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화
진성 무역과 진성 금속, 진성 어페럴 인수를 끝냈고 어르신의 진성 리조트 지분까지 인수를 끝냈다.
아울러 인수하자마자 증자하여 내 지분을 늘렸고 확보된 자금으로 부채를 전부 청산하였다.
진성 그룹 7개의 계열사 중에 내가 4개를 가졌다.
남은 계열사는 진성 화장품과 진성 유통, 진성 건설이 남았다.
진성 건설은 지금 법정 관리 중이라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인수할 수가 있기에 진성 화장품과 진성 유통 2개만 인수하면 진성 그룹을 찾는 일은 끝이 난다.
하지만 박도진의 보고에 따르면 이제 남은 곳이 진성 화장품과 진성 유통이라 회사 사정은 어렵지만, 필사적이라고 한다.
그래도 상황이 변하지 않는 한 아무리 늦어도 2년 안에는 반드시 한계점이 올 것이다. 이제는 지켜보면서 때를 기다리면 된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는데 문이 열리며 오십 대의 남자가 들어왔다.
이번에 진성 어페럴 사장이 된 함동우였다. 할 말이 있어서 내가 오라고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도련님!”
누구는 도련님 누구는 고문님이라고 부르니 호칭을 통일할 필요성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네.”
내 앞에 앉았다.
함동우 사장은 진성 어페럴에서 상무로 재직하다 작은아버지에게 쫓겨나고 한동안 놀다가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던 분이었다.
아파트 경비원에서 중견 회사인 사장으로 하루아침에 신분이 바뀌었으니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사람 팔자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말할 것이다.
“여기까지 오시라고 해서 죄송해요.”
손을 들어 내저었다.
“아닙니다. 도련님이 오시라고 하면 미국이라도 당장 달려갈 겁니다.”
“회사 분위기는 익히셨어요?”
“네. 다녔던 회사이고 대부분 아는 직원들이라 며칠 만에 적응했습니다.”
“그래도 전임 사장이 회사를 확 바꾸어 놓아 좀 어색할 수도 있을 거예요.”
“전임 사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젊은 여성분이라고 하던데 그 짧은 시간 안에 무너져 가는 진성 어페럴를 다시 세우고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내수를 줄이고 수출에 주력한 전략이 아주 주효했다고 봅니다.”
나도 황규희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봐도 크게 될 여자였다.
“그럼 앞으로도 수출에 주력할 건가요?”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진성 어페럴도 이제 나의 그룹 계열사가 되었으니 나 몰라라 할 수도 없기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수출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진성 어페럴도 바뀌어야 살아남을 수가 있어요. 경영자도 바뀌었으니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진성 어페럴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변화를 한다는 겁니까? 다시 내수 시장에 집중하라는 말씀입니까?”
“함 사장님! SPA 아시죠?”
“네. 압니다.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한 회사가 직접 맡아서 판매하는 것이 아닙니까?”
“맞아요. 지금은 회사 디자인실에서 의류 디자인을 하면 하청 생산 업체에서 생산해 납품하고 있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유통 단계를 하나 거치기에 단가가 높아지고 아울러 원단이나 부자재 또한 한 단계를 거치게 되어 결국 생산 원가가 상승하게 되는 거죠. 이제는 우리도 SPA 브랜드를 만들어 생산 단가도 줄여 저렴하게 제품을 공급하고 소비자의 욕구와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할 필요성이 있어요. 앞으로는 누가 소비자의 욕구와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싸움이 될 거예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은 의류 사업에도 관심이 많으셨던 겁니까? 의류에 대해 잘 아시는 것 같습니다.”
잘 알기보다는 앞으로 전 세계는 SPA 브랜드가 대세이기에 한 말이지.
