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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169화 (169/261)

169화

잠시 생각하더니 흔쾌히 대답하였다.

“알겠습니다. 12월까지 완공하는 것으로 하고 대금 지급은 계약과 동시에 65%를 지급하고 나머지 35%는 완공되면 지급하는 것으로 합시다.”

미리 거액을 받을 수 있으니 당연히 현도 측에서도 유리하지. 내년에는 드디어 사옥이 생기는구나.

“좋습니다. 그리고 공기를 앞당긴다고 부실 공사하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전부 확인할 겁니다.”

“그럴 일은 없습니다. 우리 현도 산업 개발 이름으로 짓는 거라 이름에 먹칠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근데 아파트는 왜 그렇게들 짓는 건데? 이름값 좀 하지.

“저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문제가 있다면 당장 회장님께 찾아갈 겁니다.”

장 회장을 들먹여야 딴생각을 하지 못하지. 내가 장 회장과 친하다는 것을 알 테니 장난치지는 않을 거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계약은 언제 하시겠습니까?”

계약과 동시에 대금을 지급하려면 핀란드에서 돈이 들온 후에 계약해야지.

“6월 10일 토요일에 하죠.”

“좀 더 앞당기면 안 됩니까?”

돈이 급하긴 하나 보네.

“저도 일찍 하고 싶은데 그때 돈이 입금되거든요.”

“알겠습니다. 그럼 6월 10일로 계약 준비하겠습니다.”

“그러죠.”

윤성환 전무가 갔다. 근데 이전 생에서는 그 빌딩을 누가 매입했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나로 인해 바뀌게 되었네.

강성중이 다가왔다.

“사장님! 빌딩을 7,000억 원을 주고 매입하는 겁니까?”

“그래. 회사 사옥으로 사용하려고.”

“무슨 빌딩이 7,000억 원이나 합니까?”

“63빌딩보다 면적이 더 커. 그래서 비싼 거야.”

“와 대박! 그럼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건물이네요.”

“그렇지.”

“그 빌딩에 커피숍 차리면 장사 잘되겠습니다.”

그렇겠지. 하루 유동 인구가 많을 테니까.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도련님! 오랜만입니다. 진성 리조트 홍창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진짜 오랜만이네요.”

(드디어 움직이셨다고 소식 들었습니다.)

“이제 시작이죠. 다 끝나려면 2년 정도는 걸릴 거예요.”

(진성 그룹이 제자리를 찾는다면 그까짓 2년도 못 기다리겠습니까? 10년도 기다릴 수 있습니다.)

“10년까지는 가지 않을 거예요. 지금 진성 그룹 상황이 더욱 나빠져 2년도 안 걸릴 거예요,”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진성 리조트는 어때요?”

(IMF 터지고는 매출 매출이 많이 줄었는데 요즘은 조금씩 매출이 회복되고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도련님! 진성 무역하고 진성 금속 인수하면 진성 리조트하고 진성 어페럴도 계열사로 편입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저도 그러고 싶은데 남은 진성 화장품과 진성 유통을 인수하기 전까지는 기다려야 해요. 안 그러면 작은아버지가 우리에게 매각하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진동훈 회장이 그릇이 작아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언제 다 같이 모여 식사했으면 합니다.)

“그래요.”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 * *

DS 자산 운용 사장 신동환은 성북동에 있는 한 주택 옆에 차를 주차하고 내렸다.

여기 올 때마다 왠지 신경이 쓰여 옷매무새를 다시 확인한 신동환은 대문으로 가서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딩동-

스피커로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신동환이라고 합니다. 회장님과 약속이 있습니다.”

“네.”

문이 열리자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으로 들어가 망설이지 않고 거실을 가로질러 서재로 바로 향하였다.

문 앞에서 긴장된 몸을 풀고자 심호흡을 길게 하고 노크를 하였다.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가 황규천에게 구십 도로 인사하였다.

“안녕하십니까?”

황규천이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다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와서 앉아.”

