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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170화 (170/261)

170화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괜히 겁나네.

“드릴 말씀이 있어서입니다. 이제 실사도 곧 끝나갑니다. 그럼 두 회사를 인수하시게 되는데 진성 어페렐도 이번 기회에 인수하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나도 인수하고 싶기는 하지만 갑자기 왜?

“어르신이 허락하신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고문님이 원하면 넘기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규희는요?”

“아가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유가 뭐죠?”

“이 정도 맡아 주었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저야 지금까지 맡아 주어 너무 고맙죠. 제 뜻은 언질도 없이 갑자기 제안하니까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해서요.”

“어차피 아시게 될 터라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르신께서 이번에 상호신용금고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그걸 규희 아가씨께서 맡게 되실 겁니다.”

“잘됐네요. 드디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네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기쁜 마음으로 인수할게요.”

“자금 여력이 되십니까?”

“네. 자금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왕 인수하는 김에 리조트도 같이 넘기는 것은 어떨까요? 어르신이 가지고 있는 리조트 지분을 제가 인수할게요.”

생각지도 않았는지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자본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잖아요.”

“그건 회장님과 이야기해 보지 않아 지금 이 자리에서 확실히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들어가서 회장님께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세요. 이제 합법적인 사업을 새로 하시는데 신경 쓸 만한 것들은 다 털고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저도 그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부탁드려요. 그리고 실사는 언제 끝나나요?”

“새로 투입된 분들이 많이 도와주어 거의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 주 안으로 끝날 겁니다. 실사 보고서는 다음 주 초에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다음에 진성 화장품과 진성 유통할 때도 맡겨 주십시오.”

“당연하죠.”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네.”

신동환이 가자 강성중이 조용히 있다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장님! 저분들 오지 말라고 하면 안 됩니까?”

“왜?”

“보기만 해도 분위기가 살벌합니다. 들어오던 손님들도 그냥 나갈 겁니다.”

“손님도 없는데. 다음 주에 또 올 거야.”

진짜 싫은지 인상을 쓰는 강성중을 보며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규희야! 나야.”

(민재 오빠! 웬일이야 전화도 하고.)

“방금 이야기 들었어. 괜찮겠어?”

(원래 내 목표는 어페럴이 아니었어. 그래도 내가 처음 해 본 사업이라 좀 더 키우고 싶었는데 여기서 멈추게 되어 조금은 아쉬워.)

“네가 못한 나머지는 내가 대신 할게. 그러니 그걸로 위안 삼고 새로 시작하는 사업에 집중해.”

(알았어. 언제 가져갈 거야?)

“빠르면 좋겠지?”

(난 상관없어. 오빠 편한 대로 해.)

“그동안 고마웠다.”

(고마우면 밥이나 사.)

“당연하지. 연락할게.”

(응.)

전화를 끊고 다이어리를 펼쳤다.

명단에 진성 어페럴에 일했던 분이 두 분이 있었는데 한 분은 현재 상무로 일하다가 밀려났고 한 분은 부장으로 일했었다.

상무였던 분을 대표로 앉히고 부장인 분은 이사로 승격해야겠다. 핸드폰을 들었다.

* * *

커피숍을 나온 신동환은 바로 성북동으로 향하였고 황규천과 앉아 있었다.

“진민재 고문을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뭐라고 그래?”

“제가 말을 꺼내자 망설임도 없이 바로 진성 어페럴을 인수하겠다고 합니다.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수할 생각이었을 테니까.”

“거기다 한술 더 떠 회장님이 보유하신 진성 리조트 지분까지 인수하겠다고 합니다.”

“진짜야?”

“네. 그렇습니다. 그것까지는 저는 생각지도 못했었습니다. 아예 다 인수하려고 마음먹은 것 같습니다.”

“그놈 돈이 있나?”

“자본 걱정은 하지 말라는 것을 보니 충분한 것 같습니다. 저도 그게 좀 이상합니다. 진성 무역과 진성 금속만 인수하는 게 아니라 얼마 전에 현도 전자의 통신 단말기 사업부도 1,450억 원에 인수하지 않았습니까?”

황규천도 신문 기사를 보아 알고 있었다. 보면서 오션팟에 이어 핸드폰 사업까지 진출한다고 하여 놀라기는 하였다.

“오션이 큰가?”

“제가 판단하기에는 미국에서 오션이 잘나가고 있지만 그만한 자본을 돌리기는 부족합니다. 그런데 진 고문을 보면 요즘 너무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모르는 것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겠지. 뭔가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나한테 고개를 숙이지 않았겠지.”

“한번 알아볼까요?”

“아니야. 그거 알아서 뭐해? 넘기는 것이 좋을까?”

“제가 생각하기에 깨끗이 손을 터는 것이 좋을 겁니다. 투자처로서 진성 리조트보다 좋은 기업도 많습니다.”

황규천은 투자라기보다는 진규촌 회장과의 친분 때문에 지금까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던 거였다.

진규촌 회장도 세상을 떠났고 이제는 손자가 인수하겠다고 하니 놓아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알았어. 같이 넘기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놈 한번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 * *

방금 서명한 계약서를 들어서 보았다.

역삼동 45층 빌딩 매입 계약서였다.

소리치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매우 좋았지만, 속으로만 표현하고 겉으로는 무뚝뚝한 표정을 지었다.

앞에 앉아 있는 현도 산업 개발 사장 얼굴이 똥 씹은 표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사옥으로 이용하려고 지었던 건물을 완공도 하기 전에 매각하는 그 심정이 무척 쓰라릴 것이다.

“감사합니다.”

“아직 완공되지는 않았지만 완공되면 잘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 현도 산업 개발 사장을 바라보았다. 이해한다.