“이번에 진성 어페럴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전 세계 패션 동향을 공부했어요. 그랬더니 앞으로는 SPA 브랜드가 대세가 될 것 같더라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SPA 브랜드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기획부의 한 팀장이 SPA 브랜드를 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하여 요즘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도련님 입에서 SPA 브랜드가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알겠습니다. 앞으로 SPA 브랜드사업에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팀장에게 맡기면 잘할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SPA 브랜드를 런칭하고 수출에도 신경 써야 하지만 내수에도 신경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백화점보다는 직영 매점으로 운영하시고요.”
“알겠습니다. 혹시 도련님이 생각하신 SPA 브랜드 이름이 있으십니까?”
브랜드 이름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지.
미래에 유명했던 브랜드가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는데 순간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그건 의류 브랜드가 아닌데.
아니지. 세상에 의류 브랜드 이름이 따로 정해진 것도 아니고 정하면 의류 브랜드가 되는 거잖아.
“BTS 어떨까요?”
“듣기에 어감이 좋습니다. 특별한 뜻이 있는 겁니까?”
미래에 탄생할 세계적인 유명 그룹 방탄 소년단의 약자인데. 나중에 세계적으로 BTS가 유명해지면 의류 브랜드까지 덩달아 유명해질 수도 있고.
거기다 BTS를 모델로 사용하면 딱이다.
근데 의류 브랜드에 BTS라고 정하면 방탄 소년단 이름 그대로 사용할까? 사용할 것 같다. 먼저 한국 이름으로 그룹 이름을 지을 테니까.
“BTS가 대박을 부르는 이름이거든요. 꼭 브랜드 이름으로 사용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순간 김윤석이 생각났다. 지금도 진성 어페럴에 다니고 있다고 들었는데 자르라고 하려다가 관뒀다.
이제는 과거의 인연은 끝이 났기에 서로 남남인데 모르는 척 지내면 되지 굳이 자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한동안 회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하고 진성 어페럴 잘 부탁해요.”
“물론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요. 바쁘실 텐데 그만 가시고요.”
“네. 다음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함동우 사장이 가고 한 시간 정도 지나자 또 한 사람이 방문하였다.
이번에 진성 금속 사장이 된 박호열이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십니까? 도련님!”
“앉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내 앞에 앉았다.
또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어야겠지. 이것도 은근히 힘이 드네. 이게 끝나면 진성 무역도 해야 하는데.
“회사는 안정을 찾고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으며 정상화를 위해 임직원들이 똘똘 뭉쳐서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칩니다.”
이번 실사를 통해 진성 무역과 진성 금속의 부정적인 임직원들 여러 명을 내보내 분위기가 안 좋을 줄 알았는데 다행이었다.
“반가운 말이네요. 부정적인 직원들을 내보낸 결과인가요?”
“그런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일하려고 해도 옆에서 열심히 하면 뭐하냐? 그래 봤자 회사 좋은 일만 시키는 거지 나한테 돌아오는 게 뭐가 있냐? 등 부정적인 말을 계속하게 되면 의욕이 꺾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는 그런 직원들이 없으니 다들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디를 가나 그런 부정적인 사람들은 꼭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불만이며 부정적이다.
“다행이네요. 사장님께서 직원들을 잘 다독거려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밀렸던 월급은 다 지급했나요?”
“네. 전부 지급했습니다. 직원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그동안 회사가 어렵다 보니 급여를 4개월 정도 지급하지 못했다. 그러니 부정적인 직원들이 나온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원래 이전 사업자가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 우리가 지급해야 할 의무는 없었지만, 직원들을 위해 미지급되었던 급여 전부를 일시급으로 지급하였다.
그러니 당연히 좋아하겠지. 더구나 4개월 치라 목돈이 한 번에 들어온 거니까.
“앞으로 어떻게 하실지 계획은 세우신 거예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새롭게 시작할 겁니다.”
“이왕 새로 시작하는 김에 외국에 있는 땅을 하나 매입하죠.”
“네? 땅이라뇨? 그것도 외국 땅을요?”
