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168화 (168/261)

168화

현도 전자에서 나와 현도 본사 사옥으로 향하였다.

예전에는 이곳에 오면 예쁜 이아름 비서가 상냥하게 맞아 주어서 좋았는데 왠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회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장 회장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왔으면 앉아.”

“네.”

소파에 앉아 장 회장을 보니 얼굴이 많이 수척해졌다.

나이가 80을 넘은 것도 있고 내년 봄에 천수를 다하게 되어 기력이 점점 쇠약해지는 것 같았다.

인생의 종착역에 거의 다 도착하고 있는데 남은 인생이라도 편히 쉬시지 이게 뭐 하는 거냐?

“건강이 안 좋으세요?”

“늙은이가 다 그렇지.”

“이제는 쉬시는 것이 좋지 않아요?”

“난 이게 쉬는 거야. 아직은 팔팔해.”

“저번에 봤을 때보다 많이 야위었어요.”

“지금 병문안 왔어?”

성격은 아직도 팔팔하였다.

“계약하고 오는 길이에요.”

“보고 받았어.”

“감사합니다.”

“뭐가 감사해? 정당한 사업 거래인데. 애지중지하던 손가락 하나를 자른 기분이야. 잘 키워.”

“당연하죠, 세계 1위의 핸드폰 기업으로 키울게요.”

“포부 하나는 크네.”

세계 1위 하는 것을 장 회장은 볼 수가 없겠네.

“정말로 그렇게 만들 거예요.”

“알았어. 내가 지켜볼게. 근데 왜 온 거야?”

“다름이 아니오라 제가 요즘 사옥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역삼동에 현도 산업 개발에서 건설하던 빌딩이 매물로 곧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 빌딩을 매입하고 싶어서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돈은 있어?”

“있으니까 매입하려고 하죠.”

“얼마인지는 알아?”

“네. 7,300억 원이라고 하던데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자네가 나보다 더 재벌이네.”

“설마요?”

“돈이 어디서 나오는 거야? 오션에서 그 정도 자본이 안 될 텐데.”

“돈은 돌고 도는 거잖아요.”

장 회장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현도가 어떻게 하다가 백화점이 되어 버렸을까? 자네가 우리 현도에서 실컷 쇼핑하네.”

어떻게 보면 쇼핑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빌딩까지 매입하면 4개나 쇼핑하는 거지. 또 현도에서 쇼핑할 게 있을까?

“그럼 제가 현도의 VIP 고객인가요?”

“다음은 또 뭘 쇼핑할 건데?”

“글쎄요? 좋은 매물이 있으면요.”

“이제 더 팔 것도 없어. 빌딩은 바로 인수할 수 있는 거야?”

“네. 대신 7,000억 원에 매입했으면 해요.”

“알았어. 내가 말해 놓을게.”

300억 원을 깎았는데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애초부터 깎아 주려고 생각했었나 보네.

빌딩을 직접 보러 갔었는데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정말 마음에 들었다. 아이노도 꽤 마음에 든다고 하였다.

돈을 더 주더라도 꼭 매입하고 싶었는데 300억 원이나 깎아서 매입하게 되었다. 와! 대박이었다.

“감사합니다.”

“더 할 말이 있어?”

“없어요.”

“그럼 가 봐. 피곤하네.”

가라고 하는 것을 보니 진짜 몸이 많이 힘드신가 보네. 그냥 집에서 쉬시지.

“네. 건강 챙기세요.”

“알았어.”

* * *

이학훈은 회사의 지시를 받고 지금 어떤 장소에 와 있었다.

자신은 얼마 전까지 현도 전자 통신 단말기 사업부 소속이었는데 사업부가 오션에 매각되면서 오션 소속이 되었다.

핸드폰 개발 연구원이었던 자신은 동료 두 명과 함께 이곳으로 가라는 모종의 특명을 받고 왔다.

안을 둘러보니 장소는 넓기는 한데 책상은 달랑 4개에다가 옆에는 넓은 테이블이 있을 뿐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그나마 넓은 테이블 위에 핸드폰 부속품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어 이곳이 핸드폰 개발을 위한 장소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자신이 일하던 시설 좋고 깔끔한 장소와 너무 비교되었다. 동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신의 동기인 홍영규가 물었다.

“여기가 뭐 하는 곳일 것 같아?”

“핸드폰 개발하는 곳이 아닐까?”

“근데 왜 우리를 이곳으로 오라고 했을까?”

“핸드폰 개발하려고 하려는 것이 아닐까?”

“내 생각에는 아닐 것 같아. 핸드폰 개발하려면 우리 연구개발실이 있는데 굳이 이곳에서 하겠어?”

