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164화 (164/261)

164화

다시 차를 타고 창원 공장으로 향하였다.

창원 현도 전자 핸드폰 공장 입구를 지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내려 공장을 둘러보았다. 와! 공장이 무지하게 컸다. 이렇게 큰 공장 처음 보았다.

오션팟 공장도 크다고 생각했었는데 상대가 안 되었다. 이런 게 대기업 클라스인가? 나야 크면 클수록 좋지.

앞으로 스마트폰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판매해야 하기에 부족할 수도 있었다.

아이노가 물었다.

“이 공장을 인수하는 거야?”

“응.”

“와! 진짜 크다. 여기가 핸드폰을 생산하는 공장이야?”

“응. 가자.”

“응.”

사무실 건물로 보이는 곳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데 건물 현관 앞에 십여 명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우리를 보고 사람들이 줄을 섰다.

갑자기 허리를 칠십 도로 꺾으며 인사하였다.

“안녕하십니까?”

무슨 조폭 조직도 아니고 이게 뭐야? 하긴 드라마 보면 대기업은 이렇게들 하던데. 습성인가?

가볍게 고개 숙여 화답하자 맨 앞에 서 있던 50대 초반의 남자가 다가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통신 단말기 본부장 백종식입니다.”

이자가 본부장이구나! HQ 컨설턴트 장기호 팀장이 해 준 말을 떠올렸다.

능력은 뛰어났지만, 수직적인 조직 문화와 줄서기에 적응하지 못해 매출이 저조한 통신 단말기 사업본부장을 발령 났고 이곳에서도 위에서의 심한 간섭과 견제에 본부장이지만 손발이 다 잘린 허수아비라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러니 현도 전자 핸드폰이 시장에서 죽 쑤고 있는 거겠지.

그런 와중에 사업부 본부장까지 오른 것을 보면 능력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았다. 오션 폰 사장으로 내가 점찍은 인물이었다.

“안녕하세요? 진민재입니다. 다음부터는 이렇게 하지 않아도 돼요. 저는 이런 거 좋아하지 않거든요.”

“오늘은 처음 인사드리는 날이라 그랬습니다. 앞으로는 하지 않겠습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바로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 텐데. 이래서 찍혔나 보네.

“들어가죠.”

“네.”

안으로 들어가자 서 있던 사람들도 내 뒤를 따라왔다.

백종식 본부장의 안내로 어느 방에 들어와 소파 상석에 앉았고 양옆으로 백종식을 비롯해 10여 명이 앉았다.

아이노랑 배상도는 바깥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백종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사장님! 인사하는 시간부터 가지겠습니다.”

“그러죠.”

백종식 옆에 앉아 있던 남자가 일어서서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창원 공장장 신대철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옆에 남자가 일어섰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영업마케팅 상무 김수철입니다.”

그렇게 전부 인사를 하였다.

공장 인물만 아니라 서울에서 통신 단말기 부문의 임원들도 전부 내려온 거였다.

10여 명의 사람을 하나하나 천천히 바라보았다.

나는 이들이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이들과 전부 같이 갈지는 아직 모른다. 이들 중에서 정리하고 갈 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건 내가 하기보다는 누구보다 이들을 잘 아는 백종식에게 전부 맡길 생각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션의 고문 진민재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미 소식을 들으셔서 잘 아시겠지만 이번에 오션에서 현도 전자 통신 단말기 사업부를 인수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말 할 필요 없이 저는 단 하나만 말하겠습니다. 저는 뭐든지 세계 최고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션도 세계 최고고, 오션팟도 세계 최고고, 핸드폰도 세계 최고야만 할 겁니다. 저는 반드시 핸드폰도 세계 최고로 만들 것이고 아울러 여러분들의 도움도 많이 필요합니다.”

내 말에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 놈이 허파에 바람만 가득 껴서 헛소리한다고 생각하겠지. 실제 그렇게 만들 건데.

“이제 인사는 했으니 백종식 본부장만 남고 다른 분들은 하실 일 하셨으면 합니다.”

내 말에 영업마케팅 상무 김수철이라는 자가 대답하였다.

“오늘 처음 만난 자리인데 인사만 하고 바로 끝내기에는 아쉬움이 많을 겁니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제가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여러분들과 대화를 갖기 위해 온 것이 아니고 공장 시찰 온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다 모인 김에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지만 제가 다음 일정이 있어서 시간이 부족합니다. 나중에 시간 내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테니 오늘은 양해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모두가 일어나 나갔고 백 본부장만 남았다.

“제가 조금 전에 한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앞으로를 위해 사업 전반에 관한 대화하는 시간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거 말고 핸드폰 시장에서 세계 1위를 하겠다는 말입니다.”

진심이냐는 듯 나를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현재 현도 전자 핸드폰 국내 시장 점유율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8%라고 알고 있어요.”

“현도 그룹 이름을 달고 8%면 처참한 점유율입니다. 중소기업보다 못한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1위도 아니고 세계 1위가 가당하다고 정말 생각하시는 겁니까? 물론 목표를 높게 잡고 그 목표를 향해 노력한다면 성과는 있기는 할 겁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달성하지 못할 목표는 조직의 무리를 주게 됩니다.”

이래서 위에 예쁨을 받지 못했나 보네. 위에서 말하면 보통은 열심히 하겠다고 하거나 맞장구치지 안 된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본부장님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네요?”

“국내 점유율 30% 달성하는 것도 힘들 겁니다.”

“본부장님은 왜 힘들다고만 하실까요? 책임자부터 그러면 밑에 직원들은 오죽할까요?”

“전 현실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현실을 알아야만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럼 본부장님이 생각하시기에 국내 점유율 30%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전에 한 가지 묻겠습니다. 사장님께서는 밑에 직원을 믿고 맡기는 편입니까? 설령 단기적으로 결과가 나쁘더라도 믿고 장기적으로 기다릴 수 있습니까?”