“네. 제가 우연히 얻은 정보인데 우즈베키스탄에 리튬이 다량으로 매장되어 있는 곳이 있어요. 그걸 미리 매입하면 나중에 유용하게 쓰일 거예요.”
“그 리튬이 있는 땅을 매입해서 뭐에 쓰려고 하는 겁니까?”
지금 시기에는 리튬이 귀한 광물은 아니었기에 이런 반응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전기 자동차로 인해 귀한 광물이 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세계 최대 리튬 광산이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서 미리 매입하려고 하는 거다.
지금 그 땅을 매입하면 싸게 매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지금은 매우 귀한 거지만 나중에 쓸모없어지는 것도 있고 지금은 쓸모없지만, 나중에 귀한 것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 리튬이 나중에는 귀한 광물이 될 거예요.”
“글쎄요? 리튬을 어디에다 사용해야 귀한 광물이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건전지에는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과학은 빠르게 발전해요. 언제까지 자동차 내연 기관을 사용할까요? 미래에는 내연 기관 대용으로 전기 자동차가 대세가 될 거예요. 그럼 전기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려면 자동차 배터리가 필수일 텐데 배터리를 만들려면 리튬은 필수예요. 그러니 귀한 광물이 되겠죠.”
“전기 자동차는 미래에나 나오는 것이 아닙니까? 아직 먼일 같습니다.”
“바로 우리 코앞에 있어요. 지금 전기 자동차를 개발하는 곳도 있어요. 남들이 신경 쓰지 않을 때 좋은 곳을 저렴하게 선점해야죠.”
“알겠습니다. 근데 정말 우즈베키스탄에 리튬이 다량으로 매장되어 있는 겁니까?”
“네.”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제가 알기로는 리튬은 바닷물에 많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만 농도가 낮아 경제성이 없을 뿐입니다. 그래서 리튬이 주로 매장된 곳은 과거에 바닷가인 곳입니다. 근데 우즈베키스탄이 과거에 바다였다는 겁니까?”
“네. 맞아요. 바다가 화산 활동 등의 이유로 인해 솟구쳐 올라 지형적으로 산맥이 된 대표적인 지역이 중앙아시아하고 아프리카예요. 그러니 리튬이 많이 매장되어 있는 거죠. 그래서 염호 호수 형태로 리튬이 많이 매장되어 있을 수도 있고 땅속에서 물이 말라 버린 광산 형태로 있을 수가 있는데 우즈베키스탄은 후자에 속해요. 그래서 그 땅을 매입하자는 거예요.”
내 말이 끝나자 날 보는 눈이 심상치 않았다.
근데 염호하니까 아르헨티나의 염호 호수에도 리튬이 많이 매장되어 있고 한국 기업에서 그곳을 매입해서 대박을 맞았다고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곳도 인수하면 좋겠는데 염호 호수 이름을 모른다. 나중에 에릭한테 알아보라고 해야겠다.
“도련님은 그런 것을 어떻게 다 아십니까? 전공이 컴퓨터 아니었습니까?”
나야 뉴스 보고 알게 된 거지.
“그 정도는 기본 아닌가요?”
“도련님이 이렇게 박식하고 똑똑하시니 그룹 미래가 아주 밝습니다. 알겠습니다. 어딘지 위치를 알려 주시면 매입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람 민망하게.
가만 우즈베키스탄이 미녀들이 많다고 하던데 내가 가서 매입할까? 아니야. 지금까지 아이노만 한 미녀는 보지 못했다.
“제가 조만간에 알려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한동안 사업 이야기를 나누고 갔다.
연속으로 두 번을 이야기했더니 심신이 지쳤다. 오래 회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 걸까?
잠시 쉬려고 하는데 문이 열리며 이번에는 진성 무역 최재성이 들어왔다.
다음에는 한날에 다 몰지 말아야겠다.
“안녕하십니까? 도련님!”
또 시작해야겠네. 빨리 끝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