“그렇기는 해. 달랑 우리 셋만 오라는 것도 이상하고.”

“그렇지. 내가 보기엔 밑에 층 보니 오션팟 사무실이던데 우리에게 오션팟 개발을 시키려는 것이 아닐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도 전자의 핸드폰이 시장에서 인기가 없고 회사가 인수되면서 그나마 실력 있던 연구원들 40%는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이직하였다.

자신들은 새로운 핸드폰 개발할 실력들이 되지 않기에 오션팟 개발에 투입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네. 그럼 우리는 이제 오션팟을 개발하는 건가?”

“젠장! 우리가 한직으로 밀려난 건가?”

“난 오션팟도 괜찮다고 생각해. 오션팟부터 배우면서 실력을 늘리면 좋지.”

가만히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후배 최태성이 입을 열었다.

“저도 학훈 선배 말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한직이라고 생각하면 한직이겠지만 오션팟도 핸드폰이나 별다를 게 없습니다. 오션팟 개발하면서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내 말이 그거야. 영규야! 그냥 이곳에서 일하자. 우리가 핸드폰 개발하는 곳에 가기도 어렵고 이직한다고 해도 아마도 핸드폰이 아닌 다른 제품을 개발하게 될 거야. 그럴 바에는 오션팟이 훨씬 더 좋지. 요즘 오션팟 세계적으로 인기 좋잖아. 거의 독점이야.”

“그렇기는 하네. 알았어. 일단 실력을 쌓는 게 중요하겠지. 근데 사람을 불렀으면 누구라도 와야 하는 거 아니야. 너무하네.”

“미안합니다.”

갑자기 소리가 들리자 3명의 고개가 돌았고 그곳에는 미소를 짓고 들어오는 남자가 있었다.

“제가 급한 일이 있어 처리하느라 지금 왔습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제 소개부터 하죠. 저는 비밀 프로젝트를 맡은 팀장 심용철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지냅시다.”

“질문해도 됩니까?”

“하십시오.”

“비밀 프로젝트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여러분들과 저는 이곳에서 오션의 비밀 프로젝트인 오션폰 개발을 할 겁니다.”

“핸드폰을 개발한다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핸드폰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핸드폰을 개발할 겁니다.”

3명 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핸드폰이 핸드폰이지 전혀 새로운 핸드폰이 뭡니까?”

심용철은 지난 기억이 떠오르자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자신도 진민재 고문에게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저런 표정이었다.

들고 있던 핸드폰을 건넸다.

“말로 설명해 봤자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보시지요. 제가 지금 건넨 것이 신개념 핸드폰입니다.”

이학훈은 자신이 받은 직사각형의 물건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작고 얇은 직사각형이 전부였다. 어떻게 보면 좀 더 큰 오션팟 같았다.

“네? 이게 핸드폰이라는 겁니까?”

“네.”

“버튼도 없고 안테나도 없고 이게 무슨 핸드폰이라는 겁니까? 혹시 오션팟을 잘못 가지고 오신 것이 아닙니까?”

“하단에 있는 작은 버튼을 눌러보십시오.”

하단을 만지자 버튼 같지도 않은 버튼이 있었고 그걸 누르자 화면이 밝게 들어왔다.

화면에는 컴퓨터에서 보던 것처럼 여러 아이콘들이 있었다.

“전화기 모양의 아이콘을 눌러 보십시오.”

얼른 전화기 모양을 눌렀다. 그러자 화면이 바뀌면서 전화번호 숫자가 나왔다.

“전화번호를 손으로 누르고 밑에 통화를 누르면 전화가 걸리는 겁니다. 이게 신개념 핸드폰입니다.”

이학훈운 얼른 자신의 번호를 누르고 통화를 눌렀다.

“아직 미완의 핸드폰이라 지금 통화는 안 됩니다.”

“이게 핸드폰이라는 겁니까? 제가 보기에는 작은 컴퓨터 같습니다.”

“맞습니다. 이건 컴퓨터와 핸드폰을 결합한 신개념 핸드폰이며 핸드폰으로 컴퓨터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작업들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우린 이것을 스마트폰이라고 부르며 여러분들과 제가 이 스마트폰을 앞으로 개발할 겁니다. 자세한 내용을 지금부터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학훈은 머리에 망치를 맞은 듯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컴퓨터와 핸드폰을 결합한 신개념 핸드폰이라니? 세상에 이런 핸드폰이 존재할 수 있는 걸까?

하지만 실체가 자신의 손에 있었다. 와! 이걸 누가 생각해 난 걸까? 진짜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동료들을 보니 둘 다 자신과 같이 큰 충격을 받았는지 멍한 얼굴들이었다.