“저는 오션도 그렇고 오션팟도 제가 직접 경영하기보다는 전문 경영인에게 믿고 맡기는 타입입니다. 다만 말씀하신 단기적, 장기적이라는 시간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과가 나쁘면 언제까지 믿고 맡겨야 할까요? 그전에 믿고 맡길 만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기다릴 수 있겠죠.”

“제가 본부장을 맡은 지 2년이 조금 안 되었습니다. 그동안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현도 전자 핸드폰의 점유율이 낮은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핸드폰 개발에 대한 연구개발이 제일로 시급합니다. 그동안 핸드폰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타사에 밀린 겁니다. 이건 당연한 결과일 겁니다. 이제라도 타사를 누를 만한 핸드폰 개발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는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그 말에 저도 긍정적이지만 원론적인 대답이라고 생각해요. 그것 가지고는 부족해요. 연구개발만 하면 사성이나 LU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연구하는 동안 그들 회사가 가만히 있을까요? 아닐 거예요. 우린 출발도 늦었고 그렇다고 빠른 발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그들을 앞설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죠. 뭐가 있을까요?”

“글쎄요? 하지만 우리도 이제부터라도 연구개발에 매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을 겁니다.”

“결국, 같은 말이잖아요. 그건 너무 막연해요. 남들을 앞지르려면 차를 타고 달리면 가능하겠죠. 우리는 그 차를 만들거나 구해야 한단 말이에요.”

이해가 안 가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차를 말입니까?”

“네. 제가 그 차를 만들 거예요. 그 차를 타고 가면 뛰어가는 사성이나 LU를 쉽게 앞지르고 세계 시장에서도 선두로 달릴 수 있겠죠. 그럼 핸드폰도 세계 1위를 하는 거예요.”

“어떻게 차를 만든다는 겁니까?”

“이전부터 제가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현도 전자 통신 단말기 사업을 인수하려고 하는 거죠. 아니면 중소기업보다 못한 점유율을 기록하는 현도 전자 통신 단말기 사업부를 뭐하러 인수하려고 하겠어요?”

“그 계획이 뭔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말해 줄 수 없어요. 나중에 계약하고 나면 그때 알려 줄게요. 그래서 말인데 핸드폰 연구 인원 중에서 34세 미만으로 실력 있는 연구원 3명만 추천해 주세요.”

“꼭 34세 미만이어야 하는 겁니까?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당연히 있지. 심용철 과장 나이가 35세라 그렇다.

“네. 차를 만들려면 젊은 감성과 감각이 필요하거든요.”

“3명으로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충분해요.”

“알겠습니다. 알아보고 선발해 놓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시고 조만간에 인수 계약을 정식으로 체결하면 현도 전자에서 분사하게 되어 오션의 자회사가 될 거예요. 저는 백종식 본부장님을 새로운 오션폰 사장으로 임명할 생각이에요.”

놀란 눈을 하였다.

“저를 말입니까?”

“왜 자신 없으세요?”

“전혀 뜻밖이라 그렇습니다.”

“잘하실 거라 믿어요. 앞으로 모든 경영은 백 사장님에게 일임하고 저는 뒤로 한발 물러나 가끔 조언 정도만 할 거예요.”

고개를 숙였다.

“믿고 맡겨 주시는 만큼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직원은 포함되지 않지만, 임원들은 현도로 옮길 기회를 준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기존 임원들 중 옮길 사람들은 미리 옮길 수 있도록 교통정리 미리 해 주시고 이번에 회사에 필요 없는 임원들은 정리해 주세요. ”

“알겠습니다. 그리고 계약 체결되면 사무실은 어떻게 합니까? 이전 하는 겁니까?”

오션 사옥이 있으면 이전하면 되는데 사옥이 없으니 골치 아프네. 핀란드에서 돈 들어오면 사옥으로 사용할 건물이나 살까?

요즘 상업용 건물 가격이 많이 하락했다고 하던데. 싼 가격에 매입할 기회이기도 하였다. 그래야겠다.

그러면 다른 2개 사업부도 오션하고 네이브도 전부 이전하도록 해야지. 진성 무역도 진성 금속도 마찬가지이고.

“당분간은 그대로 사용해야 해요. 그건 현도 전자와 합의를 할게요. 제가 곧 건물을 매입할 예정이니 그때 이전하면 될 거예요.”

“알겠습니다. 또 차를 만들 동안은 기존대로 경영하면 되는 겁니까?”

“근데 지금 생산하는 걸리버 핸드폰 제가 봐도 별로거든요. 생산해서 판매해도 많이 팔리는 것도 아니니 일단 생산은 중단하죠. 재고는 충분한가요?”

“네. 그렇습니다. 재고는 충분히 있기는 합니다. 그럼 생산을 중단하면 공장을 놀리는 겁니까?”

“그럴 수는 없죠. 직원들 월급 줘야 하는데 월급은 벌어야죠. 현재 오션팟 생산이 많이 부족하거든요. 생산 시설을 전부 오션팟 생산으로 돌리고 나중에 차가 만들어지면 그때 본격적으로 핸드폰 생산을 할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생산 시설을 오션팟으로 돌리는 것은 그다지 어려울 것은 없습니다.”

이러면 오션팟을 전 세계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일단 이곳에서는 버전 2를 생산하게 할 생각이었다.

“다행이네요. 그리고…….”

한동안 앞으로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충 이야기는 다 끝난 것 같은데 더 없을까요?”

“네 없습니다. 필요하면 나중에 더 이야기를 나누면 됩니다.”

“그래요. 언제든지 연락하시고요. 그럼 공장 구경하러 갈까요?”

“알겠습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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