할 건데 그만 끝내지.”
황규희가 아빠를 째려보았다.
“손님 앞에 두고 사람 무안하게 만들 거야?”
황규희 기세에 눌렸는지 아빠가 수그러졌다.
“알았어. 빨리 끝내고 와.”
“응.”
가면서도 나를 째려보고 가는 황규희 아빠였다.
“미안해. 아빠는 내가 아직도 어린아이로 보이나 봐.”
나도 자식을 키워봤기에 그 마음 나도 안다. 그렇다고 해도 날 어떻게 보고 경계를 하는 거야?
내가 믿음을 주는 얼굴이 아닌가?
“원래 아빠는 다 그렇지, 난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이해해 줘서 고마워.”
한 남자의 큰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에 금고 밖에서 믿음 상호 신용 금고 개설 기념 리본 절단식이 있을 예정이오니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시작하려나 보네. 나가자.”
금고 밖 현관 입구에 어르신과 황규희 등 10여 명이 리본을 들고 있었다.
황규희가 나도 같이 참석하자고 했는데 내가 낄 자리가 아니라서 사양하였다.
“지금부터 절단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가위로 리본을 잘랐다.
그걸 보면서 왜 행사에는 항상 절단식을 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였다.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그게 뭐지? 무슨 의미가 있나?
절단식이 끝나고 안으로 들어오자 어느새 금고 안에 고사 준비도 해 놓았다.
고사를 비롯해 간단하게 진행된 개설식을 보다가 손님들이 너무 많아 어르신과 황규희와 이야기를 나눌 상황이 아니라서 커피숍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