순간 이건 자신에게 큰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이런 핸드폰을 개발하게 된 것이 큰 행운이고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데 매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건 무조건 해야 했다. 두 눈이 초롱초롱 빛이 나기 시작하였다.

* * *

커피숍으로 깔끔하게 차려입은 오십 대 초반의 남자가 들어왔다.

“진민재 고문님을 찾아왔습니다.”

어제 현도 산업 개발에서 연락이 와 커피숍으로 오라고 했었다.

“제가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현도 산업 개발의 윤성환 전무입니다.”

“안녕하세요? 앉으시죠.”

“네.”

자리에 앉았다.

“회장님께 말씀 들었습니다. 현재 건설 중인 역삼동 빌딩을 매입하고 싶으시다고요.”

“네. 제가 회장님께 부탁드린 겁니다.”

“아직 완공되지 않은 것은 아시는 겁니까?”

“네. 조만간에 완공된다고 하던데 언제 완공되는 건가요?”

“완공 예정은 내년 3월입니다.”

생각보다 많이 남았네. 난 올해 안으로 완공되는 줄 알았는데.

“내년 3월 완공인데 벌써 매물로 내놓으려고 했던 건가요?”

“아직 내놓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워낙 빌딩이 크다 보니 가격도 만만치 않고 요즘 경제가 어렵다 보니 미리 매입자를 구하려고 했던 겁니다.”

“보니까 건물은 다 올라간 것 같은데 공기를 앞당길 수는 없는 건가요?”

“앞당길 수는 있지만 그만큼 비용이 증가합니다. 원래는 7,300억 원에 매물로 내놓을 계획이었는데 300억 원을 다운하는 바람에 우리도 남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저 거짓말을 내가 믿을 거로 생각하나? 진짜 남는 것이 없다면 장 회장이 순순히 깎아 주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보기엔 7,300억 원을 부르고 300억 원은 깎아줄 요량이었을 것이다.

“3대 거짓말 잘 아시죠? 늙은 사람이 빨리 죽고 싶다는 말과 노처녀가 시집 안 가겠다는 말, 장사꾼이 손해 보고 판다는 말이 있죠. 제가 알아보니 7,000억 원도 비싼 편이라고 하던데요.”

“잘못 아신 겁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원래 그 건물은 우리 회사 사옥용으로 사용하려고 지은 건물입니다. 그래서 사용된 자재도 고급 자재이며 튼튼하게 짓느라 일반적인 빌딩 건설하는 것보다 공사비가 더 많이 들어갔습니다. 회사가 어렵지 않았으면 절대 매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7,000억 원에 매입하는 것은 거저 얻는 것과 같습니다.”

자기들이 사용하는 사옥은 튼튼하게 지으면서 아파트는 왜 부실하게 지어 층간 소음으로 고통받게 하는 건데.

지을 때 층간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튼튼하게 짓고 조금 더 받으면 서로가 좋은 거 아닌가?

이전 생에서 본 기사가 떠올랐다.

하긴 비싸도 튼튼하게 짓지 않으니. 수십억 고급 빌라나 100억짜리 아파트에서도 층간 소음으로 분쟁이 심하다고.

분양가도 비쌌을 텐데 왜 그런 문제가 불거질까? 이해 불가였다.

“올해 12월까지 완공하는 조건으로 하시죠.”

“추가 비용을 더 내시면 해 드릴 수는 있지만, 그냥은 힘듭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네요. 지금 당장을 보지 마시고 멀리 보셨으면 합니다. 전무님이 방금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가격도 만만치 않고 요즘 경제가 어렵다 보니 미리 매입자를 구하려고 한다고요. 만약 제가 매입하지 않는다고 하면 매입자를 구하기가 힘들 수도 있습니다. 언제 구할지도 모르는데 구할 때까지 나가는 금융 비용은 생각하지 않습니까? 추가 비용이 들더라도 빨리 완공하는 게 금융 비용 나가는 것보다 더 이익일 겁니다. 요즘 시중 금리도 높지 않습니까?”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그럼 대금을 미리 지급해 줄 수는 있는 겁니까?”

“아직 완공되지 않았기에 전부 지급할 수는 없고 반만 지급하고 완공되면 나머지 반을 지급하겠습니다.”

“그럼 70%를 먼저 지급해 주신다면 12월까지 완공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15% 더 내서 65% 어떠십니까? 65%면 4,550억 원입니다. 은행에 맡기면 한 달 이자만 해도 거의 40억 원이나 됩니다. 그럼 추가 비용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