“네.”

소파에 조심스레 앉았다.

“지난번에 지시한 거 알아봤습니다.”

말을 하고서는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서류를 들어 보는 황규천이었다. 잠시 보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그냥 말로 보고해. 눈 아파서 못 보겠어.”

신동환은 이상하게도 황규천 회장님 앞에만 서면 긴장되며 주눅이 들었다.

자신에게는 대학생 때부터 학비며 생활비를 지원해 주신 은인이지만 옆에서 지켜본 회장님은 냉정하면서 무서운 분이었다.

그때 본 그 모습이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어 지금까지 몸과 마음이 생각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상호신용금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 결과 아가씨 말처럼 상호신용금고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입니다. 1972년도에도 대통령의 긴급명령권으로 초법적인 사채 동결 조치로 인해 그 당시 많은 거대 사채업자들이 상호신용금고라는 이름으로 양성화되어 제도권으로 편입되었습니다. 그때 전환한 대표적인 상호신용금고는 고려와 삼호이며 지금은 제도권에 안착하여 나름 견실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회장님도 이제는 화려한 변신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제가 판단하기에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거대 사채 시장은 점차 자리를 잃어가게 될 겁니다. 그러니 미리 제도권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시기도 아주 좋습니다. 종금사가 거의 대부분 망한 시점에서 상호신용금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할 겁니다. 들리는 말로는 정부에서 국가 부채 해결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치로 내년 초에 상호신용금고법을 상호저축은행법으로 개정하여 은행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 같습니다. 조만간에 법안이 발의할 거라고 합니다.”

“화려한 변신이라?”

턱을 괴고 깊은 생각에 잠기는 황규천이었다.

자신이 살아 봤자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까? 이제 자신의 시대는 해가 지기에 옛것만 고집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 바뀐 것에 적응해야 하는 법.

자신이 죽기 전에 자식과 손녀에게 사채업자가 아닌 남들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을 물려주고 싶었다.

“법이 개정되면 상호신용금고보다는 상호저축은행이 더 듣기는 좋네.”

“그렇습니다. 은행이 들어간다는 것이 생각보다 아주 큰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외환 거래만 하지 못하는 것뿐이지 은행의 여, 수신 업무를 다 할 수 있어 은행이라고 말해도 무방합니다. 자본금이 많고 규모가 크다면 시중 은행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나중에 은행처럼 지점도 늘릴 수도 있습니다.”

“알았어. 진행해.”

“알겠습니다.”

“자네, 지금 그놈 일 하고 있지 않아?”

“그렇습니다만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10일 정도면 다 끝납니다. 그 이후에 진행하면 됩니다.”

“근데 말이야! 상호신용금고를 설립하면 규희가 경영해야 하는데 어페럴인가? 뭔가 하는 곳에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

“그렇습니다. 아가씨께서 설립과 동시에 경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페럴은 이제 진민재 고문에게 넘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좋은데 그놈이 인수할 능력이 되나 모르겠네.”

“제가 보기에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제가 조만간에 한번 만날 건데 슬쩍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그렇게 해. 근데 규희는 찬성할까?”

“아가씨께서 먼저 상호신용금고를 설립하자고 하셨으니 찬성하실 겁니다. 그 정도 했으면 경영 공부는 충분히 했습니다.”

“알았어. 규희한테는 내가 말할게.”

“네. 그럼 저는 가 보겠습니다.”

* * *

오션폰 디자인이 끝이 났다.

사실 며칠 전에 끝이 났지만 아이노랑 헤어지기 싫어 자꾸 수정을 요구해 시간을 끌었지만,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내일 핀란드로 돌아간다.

“아이노 수고했어.”

“수고하기는 간단한 디자인이었는데. 빨리 이 핸드폰이 나왔으면 좋겠어.”

“지금 열심히 개발 중이니까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볼 수 있을 거야.”

“가려니까 서운하네. 지금 가면 또 언제 올까?”