커피숍에 왔었던 윤성환 전무가 다가왔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대금 지급은 언제쯤 가능하시겠습니까?”

수표로 가져오려다가 송금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냥 왔다. 진짜 급하긴 한가 보네

“지금 나가면 바로 은행 가서 송금하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도 완공될 때까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밖으로 나와 은행 가서 송금하였다.

이제는 황규천 어르신을 만나러 가야 한다. 돈 나갈 곳이 계속 생기네. 근데 날 왜 오라고 해서 귀찮게 하냐.

서재 앞에서 노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오랜만이네. 앉아.”

“네.”

소파에 앉았다.

“신수가 훤해.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얼굴에 티가 나나?

“네.”

“뭔데?”

어차피 곧 알게 될 텐데 숨기면 뭐하냐?

“방금 현도 산업 개발에서 사옥 계약하고 오는 길입니다.”

황규천은 꽤 놀랐다.

자신도 현도 산업 개발 사정이 어떤지 잘 알고 있어 사옥으로 사용하려고 건설 중인 빌딩을 매각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격만 7,300억 원이라고 하던데 그걸 계약했다고?

“역삼동에 짓고 있는 건물 말하는 거야?”

“아시네요. 네. 맞아요.”

“꽤 비싸던데 돈이 어디서 났어?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라도 있는 거야?”

“어떻게 아셨어요?”

“지금 늙은이 놀려?”

“놀리기는요? 사실을 말한 건데요.”

“나보다 돈이 더 많은 것 같아?”

“설마요?”

“아니지. 자네 오션 지분을 따지면 더 많지.”

“그건 현금이 아니잖아요. 장부상의 재산이죠.”

황규천은 이놈 돈이 어디서 나는 건지 갑자기 궁금하였다.

이럴 줄 알았다면 신동환이 알아보겠다고 할 때 알아보라고 할걸. 그때는 빌딩까지 매입할 줄을 몰랐으니.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처음부터 내 도움이 필요 없다고 자신했던 거야?”

“제힘으로 할 수 있다면 굳이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겠죠.”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남의 도움을 받게 되면 스스로 하려고 하지 않고 자꾸 남에게 의지하게 되어 있어. 내가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겪었는데 의지가 약한 놈들에게는 절대 돈을 빌려주지 않았어. 물론 담보가 확실하면 빌려주었지만 결국은 돈을 갚지 못하더라고. 그래서 난 다른 것보다 의지를 가장 중요하게 봐. 의지가 강한 놈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재기에 성공하는데 의지가 약한 놈들은 그냥 나가떨어져.”

“저의 의지는 어떤가요?”

“나에게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될 텐데. 칭찬해 달라는 거야?”

“아니에요. 그럼 어르신의 진성 리조트 지분 저한테 넘기시는 거죠?”

“그래. 이제 주인을 찾아가야지. 얼마를 줄 건가?”

“그거야 시세대로 드려야죠. 지분을 넘기는 날 전날 종가로 계산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동안 맡아 준 값도 줘야지.”

누가 사채업자가 아니라고 그럴까? 벼룩의 간을 빼먹으려고 하네. 초창기에 투자해서 지금까지 이익도 많이 봤으면서.

“친한 형님 손자한테 너무하신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할아버지를 생각해서 깔끔하게 거래하시죠.”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더 받는 거야. 내가 규촌 형님 봐서 이번에는 양보하지. 그렇게 하자고. 돈이 많다니 다음 주 월요일에 넘기는 거로 하자고.”

“감사합니다.”

“엎드려 절 받는 것 같아.”

“진심으로 하는 인사예요. 그동안 진성 리조트와 진성 어페럴를 지켜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어르신 집에서 나와 차를 탔다.

“커피숍으로 가실 겁니까?”

“네.”

커피숍으로 가는 차 안에서 핸드폰을 들었다.

(홍창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진민재예요.”

(안녕하십니까? 도련님!)

“저 지금 황규천 어르신을 만나고 나오는 거예요.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냐면…….”

황규천의 진성 리조트 지분 30%와 진성 어페럴을 내가 인수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정말 잘되었습니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하늘에서 진규촌 회장님이 무척 좋아하실 겁니다.)

창밖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할아버지 좋으세요? 무너져 가는 진성 그룹을 제가 살릴게요. 지켜봐 주세요.

“좋아하실까요?”

(진성이 도련님에 의해 다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될 터이니 당연히 좋아하실 겁니다.)

“근데 제가 어르신의 지분을 30% 인수하면 부족하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30%면 충분합니다. 자사주도 1% 정도 있습니다.)

“진성에서도 소유하고 있지 않나요?”

(원래 8% 정도 있었는데 진성 리조트가 독립하고 그 이후에 장에서 다 매도해서 현재 소유한 지분은 하나도 없습니다. 주주 명단에서 제가 확인한 사실입니다.)

하긴 돈이 급한데 독립해 나간 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었겠지. 그래도 30%보다는 좀 더 많은 게 좋지 않을까?

좀 더 취득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제가 보기에는 좀 부족해서 그런데 장에서 10% 더 취득했으면 하거든요.”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도련님이 지분을 더 늘리시기를 원하시면 유상 증자로 지분을 늘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유상 증자를 하게 되면 주가가 하락하지 않나요?”

(단기적으로는 하락할 겁니다. 하지만 거래되는 지분이 아니라 대주주의 지분을 늘리는 경우이고 주가는 무엇보다 실적이 좌우합니다. 유상 증자를 하게 되면 회사로 자본이 유입되고 그 자본으로 리조트 시설을 전부 다시 인테리어 했으면 합니다. 그러면 매출도 증가할 겁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 방식이 가장 좋습니다.)

“알았어요. 저는 10% 정도 더 늘리고 싶으니까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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