“내년에.”

“뭐? 내년이라고? 또 디자인할 게 있어?”

“디자인이 아니라 핸드폰 개발되면 광고를 해야 하잖아. 아이노가 핸드폰 모델 하면 어때?”

“내가? 난 그런 거 못 해.”

“잠깐 촬영하는 거고 콘티에 맞게 하는 거라 충분히 할 수 있어. 내가 생각한 건데 아이노 별명이 게임 엘프잖아? 그래서 게임에 나온 복장으로 광고를 촬영하면 어떨까?

배경도 게임 속 배경으로 해서 아이노가 게임하다가 난관을 만나 핸드폰으로 도움을 청하는 전화도 하고 인터넷 접속해서 검색하여 난관을 해결하는 거야. 어떤 것 같아?”

내 말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괜찮은 것 같은데.”

“그렇지? 그러니까 한번 해 봐. 모델료도 나오거든.”

“광고 촬영을 한국에서 한다고?”

“응.”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생각해 볼게.”

“잘 생각해 봐.”

“그럴게.”

“오늘 저녁은 거하게 환송회 해야겠다. 아이노 먹고 싶은 거 말해.”

“너무 많아 뭘 선택할지 모르겠어.”

“저녁까지 잘 생각해.”

“알았어.”

아이노가 뭘 먹을지 생각에 잠기자 심용철에게 전화하려고 핸드폰을 들어다.

(여보세요.)

“저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세요? 고문님!)

“핸드폰 디자인이 끝났어요.”

(드디어 끝난 겁니까?)

“네. 이메일로 보내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새로운 친구들은 잘하나요?”

(네. 조금 부족하기는 하지만 열심이며 자기 몫은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4명이라 어쩌면 좀 빨리 개발이 끝날 것 같습니다.)

빨리 끝나면 좋지. 어차피 처음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하드웨어적으로 지원이 부족하여 스마트폰 흉내만 낼 정도가 될 거다.

다음 버전이 그나마 제대로 된 스마트폰이 나올 거고. 그래도 지금 시기에는 이것만 해도 획기적인 제품이겠지만.

“너무 무리는 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 * *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아이노가 없으니 커피숍이 썰렁한 것 같았다.

아이노가 있을 때는 커피숍에서 빛이 났는데 남자 셋만 있으니 우중충하였다. 그전에는 미나라도 있어 괜찮았는데.

배상도도 강성중도 신상철도 왠지 다들 기운이 없어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오겠지.

생각을 접고 인터넷에 접속하여 인터넷 뱅킹을 확인하였다.

이틀 전에 핀란드에서 송금했다는 연락을 받았었다.

어제도 확인했는데 아직 한국은행에는 입금이 되지 않아 오늘 다시 확인해 보니 드디어 입금되었다.

나에게 초대박을 안겨 주었던 노카아 주식은 이제 내 곁을 영원히 떠났다. 고마웠다.

이제 입금도 되었으니 현도 전자에 잔금 550억 원을 보내야겠지. 계약서상에는 6월 10일에 보내기로 했지만, 미리 보내면 더 좋아하겠지.

은행에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DS 자산 운용 사장 신동환과 덩치 한 명이 같이 들어오고 있었다.

오늘 온다는 말이 없었는데 웬일이지?

축 처져 있는 강성중에게 강한 약을 처방해야겠다.

“성중아! 손님 왔다.”

“네. 사장님!”

천천히 일어나던 강성중이 두 사람을 보고서는 총알같이 일어나 주문대로 달려갔다. 진짜 강한 처방이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십니까?”

“앉으세요.”

“네.”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혼자 오시지 않았네요.”

같이 온 덩치를 바라보고서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영업에 방해가 된 게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원래는 매일 같이 다닙니다. 지난번에는 차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해서 같이 들어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커피만 받으면 나가서 대기하라고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에요. 괜찮아요. 손님도 없어요.”

“감사합니다.”

“연락도 없이 웬일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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